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4 - 144.공인은 안심감 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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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분 좋았다!"
섹스를 마치고 뒷정리까지 모두 끝낸 뒤 치사키가 내뱉은 건 상쾌함과 만족감이 가득한 외침이었다.
"다행이네. 나도 기분 좋았어, 치사키."
"히히힛, 아직도 말짱하네, 사제? 얼마나 괴물 정력인 거야?"
"그러는 치사키야말로 말짱하잖아. 유메는…."
"쿨…."
"지금 지쳐서 완전히 뻗었는데."
"나도 지금 엄청 나른하고 피곤하거든~ 딱 좋은 나른함이야. 솔직히 이렇게 나른하려면 엄청 빡세게 훈련해야 하는데 하아아아아~암 사제랑 떡치면 너무 기분 좋아서 딱 좋게 피곤해진단 말이지."
치사키에게 있어서 나랑 하는 섹스는 빡센 훈련보다 체력을 소비하나 보다.
"스으으으읍… 하아아아… 역시 사제 냄새 너무 좋아…."
치사키가 알몸인 채로 내 품에 안기며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깊게 냄새를 들이마셨다.
부드럽고 말캉몰캉한 치사키의 피부가 닿아서 내 자지는 또 반응하며 껄떡였다.
껄떡이는 자지가 치사키의 배를 누르자 치사키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진짜 정력 괴물이라니까."
"치사키랑 유메가 너무 꼴려서 그러는걸?"
"한계라는 게 있어야 하지 않아? 아무리 나라도 이 이상 하는 건 좀 힘든데…."
"알아. 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
"기절한 나 따먹었으면서?"
"그건 날 계속 요망하게 유혹한 치사키 잘못이야."
"히히힛, 뭐 사제가 좋다면 나 자는 동안에도 해도 되는데~."
"그럼 내일 치사키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할걸?"
진심을 내면 밤새 내내 자고 있는 치사키를 상대로 할 수도 있다.
20년간 계속 단련해온 정력을 얕보면 안 되지.
"…오우. 그건 안 되지. 그럼 오늘은 얌전히 하아아암~."
치사키는 가슴팍에 묻었던 얼굴을 위로 옮긴 치사키는 내 얼굴이 볼을 비볐다.
"이대로 사제 끌어안고 자야지~."
"치사키도 참 애교가 많아졌네."
"응? 그야~ 쪼~아하는 쮸인님한테 잔뜩 상 받으니까! 싸우는 것보다 기분 좋은 걸 알려줬잖아?"
사랑을 준 만큼 치사키 또한 나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그대로 치사키의 포옹을 받으면서 난 옆에서 자고 있는 유메를 끌어안았다.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부드러운 두 사람의 몸에 감싸여 포근하고 꼴리는 기분이 끊이질 않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람의 온기가 너무 덥혀 있어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오히려 쾌적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으음… 음냐…."
여전히 내 볼에 얼굴을 찰싹 붙인 치사키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잘 자, 치사키, 유메."
쪽 쪽하고 유메와 치사키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나도 이만 잠을 청하려고 했다.
"아참, 사제!"
"응?"
그때 갑자기 치사키가 번쩍 눈을 뜨며 말했다.
"슬슬 말할 때도 됐으니까 내일 아빠한테 우리 사이 말하러 가자!"
"뭐?"
"그럼 잘 자! 음냐… 쿠우우우울…."
치사키는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아니, 내일 갑자기 사범님에게 말하자고?'
갑작스러운 의견에 당황스러워도 슬슬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긴 오래 숨겨오긴 했지.'
마침 내일은 토요일.
원래는 훈련기간이라고 정해서 하루 종일 실력 상승을 위한 메뉴를 소화할 예정이었다.
'훈련보다 더 혹독한 날이 될 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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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밥을 먹은 다음 유메는 집으로 돌아갔다.
"자! 고고! 가자가자!"
함께 유메를 배웅한 다음 치사키는 방긋 웃으며 사토루 사범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그리고 리제를 데리고 치사키와 함께 사범님이 계시는 치사키의 자택으로 향했다.
치사키의 집은 원작대로라면 텐라이류의 도장이 집이나 다름없었다.
자그마한 도장에 딸려 있는 주거가 사범님과 치사키가 함께 사는 곳.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작.
내가 제자로 들어가면서 드린 지원금으로 인해 사범님은 근처에다 아예 자택을 새로 지었다.
이미지를 설명하자면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좀 잘 사는 가족이 살고 있는 최신식 디자인으로 지어진 집이다.
참고로 도장에 있는 주거 공간은 그냥 창고로 쓰이고 있다.
"아빠! 나왔어!"
타아아앙!
"좋아! 응? 치사키, 왔니?"
집으로 들어가 거실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사범님이 스크린 골프를 하고 있었다.
실내에서 하지만 기분이라도 내고 싶으신지 골프복까지 갈아입고 머리에 캡을 쓰고 선글라스까지 쓴 사범님이었다.
"아빠, 또 집에서 그런 옷 입는 거야?"
"치사키! 뭘 하든 옷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잖니! 설령 스크린 골프라도! 실제 골프를 하는 것처럼 옷을 차려입은 것하고 안 하는 것하고는 결과 자체가… 응? 루벨트 님? 거기다 리제까지?"
평소에도 하는 말인지 청산유수처럼 사범님만의 논리를 펼치시다가 나와 리제를 보고 사범님이 선글라스를 벗으셨다.
