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5 - 105.아아! 나의 스폰서님!
루벨트에게 말을 걸면서 아이카에겐 3번의 기쁨이 있었다.
첫 번째는 말을 걸어도 루벨트가 그다지 언짢아하지 않았다는 것.
지금까지 자신이 한 걱정이 괜한 것이었다는 것에 아이카는 기뻐했다.
두 번째는 아나스타샤보다 먼저 루벨트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는 점.
아이카에게 있어서 아나스타샤보다 나아졌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었다.
'흐흥! 겁쟁이인 아샤는 그냥 가만히 보고나 있으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벨트가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게 됐다는 점이었다.
루벨트와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은 아이카에게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건 형식으로나마 확실하게 전보다 사이가 좋아졌다는 걸 의미했다.
꽈악! 주먹을 쥐며 아이카는 오늘 낸 성과를 뿌듯하게 생각했다.
동시에 주먹을 쥐면서 약간 떨리는 손의 감각을 느끼며 아이카는 오늘 있었던 대련을 떠올렸다.
'루벨트 님, 진짜 강했지….'
아무리 공격을 해도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카를 아슬아슬하게 압박하는 모습은 대련이라기보다는 지도에 가까웠다.
'그리고 멋졌고!'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압박해오는 루벨트.
아이카는 그런 루벨트의 모습은 눈의 보양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하나도 안 통해서 조금은 분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스폰서인 루벨트.
스폰서의 미소는 아이카에게 있어서는 신의 미소나 다름없었다.
'루벨트 님 아이돌로 진출하면 분명 인기 최고였겠지.'
"아이카."
루벨트를 생각하며 걸어가던 아이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상대는 다름 아닌 아나스타샤였다.
'훗, 역시 말 걸어왔네. 아샤 행동은 뻔하지.'
"응~? 왜 그래~? 아나스타샤 양~?"
아이카는 방긋방긋 웃으며 아나스타샤를 돌아봤다.
"오늘 그건 뭐야?"
"응? 그거라니 대체 뭔데? 잘 모르~겠는~데~?"
"으득…! 루벨트 님에게 말 건 거 말이야!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이라니? 그야 루벨트 님하고 친해지고 싶어서지~ 겁쟁이인 아나스타샤 양하곤 다르게 말이야!"
"누, 누가 겁쟁이라는 거야!"
"누구긴~ 괜히 심기 거스를까 봐 말도 못 건 아나스타샤 양이지~."
아이카는 두려움과 불안함에 떨었던 과거의 자신은 돌아보지 않았다.
"여태까지 말도 못 건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응~ 이미 아이카는 말 걸었는데요~? 대련까지 했는데요~? 어디 겁쟁이 쿨섹시 컨셉 푸흡! 인 아이돌하곤 다르거든요~?"
"이게 진짜…! 너! 그러다가 괜히 루벨트 님 마음 밖에 나도 난 모른다!"
"훗, 이 큐트~한 아이카가 실수할 리 없잖아! 게다가 아이카를 다름 아닌 아이돌로 선택해준 건 루벨트 님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렇다면 먼저 말 건 아이카의 승리네! 귀여운 아이카의 매력으로 루벨트 님과 더 친해지는 걸 아나스타샤 양은 그냥 손이나 빨며 보고나 있어!"
떵떵거리며 비웃는 아이카의 모습에 아나스타샤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뭐가! 큐트 컨셉이야! 얼티밋 헌터 파이트 광팬이면서! 방을 파이트 선수들 사진으로 아예 벽칠을 해놨으면서!"
"읏…! 시끄럽네! 아샤야말로 뭐가 쿨~섹시야! 쿨~ 섹시는! 아직도 곰식이 인형 없으면 잠도 못 자는 주제에!"
"곰식이 얘기는 왜 꺼내!"
"너야말로 남의 취미가지고 걸고 넘어졌잖아!"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노려보다가 서로 고개를 돌렸다.
""흥!""
"아샤, 넌 알아서 잘 해봐~. 난 루벨트 님의 이쁨을 잔~뜩 받을 테니까!"
"바보 아냐? 내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
"뭐?"
"루벨트 님이 너에게 잘해줄 정도면… 내가 어필하면 더 잘해주겠지. 너 같이 애 같은 여자보단 나 같은 성숙한 매력을 지닌 여자가 더 낫지 않겠어?"
"성~숙~?"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내가 더 성숙하잖아?"
"윽… 이게…!"
아이카가 싫어하는 건 전에 같은 그룹을 짤 때도 아나스타샤와 몸매 문제로 비교되는 거였다.
하지만 아이카는 화를 억누르고 여유로운 연기를 하며 말했다.
"발악이라도 잘 해봐. 먼저 가장 친해지는 건 나니까."
"그건 어떠려나~."
아이카와 아나스타샤는 서로 몇 분 정도 더 티격태격한 뒤 근처에 사람들이 더 지나가기 전에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두 사람은 마음속에 불꽃을 불태우며 결심했다.
''절대로 아이카(아샤)한텐 안 져!!!''
◈
'치, 친목회라니… 기, 긴장 돼…!'
유메는 한창 긴장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그 이유는 바로 점심시간 리제에게 통보된 루벨트의 하렘인원 친목회에 대한 얘기 때문이었다.
"유메. 오늘 친목회가 있을 예정이니 참여해주세요."
"친목회? 무슨 친목회인데?"
"도련님의 하렘 인원 친목회입니다."
"하…!?"
"유메하고 치사키도 도련님의 하렘으로 들어왔으니 그 기념으로 하는 겁니다."
"어!? 치, 치사키도!?"
갑작스럽게 전해진 치사키의 하렘인원 편입.
거기에 더해 친목회라고 하면 엘리와 직접 만나는 모임을 가진다는 것.
