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8 - 108.미망인 음탕무녀와의 달콤한 시간
함께 카페를 나온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인적이 드문 골목 쪽으로 이동했다.
골목 근처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아나스타샤는 아이카를 노려봤다.
"…대체 무슨 짓이야, 아이카?"
"뭐가?"
"뭐긴! 왜 끼어들어서 방해해!"
"당연히 방해하지! 아이카가 아나스타샤가 그대로 루벨트 님에게 손대려는 걸 두고 볼 줄 알아!"
"너도 어제 대련 신청했잖아!"
"아이카는 당당히 앞에서 했는데요~ 누구 씨처럼 비겁하게 몰래 하지 않았는데요~."
"시끄러! 정말 넌 예전부터 제멋대로야!"
"아샤야말로 숨기고 몰래 뭐 하려던 거 여전하던데!"
""으으윽!""
두 사람은 서로 이빨을 갈며 서로를 노려봤다.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먼저 시선을 피하며 깊게 숲을 내쉬었다.
"하아, 어떡할 거야! 너 때문에… 루벨트 님 앞에서 너랑 같이 노래해야 하잖아!"
"그게 왜 아이카 잘못이야! 애초에 아이카도 너랑 노래하는 거 싫거든!"
서로 같이 노래 부르기 싫어하는 아이카와 아나스타샤.
하지만 그걸 바라는 게 루벨트라는 점에서 그녀들은 거절할 수 없었다.
신이나 다름없는 최대 스폰서의 루벨트의 부탁을 거절한다?
과연 어떤 불이익이 올지 그녀들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거기에 더해.
"설마 루벨트 님이… 그때부터 우리 팬이었다니."
"그 시절 우리 기억하는 사람 별로 없었는데."
아이카와 아나스타샤가 원래 싱어 그룹으로 활동했던 아이돌 시절.
그때의 두 사람은 그럭저럭 인기만 있고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이돌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더 성장하기 위한 방향성에서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고 그걸 발단으로 계속된 언쟁이 이어지다 그룹은 해산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그 시절의 루벨트가 자신들을 왜 지원해주지 않았느냐는 불만이나 의문은 가지지 않았다.
팬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여러 좋아하는 아이돌 중 한 그룹 정도라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오히려 옛 시절이 자신들이 엘드라의 후계자이자 현재 절대신이나 다름없는 스폰서의 안목에 띄었다는 사실은 신인 시절부터도 자신들은 가능성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가지게 했다.
그런 두 사람이 탓한다고 한다면 그건 루벨트가 아니라.
''만약 그대로 내(아이카의) 주장대로 컨셉 밀고 나갔더라면….''
과거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던 상대방이었다.
다시 서로를 노려보다가 멈춘 두 사람은 당장 닥친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다.
"어쩔 거야."
"뭐가."
"루벨트 님이 우리 그 시절 노래 생으로 듣고 싶어 한다잖아. 만약 네가 그때 가사 까먹으면 큰일일 거 아니야."
"뭐! 가사 쓴 거 아이카거든! 너야말로 노래 음정 다 까먹은 거 아니야!"
"곡 만든 거 나야! 음정 까먹겠어! 어쨌든! 루벨트 님 앞에서 절대로 실수할 순 없어!"
"그건 아이카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그래! 그러니까!"
""당분간만이야!""
두 사람은 그 시절의 노래를 루벨트의 앞에서 멋지게 선보이기 위해 공동 연습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
금요일 아침.
나는 평소와 같이 리제와 함께 리무진에 타며 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리무진 안에서 나는 대략적인 일정 정리했다.
'1장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2주는 여유롭고… 다음 주에는 아이카하고 아나스타샤와 파티를 짜서 던전. 2장에 들어선 후에는 다른 반과의 합동 훈련 및 던전 탐사 그리고 중간고사 시즌이니 그때 마리아하고 강설화의 공략을 진행하자. 생도회장인 리샤는 2학기에 들어서도 늦지 않으니 조금 여유롭게… 2장 후엔 스텟 상승 훈련도 좀 더 집중적으로 해볼까.'
띠링!
정리가 거의 끝났을 무렵 헤파이에 넣지 않고 주머니에 있었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이 시간이면 아야메겠네.'
매일매일 오는 일과 중 하나.
그건 등교하는 도중 아야메에게 오는 셀카 사진을 보는 거다.
'어디 오늘은 어떤 사진일까… 음?'
오늘 아야메가 보내온 셀카 사진.
그건 카구라가 입던 전투 무녀복을 입고 윙크와 v자를 하는 아야메의 모습이었다.
[제가 생도 때 입었던 옷이에요. 오늘은 이 복장으로 해요, 서방님♡]
생각해보니 카구라의 복장도 야기츠네 무녀로서의 복장.
아야메도 한 때 이 복장을 입었던 거다.
즉, 딸 복장 코스프레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도시절 추억의 옷 같은 느낌.
그렇게 생각하니 외견에서 오는 배덕감과 함께 청춘시절의 아야메랑 한다는 상황에 흥분이 맴돌았다.
"도련님, 아야메 씨가 보낸 사진이 마음에 드신 겁니까?"
"응? 아, 그래. 아주 좋아."
"아야메 씨가 오늘은 자기 차례여서 힘낸 모양이군요."
"그러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친목회 후 여성진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주의 누가 나랑 길게 잠자리를 가질지에 대한 계획도 정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걸 우선하고 그걸 제외하면 프로그램을 돌려 공평하게 사다리 타기 형식으로 정한다.
예외를 두자면 내가 해당 날 차례가 아닌 사람과 하고 싶다고 하면 순서를 바꾼다.
뭐, 나도 사랑하는 하렘 인원의 화목을 위해 그 결정에는 가능한 따를 예정이다.
