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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104화 (104/226)

Chapter 104 - 104.아아! 나의 스폰서님

나는 평소와 같은 하얀 정장의 전투복으로 변하며 대검을 쥐었다.

그리고 아이카는 블블에서도 자주 봤던 자신만의 전투복.

자기 홍보용이기도 한 아이돌 복장을 전투복으로 선정했다.

민소매 부분과 치마 끝에는 프릴이 달려 있으며 전체적인 색깔 배치는 빨강을 베이스로 하양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복장이었다.

큐트 컨셉을 살리기 위해 평소에 하고 있는 숏 포니테일을 고정하는 빨간 리본만이 아니라 허리 부근과 발목에는 작은 노란 리본 그리고 등에는 커다란 리본이 연결되어 장식됐다.

하지만 블블은 다시금 말하자면 성인은 아니지만 복장이 야했던 고수위 게임!

아이카의 복장은 단지 큐트 컨셉만이 아니었다.

치마는 물론 허벅지 윗부분까지만 가릴 정도로 짧고 무엇보다도 양 옆구리 부분은 훤히 비어있는 디자인이라 약간의 야릇함을 풍기고 있었다.

블블 커뮤니티에서는 아이카의 옆구리에 손 넣어서 배 쓰다듬고 싶다는 글이나 그대로 치마 속에 넣고 싶다는 글을 정기적으로 쓰는 유저도 있을 정도로 아이카의 복장도 나름대로 주목을 끌었었다.

그리고 그런 야한 큐트 컨셉의 아이카가 사용하는 건 우직한 대검.

복장과의 갭에 더해 물론 대검캐라는 낭만을 좋아하는 유저는 아이카를 주력으로 키웠었다.

참고로 아이카는 대검캐에 걸맞게 힘 스텟이 파티 중에서 수치가 높았고 블블 스토리 씬에서도 대검으로 거구의 몬스터를 해치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귀여움 컨셉과 대검이라는 무기의 시너지로 캐릭터의 매력을 이끌기 위해서인지 초반의 전투 승리대사는 바로 대검을 없애면서 귀여운 척을 하며 얼버무리지만 후반에는 자기 활약을 자랑스러워하며 부웅! 하고 대검을 휘두르며 아이카의 활약! 잘 봤어?라고 묻는 대사로 바뀐다.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이런 소소한 변화가 유저를 기쁘게 하는 요소였지.

"그럼 갈게요, 루벨트 님~!"

아이카는 미소를 지으며 양손으로 대검을 쥐며 자세를 잡았다.

"그래. 있는 힘껏 와, 나카자와."

"네! 이야아앗!"

귀여운 목소리의 외침과 함께 아이카가 돌진하며 대검을 휘둘렀다.

마찬가지로 나도 대검을 휘두르며 아이카의 대검과 맞부딪쳤다.

카아아아앙!

강철산에 비하면 약한 충격이 대검을 통해 전해졌다.

뭐, 아직 초반 부분인 아이카한테 1장이라고 해도 보스인 강철산의 힘을 비교하는 건 알맞지 않겠지.

"역시 루벨트 님! 간단히 막으시네요!"

"그래서 설마 벌써 포기할 생각은 아니겠지?"

"설마요! 아이카의 힘은 이제부터라고요! 하아아압!"

검을 맞댄 채 아이카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스킬명을 외쳤다.

"플레임 슬래쉬!"

마력으로 순간적으로 힘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대검에 불꽃이 휘감겼다.

아이카가 초반에 사용하는 공격 스킬은 플레임 슬래쉬.

같은 불꽃 계통은 시훈이하고 비슷한 이펙트를 가진 대검 스킬이다.

이대로 스텟으로 밀어서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직 초반 스텟인 아이카와 대련하는데 그런 식으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일 필요는 없다.

뒤로 이동하여 아이카의 스킬이 맞지 않게 물러났다.

"이얍!"

아이카는 기술이 빗나갔다고 자세를 다시 잡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앞으로 나아가며 높게 위로 뛰어올랐다.

나도 아이카도 대검이다.

대검끼리의 싸움에서는 테크닉컬한 기술보다는 더 강한 힘으로 누르는 게 가장 정석적인 방법.

하지만 아이카와 내 스텟 차이는 매우 컸다.

그 사실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아이카도 내가 더 힘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지금처럼 높게 뛰어올라 힘껏 내려 베기를 하며 어떻게든 근력 차이를 메꾸려는 방법을 취한 거다.

꽤 높이 뜀과 동시에 아이카의 치맛자락이 펄럭이며 노란 속옷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상황은 신경 쓰지도 않은 아이카는 그저 나만을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나에게 점수를 따고 싶어도 대련은 진지하게 하려는 태도는 보기 좋았다.

그러니까 나도 나름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하압!"

내리 휘둘러지는 아이카의 대검을 향해 정면으로 힘을 담아 대각선 위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읏…! 꺄악!"

힘껏 휘둘렀음에도 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아이카는 대검과 함께 뒤로 날아갔다.

아이카는 황급히 공중에서 자세를 잡고 대검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카가가가각!

