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9 - 139.수색은 꼼꼼하게!
"오오오! 성공! 성공입니다, 도련님!"
"역시 후붕쿤이 만든 도구야!"
후붕쿤이 만든 절개기.
그 정체는 바로 대 스트렌저 특수 병기의 기술을 응용한 거였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배양한 시훈이의 피를 이용한 도구.
스트렌저나 몬스터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시훈이의 피는 응용하는 거에 따라서는 스트렌저의 힘이 사용된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정말 아, 아공간이 나타났어."
"저기에 남일이가! 남일아! 기다려! 형이 갈게!"
"우오! 스트렌저의 아공간이다! 야호!"
아공간이 눈앞에 나타나자 동생을 구하기 위해 뛰어가는 최준구와 흥분해서 뛰쳐나가는 치사키.
"리제, 막아."
"네, 도련님."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리제를 통해 막게 했다.
"아직 들어가면 안 됩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 다 같이 들어가시죠."
"읏!? 너, 넌 누구야!'
"뭐야, 리제. 이제야 모습 드러내는 거야?"
"네."
"다, 당신은 리제 트와인? 어째서 여기에…!"
리제의 등장에 놀라는 강설화.
사실 리제는 계속 우리 주변에서 은신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히로인 공략할 때도 아니고 이런 의뢰를 하는데 일부러 리제를 떼어놓을 리는 없다.
리제는 혹시나 주변에 스트렌저의 기색이나 다른 방해꾼이 없나 주변을 살펴주라고 내가 미리 지시한 사항을 따르고 있었다.
"전 언제나 도련님의 곁에 있습니다."
최준구를 잠시 진정시키고 우리는 다시 함께 아공간을 향해 걸어갔다.
검붉은 문을 지나고 나타나는 것은 으스스한 분위기의 공간과 최소 10개는 되어 보이는 거미줄로 꽁꽁 뭉친 고치들이었다.
"치사키, 고치들을 자르자."
"알았어~."
카타나를 꺼내 치사키와 함께 고치의 겉면을 베어냈다.
촤아아악!
"…역시."
고치 안에는 기절해 있는 아이가 있었다.
"치사키, 거긴 어때!"
"여기도 애가 있는데!"
"나, 남일아아아!"
아이가 있다는 말에 최준구는 빠르게 내 쪽과 치사키 쪽의 고치를 바라보고는 무기를 꺼내며 다른 고치를 마구잡이로 자르기 시작했다.
"형아가! 형아가 구해줄게! 으아아아!"
"치사키, 우리도 마저 자르자."
"알았어!"
촤악! 촤악! 촤아아악!
남은 고치를 모두 자르고 우리는 실종됐던 최준구의 남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일아! 형이야! 형 여기 있어! 으허어어!"
겨우 남동생을 찾아 최준구는 눈물을 흘리며 기절해 있는 남동생을 껴안았다.
"도련님, 모두 숨이 붙어 있습니다! 정신을 잃었을 뿐이군요!"
후붕쿤은 함께 아공간에 들어와 품에서 도구를 꺼내 기절한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른 문제 같은 건 없어?"
"흠, 여기에 오래 갇혀 있는 아이는 조금 영양부족상태군요. 그것 외엔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빨리 아이들을 챙기고 여기를 나가…."
파즈즈즈….
아공간을 나가려는 순간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쉽게 나가게 두진 않을 거 같군요."
"도, 도련님! 이 소리는…."
"걱정 마, 후붕쿤. 일단 내 뒤에 숨어 있어."
"넵!"
우리가 통과했던 아공간의 입구.
그 근처에 어느새 몸집이 큰 거미 형태의 몬스터 3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루크치아가 주로 다루는 병사 거미군.'
"아무래도 저놈들이 이 공간의 문지기인가 본데?"
"히힛, 지킬 거 이미 다 빼앗겼는데 농땡이 부리는 놈들이네."
텁! 하고 다시 카타나를 잡으며 치사키는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잠깐."
치사키의 앞을 강설화가 나서서 막았다.
"응? 뭐야?"
"여긴 내게 맡겨줘."
"엥? 그럴 필요 없이 내가…."
"치사키."
"…칫, 알았어~."
치사키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입을 쭉 내밀었다.
"어디 실력 한 번 봐보실까요~."
"셋(SET)"
강설화가 헤파이를 누르며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강설화의 전투복은 이른바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입을 만한 몸매 곡선이 그대로 드러난 하늘색 레오타드와 스타킹.
그리고 주무기는 그녀가 발에 신고 있는 아이스 스케이트다.
"아이스 필드."
툭. 하고 강설화가 바닥을 두드리자 순식간 쩌저적하고 앞의 바닥은 얼음으로 바뀌었다.
-파즈즈즈!?
갑작스러운 지형의 변화에 허둥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일반 거미병들 강설화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단숨에 거리를 좁혔고.
촤아아악!
마치 춤을 추듯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거침없고 아름답게 다리를 휘두르며 일반 거미병들의 몸을 차례대로 베어냈다.
깔끔하게 단 세 번.
특별 제작된 아이스 스케이트의 칼날에 마력을 둘러 강화시킨 뒤 휘둘러 뛰어난 절삭력으로 일반 거미병들을 해치웠다.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한 그 실력은 학년 2위를 하기에는 충분한 실력이었다.
"다 처리했어, 가자."
"오오~ 맞짱뜰 맛 나는 실력인데?"
"치사키, 입맛 좀 그만 다시고 우선 애들 챙기고 어서 나가자."
"네네~."
