Chapter 177 - 177.착각은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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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썩!
집으로 귀가한 후 강설화는 힘없이 침대에 엎어지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아…."
처음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달아올랐던 분위기에서의 성욕해소.
"아아…."
그다음에는 루벨트에게 정액을 끼얹어져 평소하곤 다른 쾌감에 놀라 다시 우위를 점하려고 한 행위들.
아아아…."
이때부터는 완전히 강설화가 루벨트를 유혹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마타로 인한 절정과 함께 폭주한 자신이 루벨트를 밀어 넘어뜨리고 하는 기승위 섹스.
"아아아아아!"
냉정함을 되찾은 강설화는 얼마나 자신이 폭주했는지를 깨닫고 후회했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뭐가 글래스너보다 내가 더 낫다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게다가 세, 세, 섹스까지 허락해버리다니!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 녀어어어어어어어언!'
언제나 루벨트의 성욕해소를 할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고 욕하는 강설화였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강했다.
그만큼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생각 없었는지 강설화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설화의 자책은 한번 질내사정을 한 후 벌어진 루벨트의 정열적이고 격렬한 폭주를 회상할 때 뚝 하고 멈추게 됐다.
"…."
화아아아아악!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강설화.
그만큼 폭주한 루벨트가 한 짓은 강설화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었다.
쉬지 않고 연속으로 허리를 흔드는 루벨트.
강설화는 자신이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오기도 부리지 못하고 그저 루벨트에게 박히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연속을 절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저 루벨트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며 강설화를 기절시켰다면 이러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루벨트는 계속 허리를 흔들면서도 강설화가 기절하지 않는 적절한 세기로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자궁이 뭉개질 것 같은 세기로 누르지도 않고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해서 허리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강설화의 보지 안을 새로 개발하지도 않았다.
그저 일직선으로 일정한 힘을 담아 허리를 흔들며 강설화가 한계에 다다르려고 할 때는 약간 속도를 늦추면서도 여유를 찾으려고 하면 다시 속도를 냈던 루벨트.
그리고 쾌락에 허덕이며 전혀 정신이 없었던 강설화가 그걸 알아차릴 리는 없었다.
그러던 와중 루벨트는 허리를 흔들면서 끈적한 신음을 내뱉으며 강설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는 정성적인 교배 피스톤 자세.
연신 떡방아질을 하면서 루벨트는 중간중간 강설화의 목덜미를 핥거나 더욱 몸을 숙여 강설화의 귓가에 의도적인 끈적한 신음을 계속 내뱉었었다.
계속되는 쾌락의 쾌감 그리고 자신을 애무하며 뜨겁게 바라보는 루벨트.
강설화는 정신은 잃지 않았지만 몽롱해진 상태였다.
뜨겁게 자신을 바라보면서 살며시 입을 여는 루벨트를 본 순간 무엇을 원하는지는 몽롱한 상태의 강설화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좀 더 제정신이었다면 너한텐 약혼자가 있잖아? 라고 잠시 뜸을 들인다든지, 좀 흥분한 상태였다면 흐응~ 나하고 키스하고 싶나 보구나? 라고 놀렸겠지만.
"츄릅! 츄읍! 츄르르릅! 츄읍! 츄읍! 츄르르르릅!"
그때의 강설화는 루벨트가 자신을 원하는 다는 사실만을 집중하며 기뻐했고 오히려 강설화가 스스로 팔을 뻗어 루벨트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처음부터 뜨거운 딥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시점까지 떠올린 후에야 강설화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리 루벨트가 뜨거운 신음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잡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루벨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먼저 루벨트에게 키스를 해버리다니.
거기에 더해 그대로 거의 저녁까지 대부분 키스를 하면서 연속을 섹스만 해대는 꼴에 강설화는 머리가 아파왔다.
'이래선 내가 루벨트에게 진 거나 마찬가지잖아…!'
기나긴 행위가 끝난 후 강설화는 거의 혼이 빠져나간 듯이 멍한 상태로 귀가했었다.
자신의 몸을 신경 쓰면서 사과를 하는 루벨트의 말도 잘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그저 '어… 응… 응… 괜찮아…' 라고만 말하며 귀가했었다.
'아카데미 옥상에서 엘드라를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만나면 좋은 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루벨트와 섹스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박혀오는 강설화.
그녀의 고민은 주말 내내 계속됐다.
◈
"아아~ 루크치아도 당해버렸나~."
어디인지 모를 공간.
그곳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철산 당한 걸 보고도 자신만만하게 나서다가 꼴좋게 당하고. 정말 한심하네~."
원래라면 맞장구쳐줄 상대가 한 명이라도 있을 공간.
하지만 현재 이 공간에는 한 명밖에 없었다.
"리더는 따로 할 일이 있다고 요새 모습도 안 보이고~ 주인은 여전히 파괴와 파멸만 하고 있으면 괜찮다는 방임주의고 이거 참."
이 공간에 있는 존재의 정체는 바로 스트렌저 미치오.
어린 나이에 '주인'의 힘을 받아 현재까지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자였다.
"정말이지, 강철산도 루크치아도 웃겨. 함정을 판다고 하면서… 왜 파놓은 본인이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하는데? 함정을 팠으면… 먹잇감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확인해야 하는데 말이야."
어린아이의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장난기 넘치면서도 사악함을 띈 미소를 하는 미치오는 허공에 떠 있는 영상에서 비친 루벨트의 얼굴을 바라봤다.
