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5 - 145.공인은 안심감 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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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으로 이동해 카타나를 뽑으며 사범님과 대치했다.
도장에 도착할 동안 사범님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사제~ 힘내라~."
그리고 마찬가지로 따라온 치사키가 도장 한구석에서 나를 응원했다.
치사키, 날 응원해주는 건 고마운데 지금은 하지 마.
사범님 화를 더 지필 거 같으니까.
"루벨트 님."
검을 나에게 겨누며 대치하고 있던 사범님이 드디어 입을 여셨다.
"루벨트 님과 알게 된 지 벌써 수년이란 세월이 지났군요. 그 동안 전 루벨트 님을 가르치며 루벨트 님의 됨됨이를 봐왔습니다. 그러니 루벨트 님의 말에 거짓이란 없겠죠. 치사키와 결혼하겠다는 말도 치사키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말도 말입니다."
"네."
"어디 누구인지도 모르는 개뼈다귀 같은 놈이 그런 소리를 지껄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베어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루벨트 님입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은 꼭 지키시겠죠."
"그럴 마음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치사키를 아내로 삼는다니 아비로서 기쁠 따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 딸은 누군가와 결혼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크흑! 노후에도 치사키랑 오순도순 살 계획을 세우며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우와, 징그러."
치사키, 사범님에게 그런 말 하면 못써.
치사키의 말에 사범님이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했지만 사범님은 딱히 그런 반응은 보이지 않으셨다.
아마 일상에서도 저런 말을 해서 치사키의 대답을 들은 적이 많은 게 아닐까?
"어쨌든 저는 치사키의 아비 되는 자로서. 이미 루벨트 님의 됨됨이, 그리고 능력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루벨트 님이 과연 치사키에게 어울리는 남자인지를!"
"감사히 시험을 받겠습니다, 사범님."
"네, 그리고 또한 저는 시험해야 합니다. 루벨트 님이… 루벨트 님이…!"
지금까지 가만히 잔잔한 물결처럼 있던 사범님이 어깨를 떨며 카타나 손잡이를 강하게 쥐셨다.
그래.
역시 날 인정한다고 하시더라도 감정적인 면에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시겠지.
분명 딸을 빼앗기는 아비의 마음을 받아낼 자격이 있는지 사범님은 시험하실 거다.
'좋아, 그럼 나도 내 전력을 다해서 사범님을 안심시킬….'
"부럽, 크흠! 괘씸하게도 9명이나 되는 하렘을 구축할 남자인지!!! 이 덴라이 사토루가 시험하겠습니다!!!"
"응?"
"아무리 여러 여인을 두는 헌터가 있다고 할지라도! 루벨트 님 나이에 9명이나 되는 여성을 품은 자는 없습니다! 과연 엘드라의 후계자!!! 하지만 그 하렘 인원 되는 치사키의 아비로서!!! 가만히 그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법! 아니, 아비가 아닌 남자로서 더더욱 가만히 방치할 순 없습니다!"
사범님? 뭔가 취지가 치사키를 위한 게 아닌 남자로서의 질투가 섞여 있는 거 같은데요?
"갑니다, 루벨트 님! 너의 남자로서의 실력을 나에게 보여라아아아아아아앗!"
사범님이 거센 기세를 내뿜으면서도 평소와 같은 조용하면서 빠른 움직임으로 돌진하셨다.
감정이 격해지셔도 몸에 밴 숙련된 움직임은 여전한 점.
존경합니다.
하지만 나를 향한 거센 기세가 그 존경을 다 망치고 있다.
"우와, 촌스러."
치사키, 사범님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야.
우선 사범님이 휘두른 카타나를 정면에서 받아냈다.
"낙뢰!"
파지지지직!
카아아아아앙!
"읏…!"
역시나 사범님의 일격은 아주 묵직했다.
치사키와 같은 검술이지만 거기에 담긴 경험과 숙련 그리고 무게 자체가 틀렸다.
사범님은 살며시 카타나를 뗀 다음 빙그르르 몸을 회전시키며 이번에는 대각선 위로 검을 휘두르셨다.
"역천!"
콰르르릉!
그야말로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휘둘러지는 텐라이류의 검.
이것이야말로 텐라이류의 진수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검격이 선보여졌다.
평범한 헌터라도 잘못 맞았다간 큰 부상을 입을 일격.
하지만 지금껏 쌓아온 내 스텟은 충분히 사범님의 일격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낙뢰!"
치사키와 대련했을 때 자주 했던 방법.
올려 베는 역천에는 내려 베는 낙뢰로 상대한다.
하늘을 거스르듯 올라가는 검과 떨어지는 번개의 검이 서로 부딪치며.
파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번개소리를 울려 퍼졌다.
폭발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범님이 스킬명을 말하며 휘두르는 건 단 2번.
그 이후로는 텐라이류가 자랑하는 기술을 입도 뻥긋하지 않고 사범님은 연속으로 자아내셨다.
