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6 - 86.첫 퀘스트는 보람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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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메에게는 최근 크나큰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루벨트에 관한 커다란 문제였다.
서유메는 루벨트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난 이후로 몇 번이나 자신을 도와준 소중한 친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루벨트의 멋진 모습을 보면 볼수록 그 마음은 커져만 갔다.
거기에 더해 루벨트만이 아니라 약혼자인 엘리도 하렘에 대해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유메의 마음은 그야말로 혼란.
기쁨과 당황 어색함이 한 데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메 입장에서 루벨트와의 데이트에서 일어난 강철산과의 조우는 첫 기폭제나 다름없었다.
루벨트를 도와 강철산을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한 유메는 그날 밤 루벨트의 활약상을 떠올리고 루벨트가 사준 화이트 프리즘을 껴안고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기뻤었다.
이때만큼은 유메도 루벨트가 엘리의 약혼자라든지 리제하고도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루벨트가 다음에도 같이 가자고 했다.
다음에도 루벨트와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유메는 너무나도 기뻤다.
하지만 그 이후에 유메에게 있어서는 불안한 낌새의 상황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유메는 들뜬 주말을 지내고 루벨트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다시 한번 그때는 고마웠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좀 더 루벨트와 대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의 루벨트는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쉽게 말을 걸 수 없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리제도 함께 고민하는 듯한 모양이어서 일이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시훈이 참지 못하고 루벨트에게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었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유메 또한 루벨트에게 물어보며 귀를 쫑긋 세우니 엘드라 가문에 관한 문제라고 심각한 건 아니라고 루벨트는 얼버무렸다.
유메는 그 이상 루벨트에게 물을 순 없었다.
뭐라고 해도 세계최고 재벌인 엘드라의 문제를 가지고 평범한 서민인 자신이 끼어들거나 해결할 만 한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는지 다음 날 루벨트는 평소와 같이 듬직하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었다.
의아하기도 했지만 유메는 루벨트가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 다가가기 힘들었던 어제의 루벨트의 모습이 떠올라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후.
치사키가 이상하리만큼 루벨트에게 가까이 가고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고 유메는 여성으로서의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너, 너무 가깝지 않아?'
치사키의 성격이 활발하고 막무가내인 건 유메도 함께 아카데미 생활을 하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같은 여성인데 이성의 가까이서 저렇게 냄새를 맡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치사키는 유메가 봐도 외견은 예쁘고 아름답다.
만약 하렘을 선호하는 루벨트가 만약 치사키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리제랑 엘리처럼 치사키도 루벨트랑….'
순간 머리가 화끈해지며 가슴이 죄이는 감각에 유메는 반사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겨우 상상하는 것만으로 괴로움을 느끼고 있으면서 루벨트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로 고백할 배짱도 없는 자신과는 다르게 여러모로 행동이 적극적인 치사키와 비교되어 유메는 소극적인 자신이 싫어졌다.
유메는 달라지고 싶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도 루벨트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한창 김예슬과 진전이 있는 친구 이시훈처럼.
자신도 루벨트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유메의 안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메의 마음은 두 번째 강철산의 조우에서 폭발했다.
모두가 강철산의 등장에 긴박함을 느꼈을 때 홀로 여유로웠던 루벨트.
그리고 그런 여유로움을 증명하듯 압도적으로 강철산을 압박하고 발악하던 강철산이 자신과 김예슬을 노리고 돌진하였을 때 재빠르게 앞을 가로막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강철산을 쓰러뜨렸던 루벨트.
그 뒷모습을 본 순간 유메의 가슴은 폭발하듯이 뛰었다.
언제나 그랬다.
언제나 루벨트는 자신을 지켜주었다.
처음 만남 때도.
자신이 마력을 각성했을 때도.
그리고 강철산에 의해 위험에 빠질 뻔한 지금도.
루벨트는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었고 그때마다 자신의 안에서 루벨트의 존재는 커져갔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항상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루벨트와 계속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유메의 가슴에서 한 데 섞여 폭발하고 있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멈추지 않았다.
머리에서 올라오는 피가 진정되지 않았다.
이시훈이 오의를 사용하여 그레이트 파이어 보어를 쓰러뜨린 모습도 유메에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유메의 눈에 들어오는 건 활약하는 시훈이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루벨트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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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아! 루벨트! 유메! 괜찮아!"
그레이트 파이어 보어를 쓰러뜨리고 시훈이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모두의 안부를 물었다.
"당연히 괜찮지. 내가 있잖아?"
"어? 강철산은?"
"내가 쓰러뜨렸어."
"뭐?! 정말!?"
"역시나이십니다, 도련님."
"와, 루벨트 진짜 너… 얼마나 강한 거야."
"엘드라를 이을 몸으로써 이 정도는 해야지. 그보다…."
나는 시훈이에게 다가가 자그맣게 말했다.
"내가 힐끔 봤는데 예슬이가 너 오의 쓰는 모습 넋 놓고 바라보더라."
"뭐? 저, 정말?"
"그래. 나는 됐고 예슬이한테나 말 걸어. 기회는 이때야. 더 마음을 사로잡아야지."
"으, 응! 예, 예슬아!"
시훈이가 황급히 김예슬 쪽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김예슬은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 채로 멍하게 시훈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엔 내가 유메를….
'응?'
뒤를 돌아 유메를 돌아보니 유메의 모습에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유메의 모습이 너무나도 격한 반응을 보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빨간 건 김예슬보다도 훨씬 빨갰고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왠지 모를 각오를 느끼게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보인 모습이 유메에겐 상당히 잘 먹혀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메, 괜찮아?"
우선 걱정하는 식으로 말을 걸며 유메의 이마에 손을 댔다.
