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2 - 162.냉기는 차갑게! 해소는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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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벨트가 다시 아카데미에 출석한 지 3일.
강설화는 아카데미에서 퍼지는 루벨트에 관한 소문을 계속 주시했다.
어떤 학생은 말했다.
-루벨트 님의 색기가 너무 넘쳐 흐르셔! 아아~ 너무 황홀해~!
어떤 학생은 말했다.
-수업 중에 괴로워 보이면서도 내는 신음이 내 귀를 녹아내리고 하고 있어~!
어떤 학생은 말했다.
-여자애들은 저런 말하지만 음… 힘들어 보이긴 하더라.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강설화는 뻘쭘함과 죄책감이 나날이 커져갔다.
동시에 '역시 내가 도와줘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강설화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결국.
"마리아!"
3일째 되던 날 강설화는 참지 못하고 마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러세요, 설화?"
"그… 엘드라는 최근 어때?"
"으음, 치료에는 힘쓰시고 계세요. 하지만 아직까진 커다란 진전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네.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질 좋은 냉기 마력을 주입받으면서 해소를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해요."
"그렇구나…."
마리아의 얘기를 들으며 더욱 죄책감이 강설화의 가슴을 옥죄었다.
자신 때문에 생긴 증상과 후유증.
자신에게는 그걸 해결은 못하더라도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강설화의 양심이 자꾸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었다.
'고민하고 있나 보네요, 설화.'
그리고 그런 강설화의 고민을 알아챈 마리아는 생각했다.
루벨트는 강설화를 좋게 보고 있다.
마침 강설화는 루벨트에게 도움이 되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잘만 유도하면 강설화가 자신과 같이 루벨트의 하렘 인원이 될 기회가 생긴다.
'이건 좋은 기회예요.'
만약 나중에 강설화와 루벨트가 이어지고 자신이 그것에 큰 조력을 했다는 걸 루벨트가 알면 어떻게 될까?
-고마워, 마리아. 날 위해 힘써줬구나. 오늘은 더 뜨겁게 사랑해줄게.
'아아아아…♡'
자신을 향해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루벨트.
그런 상냥함의 몇백 배나 뜨거운 사랑의 시간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리아의 가슴을 뛰게 했다.
사귀는 시간은 짧더라도 마리아의 마음은 이미 루벨트의 포로가 되어 루벨트가 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됐다.
"마리아?"
"아!"
짝! 하고 마리아는 손뼉을 쳤다.
"설화!"
"으, 응?"
"루벨트 님을 한 번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 저번에도 전화만 하고 끝났잖아요?"
"엘드라를!?"
"네. 설화도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닌가요?"
"아니, 그건…."
"이대로 루벨트 님을 만나지 않을 생각인가요?"
"그런 건 아닌데…."
"그럼 한 번 만나 보세요! 루벨트 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엘드라가?"
'날 만난다고 기뻐한다고 나 때문에 다쳤는데?'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는 강설화.
그런 강설화를 향해 마리아는 쭉쭉 얘기를 진행했다.
"루벨트 님은 요새 점심시간 때마다 옥상에 혼자 계실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오늘 점심에 옥상으로 가보세요."
"옥상에? 분명 거긴 출입 금지였을 텐데…."
"어쨌든 루벨트 님은 점심에 옥상에 있으니까 가보세요. 알겠죠?"
"으, 응…."
평소와는 다르게 쭉쭉 밀고 나가는 마리아의 기세에 강설화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고.
"가요, 설화!"
"마리아?"
"저랑 약속했잖아요? 자아! 가는 거예요!"
"아니, 나 아직 밥도 안 먹…."
"나중에 먹으면 되잖아요! 자아! 어서!"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밀지 마!"
강설화는 마리아에게 떠밀려 옥상 입구까지 도착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 대화 잘 나누세요, 설화."
"마리아? 여기서 나만 혼자 두고 가는 거야?"
"제가 끼면 설화가 루벨트 님과 제대로 대화할 거 같지 않으니까요."
"윽…."
마리아의 말은 그야말로 정곡이었다.
마리아가 같이 간 순간 강설화는 스스로가 마리아에게 대부분의 대화를 맡길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마리아가 같이 있는 게 편하겠지라는 생각이 머리 한 쪽에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퇴로는 미리 마리아가 막아버렸다.
마리아가 계단을 내려간 걸 본 후 강설화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문을 바라봤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까. 겨우 한 번 만나서 괜찮냐고 안부를 물으면 되는 거야. 그래. 그거면 되는 거야.'
강설화는 옥상 문을 열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으으음…."
"…?!"
옥상에서 앉아 있는 채 야릇한 신음을 내고 있는 루벨트를 목격했다.
'뭐야, 이 목소리!'
소문으로 들었던 루벨트의 신음.
그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야릇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야한 느낌도 느낌이지만 거기에 풍기는 약간의 괴로움이 섞인 분위기가 더욱 야함을 강조하면서 동정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동정은 곧 강설화의 양심을 찔러 더욱 죄책감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괴로운 거야?'
"응? 강설화?"
강설화가 주춤하고 있을 때 루벨트가 강설화가 들어온 것을 눈치챘다.
"아, 엘드라. 그… 마리아가! 마리아가 점심에 네가 여기에 있다고 말해서 들러봤어."
"그랬구나. 걱정해서 와준 거야?"
"그야 거, 걱정은 하지.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한 내 탓이니까."
"그건 아니지!"