물론 그건 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사범님처럼 기술명도 외치지 않아도 한 치의 정도도 떨어지지 않고 텐라이류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일일이 기술명을 말하면서 카타나를 휘두르기엔 사범님의 검격은 매서웠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기술의 숙련이 부족한 건 기술에 불어넣는 마력을 증가시켜서 대체한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도장 안에서 몇 번이고 나와 사범님의 기술로 만들어진 폭음이 울려 퍼졌다.
30합을 넘게 카타나를 맞댄 후 사범님이 거리를 벌리신 후에야 천둥소리는 멎을 수 있었다.
"제 검을 이토록 막아내시다니 역시나 루벨트 님이십니다. 루벨트 님에게 검을 가르친 사범으로서 뿌듯하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의 숙련이 부족한 것을 마력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보이는군요. 앞으로도 더 정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범님의 경지에 쉽사리 도달할 리가 없죠. 제가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사범님의 발끝에라도 닿으려는 발버둥을 뿐입니다."
최대한 사범님이 좋아할 만한 말을 늘어놓으며 사범님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고 애썼다.
"더 이상 루벨트 님 상대로 평범한 기술로는 제대로 가늠할 수 없겠군요. 이 정도로는 제 부러… 크흠! 루벨트 님을 인정하려는 제 마음이 풀리지 않습니다!"
하렘에 관한 스승님의 질투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범님이 짓는 표정은 잘 알고 있다.
분위기는 딴판이지만.
정돈되면서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터질 듯한 기세.
입학식 때 치사키가 선보였던 기세.
"필드 전개!"
바로 텐라이류 오의를 쓸 때의 기세였다.
"우와, 나보고 입학식 때 오의 썼다고 혼냈으면서…."
그때하곤 상황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자, 받아보십시오, 루벨트 님! 저의 전심전력의 일격으으으으으으으을!!!"
아무리 마력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평범한 스킬로 사범님의 오의를 무사히 버틸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필드 전개."
나 또한 오의로 맞선다.
내가 필드 전개를 하자마자 사범님이 마치 번개와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내 앞에 다가오셨다.
"광천뇌참!!!"
콰르르르르릉!
짱짱한 하늘에 내리는 벼락과도 같은 일격이 실현되며 나를 향해 쇄도했다.
극도로 집중된 정신은 마치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눈앞 비치고 있다.
이미 공략법은 알고 있다.
원작 쿠단의 오의였던 이지스 실드.
어떤 공격이라도 한 번은 무효화시키는 그 오의를 쓰면 사범님의 공격도 분명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나의 목표는 사범님을 완전히 납득시키는 것.
다른 사람의 기술을 써서 막았다고 해도 일단 인정을 해도 사범님은 마음속으로 깊이 날 인정하지 않으실 거다.
사범님에겐 텐라이류의 기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치사키를 공략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계기는 그렇다고 할지라도 난 사범님 밑에서 검이란 무엇인가를 배웠고 텐라이류를 기반으로 한 몸놀림은 물론 검사로서의 마음가짐 또한 배웠다.
그리고 난 진심으로 사범님을 존경하며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한다.
그것을 위한 첫걸음이 바로 여기다.
텐라이류의 제자로서 사범님이 기뻐할 만한 선물을 지금 여기서 드린다.
지금껏 재현하지 못한 기술.
텐라이류를 완전히 습득했다는 결정체나 다름없는 오의.
그 오의를 지금 여기서 완성한다.
이미 시뮬레이션은 수없이 해왔다.
집중훈련을 하는 날에는 빠짐없이 텐라이류의 스킬을 하나하나씩 써가면서 텐라이류의 묘리를 몸 안에 새겨넣었다.
입학식 때 치사키의 광천뇌참을 직접 받아내고 지금 눈앞에 텐라이류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범님의 오의를 눈앞에 둔 지금.
여태껏 내 안에 쌓아왔던 텐라이류의 경험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범님의 시험이 시작되면서 가장 많은 마력을 쏟아붓는다.
텐라이류의 정수를 담은 번개가.
파직!
내 카타나에 깃들었다.
"광천…."
"…!!!"
"뇌참!"
사범님의 광천뇌참과 나의 광천뇌참이 부딪쳤다.
순간 새하얘진 시야와 함께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나와 사범님은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날아간 순간에도 곧바로 낙법을 사용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앞을 바라보면 사범님 또한 나와 같은 자세를 잡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광천뇌참을 완성했다.
완성시키며 사범님의 광천뇌참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의 마력을 소비했지만 아직 여유롭다.
아직 더 사범님의 시험을 받을 여력은 남아있다.
광천뇌참을 보여드렸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사범님이 오시는 걸까.
드디어 오의를 성공시켰다는 흥분과 열기가 내 몸을 맴돌았다.
조금은 싸움을 좋아하는 치사키의 마음이 이해될 것만 같았다.
자, 사범님!
얼마든지 오십….
"크흑…!"
"응?"
갑자기 사범님이 눈물을 흘리셨다.
"사, 사범님?"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사범님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함성을 내지르셨다.
"사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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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의 삽화 흑백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