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3 - 153.헤프닝은 유연하게!
"루크치아…!?"
"어째서 스트렌저가 던전에!"
"게다가 이 공간은…."
"여긴 내가 만든 덫… 그리고 너흰 덫에 걸린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란다."
비유적인 표현을 쓰는 루크치아.
그렇게 말해봤자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 대신 다른 일행들이 알기 쉽게 말했다.
"던전 안에 아공간을 또 따로 만들었군."
"맞아. 건방지게 너희가 내 유희거리를 훔쳐 간 곳이랑 구조는 같아."
"유희거리라고? 대체 무슨…."
"어머, 기억 안 나니?"
루크치아의 말을 이해 못하는 강설화를 향해 루크치아는 사악하면서도 요염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모처럼 말라가는 어린애들의 얼굴을 즐기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잘도 방해해줬잖니."
"그럼 역시 그 유괴사건의 범인은…."
"그래, 나야. 정말 어떻게 아공간을 억지로 연 건지… 요새 헌터들의 기술도 좋나 봐?"
"말라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즐긴다니.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라온 마리아는 루크치아가 말하는 유희에 분노했다.
"아직 뭘 모르는 꼬맹이네. 그게 얼마나 볼만한지 아니?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펑펑 우는 얼굴이 점~점 시간이 쪼그라들면서 오지도 않을 도움을 구하게 되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재밌는데."
그야말로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악취미를 가진 루크치아의 발언에 빠득하고 마리아가 이를 갈았다.
"절대로 용서 못 해요…!"
루크치아는 마리아의 분노를 제대로 건드렸다.
그리고 루크치아의 발언은 마리아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듣기에 혐오와 분노를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리제도 강설화도 강한 적의를 내보이며 루크치아를 노려봤다.
"깔깔깔! 그렇게 째려보고 뭐 어쩌려고? 고작 너희 따위가…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저희에겐 루벨트 님이 있어요! 이미 강철산을 쓰러뜨린 루벨트 님이!"
"그래서?"
마리아의 말에도 루크치아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입꼬리를 올렸다.
"그야 거기 있는 기린아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강철산 그 멧돼지처럼 승산 없이 덤비진 않거든.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너희 같은 짐들을 두고."
딱! 하고 루크치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을 둘러싼 10마리의 거미 몬스터.
생김새를 보아 포이즌 스파이더의 변이종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이 서서히 다가왔다.
"내 아이들을 상대할 수 있으려나?"
"너무 우릴 얕본 모양이군. 스트렌저 루크치아."
"뭐?"
"내 파티원들은 절대로 짐이 아니다."
루크치아가 떠벌떠벌 말하고 있던 사이 몰래 준비하고 있던 마법들을 재빠르게 차례대로 발동했다.
"파워 히트!, 하이 스피드! 파워 실드!"
기본적인 강화 보조 마법의 상위 마법을 펼쳐 강설화, 마리아, 리제를 강화했다.
"상대는 스트렌저다! 방심하지 말고 신속하게 우선 몬스터를 쓰러뜨리자!"
""네!""
"알았어!"
쓰러뜨려야 할 적이 눈앞에 있기에 한 명도 빠짐없이 동의하며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도 지팡이를 집어넣고 손에 익은 직검을 꺼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전력인 내가 그저 후위에 있는 건 말이 안 되니까.
"후훗, 어느새 그런 잔꾀나 부리고… 혼자서 강철산을 쓰러뜨린 자신감은 어디 간 거야?"
"걱정하지 마라. 너도 똑같이 강철산과 같은 곳으로 보내줄 테니."
"말은 잘하네. …자아! 식사 시간이야! 얘들아!"
10마리의 포이즌 스파이더들이 일제히 우리를 덮쳤다.
◈
"하아아앗!"
촤아아악!
강설화의 헌터용 특수 스케이트 날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의 피부에 상처를 남겼다.
'이 몬스터… 강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들이 공격한 것과 동시에 루벨트 일행은 일제히 그 공격에 응대했다.
마리아가 공격을 막아내면서 메이스를 휘둘러 견제하면 리제와 강설화가 연계하며 한 마리의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를 공격하는 방식을 취했다.
한 마리라도 먼저 빨리 쓰러뜨려 숫자를 줄이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루크치아가 거느리는 몬스터는 강설화의 예상보다도 강했다.
루벨트의 상위 보조마법을 걸어졌다고 해도 평범한 공격으로는 미미한 상처밖에 주는 것뿐.
스킬을 사용해도 단번에 끝내지 못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3마리의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남은 2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엘드라는….'
세 사람이 5마리의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를 맞는 동안 루벨트는 홀로 검을 휘두르며 남은 5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앞뒤로 몬스터들의 공격이 이어지지 않게 3명의 뒤에서 홀로 5마리를 상대해도 루벨트는 고전하지 않았다.
몬스터들의 공격을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막아내고 흘리고 피하면서 망설임 없이 우선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의 자리를 잘라내며 기동성을 없애고 그로 인해 빈틈을 보인 순간 스킬을 사용하여 목숨을 끊었다.
강설화, 마리아, 리제 셋이서 2마리만을 남겼을 때.
루벨트는 홀로 5마리의 몬스터를 상대하며 1마리 만을 남기고 있었다.
