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3 - 103.아아! 나의 스폰서님!
식사를 하면서 치사키의 상태는 평소대로 돌아왔다.
"이야~ 이거 완전히 나도 사제의 여자가 됐네. 히히힛."
호칭도 원래대로 돌아온 걸 보아 발정 상태에선 풀려난 모양이다.
"처음에 할 때도 내 여자가 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좀 기세에 맡겨서 그런 거지~ 히히, 그래도 이제 나도 당당히 사제의 여자로서! 이 저택에 있는 훈련 시설을 마음대로 써주겠다 이 말이야."
애초에 그건 내 여자가 되지 않아도 부탁만 하면 해줄 건데.
뭐, 날 유혹하는 법을 궁리할 정도로 머리를 돌릴 순 있어도 그 외에는 딱히 변화는 없나 보다.
'그러고 보니….'
"치사키, 하나만 물을게."
"응? 뭔데?"
"날 유혹했을 때 말이야."
"우물우물. 응."
"왜… 꼬리는 없었던 거야?"
강아지 코스프레라면 꼬리도 국룰 아니야?
"아아~ 그거~. 원래 꼬리도 달려고 했는데. 우물우물. 이상하게 강아지 꼬리라고 검색하면 엉덩이에 끼우는 거밖에 없더라. 그래서 안 했지. 개 흉내 내는 거면 머리띠랑 목줄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아무래도 애널 플래그 꼬리까지 꽂을 정도로 날 유혹할 때 이성을 잃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음엔 꽂게 만들자.
"치사키는 꼬리를 달아도 어울릴 거 같은데."
"흐응~ 진짜 사제는 변태라니까~ 우물우물. 아! 밥 한 그릇 더!"
"오늘은 많이 먹네요, 치사키."
"히히힛, 사제 때문에 엄~청 체력 썼으니까!"
치사키는 그 후 저녁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사범님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괜히 욕심부려서 더 했다간 사범님이 저택으로 쳐들어올 수도 있었다.
치사키를 태우고 떠나는 차를 보며 하렘 인원이 또 늘었다는 보람참을 음미했다.
아, 후붕쿤에게도 알려줘야지.
치사키의 공략에 많은 도움을 준 후붕쿤에게 이 기쁨을 알리자.
◈
"어머, 그럼 치사키도 루벨트 님의 여자가 된 거네요!"
[네, 엘리 아가씨. 이번에야말로 확실합니다.]
저녁의 여가시간.
엘리 글래스너는 자신의 방에서 잠옷 차림으로 리제와 통화하고 있었다.
통화내용은 바로 루벨트의 하렘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번에는 유메도 인원으로 끌어들이고… 정말! 루벨트 님의 인기는 끊이질 않네요! 약혼자로서 자랑스러워요! 오호호호호!"
엘리는 하렘 인원이 늘어났다는 것에 질투는커녕 오히려 루벨트의 매력이 더욱 증명됐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이 또한 루벨트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과 루벨트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해요, 리제. 이런 얘기는 루벨트 님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은 한시라도 빨리 알려드리는 편이 좋을 거 같아서….]
"오호호! 그래도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리제! 어쨌든 이걸로 루벨트 님의 하렘도 저와 리제를 포함해 6명이 됐네요! 으음~ 안나 씨도 포함해서 7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엘리의 의문에 리제는 단호히 말했다.
[안나 씨는 특별한 입장이기에 제외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하긴! 그러네요! 아참! 리제는 앞으로 루벨트 님의 하렘이 얼마나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10명은 거뜬히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시 그러겠죠? 루벨트 님은 정말 멋지시니까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여성들이 루벨트 님을 마음에 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도련님이 아무리 최근 짧은 시간에 여러 여성을 하렘에 넣었다곤 해도 도련님도 도련님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단지 주변에 도련님 기준에 걸맞은 여성이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즉 루벨트 님은 아무 여자나 함부로 하렘에 들이는 분이 아니라는 거죠?"
엘리의 말에 긍정하며 리제는 말을 이었다.
[네. 카구라도 유메도 그리고 치사키도 헌터로서의 잠재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련님의 개인적인 마음도 있으시겠지만 도련님도 세 사람이 자신의 여성으로서 어울리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후훗, 저도 세 명 모두하고 같이 파티를 짜봐서 알아요. 그래서 저도 세 사람이 루벨트 님의 하렘에 들어와서 기뻤고요. 아, 하지만… 아야메 씨는 딱히 강한 재능을 가지고 있진 않네요."
[아야메 씨의 경우엔 도련님의 개인적인 마음이 매우 큰 비율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제는 대놓고 루벨트가 미망인 취향일 수도 있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어머! 루벨트 님은 성숙한 여성이 취향인 걸까요? 저도 다음부터는 좀 더 화장을 짙게…."
[엘리 아가씨.]
"네, 리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아야메 씨의 경우가 특별하다고 생각됩니다. 헌터로서의 능력은 뛰어나지 않아도 여성으로서는 남성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긴 저번에 만났을 때도 아야메 씨는 상냥하고 좋은 분이셨으니까요. 너무 능력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네요."
끄덕끄덕하고 아야메가 루벨트의 하렘인원이 된 사실을 받아들인 엘리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아참! 리제! 좋은 기회니 또 모임을 하기로 해요!"
