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116화 (116/226)

Chapter 116 - 116.협조는 사이좋게!

트윈 스타 시절의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초조함에 빠져 있었다.

아예 망한 수준은 아니지만 더 이상 성장할 기색이 안 보이는 성적.

고정팬들은 있었지만 새로 늘어나지 않은 유입.

더욱 높이 올라가고 싶지만 그렇게 녹록지 않은 현실.

그리고 팬들을 위해 준비한 굿즈들이지만 재고가 많이 쌓여 오히려 적자인 현 상황에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소모되었다.

그런 때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했다.

지금 현 상황을 없애려면 컨셉.

아이돌을 인상 짓는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트윈 스타는 따지고 보면 가수에 가까울 정도로 춤보다는 노래에 집중한 아이돌 그룹이었다.

하지만 아이돌을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노래도 노래지만 매력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보는 게 본 목적.

처음에는 노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결심을 했다.

"아이카."

"아샤…."

""우리 컨셉 짜볼래? 어?""

서로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알며 둘은 서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는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서로 꺼낸 컨셉에 대한 토론을 나눈 끝에 둘은 다투고 헤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된 거예요."

"음, 말하자면 방향성 차이라는 거지?"

"네."

"일단 두 사람은 각각 그때 어떤 컨셉을 정했는지 말해줄래?"

아이카는 찡긋 윙크를 했다.

"물론 아이카는 귀여~운 큐트 컨셉으로 밀고 나갔어요! 아이돌 하면 큐트잖아요!"

"저는 지금 저처럼 섹시함을 강조한 컨셉을 주장했어요. 그저 귀여운 것만으로는 인기를 끌 수 없어요."

"지금도 큐트한 아이카는 잘 나가고 있거든!"

"글쎄? 저번 인기 차트에서는 내가 1위지 않았나?"

"번갈아 가면서 1위하고 있으면서 우쭐대지 마! 저저번엔 아이카가 1위였거든!"

으르릉하고 다시 서로를 노려보는 아이카와 아나스타샤.

그때 루벨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럼 어째서 각자 큐트랑 섹시 컨셉을 생각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네? 그건…."

"왜 그런 컨셉을 주장했냐면…."

루벨트의 물음에 새삼 어째서 당시 그런 컨셉을 밀고 나갔는지 두 사람은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윽.""

자신들이 주장했던 것의 기원이 뭔지 떠올린 두 사람은 움찔하고 떨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둘 다 왜 그래? 혹시 기억 안 나?"

"아, 아뇨! 기억났어요! 귀여~ 운 아이카는 머리도 좋으니까요!"

"저도 기억났어요! 기억은 났는데…."

두 사람은 말하기를 망설였다. 만약 이 자리에 둘뿐이었다면 얼버무리고 헤어졌겠지만.

이 자리에는 루벨트가 있다.

자신들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하는 절대신 스폰서이자 원초팬.

그런 루벨트의 바람을 두 사람은 차마 얼버무리거나 거짓을 얘기하는 걸로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먼저 용기를 낸 건 아나스타샤였다.

"제가… 제가 섹시컨셉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한 건 아, 아이카 때문이었어요."

"아이카 때문?"

"조용히 해. 말하고 있잖아. 크흠, 그게… 아이카는 그… 취미가 격투기를 보는 거라서요."

"아샤!"

"설명하려면 이거 말해야 한단 말이야. 제발 좀 듣고 있어!"

아이카를 다물게 한 후 아나스타샤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 자극적이고 또 이해하기 쉬운 거예요. 아이카가 격투기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거기에 영감을 받아서 좀 더 팬들이 모일 수 있도록 섹시 컨셉으로 나가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카한테도… 어울릴 거 같았구요."

"아이카랑?"

"아이카는 좀 유치한 성격이긴 해도 스타일은 좋고 일을 한 번 하겠다고 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갈 정도로 행동력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섹시 컨셉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카가 섹시라니…."

아나스타샤의 얘기를 들은 루벨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카를 바라봤다.

"그렇구나. 그럼… 아이카의 이유는 뭐였어?"

"아, 아이카요?! 아이카는… 큐트 컨셉 잡은 것도 아샤를 보고 생각한 거였어요."

"나를 보고?"

"사실 아샤는 귀여운 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집도 봐보면 귀여운 물건으로 치장하고 인형들도 잔뜩 있고 잠들 때는 곰식이라는 큰 곰 인형 없으면 못 자는…."

"아이카!"

"아샤도 아이카 취미 밝혔잖아! 이번엔 아샤가 조용히 있어!"

"으…."

아나스타샤가 입을 다무는 걸 확인하고 아이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샤는 귀여운 인형을 끌어안으면 정말 행복한 얼굴을 하거든요. 게다가 귀여운 건 여자한테도 인기 있고… 무엇보다 아이돌이 귀여움을 어필하면 팬들이 더 늘어나는 건 당연하니까요! 게다가 아샤도 귀여운 거 어울렸고…."

"내가 귀여운 게 어울린다고?"

"아샤는 둔해서 아직도 모르지? 인형 끌어안고 헤벌레 미소 지을 땐 내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아샤의 매력을 뽑아내면 더 좋을 거 같아서… 뭐, 그런 생각했던 거예요,"

즉.