'실력이 너무… 달라.'
무기를 다루는 숙련도는 물론이며 휘두르는 공격의 위력과 민첩성, 판단력, 행동력, 그리고 실력에 뒤따라오는 자신감이 자신과는 다르다고 강설화는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황금의 기린아라고 불린 엘드라의 실력이란 말이야?'
순간 압도적인 실력차에 좌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했다.
'아니! 포기할 수 없어. 이 정도 실력차를 알았다고 해서 어쨌다는 거야. 내가… 내가 더 강해지면 그만이야!'
하지만 루벨트를 향한 대항심 포기할 수 없는 아버지를 향한 인정욕구가 강설화의 마음을 다잡게 하며 다시 전투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 다시 계속되는 전투가 이어졌고, 루벨트는 5마리의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여 남은 변이 스파이더 1마리뿐이었다.
카아앙!
"설화! 지금이에요!"
있는 힘을 다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의 앞다리 공격을 튕겨낸 마리아가 설화에게 신호를 보낸 순간.
강설화는 얼음을 박차고 높이 뛰어올라 몬스터의 머리를 향해 스케이트 날로 내려찍었다.
"아이스 스파이크!"
쩌저저저적!
머리에 날이 명중한 순간 명중한 부위에서 얼음이 솟아나며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는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하아, 하아, 하아."
'이제… 루크치아만 남았어.'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를 상대하느라 강설화도 리제도 그리고 마리아 또한 상당한 체력을 소비했다.
하지만 상대는 이제 루크치아만 남았고 아직 여력이 있어 보이는 루벨트가 남아있으니 충분히 승산은 있다.
강설화와 만이 아닌 리제와 마리아 또한 그렇게 판단했었다.
짝짝짝!
"대단하네~ 거기 있는 기린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설마 너희에게 내 아이들이 당하다니. 정말 요새 아카데미 생도는 얕볼 수가 없네~."
"왜… 웃고 있는 거야, 당신…."
혼자만이 남았음에도 전혀 초조해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박수까지 하는 루크치아.
강설화는 그 미소에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응? 그야~ 지금부터 절망할 너희의 얼굴이 기대되니까. 내 아이들은 아직 더 있거든."
"뭐…?"
"나오렴, 얘들아."
루크치아의 명령이 내려진 순간 쩌적하고 공간을 깨며 20마리의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가 나타났다.
"마, 말도 안 돼…!"
"여력이 더 있었군요."
"그럴 수가…."
"괜히 아공간을 따로 만들고 기다린 게 아니군."
"쿠쿠쿡, 맞아. 아아, 분해하고 놀라는 너희 셋은 정말 좋은 표정이야. 그에 비해… 흐음, 아직 절망이 부족하나 기린아는 재미없는 얼굴이네."
"아직 지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럼 어디 열심히 우리 애들의 장난감이 돼봐."
이번에는 20마리의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들이 습격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강설화와 리제 그리고 루벨트가 다시 대응하려고 할 때.
"홀리존!"
마리아의 외침과 함께 일행을 감싸며 보호하는 반구형의 결계가 펼쳐졌다.
습격하려던 변이 포이즌 스파이더들은 결계에 튕겨 나가거나 휘두르는 공격이 결계에 막혔다.
캉! 캉! 카카카카캉!
쩌적…!
하지만 다방향에서 쇄도하는 공격에 결계는 금방이라도 깨지려고 했다.
"마리아! 왜 갑자기 결계를…."
"리제. 리제의 오의를 쓴다면 몬스터들을 모두 해치울 수 있나요?"
"대부분의 몬스터는 해치울 수 있습니다."
"그 대답만으로 충분해요."
마리아는 결심하며 선언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오의를 사용할게요."
"마리아가 오의를?"
"제 오의는 파티의 체력과 마력의 회복… 그리고 일시적으로 힘을 증가시키는 버프 회복형이에요. 어차피 이리도 몬스터가 많은 이상 강한 공격력이 없는 저는 크게 전투에 도움이 되질 못해요. 그러니… 뒤는 부탁합니다. 설화, 리제, 루벨트 님."
마리아의 결의와 신뢰에 찬 얼굴을 보고 강설화는 차마 그만두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리아의 판단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마리아의 오의로 강화된 리제의 오의로 몬스터들을 단번에 쓰러뜨리고 남은 루크치아를 루벨트와 자신이 쓰러뜨린다.
"알겠습니다."
"…알았어."
"맡겨만 줘, 마리아."
"네. 여러분을 믿을게요."
기도를 하듯 양손을 모으며 마리아는 외쳤다.
"필드 전개!"
남아있는 모든 마력을 짜내며 마리아는 오의를 발동했다.
아공간의 풍경은 순간 웅장한 성당 안으로 바뀌었다.
마리아의 손에는 어느새 금빛의 로자리오가 들려 있었고 성당 안으로 내리쬐는 빛이 마리아를 비췄다.
웅장하고 신성함으로 가득해진 공간.
기도하듯 눈을 감고 있던 마리아가 개안한 순간.
"홀리 브레스!"
펄럭!
마리아의 등에 날개가 생겨나고 머리에는 헤일로가 떠오르면서 파티원 전체에게 회복과 버프를 주는 축복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