"어?! 뭐, 뭐가!? 왜, 왜, 왜 소, 소, 손을…!"
"왜긴 얼굴이 빨갛잖아. 괜찮은 거야?"
"응?! 아, 이건 그…! 너, 너무 긴장했나 봐! 동굴도 더, 덥고!"
"그렇구나."
뭔가 각오한 얼굴은 했어도 내가 이마에 손을 대자 눈동자에 담긴 각오는 흩어져 부끄러움과 당황으로 바뀌었다.
그 모습이 좀 많이 귀여웠다.
동시에 지금이라면 유메 공략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
그 후.
우리는 그레이트 파이어 보어의 소재를 채집하고 강철산의 대검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다시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도중 엘리가 있던 조하고 합류하여 강철산과 조우하고 퇴치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루벨트 님이 스트렌저를 마침내 쓰러뜨리신 거군요! 대단해요! 역시나 루벨트 님! 정말 대단해요! 최고예요!"
"고마워, 엘리."
엘리는 방방 뛰면서 내 승리를 축하해줬다.
"정말 굉장해, 루벨트…."
카구라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뭐야! 또 사제만 스트렌저 만난 거야! 게다가 쓰러뜨렸다고! 나도! 나도 싸우고 싶었는데!"
치사키는 불평을 터트렸다.
그 외 다른 생도들도 눈과 입을 벌리며 내 활약상에 감탄하고 경악했다.
다른 평범한 생도라면 의심하거나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말한 게 다름 아닌 나니까 모두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입구를 나와 디아스 선생님에게 보고했을 때.
"뭐라고!? 강철산을 쓰러뜨렸다고?!"
평소에 쿨뷰티 느낌의 디아스 선생님의 반응이 내 기분을 아주 들뜨게 만들어줬다.
무뚝뚝하고 쿨한 캐가 활약상 듣고 감탄하는 것만큼 뽕차는 것도 몇 없으니까.
"네. 여기 강철산의 대검입니다. 시체는 먼지가 돼서 사라졌으니 이것밖에 증거가 없군요."
헤파이에 수납한 강철산의 대검을 꺼내 디아스 선생님에게 보였다.
"이건… 정말로 강철산의 대검이군. 나도 본 적이 있어. 정말로 네가 강철산을 쓰러뜨렸구나, 엘드라."
"네."
"정말 담백하게 대답하는군."
"마음속으로는 저도 정말로 저 자신의 행동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유메의 호감도작이 대성공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놓고 마구 기뻐하면 아무래도 품위가 떨어지니까요."
우선 그럴싸한 이유를 늘어놨다.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엘드라의 후계자도 편한 게 아니군."
훗하고 웃으며 디아스 선생님이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우선 이 대검은 내가 증거로 맡아두겠다. 괜찮겠지?"
"네. 물론이죠."
그리고 디아스 선생님은 곧바로 다른 아카데미 직원들에게 명령해서 던전에 들어간 생도들이 바로 귀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강철산은 내가 쓰러뜨렸다지만 스트렌저가 던전에 나타났으니 만에 하나라도 다른 스트렌저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던전에 더 이상 생도들을 놔둘 순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 반은 다른 반 학생들보다도 빨리 아카데미에 돌아왔다. 디아스 선생님이 이사장님에게 보고를 하러 가고 점심시간이 오기 전까지 자습을 가지기로 했다.
물론 자습 시간이라고 생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루벨트! 스트렌저를 쓰러뜨렸다는 게 정말이야?!"
"루벨트 님 굉장해애애애앳! 꺄아아아아앗!"
"스트렌저를 싸울 때는 어땠어! 긴장되지 읺았어?"
"야, 시훈아, 너도 함께 있었지! 어땠던 거야!"
"어, 그게…."
"예슬아! 너도 그때 있었지! 루벨트 님이 얼마나 활약했는지 말해줘!"
"시, 시훈이도 활약했어!"
평소에는 그다지 대화를 하지 않던 같은 반 생도들의 질문 세례가 시작됐다.
나, 리제, 시훈이, 김예슬, 그리고 유메에게 퍼부어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후우… 겨우 해방됐네."
"사제랑 시훈이 너 완~전 인기 만점이었네~ 히히."
"왜 즐거워 보이는 거야, 치사키?"
"그야 나만 빼고 스트렌저랑 싸우다니! 게다가 들어보니 폭주한 그레이트 파이어 보어라고! 부럽잖아!"
"진짜 치사키는 한결같네."
한숨을 돌리며 식사를 하던 도중.
"저, 저기 루벨트!"
유메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구해줘서 저, 정말 고마워!"
"뭘,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도… 그 이왕이면 보답하고 싶어! 그러니까…."
유메는 다시 각오를 다잡은 눈빛을 했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가능하면 둘이서… 나 루벨트한테 보답하고 싶어!"
용기를 끌어내서 내뱉은 유메의 데이트 권유.
그 권유를 듣고 나는 드디어 유메의 공략 막바지에 왔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테이블에 있던 인원.
리제는 당연히 담담히 있고 엘리는 어머 하고 살짝 놀란 정도.
카구라는 때가 왔다는 듯이 약간 고조되는 느낌으로 유메를 바라봤고 치사키는 흥미로운 눈빛을 유메를 보내고 있었다.
어찌 됐든 모두 유메를 향해 그다지 나쁜 반응은 없었다.
다만.
"어…?"
시훈이만이 수저를 가져가던 입을 쩍 벌리고 매우 놀란 기색으로 유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왜지?
란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안 가 바로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시훈이는 아무것도 모르지.'
이 자리에서 내가 여러 여성과 잔다든지 혹은 하렘에 아주 적극적인 태세라는 걸 모르는 건 시훈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