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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124화 (124/226)

Chapter 124 - 124.유혹은 대담하게!

강설화는 진성그룹의 외동딸로 태어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세계 최고 재벌은 엘드라라고 하지만 진성그룹 또한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었다.

그렇기에 어릴 적부터 강설화는 영재교육을 받고 또 부모에게 언제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1등이 되는 건 당연하다 2등은 필요 없다.

넌 진성그룹의 딸이자 진성그룹 회장 강진성의 딸이니까.

그런 말을 항상 강설화는 들어왔다.

교양을 쌓기 위해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과는 수준이 다른 교육을 받아오고 기본 교양이라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마스터하고 더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매력 또한 쌓아야 한다고 해서 시키는 데로 피겨 스케이팅도 하며 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마력이 각성했을 때 강설화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봤다.

"그래! 너도 헌터가 됐구나! 암! 당연히 이 진성그룹의 후계자라면 각성을 해야지! 엘드라의 후계자만 되고 우리 진성 그룹의 후계자가 안 될 리 없지!"

'아버지가 이렇게나 기뻐하시다니…!'

언제나 무뚝뚝하고 엄한 얼굴로 1등이 되라고 강조만 하던 아버지의 색다른 모습에 강설화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더… 더 훌륭한 헌터가 되는 거야. 그럼 아버지도 더 나를 인정해주실 거야!'

그날 강설화의 목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헌터가 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강설화는 그 뒤로 자신의 특기를 살려 피겨 스케이팅의 동작을 응용해 싸우는 전투법을 습득했다.

물론 전투만이 아닌 학업에도 충실히 집중하여 아버지가 만족하는 최고의 딸이 되고자 했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에서 수석으로 신입생 대표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강설화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이겼어! 내가… 내가 루벨트 엘드라를 이겼어!'

루벨트 엘드라.

종종 뉴스에서도 거론되며 황금의 기린아라는 별명이 붙은 엘드라의 후계자.

그런 루벨트를 제치고 자신이 신입생 대표가 됐다는 게 강설화는 너무나 뿌듯하고 기뻤다.

"아버지. 제가… 제가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의 신입생 대표로 뽑혔어요!"

"그래, 들었다. 잘했구나."

'아버지가 날 칭찬해주셨어…!'

평소에는 언제나 그렇군, 알겠다. 라는 식으로 마치 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자신의 아버지가 잘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강설화는 처음 소식을 알게 됐을 때보다 너무나도 기뻤다.

평소에 부모의 칭찬을 받은 적이 없으니 이런 칭찬 하나하나가 강설화에겐 달달한 꿀과도 같았다.

하지만 달콤한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입학식 이후 강설화는 최선을 다해 아카데미뿐만이 아닌 자택에서도 훈련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루벨트 엘드라를 계속 이기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에게 계속 칭찬받기 위한 동기가 강설화를 더욱 노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도중 도저히 믿기지 않은 뉴스를 강설화는 듣게 됐다.

루벨트 엘드라가 공원에서 스트렌저 강철산을 격퇴했다는 뉴스였다.

'강철산을 격퇴했다고?'

강철산은 최소 B급 헌터의 실력을 가졌다고 알려지는 스트렌저.

그런 스트렌저를 물러나게 했다는 거 자체가 이미 학생의 영역이 아니었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강설화는 그 사실을 쉽사리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냥 물러서게만 한 걸 거야. 쓰러뜨린 것도 아니야. 그 스트렌저도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루벨트가 아닌 자신이 신입생 대표가 됐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한 강설화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허나 그런 강설화의 마음을 다시 흐트러지게 만드는 소식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던전 실습 날.

루벨트가 스트렌저 강철산을 단독으로 해치웠다는 소식이었다.

"터무니없군. 저 나이에 스트렌저를 쓰러뜨리다니."

함께 식사할 때도 아버지 입에서도 오른 루벨트에 관한 소식.

"엘드라는 괴물을 키우고 있었군."

괴물.

강진성 회장은 루벨트를 규격 외의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의견에는 강설화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루벨트가 세운 업적은 터무니없었다.

'왜 네가 신입생 대표로 뽑히지 않은 거야? 루벨트 엘드라.'

그리고 중간고사 성적 발표날.

강설화는 순위를 노려보았다.

1위 루벨트 엘드라.

2위 강설화.

'역시….'

예상은 했다 하더라도 결과를 눈앞에서 보니 분한 건 변함없었다.

"강설화."

"…엘드라."

그때 강설화에게 루벨트가 먼저 마을 걸었다.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 있던 분함은 엘드라를 노려보게 했다.

그리고 루벨트와 대화를 하면서 강설화는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루벨트가 자신을 라이벌로 생각했다.

