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4 - 154.헤프닝은 유연하게!
"뭐야? 무슨 큰 기술이라도 쓰는 줄 알았는데 별거 없네?"
싱겁다며 비웃는 루크치아.
아무리 루벨트 일행의 힘이 강해진다고 한들 결국에는 자신에게 패배할 거라는 확연한 자신감이 그 얼굴에 묻어나 있었다.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이미 여러 번의 전투로 소모된 상태에서 최대한 마력을 짜내 오의 발동을 마친 마리아가 무릎을 꿇었다.
오의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겨난 공간과 홀리존의 결계가 사라지고 마리아에게 난 헤일로와 날개 또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필드 전개."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마리아의 버프를 받고 강화된 리제가 바로 오의를 시전했다.
"퍼펙트 메이드 워크스."
땅을 박차며 드높이 공중으로 뛰어오른 리제의 양손에 어느새 기관총이 들려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몸을 회전시켜 방아쇠를 당겨지며 기관총에서 수많은 탄환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들을 덮쳤다.
평범한 탄환이라면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오의를 사용하는 리제의 탄환은 평범한 탄환이 아니었다.
탄환 하나하나가 대 몬스터용 특수 탄환이며 마력을 담으면 담을수록 그 위력은 증가한다.
수많은 탄환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의 피부에 박히며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하지만 리제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것이…."
양손의 기관총은 어느새 사라지고 들린 것은 묵직한 2개의 미사일 런처.
"메이드의 일입니다!"
기관총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마력을 잡아먹으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미사일이 발사되며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 무리를 덮치며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아군을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한 계산이 들어간 공격이기에 루벨트 일행이 폭발에 휘말릴 일은 없었다.
"어머, 대단해라~."
여전히 비웃는 어조로 감탄하는 루크치아.
리제의 오의로 인해 불러낸 20마리의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가 당했어도 그녀의 얼굴에 초조함이란 없었다.
'지금이야!'
하지만 루크치아가 그러든 말든 강설화는 가장 먼저 루크치아를 향해 뛰어들었다.
마리아가 오의를 쓰며 만들어준 기회이기에.
리제가 20마리의 몬스터를 해치워준 덕분에 생긴 기회이기에.
강설화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설화의 마음 깊숙하게 뿌리 잡은 욕망이 강설화를 더욱 서둘러 움직이게 했다.
상대는 스트렌저.
아이들을 납치하고 쇠약해지는 모습을 즐기는 용서 못 할 극악무도한 악당.
그런 자를 자신이 쓰러뜨린다면.
'엘드라처럼 내가 쓰러뜨린다면…! 아버지도 날…!'
아버지를 향한 승인욕구.
루벨트를 향한 경쟁심이 그녀의 몸을 루벨트보다 먼저 움직이게 했다.
'마리아 덕분에 오의의 위력도 훨씬 올라갔을 거야. 지금 상태라면 나라도… 할 수 있어!'
경로에 빙판길을 만들고 루크치아를 향해 질주하는 강설화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필드 전…!"
마력을 내뿜으며 필드를 전개하려는 그 순간.
"꼬맹아."
루크치아가 자신의 옆에 놓여 있는 스칼렛 플레어 폭스의 시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있는 여우는 누가 처리했다고 생각하니?"
"…!?"
쩌적!
공간이 깨지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의 배는 큰 덩치를 지닌 거미형 몬스터 공간을 깨고 나타나 강설화를 향해 앞다리를 휘둘렀다.
앞다리에는 녹색의 액체가 묻어 있었으며 그것이 독이라는 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의한 기습.
루크치아의 말과 새로운 대형 몬스터의 출현에 강설화는 반응하는 게 늦고 말았다.
'안 돼!'
피하려고 몸을 틀려고 해도 이미 앞으로 나아가는 몸이 반응하기에는 늦다.
어떻게 피하려고 해도 자신의 몸이 저 공격에 찢겨지는 상황밖에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강설화!"
강설화를 뒤따라 달려가고 있던 루벨트가 마력을 다리에 담아 강하게 땅을 박차 강설화를 끌어안으며 감쌌다.
촤아아악!
"윽!"
대형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의 공격이 전투복의 실드를 찢어버리며 루벨트의 등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엘드라!"
"도련님!"
"루벨트 님!"
"깔깔깔깔! 하하하! 멍청한 꼬맹이를 구하려다가 가장 큰 전력이 다쳐버렸네. 너무 웃겨라!"
"에, 엘드라, 어째서 날 감싼 거야!"
루벨트가 자신을 감싸 다쳤다는 사실이 강설화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날 감쌀 바에야 차라리 놔두고 네가 루크치아를 공격했으면….'
"동료가 위험한 데… 두고 볼 순 없잖아?"
"읏!"
고통에 약간 얼굴을 찌푸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루벨트의 대답에 강설화는 말문이 막혔다.
'엘드라….'
자신을 실력이 떨어지는 라이벌, 경쟁자. 혹은 떨궈야 하는 상대가 아닌 동료로 생각하며 몸을 날려 행동했다.
감동과 더불어 방금 루벨트보다 더 앞서가려고 서두른 자신의 행동이 강설화는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용서 못 해."
분노에 가득 찬 눈빛을 내며 리제가 루크치아를 노려보았다.
"감히 도련님을!"
"아~ 좋네. 아주 좋아. 그 눈빛 정~말 최고야. 하지만 움직이지 마. 지금부터 아주아주 즐거~운 쇼를 시작할 거니까."