대련장의 바닥과 아이카의 대검이 마찰하며 날아가는 속도가 줄어들고 아이카는 대련장 바깥으로 날아가는 것까지는 막아냈다.

"좋은 공격이었어, 나카자와."

"루벨트 님~ 너무 강해~ 아이카 전력을 다해서 휘둘렀는데."

"엘드라를 이어갈 몸으로써 이 정도는 해야지. 그래서… 이만 포기할 거야?"

"전혀요! 겨우 이 정도로 아이카의 모든 걸 봤다고 생각하면 섭섭한 말씀!"

아이카는 이어서 몇 번이고 나에게 대검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아이카의 공격을 받아내고 튕겨내고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막을 정도의 공격을 해가며 대련실습 시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어울려줬다.

아이카도 원래는 나에게 잘 보이거나 어필하기 위해서 대련을 신청한 거겠지만 대련이 길어질수록 아이돌로서의 어필보다는 헌터로서의 강함을 추구하는 눈빛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대련이 끝날 때 아이카는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후우, 진짜… 루벨트 님 강해… 제대로 된 공격 하나도 못 맞혔어."

"그래도 나카자와도 좋은 실력이었어. 계속 노력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루벨트 님~ 그래도~."

아이카는 숨을 고르게 쉰 다음 대검을 헤파이에 다시 집어넣고 나에게 다가왔다.

"아이카~ 섭섭해요!"

"뭐가?"

"이렇게 대련까지 한 사이인데~ 루벨트 님은 아직도 아이카를 성으로 부르잖아요. 루벨트 님도 아이카를 아이카라고 불러주세요!"

찡긋하고 윙크하며 아이카는 내가 이름으로 불러주라고 요구했다.

이게 바로 아이카가 나에게 대련 신청을 한 진짜 목적이다.

갑작스럽게 친해질 수는 없어도 자기 사무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나와 더 친해지고 싶다.

그러니 우선은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일 거다.

아이카 또한 내가 공략하고 싶은 블블 히로인이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알았어, 아이카."

"꺄악! 루벨트 님이 아이카를 이름으로 불러줘서 기뻐요!"

"으득…!"

대련장 바깥에서 우리의 대련을 쭉 지켜보고 있던 아나스타샤가 분하다는 듯이 이빨을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이카가 오늘 적극적으로 나선 건 아나스타샤와 뭔가 다툼이 있던 탓일 수도 있겠는데.

'아싸! 루벨트 님이 아이카를 이름으로 부르게 하기 성공

!'

방과 후.

나카자와 아이카는 아주 들뜬 기분으로 아카데미를 나서고 있었다.

기쁜 이유는 바로 자기 사무소의 스폰서인 루벨트와 좀 더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벨트가 사무소에 전화한 이후 아이카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다.

연예계에 있어서 돈을 지원해주는 스폰서는 곧 신이다.

연예 활동에는 어찌 됐건 돈이 많이 든다.

음반을 만들 때도 무대를 마련할 때는 물론 복장, 메이크, 코치 고용 등등 단지 아이돌 활동으로 얻는 수익으로는 부족하기에 든든한 고정적인 스폰서가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사무소를 지원하는 게 다름 아님 루벨트였다.

그것도 자신이 활동을 시작한 시절부터 쭉 지원금을 대주는 최고의 큰손이었다.

그 사실을 그날 방과후 사무소에 돌아가자마자 덜덜덜 떨면서 루벨트에 대해 설명하는 사무소 사장에게 아이카는 직접 들었다.

아이카가 사무소에 들어온 후 그렇게 겁먹은 사장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연예계에서 거물이나 다름없는 사장의 물에 젖은 강아지와도 같은 모습은 아이카에게 더 큰 두려움과 충격을 줬다.

만약 루벨트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지원은 중단 그것은 곧 자신의 아이돌 생명도 끝.

지금껏 쌓아온 영광도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그, 그럴 순 없어…!'

아이카는 어떡해서든 루벨트의 마음을 되돌려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심기를 거슬렀는데 친근하게 바로 가까이 다가가서 더욱 눈 밖에 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섣불리 아이카가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아이카는 가만히 루벨트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과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다지 아무런 반응도, 행동도 안 하는 루벨트의 모습에 아이카는 생각했다.

'어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시간이 지나며 옅어진 불안감과 마음을 졸인 사이에 스트렌저를 격퇴하는 등 활약을 내보이는 루벨트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카는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봤다.

'그래! 생각해보니 루벨트 님은 그냥 멍청이 아샤랑 내가 싸우는 걸 말릴 뿐이었어! 게다가! 루벨트 님은 그때 말했잖아! 오디션 때…날 뽑았었다고!'

아이카는 다시 과거를 회상하면서 오히려 루벨트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겠지… 그래! 루벨트 님도… 어찌 보면 아이카의 팬이었던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며 아이카는 결심했다.

'좋아! 그렇다면 아이카의 귀여운 매력을 내세워서 루벨트 님과 더 친해지는 거야! 스폰서에게 잘 보이는 건 연예계에선 필수니까!'

이러한 경위를 거쳐 아이카는 마침내 루벨트에게 먼저 말을 걸 용기를 얻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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