신입생 대표를 뺏긴 후 자신에게 1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다음에도 지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강설화로서는 예상치 못했다.

루벨트가 그저 이기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2등인 자신을 비웃으러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루벨트가 자신을 라이벌로 생각하며 마치 지금 이 결과는 자신을 목표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 루벨트 엘드라가 나를 라이벌로?'

아버지에게 칭찬받은 것과 다른 의미로 강설화는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분한 것은 분한 것.

강설화는 루벨트에게 자신이야말로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방과 후.

'루벨트 엘드라….'

강설화는 귀갓길에 분함을 삭이며 귀가했다.

'다음엔… 다음엔 내가 1등을 거머쥐겠어. 그래야만 아버지가 날….'

자택에 도착 후 강설화는 바로 강진성이 있는 사무실로 직행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그래."

강진성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성적은 나왔더냐."

"…네."

아버지의 물음에 방금까지도 있었던 분함이 사라지고 부모에게 잘못을 고하게 될 어린아이처럼 강설화의 마음은 위축됐다.

"2등이었습니다…."

강설화는 말함과 동시에 눈을 질끈 감았다.

2등이라고! 라고 외치며 자신의 아비가 호통을 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 건 호통이 아닌 평탄한 어조의 물음이었다.

"1등은?"

"루벨트 엘드라였습니다."

"그렇군. 가 봐라."

평소하곤 너무나도 다른 반응.

강설화는 아비의 말을 바로 따르지 않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혼내시지… 않는 건가요? 2등을 했는데…."

"왜 혼내야 하지? 1등은 루벨트 엘드라라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그럼 2등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나가 봐라."

강진성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강설화는 이해했다.

강진성은 루벨트와 자신을 같은 선상에 놓지 않았다.

경쟁상대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루벨트를 그저 괴물.

어찌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한 거다.

동시에 강설화로서는 루벨트에게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루벨트를 이길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알겠… 습니다."

강설화는 사무실을 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꽈악!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며 치마를 쥐었다.

분했다.

자신이 전혀 상대도 되지 않을 거라고 정하고 기대조차 하지 않은 아비의 반응이 강설화는 분해 미칠 것만 같았다.

'엘드라는… 엘드라는 날 라이벌로 생각했었는데. 어째서 아버지는…!'

또한 루벨트 가 자신을 라이벌이라고 말한 발언 덕분에 분함은 치솟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인정받고 싶었다.

자신에게 기대를 저버린 아버지에게.

이기고 싶었다.

자신을 라이벌이라 부르는 루벨트에게.

'반드시… 다음엔 반드시 이길 거야, 루벨트 엘드라….'

분함을 장작 삼아 강설화의 가슴속에서 지금껏 없었던 투쟁심이 불타올랐다.

주말.

'오, 오늘은 루벨트 님이 오시는 날…!'

마리아는 한창 긴장하고 있었다.

저번 맺은 루벨트가 고아원에 온다는 약속.

오늘이 바로 그 약속 날이기 때문이었다.

성적이 발표된 날의 방과 후.

루벨트는 마리아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마리아.]

"아! 루벨트 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저에게 부탁하실 일이라도…."

[저번에 약속했잖아? 고아원 들리겠다고. 이번 주 토요일에 갈려고 하는 데 어떨까?]

"이, 이번 주 말인가요!?"

[응, 혹시 안 될까?]

"아뇨! 안 되긴요! 괜찮아요! 그럼 토, 토요일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루벨트 님!"

[알았어. 그럼 그때 만나.]

전화가 끝난 후.

"시, 시훈!!!"

"응? 으악! 뭐, 뭐야, 마리아!?"

"루벨트 님! 루벨트 님이 좋아하시는 게 뭔지 아시나요!?"

"뭐!?"

마리아는 한창 봉사활동 중인 시훈에게 다가가 다급히 루벨트의 취향을 캐물었다.

-루벨트라면 달리 대접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괜찮… 으악! 알았어! 생각할게! 생각할 테니까 어깨 그만 흔들어!

필사적으로 더 캐물었기에 마리아는 루벨트의 취향을 하나 알아낼 수 있었다.

-크흠, 그게… 루벨트는 그 마리아 너도 알다시피 하렘파잖아? 그만큼 여자도 밝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마리아는 예쁘니까 평소대로 있어도 루벨트는 좋아하지 않을까… 예, 예슬아? 왜 그래? 아니, 예쁘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예슬이 네가 가장…!

'루벨트 님은 여성을 좋아하셔… 신사적이시면서도 하렘을 추구하는 만큼 남성의 욕구도 강하신 분…. 그런 내가 루벨트 님에게 대접할 수 있는 건….'

마리아는 결심하며 옷장 서랍을 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걸… 입을 때가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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