"누가 당신 말대로 할 것 같습니까!"
당장에라도 달려들려는 리제였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루크치아의 말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 들으면 적어도 이 여자애 목숨하고… 아~무런 죄도 없는 고아원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할 텐데?"
"뭐라고요?"
"고아원?"
"그래. 고아원. 그것도 그냥 고아원이 아니야. 쿠쿡."
루크치아는 비열한 웃음을 흘리면서 마리아를 가리켰다.
"거기 있는 꼬맹이가 살고 있는 고아원 아이들이지."
"제, 제가 살고 있는 고아원이라니 설마…!"
"그래 그 교회 근처에 세워진, 널 마리아 언니~라고 부르는 꼬맹이들이 있는 고아원 말이야. 내가 거기에 우리 아이들을 몰래 풀어놨거든. 한 명도 남김없이 다~ 사냥할 수 있도록."
루크치아의 말에 강설화, 리제, 마리아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만약 내 말을 안 들을 경우, 내가 신호만 잠깐 보내도 우리 애들이 그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을… 이 뒤엔 무슨 말인지 다 알겠지?"
"하아, 하아, 역시 스트렌저… 사람이 해선 안 되는 짓도 가볍게 해버리는군… 으윽!"
루크치아를 조롱하던 말을 내뱉던 루벨트는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도련님…! 하는 말은 듣겠습니다. 하지만 우선 도련님의 치료를 먼저…."
"내가 그걸 허락할 거 같아? 저 꼬맹이는 위험하니까 이대로 둘 거야. 라.고. 말할 줄 알았지? 깔깔깔! 걱정 마, 메이드 꼬맹이. 뭐, 등에 있는 상처는 좀 아파 보여도. 기린아의 몸에 침투한 건 독이 아니니까."
"하아, 하아, 하아."
"독이 아니라고요? 그럼 대체 도련님에게 뭘…."
"이번 내 심심풀이를 위한 쇼를 더욱 빛낼 장치. 바로바로~ 미약이지."
"미… 약?"
◈
좋아, 성공적으로 감쌌다.
날 이기고 싶다는 강설화의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인정욕구가 뿌리 깊게 남아있는 강설화가 초조하지 않을 리 없다.
예상대로 강설화는 뛰쳐나갔고 딱 봐도 뭔가 더 수를 남기고 있는 루크치아가 커다란 변이 몬스터를 꺼냈고 몬스터가 강설화를 공격하려는 순간 잽싸게 이동하여 강설화를 감싸며 대신 공격을 맞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성공적으로 막지 않고 다급하게 강설화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지며 지켰다는 시츄에이션이 중요하다.
완벽하게 막으면 자기 실수만을 분해하고 나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느끼는 게 훨씬 작아질 거니까.
몬스터의 공격이 전투복 실드를 뚫고 내 등을 상처입혔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아프지 않다.
내 몸의 내구도와 체력은 온전히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고 실드로 깎여나간 공격 정도로 큰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겉보기엔 좀 화려하게 상처를 입었지만 솔직히 피도 몇 초 후면 다 멎는다.
독 또한 어릴 때부터 여러 상황을 대비해 독 내성을 기르는 음식도 먹어왔고 여차할 때를 대비해 헤파이에 해독제도 준비했기에 문제없다.
내게 필요한 건 독에 당하는 중이라서 괴롭다라는 걸 표현할 뛰어난 연기력뿐이다.
덕분에 강설화가 나에게 느끼는 미안함도 더욱 커졌고 덤으로 리제가 매우 화가 났다.
당장 루크치아에게 덤비려고 했지만 루크치아가 꺼낸 고아원 아이들 인질작전을 듣고 리제의 몸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루크치아는 고아원을 습격할 거미들을 미리 준비시켜둔 모양이다.
뭐, 이미 그건 알고 있어서 다 조치를 취한 상태지만 루크치아는 그걸 꿈에도 모르겠지.
이대로 적당히 루크치아를 떠들게 한 다음 빈틈을 보이면 괴로운 연기를 유지하며 강설화와 함께 루크치아를 격퇴하는 흐름으로 이끌어 간다.
그리고 모든 전투가 끝난 후 좀 더 괴로워하며 치료를 받으면서 강설화에게 "난… 괜찮아. 네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라는 멘트까지 날려주면… 공략은 거의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지지.
크으~ 완벽해!
그다음에는 좀 태도가 순해진 강설화와 거리를 좁히면 끝이다.
그렇게 성공적인 공략루트를 떠올리고 기쁨에 괴로운 연기를 하면서도 그만 무심코 하아하아 거리고 있을 때.
"이번 내 심심풀이를 위한 쇼를 더욱 빛낼 장치. 바로바로~ 미약이지."
루크치아가 내뱉는 매우 의외의 말을 들었다.
미약?
이거 독 아니었어?
…아.
어쩐지 독 느낌이 아니라 하반신이 뜨뜻하더라.
"깔깔깔, 그럼 이제부터 즐거운 쇼를 시작해볼까? 내 앞에서… 이 두 명이 벌이는 교미쇼를 말이야!"
"뭐,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깔깔깔, 그야 너 때문에 대신 다치고 지금 성욕에 괴로워하는 기린아를 위해 네가 교미 파트너가 된다는 거지!"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교미쇼라고?
흐음….
좋아, 공략을 좀 수정해볼까!
계획엔 언제나 변수가 일어나기 마련!
언제나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가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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