내가 다른 히로인 공략을 진행하면 더 순서 정하기가 복잡해지겠지만, 그땐 아무리 많이 늘어나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내가 더 힘쓰면 되는 일이다.
1교시.
우리 반의 담임은 디아스 선생님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도들에게 말했다.
"이제 중간고사도 얼마 안 남았다. 그건 너희도 잘 알고 있겠지? 아카데미에서의 필기 시험은 다른 일반 대학과는 다르게 심화교육이 아닌 정말로 기초적인 것만을 위주로 한다. 만약 이런 기준으로도 성적이 저조하여 낙제를 받으면 정말로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라."
디아스 선생님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필기에 한해서는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의 요구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난이도를 따지면 진학고 쪽이 더 어려울 정도다.
물론 그런 난이도라도 어려워하는 생도는 항상 있다.
왜냐하면 프로메테우스 아카데미는 우선 마력을 각성한 자라면 우선적으로 입학시키기에 머리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서도 죽상인 생도들이 몇몇 보인다.
"시훈아, 너도 열심히 해라."
"루벨트, 나 그 정도로 못하진 않거든?"
시훈이는 고등학교 시절 때 내가 같이 공부시켜준 적이 있어서 지금도 공부 머리가 나쁘진 않았다.
블블에서도 필기 시험 구간은 간단한 퀴즈 형식으로 지나간다. 다 틀리더라도 중하위권 정도니 주인공의 머리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즉 내가 공부시켜 공부 머리가 올라간 시훈이는 전혀 걱정이 없다는 거다.
애초에 블블에서 진정한 시험은 필기 시험이 아니다.
"그리고 필기 시험이 끝나면 여태껏 너희가 쌓아온 실력을 채점하기 위한 실기 시험을 치를 테니 각자 준비를 잘하도록! 시험 방식은…."
블블에서의 실기 시험.
그건 아카데미의 기술을 응집해 만든 인공 시뮬레이션 던전을 이용한 실력 테스트다.
인공 시뮬레이션 던전에 생도가 들어가게 한 뒤 던전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채점을 매기는 게 실습 시험 방식.
어디까지나 개인의 실력을 보는 것이기에 파티로써 볼 수는 없는 시험이다.
블블에서는 적당히 구조가 짜인 던전을 이동하며 몬스터와 싸우고 헤쳐 나가며 인공 던전 마지막 부근에 기다리고 있는 상대와 싸웠다.
디아스 선생님은 실기시험 방식을 생도들에게 설명한 후 수업을 이어나갔다.
참고로 디아스 선생님은 일부러 실기 시험의 핵심.
마지막 던전에서 마주하게 될 상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설정상 이건 아카데미의 전통 같은 거였다.
위험한 일도 아니니 자그마한 서프라이즈 같은 형식의 은폐다.
◈
오후의 대련 실습시간.
아이카나 아나스타샤가 서로에게 지지 않을 기세로 대련 신청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실습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서로를 상대로 대련을 시작했다.
예상할 수 있는 건 어제 내가 서로 합을 맞추기를 원하는 뉘앙스로 말해서 그 연습 겸 서로를 향해 분풀이로 대련을 한다는 거였다.
치사키는 엘리하고 대련했고 리제나 다른 애들은 각각 다른 생도와 대련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하아압!"
카아앙!
"윽!"
"간격 재는 게 아직 어설퍼, 시훈아."
"알았… 어!"
시훈이 실력도 볼 겸 시훈이와 대련을 하고 있다.
이번에 시훈이를 상대로 쓰는 건 창이다.
시훈이가 검을 휘두르며 어떻게든 간격을 좁히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빈틈이 보이는 곳을 향해 재빠르게 창을 내지르거나 휘두르는 검을 휘감듯이 창을 놀려서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캉!
캉!
카캉!
"루벨트! 그거! 쳐내듯 흘리는 것 좀 그만하면 안 될까!"
"이 방법을 파훼할 생각을 해야지 그만두라고 부탁하면 어떡해, 시훈아! 힘내! 넌 할 수 있어!"
"하려고 해도 바로 다른 수단으로 막잖아!"
"당연하지! 이건 대련이니까! 분하면 더 성장해! 게임 말고 이거라도 잘해야지!"
"으아아아악! 너 진짜아아아!"
역시 시훈이를 살살 골려 먹는 건 재밌단 말이야.
성격도 어찌 됐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포기하려고 해도 조금 건드려주면 바로 불타오르니까.
역경에 부딪혀서 좌절할 거 같아도 다시 일어나는 주인공에 걸맞은 성격이다.
"허억! 허억!"
"수고했어, 시훈아. 자, 이온음료."
시훈이하고 대련을 끝내고 남은 시간은 휴식하기로 하며 시훈이에게 이온음료를 건넸다.
"꿀꺽꿀꺽꿀꺽! 푸하! 루벨트 너 진짜! 나랑 대련할 때만 묘하게 빡세지 않아?"
"그만큼 친구인 네가 더 강해지길 바라는 내 이 넓은 마음을 이해 못 하겠어?"
"빡세게 한다는 건 맞다는 거네."
그야 너 굴리면 굴릴수록 성장하는 타입이잖아.
아무리 내가 최종보스 담당한다고 해도 너도 강해지긴 해야지.
이온음료를 다 마신 시훈이는 수건으로 한 차레 얼굴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아참, 루벨트. 시간 되면 우리 동아리에 올 수 있어?"
"자원봉사 동아리에?"
"응, 그게 말이야… 음…."
휙휙하고 주변을 둘러본 시훈이는 자그맣게 내 귀에 속삭였다.
"마리아가 너 다시 보고 싶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