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8 - 138.수색은 꼼꼼하게!
원작을 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만 표시하고 상세한 장소 묘사를 하지 않는 곳이라든지.
그저 몇 시간 수색한 뒤 증거를 찾았다는 등의 애매한 문장이라든지.
그러한 해설만 있으면 아무리 나라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번 실종 조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블블에서도 실종사건 조사를 할 때도 아무리 찾아도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하며 다음 날 다시 찾는 식으로 진행됐다.
3번 정도 그런 걸 반복한 다음 주인공이 불길한 예감이 든다! 같은 주인공 특유의 감각을 이용해서 우연히 납치되려는 아이를 구하고 납치된 아이들이 구속된 공간을 찾게 된다는 식으로 의뢰가 진행됐다.
'하지만 그리 오래 시간을 끌 수는 없지.'
원작대로 진행하는 게 예상하기도 쉽고 순탄하겠지만 실종사건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법.
게다가 시훈이 대신 내가 주인공 역할인 라스보스도 쓰러뜨리겠다고 다짐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걸 동원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
'뭐, 정 안 되면 시훈이도 추가로 부를 거지만.'
시훈이에게 도움 안 받는다는 고집 따윈 애초에 없다.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의뢰의 원만한 해결이니까.
"킁킁, 킁킁, 으음~ 이 근처에서는 안 나네. 다른 데 가보자!"
1시간 우리는 시가지를 치사키의 코에 의지하며 수색하고 있다.
"진짜 이 방법으로 찾을 생각인 거야?"
처음에는 가만히 따르고 있었지만 이내 참을 수 없었는지 강설화가 따지듯 나에게 물었다.
그 마음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겉으로 보면 수사를 하는데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겠지.
"이게 그나마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야. 우리가 가진 단서라고는 최준구의 남동생이 시내에서 사라졌다는 증언뿐이니까. 강설화, 넌 다른 방도 있어?"
"…CCTV라도 확인해보지, 그래?"
"그거야 물론 확인했지. 그래서 지금 치사키가 찾을 범위도 한정하게 만들었고 말이야."
"이미 했다고? 그걸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거야?"
"미안, 처음에 묻질 않길래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지."
"읏…!"
일부러 말 안 한 거지만 강설화의 약간 짜증 내는 얼굴을 보는 건 좋았다.
찡그린 느낌이 참 귀엽단 말이지.
"저, 저기 남동생 신발이라도 지금 집에 가서 가져올까? 그럼 더 잘 찾을 수 있어?"
한편 최준구는 치사키의 곁에 가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묻고 있었다.
"아니, 괜찮아. 냄새는 옷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보다 신발 냄새는 고약해서 싫어."
"그, 그렇구나…."
"킁킁… 킁킁… 음? 오? 뭔가 냄새나는데? 사제~ 이리 와봐~."
그때 치사키가 뭔가 단서를 찾았는지 나를 불렀다.
"아무래도 진척이 있는 거 같은데?"
"정말로…?"
의아해하는 강설화와 함께 치사키에게 다가갔다.
"뭐 맡기라도 했어, 치사키?"
"응. 희미하게지만 얘 동생 냄새가 나."
"저, 정말이야!? 어, 어디에서!?"
"지금 찾고 있어. 킁킁… 킁킁… 으으음… 이쪽이다!"
잽싸게 달려 나가는 치사키를 뒤쫓아 도착한 곳은 으슥한 골목이었다.
"여기서 제일 진하게 나네."
"여기가?"
"최준구, 여기 알아? 동생이 잘 드나들 만한 곳이야?"
"아니. 난 이런 곳 몰라. 우리 동생도 이런 데 돌아다닐 애가 아닌데…."
"치사키, 여기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
"나도 알아, 사제. 킁킁… 킁킁…. 음! 여기다!"
치사키는 뒷골목 여기저기 냄새를 맡다가 벽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여기서 진한 냄새가 끊겼어!"
"여기서? 여긴… 벽이잖아."
"남일아! 남일아! 너 거기 있어!? 남일아!"
최준구는 남동생을 거의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폭주하며 쿵쿵 벽을 두드렸다.
하지만 벽을 두드리고 외쳐봤자 벽 속에서 대답이 들릴 리 없었다.
"이봐, 진정해."
최준구를 잡고 벽에서 떼어내며 우선 진정시켰다.
"미, 미안. 하지만 남일이가… 우리 동생이…."
"심정은 이해해. 하지만 진정하고 기다려줘. 가장 큰 흔적까지 찾았잖아. 그치?"
"알았어. 미안."
최준구를 진정시키고 강설화를 향해 물었다.
"강설화, 넌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한다니?"
"치사키가 여기까지 냄새를 추적할 수 있었어. 하지만 냄새는 여기서 끊겨버렸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예상 가는 거라도 있어?"
너무 우리끼리 다 해결해버리면 강설화가 나설 자리가 없으니 우선 강설화에게도 이번 일을 함께 협력해서 해결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강설화는 팔짝을 끼고 턱을 집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학년 2등의 두뇌가 지금 굴러가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다고 하면… 아니, 그래도 설마… 하지만 정황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갈피를 잡았지만 확신이 안 서는지 말을 흐리며 혼잣말을 하는 강설화.
이럴 땐 말을 걸어서 억지로라도 결론을 내놓게 만드는 게 빠르다.