"안녕하세요, 사범님."
"실례하겠습니다, 덴라이 사토루 님."
사범님은 우선 스크린 골프를 멈추고 우리를 응대해주셨다.
소파에 앉아 맞은 편에 앉은 사범님을 바라봤다.
"어쩐 일이십니까, 루벨트 님. 저희 집에 다 오시고. 혹시 과외에서 더 배우고 싶거나 모르는 점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니요. 사범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정확하고 제 몸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실 오늘 이렇게 걸음을 옮긴 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이유라… 아참. 그러고 보니 죄송합니다. 또 치사키가 떼를 써서 저택에서 또 밤새도록 시설을 쓰고 말았군요."
치사키가 우리 집에 자고 가는 날.
즉 내가 늦게까지 떡치는 날에는 치사키가 떼를 써서 밤늦게 훈련시설을 이용하는 거라고 사범님은 알고 있다.
뭐, 실제로도 내가 다른 인원을 상대할 때 종종 그랬으니 아예 거짓말은 아니다.
"아뇨, 괜찮아요. 누군가가 쓰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니까요. 오히려 치사키가 쓰면서 개선할 점도 찾을 수 있어서 도움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집에 찾아온 이유는…."
사범님이 재차 물으려고 할 때.
사범님이 시켜서 차를 가지고 온 치사키가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쟁반을 놓으며 말했다.
"아빠! 나 사제랑 결혼할래! 그거 말하려고 왔어!"
"…응?"
치사키는 빌드업이라든지 밑밥 같은 건 깔아두지 않고 노빠꾸로 이유를 말했다.
"뭐?"
물론 소중한 딸인 치사키의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니 사범님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순간 얼어버리고 마셨다.
"치, 치사키, 그게 무슨… 말이니? 하, 하하하, 아빠가 요새 귀가 안 좋나 보구나, 다시 한번…."
"나 사제랑 결혼할래! 사제가 내 쮸…."
"…."
치사키의 입에서 쮸인님이란 말이 나오기 전에 눈빛으로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서방님이 되는 거야!"
다행히 통했는지 그나마 나은 단어가 치사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서, 서방, 서, 서, 서, 서방…! 루, 루, 루, 루벨트 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사범님."
당황하시는 사범님의 모습이 좀 웃겼지만 그만큼 사범님도 당황하셨다는 뜻.
이럴 때는 진중하게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이 좋게 흘러갈 수 있는 비법이다.
양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사범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따님은 저에게 주십시오. 치사키를 제 아내로 삼고 싶습니다."
과연 사범님은 어떻게 나올까?
호통을 치시며 검을 휘두르시는 걸까?
아니면 너무 큰 충격에 정신을 잃어버리는 걸까?
사범님의 반응을 계속 기다리며 나온 결과는.
"루, 루벨트 님? 정말 괜찮은 겁니까? 치사키를 이… 이 천방지축을 진심으로 아내로 삼을 생각이십니까?"
"응?"
"엥?
사범님의 입에서 나오는 건 나를 향한 염려의 말이었다.
너무나도 예상외의 반응에 그만 바로 고개를 올려 사범님을 쳐다보고 치사키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범님을 쳐다봤다.
"루벨트 님,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루벨트 님은 장차 엘드라를 이끌어갈 몸… 제 딸이 무척이나 예쁘고 귀여운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십시오! 치사키가 엘드라의 안주인이 된 순간…! 벌어질 참사를! 허구한 날 훈련훈련훈련! 검사로써는 그게 좋지만 사교회에도 전혀 출석을 안 하고 오히려 사고만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빠, 너무 딸 욕 하는 거 아니야?"
"검사 되는 자! 자신을 객관화하는 건 중요하다 치사키! 그리고 남을 판단하는 눈도 길러야 하기 마련이란다!"
사범님은 생각보다도 냉정한 판단을 하시는 분이셨다.
"거 너무하네! 그리고 난 사교회 나갈 필요 없거든!"
"나갈 필요가 없다니!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거다, 치사키! 엘드라의 안주인이 된다는 건…!"
"애초에 그런 건 엘리가 할 거니까 난 필요 없거든!"
"엘리… 그래! 엘리 아가씨! 루벨트 님에겐 엘리 아가씨가 이미 있는데 어떻게 네가 루벨트 님의 아내가 된다는…!"
"하렘 인원이 되는 거니까 괜찮은걸!"
"하… 하렘…?"
끼기긱 하고 마치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오듯 뚝뚝 움직임이 끊어진 느낌으로 사범님이 날 쳐다보셨다.
"루벨트 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이럴 땐 더욱 당당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나가야 한다!
"충격을 받으실까 봐 말씀드리는 게 조금 늦었습니다! 사범님! 치사키를 제 아내! 즉 저의 하렘 인원 중 한 명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결코! 치사키를 불행하게 만들 일은 없을 겁니다!"
"…루벨트 님. 묻겠습니다. 하렘이라면 대체 몇 명인 겁니까?"
"현재 치사키를 포함해 9명입니다!"
"잠시 실례."
사범님은 소파에서 일어나신 후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잠시 후 도복을 입으시고 허리춤에 카타나를 차신 사범님이 날 내려다보면서 말씀하셨다.
"도장으로 나오십시오."
응, 이렇게 될 거 같긴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