'그런 식으로 다 자기 탓하지 말란 말이야! 그건 명백히 내 실수야!'
강설화는 실력에 대한 자존심이 남들보다 컸고 또한 그만큼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는 철저했다.
그러니 자신의 실수를 루벨트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네가 그렇게 된 건 나 때문이야! 알겠어?"
"하, 하하. 알겠어."
"정말… 진짜 알고 있는 거야?"
팔짱을 끼며 루벨트를 노려보는 강설화.
'아!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리고 강설화는 자신이 괜히 성질을 부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안부를 물어보러 왔으면서 왜 고집이나 부리고 있는데.'
"후우…."
크게 숨을 내쉰 다음 강설화는 각오를 다지며 루벨트에게 물었다.
"많이 괴로워? 점심에는 항상 옥상에 혼자 있다고 들었어."
"누구한테?"
"마리아한테."
"그렇구나… 뭐, 그렇지. 생각했던 것보다 음… 아카데미에 있는 게 자극이 강하나 봐."
어떤 자극이 강한지는 강설화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럼 그냥 저택에서 쉬고 있으면 되지 않아? 다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걸? 계속 쉴 수는 없잖아. 하하, 나 때문에 반 여자애들에게도 폐를 끼치고 있는 거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야."
'들어보면 폐는 아닌 거 같던데. 오히려 엄청 좋아하고 있어.'
마음으로 생각한 걸 바로 내뱉지 않으려고 강설화는 꾸욱 입을 닫으며 루벨트를 바라봤다.
쓴웃음을 짓고 있으면서도 드문드문 보이는 괴로워 보이는 모습.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은 도저히 그 모습을 무시하지 못하게 했다.
"있지, 엘드라.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돕다니?"
"내가! 네 그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도와줄 건 없냐고 묻는 거야."
"아… 아, 아하하."
강설화의 물음에 루벨트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정말로."
"괜찮지 않아 보이니까 묻는 거잖아. 질 좋은 냉기마력을 주입받으면 된다고 했지? 나도 마력을 냉기로 변환할 수 있으니까 도움 될 거야. 어때?"
"강설화 네 마력이라면… 응, 도움은 될 거야."
"정말?"
"응. 하지만… 역시 사양할게."
"왜? 도움이 된다고 했잖아."
"아니, 그게… 냉기 마력만으로는 안 되니까."
"아."
강설화는 왜 루벨트가 사양하는지 깨달았다.
루벨트의 치료 방법은 냉기 마력을 쏟으면서 하는 성욕 해소.
남성에게 있어서 성욕해소란 즉 사정한다는 거였다.
"내, 냉기마력을 주입해도 도움 되지 않아? 몸이 식혀진다거나."
"맞아. 그러긴 할 거야. 하지만 한 번 시험해본 적 있거든 냉기마력만 주입하고 가만히 있어 봤는데…."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루벨트는 멋쩍게 볼을 검지로 긁었다.
"결국엔 근본적인 해소가 아닌 열기만 식히는 거라… 오히려 나중에 더 증상이 심해지더라고."
"그, 그래?"
결국 냉기만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강설화는 어중간한 각오로는 루벨트의 도움이 되긴커녕 방해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강설화의 자존심은 이대로 물러서기 싫었다.
오히려 자존심과 함께 루벨트를 향한 죄책감과 함께 준수한 외모 그리고 현재 넘치는 색기와 페로몬이 평소의 강설화라면 절대로 내뱉지 않을 말을 하게 만들었다.
"그럼 그것도 도와줄게."
"…뭐?"
"그것도 도와줄 거라고. 엘드라, 네가 그렇게 된 건 내 탓이기도 하니까…."
"아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내가 불편하단 말이야. 학교에서 얼마나 네 상태에 대한 소문이 돌아다니는지 알아? 그걸 들을 때마다 나도 양심에 찔린단 말이야. 이대로 있다간 나도 수업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어! 그러니까 이건 날 위해서이기도 한 거야. 알았지?"
빠르게 말하며 루벨트를 압박하는 강설화.
루벨트는 강설화의 말을 다 듣고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루벨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강설화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지?"
"괜찮다고 했잖아? 너무 시간 끌게 하지 마. 점심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 나도 아직 밥 안 먹었으니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았어. 아, 너무 놀라진 말아줘."
"놀라긴 뭘 놀라? 남자 거 본다고 놀라거나 하지 않아. 그건 너한테 실례기도 하니까."
'성교육 시간에 남성기 자료화면을 본 적 있으니까 딱히 놀랄 것도 없어. 혹시 자기 물건에 상당히 자신이라도 있는 거야? 천하의 엘드라라고 해도 결국 남자는 남자라는 거네. 그런 거에 자존심을 드러내고.'
강설화는 바지를 벗는 루벨트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루벨트가 속옷까지 완전히 벗은 순간.
"…! 이, 이게 뭐야…?"
눈앞에 나타난 상상하던 것을 아득히 초월한 우람한 루벨트의 물건을 보며 경악했다.
"내 자지인데."
"자…! 이게 나, 남자의 생식기라고? 서, 성교육 자료 파일에서 보던 거랑은 비교도…."
"하, 하하, 내 물건이 많이 크긴 해. 그럼 강설화."
"으, 응?"
"날 도와주고 싶다는 네 마음은 잘 알았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치료를 도와줘."
이미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강설화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 알았어. 빨리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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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기념 유메의 바니걸 러프가 나왔습니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