"저도 돕겠습니다, 도련님!"
후붕쿤도 도와 10명이 되는 아이들을 모두 아공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아아, 남일아! 남일아…!"
최준구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아직 정신을 잃은 자기 동생을 껴안았다.
"으, 으으으… 형?"
그때 마침 최준구의 동생이 눈을 떴다.
"남일아! 정신이 들어?!"
"형… 왜 울… 어? 여기 어디야?"
"아우! 아우 남일아! 으허어어엉!"
"으으… 형… 축축해…."
"아무래도 납치당했을 때 기억은 없나 보군요."
"다른 애들도 그런지 우선 조사해봐야겠지. 리제, 경찰에 연락해줘."
"알겠습니다."
잠시 후 경찰들이 와서 아직 정신을 잃은 아이들을 옮기고 신원확인을 시작했다.
"이걸로 이번 실종사건은 해결됐군. 수고했어, 치사키."
"엣헴! 수고한 줄 알면 상도 있겠지?"
"물론. 나중에 기대해줘."
"히히힛~."
히죽이는 치사키를 뒤로하고 멍하니 경찰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강설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설화. 오늘은 고마웠어. 네 추리가 있었기에 아공간이 있다는 것도 알아챘어."
"딱히 내가 아니어도 네가 생각할 수도 있었잖아? 저런 도구도 있었으니까."
"설마. 도구가 있어도 네가 말하기 전까지 난 떠올리지도 못했는걸. 네 덕분에 엘드라에 있었던 저 도구들을 활용할 수 있었던 거야. 고마워."
"과연 어땠을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강설화는 악수를 받았다.
"이 뒤에 가볍게 식사라도 하려는데 어때?"
"식사?"
"그래. 모두 오늘은 수고했으니까 게다가 납치당한 최준구의 동생도 뭐 좀 먹이고."
"…나는 됐어. 너희끼리 알아서 잘 먹어."
악수까지는 했지만 축하 식사 파티까지는 내키지 않는지 강설화는 손을 떼고 그대로 돌아갔다.
뭐,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지.
난 동생과 함께 있는 최준구에게 다가갔다.
"최준구."
"아, 에, 엘드라! 고마워! 우리 동생을 구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형아, 이 사람 그 사람이지? 어… 스트렌저 쓰러뜨렸다는 그 형아!"
"맞아, 남일아. 게다가 이 사람이 남일이 너도 구해줬어."
"정말? 와아! 형아 고마워요!"
최준구의 동생 최남일은 아주 예의가 바른 애였다.
"뭘. 그보다 배 안 고프니? 우리 밥 먹기로 했는데 같이 먹을래?"
"응! 먹을래!"
"나, 남일아!"
"괜찮아. 어차피 이번 의뢰를 같이 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먹으려고 하는 거니까. 게다가 납치된 동생한테도 영양 좋은 거 먹여야지. 안 그래?"
"으, 응. 고마워. 하지만 경찰조사도 있는데 괜찮을까?"
"그건 괜찮아. 우리 엘드라 쪽 직원이 알아서 할 테니까. 남일이라고 했지? 먹고 싶은 거 있어?"
"햄버거!"
"좋아, 그럼 햄버거집으로 가자."
그 뒤 우리는 햄버거집으로 가서 최남일이 먹고 싶어 하는 햄버거를 시키며 가볍기 식사를 했다.
"으음! 역시 햄버거는 먹기 좋은 음식입니다! 연구할 때도 한 손으로 잡고 먹기 참 편하죠! 우걱우걱우걱!"
어째 남일이보다 후붕쿤이 더 좋아하긴 했지만.
◈
강설화는 홀로 집에 도착해 침대에 몸을 눕혔다.
"하아…."
'루벨트 엘드라….'
강설화는 오늘 있었던 의뢰를 떠올렸다.
생각지도 못한 탐색 방법으로 아이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뿐만이 아닌 엘드라의 기술력으로 아공간을 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봐온 강설화는 내심 계속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외성, 대담성, 그리고 엘드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 모든 게 다 뛰어나….'
그리고 루벨트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 또한 강설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 져. 겨우 이 정도 차이를 본 것 정도로는 절대로.'
강설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루벨트를 뛰어넘겠다고.
루벨트를 뛰어넘어 아버지에게 자신을 인정시키겠다는 마음을 강설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능성은 있어….'
강설화는 루벨트가 했던 자신에 대한 칭찬을 떠올렸다.
'나도 엘드라의 생각을 뛰어넘을 수 있어.'
루벨트가 말했을 때는 솔직하게 인정하기 싫었던 말.
하지만 자신에게 있는 루벨트보다 뛰어난 점이라는 생각에 기뻤던 말.
그 말을 곱씹으며 강설화는 마음을 불태웠다.
'루벨트 엘드라… 반드시 이겨주겠어.'
◈
"어머, 잘도 내 보금자리를 멋대로 파헤쳐줬네?"
건물 옥상.
그 위에서 루크치아는 자신이 만들어낸 아공간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발견할 줄이야…. 정말~ 고치에 갇힌 채 쇠약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람하고 싶었는데~."
루크치아는 아쉬워하면서도 입꼬리를 올렸다.
"이래 버리면… 좀~ 더 그 루벨트 엘드라의 굴욕에 가득 찬 얼굴을 보고 싶어지잖아. 후후훗, 지금쯤 그 꼬맹이는 자기가 일을 해결했다고 기고만장해져 있겠지? 그런 틈을 타서…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위험해지고 있는 건 넌 알까? 하, 하하!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