"생각난 거라도 있어? 지금은 뭐든 좋으니까 말해줘. 어떠한 가능성이든 염두에 둬야 하니까."
"…알았어."
강설화는 턱을 짚은 손을 풀고 팔짱만 끼며 설명했다.
"내가 생각해낸 가설은… 스트렌저가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거야."
"스트렌저가!?"
"오! 스트렌저가?"
강설화의 가설에 최준구는 경악하고 치사키는 흥미를 보였다.
"어디까지나 가설이야. 덴라이, 이 벽에서 완전히 냄새가 끊겼다고 했지?"
"응. 이 벽 근처에서만 진하게 남고 냄새가 다른 곳에서 묻거나 그런 흔적은 없었어."
"보통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생각할 수 있다면… 여기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아."
"즉 네 말은 그거지? 스트랜저가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이 벽에 스트렌저들의 능력 중 하나인 아공간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납치했다는 거."
"…맞아."
"나, 남일아…!"
아공간.
그건 공간이동과 마찬가지로 스트렌저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였다.
강철산 같은 경우에는 귀찮다는 이유로 이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반면 루크치아는 이런 능력을 납치 등에 곧잘 사용하곤 했다.
다른 스트렌저도 같은 스트렌저와 회의를 할 때 이러한 아공간을 활용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잠시 생각하는 걸로 이 가설을 생각하다니.
역시나 강설화였다.
"좋은 착안점이야. 치사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몰라! 뭐, 사제가 좋다면 좋은 거겠지!"
치사키에게 너무 추리를 바라는 건 잘못된 거였다.
"에, 엘드라! 남일이는! 우리 남일이는 무사한 거겠지!?"
최준구는 벌벌 떨며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소중한 동생이 스트렌저의 아공간에 잡혀 있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겠지.
"걱정 마, 반드시 찾아낼 거니까. 그리고 더 진정해. 동생하고 재회할 때 그렇게 떨어선 형의 위엄도 없잖아?"
"알았… 어. 그래, 무사할 거야, 남일이는 무사할 거야…."
최준구는 어떻게든 말을 되뇌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좋아. 그럼, 여기서부터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어떻게든 해본다니?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내가 내센 가설이긴 해도 스트렌저의 아공간을 조사할 방법은…."
"엘드라에겐 그 방법이 있지."
"뭐?"
헤파이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띡!
[무슨 일이십니까, 도련님!]
"후붕쿤! 아공간 탐지 센서랑 강제 절개기 있지?"
[물론이지요!]
"그것들 좀 내가 지금 보낸 주소에 보내줘. 써야 할 데가 생겼어!"
[정말입니까! 그럼 이 후루타 요이치로가 직접 들고 찾아가죠! 기다려주십시오, 도련니이이이임!]
10분 후.
"허억! 허억! 허억!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큰 가방을 메고 숨을 헐떡이는 후붕쿤이 도착했다.
"저 사람은?"
"우리 엘드라의 과학자야. 후붕쿤, 수고했어!"
"후붕쿤?"
"별명이야."
"아뇨!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산이든 바다든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개발한 아이들을 시험할 기회니까요!"
"그럼 바로 탐지기로 아공간이 생성됐나 알아줘."
"알겠습니다!"
후붕쿤은 바로 가방에서 탐사장치를 꺼냈다.
아공간 탐사장치는 앞에 커다란 안테나가 달려 있고 뒤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는 총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작동하겠습니다!"
꾸욱! 하고 방아쇠를 당기며 장치를 작동시키는 후붕쿤.
그 직후.
-삐용삐용삐용삐용!
바로 탐사기에서 소리가 나며 반응이 시작됐다.
"오오오! 이건! 바로! 바로 찾았습니다. 바로 이 벽에 아공간이 생겼다는 반응이 오는군요!"
"역시나. 강설화, 대단해! 네 추리가 맞았어!"
"어, 그, 그래? 뭐, 최대한 가능성이 있는 걸 생각해냈을 뿐이야."
강설화는 얼떨떨해하면서도 쑥스러움 숨기려고 했다.
"게다가 이것은! 생긴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군요! 이 정도라면 절개기로 억지로 아공간을 열 수도 있을 겁니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그거 정말이면 남일이를…!"
후붕쿤의 말에 최준구는 더욱 눈동자에 희망을 담았다.
"후붕쿤 절개기 꺼내줘."
"네! 도련님!"
내 명령에 후붕쿤은 가방에서 절개기를 꺼냈다.
"이건… 검?"
강설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절개기를 바라봤다.
절개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는 검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알맞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중앙에 찰랑이는 붉은 액체가 담긴 병이 박혀 있는 검.
그것이 후붕쿤이 절개기라고 부르는 물건의 모습이었다.
"저는 검을 다루지 못하기에… 도련님 부탁드립니다!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마력을 흘리면서 저 벽을 향해 휘두르면 됩니다!"
"알겠어, 후붕쿤!"
후붕쿤에게서 절개기를 받고 바로 버튼을 누르며 마력을 흘렸다.
꾸욱!
우우우우우웅!
마력을 연료로 삼아 병 안의 액체가 반응하며 검신에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이건… 굉장한 기운이야."
"오오! 뭔가 불꽃처럼 타는 거 같네!"
"간다!"
칼을 위로 올린 다음 그대로 수직으로 벽을 향해 베어냈다.
그 순간.
쩌저저저적…!
허공이 갈라지며 아공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