같은 반이기에 얼굴을 마주하고 같이 음식도 먹지만 루벨트가 없는 자리에서 따로 만나는 건 아직 긴장됐다.
"네. 그럼 전 치사키에게도 알리러 가야 하니 이만. 아, 동아리에선 오늘 못 나온다고 말씀해주세요."
리제는 유메에게 소식만을 전하고 떠났다.
"아…."
갑작스럽고 놀랄만한 소식에 유메는 리제를 말리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과후.
"오호호호! 그럼 모두 타세요!"
"으, 응."
"알았어!"
"응…."
'와버리고 말았어….'
점심시간이 끝나고 유메는 서둘러 같은 수영 동아리 친구에게 오늘은 참가 못 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고 리제, 치사키, 카구라와 함께 엘리를 따라 아카데미를 나왔다.
그리고 글래스너 가문의 리무진에 타 이동했다.
"저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오호호호! 그건 조금만 기다리면 알 수 있답니다. 물론 가기 전에 한 분 더 태워야 하지만요!"
"한 명 더…?"
"뭐야 한 명 더 사제의 여자가 있었어?"
유메가 가진 의문을 치사키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네, 한 분 더 계신답니다."
"…."
엘리는 치사키의 물음에 바로 대답했고 카구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가만히 침묵했다.
리무진은 야기츠네 신사의 앞에서 멈췄다.
"저, 저기, 엘리 님? 갑자기 친목회라니 무슨… 허읍!"
계단에서 내려와 기다리고 있던 아야메는 창문이 열리며 보인 엘리를 보며 친목회에 대해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치사키와 유메의 모습을 보고 입이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 설마 저 애들도 서방님의…! 게다가 저 교복은 카구라랑 같은 아카데미 생도복!'
아야메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저번 친목회에서는 그나마 루벨트와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약혼자인 엘리와 메이드인 리제. 그리고 딸인 카구라만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긴장은 해도 어색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같이 참가하는 건 아무리 봐도 딸과 같은 아카데미의 생도.
혹시 모르면 딸의 친구일지도 모르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자신 같은 미망인이 루벨트의 하렘 인원이라는 걸 알게 될 때의 뻘쭘함이 아야메를 괴롭혔다.
"아야메 씨, 어서 타세요."
"아… 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벨트의 약혼자인 엘리의 말을 아야메가 거절할 순 없었다.
약혼자라는 입장도 있지만, 저번 친목회에서 정말로 친절하게 자신을 대해주고 사이도 가까워진 엘리의 의도가 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새롭게 맞이한 하렘인원들과 자신의 사이도 돈독히 스스럼없이 사이좋아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알기에 뻘쭘함이 거절할 이유가 되진 않았다.
아야메까지 리무진에 탄 뒤 엘리는 방긋 미소를 지은 채 아야메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유메하고 치사키는 처음 뵙죠? 저희와 같은 루벨트 님의 하렘 인원. 야기츠네 아야메 씨예요."
"야기츠네라면… 어, 카구라의 친척이야? 언니?"
"…엄마야."
"엄마!?"
전혀 예상치 않은 카구라의 대답에 유메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오~ 모녀를 같이 함락시키다니 사제도 참 변태라니까."
유메의 옆에 앉아 있던 치사키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휘유~하고 휘파람을 불며 히죽히죽 웃었다.
"어, 엄마라니! 어, 어어!? 나, 남편분은!?"
'설마 안나 씨 같은 상황인 거야!?'
"남편은… 일찍 세상을 타계했어요."
"엄마는 홀로 지금까지 쭉 날 키워주셨어."
"아, 그, 그랬었… 군요."
유메는 적어도 루벨트가 안나 같은 케이스를 넘어 남편 있는 여성까지 하렘으로 넣은 게 아니냐는 충격적인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진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호호,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죠. 하지만 그런 것도 이번 친목회에서 모두 털어놓으며 사이를 돈독히 하는 거예요!"
당당히 웃음소리를 높이는 엘리.
유메와 아야메 그리고 카구라는 과연 사이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불안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리무진이 멈추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친목회는 바로 여기서 열거예요!"
"여, 여기는…!"
리무진이 멈춘 곳.
그곳은 바로 고깃집이었다.
"고깃집…?"
"저번 친목회는 간단히 담소를 나누고 같이 식사한 것뿐이니까요! 인원이 많아진 만큼! 더 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먹고 마시는 거예요!"
"오! 술 왕창 시켜도 돼?"
"물론! 술을 마시며 마음을 풀어내는 목적도 있으니까요!"
"아싸!"
"에, 엘리? 마, 마시면서 친목회라니…."
"오호호호! 이번에는 카구라가 아~주 좋아하는 고깃집으로 장소를 정했답니다! 카구라도 사양 말고 팍팍 먹고 싶은 고기 부위를 다 시키세요!"
"머 ,먹고 싶은 부위를 다…!"
"저기… 나, 난 술 그다지 마셔본 적 없는데…."
"괜찮아요, 유메! 적당히 취한 정도로만 마시면 된답니다! 더 마시라고 강요는 안 해요!"
"저기… 에, 엘리 님? 아무래도 저희 인원이 인원이니 이런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친목회는…."
"오호호호! 오늘은 전세니 그럴 걱정 없답니다!"
"전세…!?"
카구라, 유메, 아야메의 불안을 담은 물음을 엘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날려버렸다.
"빨리 마시러 가자!"
드르르륵!
술 마실 생각에 기분이 좋은 치사키가 먼저 나서서 고깃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희도 가기로 합시다, 엘리 아가씨."
"그래요, 리제!"
치사키를 따라 리제와 엘리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남은 3명 또한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고 체념하는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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