[모임인가요?]
"그래요! 유메도 치사키도 같은 하렘 인원이 됐으니까 또 한 번 모임을 하는 거예요! 같은 루벨트 님의 여자로서 친목을 다지는 건 몇 번을 가져도 좋은 법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인원에겐 제가 메세지를 보내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리제!"
◈
저녁 먹기 전에는 치사키와 거의 떡만 쳐서 치사키를 돌려보낸 후엔 개인적인 훈련 및 공부에 시간을 썼었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아와도 지금도 배워야 할 건 많으니까.
공부를 끝내고 마침 자려고 할 때.
"도련님, 실례하겠습니다."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며 리제가 방으로 들어왔다.
혹시 이 시간부터 나와 밤늦게까지 하고 싶은 걸까?
역시 다시 대련실에 들어왔을 때 음탕해진 치사키의 모습과 나에게 엉겨 붙었던 치사키의 모습을 보고 내심 성욕을 불태우고 있었던 걸까?
그런 거라면 사랑하는 리제를 위해 힘내볼까!라고 생각했었지만 리제가 내 방에 찾아온 이유는 다른 거였다.
요약하자면 엘리가 이번에 유메랑 치사키도 내 여자가 됐으니 다시 모임을 하자고 주장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내일은 여성 모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도련님."
"그래?"
"네, 그렇기에 내일은 따로 귀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리제. 기왕 하는 거 즐기다 와."
"알겠습니다. 즐기면서 하렘 인원끼리 화목을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마워."
리제는 전할 말을 끝내고는 바로 방을 나갔다.
리제하고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자기 전에 가볍게 휴대폰으로 게임 신기록을 세운 후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여느 때와 같이 필기 수업 때는 척척 선생님이 말하는 질문에 대답하며 대련 실습시간에 들어갔을 때였다.
"저기~ 루벨트 님~."
오늘은 쿠단과 대련이나 할까 생각하던 도중 블블의 히로인 중 한 명.
나카자와 아이카가 다가왔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이카랑 대련해주시면 안 될까요~?"
약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대련 신청을 하는 나카자와 아이카.
그런 그녀의 뒤에서 마찬가지로 블블의 히로인인 아나스타샤 가르노프가 다가왔다.
"잠깐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아나스타샤의 물음에 아이카는 휙 뒤를 돌아 나에게 했던 애교 섞인 목소리를 하면서 약 올리듯이 말했다.
"뭐가~ 그냥 평범하게 대련신청을 넣은 것뿐인데~."
"…왜 루벨트 님에게 넣는 거냐고 묻고 있는 거잖아?"
"응? 그야~ 루벨트 님도 아이카처럼 대검을 사용하잖아? 루벨트 님이랑 대련해서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뿐인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든 거야~?"
"으득…."
아나스타샤는 아이카의 코맹맹이 소리가 매우 거슬린 모양이었다.
뭐, 한때는 같은 그룹이었다가 방향성 차이로 헤어질 정도로 앙숙 사이인 아이카가 저런 목소리로 골리듯 말하면 상당히 거슬리긴 하겠지.
당장 욕설을 내뱉고 싶지만 내 앞이라서 차마 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고 있는 게 보였다.
그건 그렇고 내가 두 사람을 제지한 이후 여태까지 쭈뼛쭈뼛하며 내 곁에 다가오지 않던 아이카가 나에게 대련 신청을 하는 건 의외였다.
내가 먼저 말 걸 때까지는 어색해할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아이카가 먼저 나에게 말 거는 게 나쁜 건 아니었다.
마침 오늘 방과후에는 현 내 하렘 인원들끼리 친목을 다진다고 하니, 그사이에 나도 다른 히로인의 공략을 조금씩 진행하는 것도 좋겠지.
"알았어. 그럼 대련 잘 부탁해, 나카자와."
"와아! 네! 루벨트 님! 아나스타샤~ 루벨트 님하고 대련해야 하니까 쉿!쉿!"
"너…!"
"응? 왜 그래? 아이카한테 뭐~ 화내기라도 할 거야? 루벨트 님 앞에서?"
"읏…! 하, 하하, 내가 무슨… 화낼 게 있다고. 대련 잘… 해… 으득!"
아나스타샤는 어떻게든 미소를 유지하며 뒤를 돌아 자리를 피했다.
아.
블블에서 자주 보던 두 사람의 만담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처럼 루벨트 앞에서가 아니라 아나스타샤 루트에 들어갈 때, 좋아하는 주인공 앞에서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 아나스타샤와 그런 아나스타샤를 골리는 아이카라는 상황과 비슷했다.
이 세계에서 루벨트로 태어나 20년 블블 덕심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다.
아나스타샤가 완전히 자리를 비킨 후 나와 아이카는 대련 구역으로 이동해 대치했다.
"대련은 어떤 방식으로 할 거야? 가볍게 무기만 꺼내서? 아니면…."
"물론! 전투복까지 다 겸비해서예요~. 아이카의 진심 보여드릴게요!"
"알았어. 그럼…."
나와 아이카는 동시에 헤파이의 버튼을 누르며 구동어를 외쳤다.
""셋(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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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