둘이 과거 각자의 의견을 꺼낸 이유는 파트너의 취미를 참고로 삼고 또한 파트너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결정이었단 거였다.

그 해답을 듣고.

"하하하하!"

루벨트는 웃음을 터트렸다.

""루벨트 님?""

"아, 미안. 그… 다 듣고 나니까 안심이 돼서."

"안심이요?"

"뭐가 안심이란 거예요?"

"그야… 결국 그때 헤어진 것도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고 좋아해서 그랬다는 거잖아? 지금 서로 놀란 걸 보니까 다툴 때는 서로가 주장했던 이유도 말 안 하고 엇갈리다가 그런 거고."

"아."

"으."

루벨트의 앞에서 과거 헤어진 이유의 진상을 설명받자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시에 뻘쭘함을 느꼈다.

당시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서로 헤어진 이유가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은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

오히려 서로를 생각한 의견을 내고 고집하느라 찢어지게 된 것이니 그런 과거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럽고 뻘쭘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마냥 기뻐하기도 어색했다.

오해가 풀린 건 좋지만 정작 여태까지 서로가 고집을 부린다며 앙숙처럼 지내 온 기간은 두 사람이 바로 화해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긴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어떻게 지내야 할지.

이제와서 뭐라 말하면 좋을지 망설일 때.

"아이카, 아나스타샤."

루벨트가 두 사람을 불렀다.

""네, 네!""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또 이런 자리를 가지면 안 될까?"

루벨트가 두 사람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해가 풀렸다고 해서 바로 화해할 거란 생각은 나도 안 해. 그래도 트윈 스타의 팬으로서 난 두 사람이 앞으로 더 친해졌으면 해. 그러니까… 날 위해서라는 이유라도 좋으니까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 안 될까?"

"무, 물론 가지고 말고요!"

"루벨트 님의 부탁이니까요! 루벨트 님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네요! 아이카 힘낼게요!"

스폰서의 부탁이라는 연예인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카드라는 이유를 루벨트는 두 사람에게 제공했다.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서로 어떻게 말을 걸지에 대한 부담감이 루벨트 덕에 매우 가벼워졌다.

"아이카는 아주 이해 깊고 귀여운 아이돌이니까요! 어린애 같았던 아샤의 지금까지의 투정을 이해할게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이카?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던 건 너잖아? 나야말로 어른스럽게 지금까지 고집부렸던 널 이해해줄게. 날 너~무 생각하고 좋아해서 그런 건데 어쩌겠어?"

"뭐!? 아샤야말로 오히려 아이카를 너~무 좋아하고 생각해서 고집부렸던 거 다 알거든? 지금 부끄러워서 얼버무리는 거야? 귀여워라~?"

파직파직하고 서로를 노려보며 다시 신경전을 벌이는 아이카와 아나스타샤.

하지만 예전과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없고 서로 부끄러움을 숨기는 듯한 보기 흐뭇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만족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루벨트는 말했다.

"아이카, 아나스타샤. 혹시 지금 시간 낼 수 있어?"

"시간이요?"

"오늘은 루벨트 님을 위해서 더 이상 일정은 없어요."

"잘됐네. 그러면…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라든지 있어?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한 뜻으로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거 쏠게."

"정말이요!"

"고맙습니다, 루벨트 님!"

식사를 쏜다는 말에 두 사람은 기뻐했다.

루벨트에게 무언가 호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음식으로 선물한다는 게 좋았다.

엘드라의 후계자인 루벨트가 만약 물건 같은 걸로 선물한다면 자신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가 아닐까 괜히 마음 졸일 필요도 없다.

아이돌로서 성공해서 제법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카와 아나스타샤지만 제법 호화롭기에 루벨트 수준의 재벌과 자신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 부를 가지고 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던 것이다.

"그럼 아이카! 거기 가고 싶어요! 이 근처에 새로 생겼다던 레스토랑이요! 이름은 분명 미라지! 미라지였어요!"

"거기라면 나도 들어본 적 있어. 거기 음식이 정말 정평났다고 소문이…."

"아, 거기 엘드라에서 운영하는 곳이야. 마침 잘됐네. 거기로 가자."

"어? 거기 엘드라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정확히는 엘드라의 자회사가 시범 삼아 운영하는 곳이야."

"그 5성급으로 보이는 호화 레스토랑이 시범 삼아…."

"역시 엘드라…."

새삼 다시 느끼게 된 엘드라의 재력을 느끼며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루벨트를 따라 레스토랑 미라지로 가 식사를 했다.

"맛있어~! 아이카의 혀에서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고급스러움이 흘러넘치고 있어~!"

"이게… 이게 최고급 음식! 양은 적지만 질로 모든 걸 만족시키는 맛…!"

"하하, 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만큼 시켜. 아카데미에서도 많이 움직이지만 아이돌까지 하려면 영양이 많이 필요하잖아?"

"루벨트 님 최고~! 배려 많은 루벨트 님 너무 멋져요~! 아이카 반해버려!"

"아이카, 너…! 크흠! 감사합니다, 루벨트 님! 저도 루벨트 님이 최고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최고의 남성이에요!"

"아샤도 어택하고 있잖아."

"시끄러!"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루벨트는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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