"상대가 괴물 같은 놈이라면 더 확실하게 강력한 함정을 준비하면서 말이야."
◈
'으으응~ 개운하네!'
강설화와의 뜨거운 시간을 가지고 나서 미약 상태를 유지한 후 간만에 개운함을 느꼈다.
도중부터는 거의 냉기 마력을 주입하지 않았지만 초반에 질 좋은 냉기 마력을 듬뿍 받은 후 개운하게 성욕해소를 해서 그런지 기분이 남달랐다.
'게다가 강설화… 아니, 설화하고의 사이도 더욱 가까워졌고.'
행위를 끝내고 뒤처리도 다 했을 때.
난 미안해하며 사과하는 연기를 하며 강설화에게 요구했다.
마치 수줍어하며 히로인과의 관계를 더 나아가고 싶어 하는 로맨스의 남자처럼.
이제부터는 강설화가 아닌 설화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나도 성이 아닌 이름으로 루벨트라고 불러줬으면 한다고.
"'어… 응… 응… 괜찮아…."
강설화는 내 요구를 받아들여 줬다.
뭐, 상태를 보아하니 거의 멍한 상태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언질은 받았다.
'오히려 나중에 그때를 회상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이 볼만하겠지.'
이미 섹스까지 한 사이.
강설화의 성격을 생각하면 리벤지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나와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횟수를 거듭한 뒤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면 완전히 공략을 완료할 수 있다.
"흐흐흥~."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도련님."
"그야 순조롭게 공략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강설화… 진성 그룹의 후계자. 의도치 않게 엘드라의 세력이 더 커지겠군요."
"뭐, 그렇게 되겠지만 어차피 엘드라가 가장 최고인 건 변함 없지."
"…저녁이 되기까지 강설화와 하느라 피곤하시겠군요, 도련님."
"리제, 이미 알고 있으면서 왜 그래, 그 정도로 내가 지칠 리 없잖아?"
리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약간의 도발이면서도 지금 자기도 해달라는 신호다.
리제도 귀엽다니까.
"정말입니까?"
"정말이고말고…."
나와 리제만의 훈훈야릇한 분위기를 내며 리제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똑똑똑
누군가 내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들어와."
끼익!
"도련니이이이이이임!"
허락하자 모습을 드러낸 건 안나였다.
"안나, 무슨 일이야? 지금 퇴근 시간이잖아."
"실은 그게! 간곡히! 부탁드릴 게 있어서!"
"…."
"아… 혹시 이제 막 좋은 분위기였나요? 으음, 리, 리제 미안해~."
"아뇨, 괜찮습니다. 나중에 도련님에게 지금 밀린 만큼 더 격렬하게 메꿔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그런 말을 당당히 하다니!
꺄악! 멋져! 더 허리에 힘이 들어가 버려!
뭐, 그건 그렇고.
"간곡한 부탁이란 건 뭐야, 안나?"
"으으음, 그게~ 리제. 잠~시만 잠시만 도련님과 둘이 있게 해줄래?"
"알겠습니다. 얘기가 끝나면 불러주세요."
리제는 바로 자리를 비워줬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내 물음에 안나가 살며시 고개를 떨궜다.
"그게… 저희 남편이 더 이상… 못 견딜 거 같아서요."
남편이 못 견딘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난 예상할 수 있었다.
'드디어 때가 온 건가….'
네토라레 성벽은 분명 평범하다고 할 수 없다.
아무리 나와 안나가 하는 영상이나 녹음을 듣고 흥분한다고 해도 슬슬 한계가 온 거겠지.
오히려 지금까지 유지된 것도 신기하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안나가 이렇게 침울한 것도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괴롭기 때문이겠지.
안나는 네토라세 플레이를 할 정도로 남편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안나랑 더 이상 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물러날 때는 깔끔히 물러나야 하는 법이다.
"알았어, 안나 그럼…."
마음을 정리하며 안나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였다.
휙! 하고 고개를 들고 날 정면으로 바라보며 안나가 외쳤다.
"더 이상 약한 네토라세만으론 못 견딜 거예요!"
"응?"
뭐라고?
"최근 2주간은 도련님의 후유증 때문에 개인 성욕해소 느낌이 강해져서 영상도 찍지 못했잖아요? 해도 보고만 하게 됐고…."
"어… 그랬지?"
"그래서 그동안엔 속삭이면서 보고하고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는 플레이를 위주로 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부족해요! 지금도 참고 아무 말 안 하고 있지만 전 알아요! 저희 남편이… 우리 여보가 새롭고 더 자극적인 네토라세 딸감 영상을 원한다는 것을!"
주먹을 불끈 쥐며 안나는 각오를 다진 눈빛을 나에게 보내며 말했다.
"그러니 부탁해요, 도련님! 내일! 부디 우리 여보에게 보여줄 네토라세 영상 촬영을 허락해주세요!"
내 예상과는 정반대의 다른 못 견디다였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그 원인이 날 생각해서 정기적으로 보던 네토라세 영상을 못 본 것에 기인했다.
그건 마치 매주 기다리던 꿀잼 드라마가 제작사 사정상 2주간 휴방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 안나의 남편에 한해서는 유일한 성벽의 배출구나 다름없으니 더 간절하겠지.
그렇기에.
"으, 응."
난 안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