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79화 (79/226)

Chapter 79 - 79.킁카킁카! 거절할 수 없는 냄새!

"제대로 한 번하고 갔네."

리제와 옥상 문을 열고 치사키가 있었던 흔적을 내려다봤다.

"어쩐지. 아카데미에서 색다른 플레이를 한 건 이 때문이었군요."

옆에서 뒤처리를 다 끝낸 리제가 납득이 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타겟은 치사키인가 보군요. 하지만… 괜찮은 겁니까, 도련님?"

"뭐가?"

"오늘 치사키의 모습을 주시해봤습니다만 조금 위태해보였습니다. 대체 어떤 상태인 거죠?"

"실은…."

리제에겐 딱히 숨길 것도 없으니 내가 치사키에게 어떤 조처를 했는지 설명했다.

"그런 방법을 사용하셨다니… 확실히 그렇게 되면 치사키의 반응이 이해되는군요. 하지만… 괜찮은 겁니까, 도련님?"

"뭐가?"

"도련님과 직접 하지도 않았는데 저 상태면… 도련님과 하게 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요?"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번 거하게 마음껏 맡은 뒤에는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할 거니까."

애초에 그렇게 되도록 미리 후붕쿤과 계획하면서 개조한 거니까.

지금이야 본격적으로 맡지 못해서 안달하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거하게 작정하고 내 냄새를 맡은 후에는 코도 익숙해져서 오늘처럼 심한 반응을 보이진 않게 될 거다.

평범한 냄새 페티쉬 정도로 돌아가겠지.

뭐, 그래도 조금 주체를 못 하게 될 때를 대비한 방법도 있다.

해결책을 마련한다면서 다시 개조캡슐에 넣어 조정할 수도 있고 혹은 후붕쿤에게 부탁해서 즉석에서 후각으로 인한 흥분을 억누르는 향수라도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지금은 치사키를 조교 해서 내 여자로 만드는 거에 집중하면 된다.

"도련님의 말대로 되길 빌어야겠군요. 치사키의 성격상… 오래 참진 못할 거 같습니다."

리제도 치사키를 몇 주간 봐와서 그런지 얼마나 치사키가 본능에 따르고 단순하게 행동하는지를 알기에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 마.

아마 오늘이면 마무리가 될 거니까.

방과후.

치사키는 검술 동아리 시간임에도 우리 저택에 찾아왔었다.

나를 호출한 치사키는 만나자마자 바로 외쳤다.

"사제! 대련 한판 뜨자!"

"갑자기?"

다급히 나에게 대련을 요구하는 치사키.

물론 나는 그런 치사키의 반응을 천연덕스럽게 당황하는 연기를 하며 물었다.

"치사키, 오늘 검술 동아리 있지 않았어?"

"그런 건 하루이틀 정도 빠져도 되거든! 그보다 빠, 빨리! 빨리 대련 한판 하자고!"

"알았어. 그럼 바로 대련장으로 가자."

저택 안의 대련장으로 이동한 나와 치사키는 바로 헤파이를 작동시켜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순뢰! 역천! 낙뢰! 회천! 섬뢰!"

치사키는 대련을 시작하자마자 무지막지한 기세로 기술을 연발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치사키!?"

"오늘은 빡세게 간다아아아아앗!"

눈이 가득 충혈된 채로 카타나를 휘두르는 치사키.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짐작은 갔다.

지금 치사키는 우선 대련으로 마구 몸을 움직여 몸에 빽빽이 쌓여 있는 성욕과 흥분을 발산하려는 거다.

우선 마구잡이로 대련을 하지 않은 이상 스스로도 온전한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본능적으로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치사키는 역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순한 사고를 가졌다.

이리 격하게 대련을 하면 당연히 어느 정도 성욕을 발산할 수 있겠지만 나 또한 땀을 흘려서 오히려 더 흥분할 수 있다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니, 평소에는 생각할 수 있어도 지금처럼 냉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생각해내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치사키의 맹공을 치하고 막고 흘려내며 그래도 치사키가 조금은 성욕을 발산할 때까지 장단에 맞춰줬다.

"치사키, 오늘 너무 급한 거 아니야?"

"이건! 이건 괘씸한 사제를 위한 벌이니까 괜찮아! 그래! 벌이야!"

"벌?"

처음처럼 스킬을 남발하진 않지만 여전히 매서운 검격을 마구잡이로 날리며 치사키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맞아! 나 봤다고! 사제가 리제랑 옥상에서 떡치고 있던 거!"

"아, 그거 봐버렸어?"

"그래! 아카데미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그런 괘씸한 사제는 내가 혼내줘야지, 암!"

명분을 얻었다는 듯이 더욱 기세를 몰아 치사키가 카타나를 휘두른다.

"음…."

치사키도 저런 구실을 꺼낼 정도로 성욕은 발산한 거 같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한번 치사키의 카타나를 튕겨낸 다음 직검을 헤파이에 넣었다.

"뭐야? 왜 검 넣어, 사제?"

"아니, 대련은 하더라도 일단 사과부터 해야지. 미안, 치사키."

"응?"

사과하는 나를 보며 치사키는 눈을 깜빡였다.

"설마 치사키가 그걸 봤을 줄은 몰랐어. 나도 할 말은 없는데 그… 요새 성욕이 넘쳐나서 말이야."

"그, 그래."

설마 내가 곧바로 사과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치사키는 여전히 어정쩡하게 서며 당황하고 있었다.

"어색했었지?"

"어, 어색? 아니! 그렇게 어색할 거까지야…."

"그래? 치사키도 설마 경험이라도 있어?"

"없어!"

"그렇구나. 어쨌든 정말 미안해. 음, 이 사실은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해주지 않을래? 그 대신 치사키가 원하는 거 들어줄게."

"내가 원하는 거?"

"그래, 치사키가 원하는 거."

치사키는 지금 엄청나게 성욕이 쌓여 있다.

방금까지 대련을 해서 어느 정도 발산했어도 모두 해소되진 않은 상태.

그런 치사키를 향해 딱 좋게 자신의 욕망을 마음대로 해소시킬 수 있는 구실을 주었다.

그리고 치사키는 그 구실이라는 미끼를 바로 물었다.

"…사제. 사제는 성욕이 넘쳐나서 참기 힘들다고 했지? 응?"

"그랬지?"

치사키는 카타나를 헤파이에 수납하고 후우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성욕이 강한 만큼 상대도 응? 많나 봐? 리제 만이 아니라 엘리랑 카구라랑도 했지?"

"그, 그걸 어떻게…!"

"당연히 냄새나니까 그렇지… 사제한테는 안 나도 세 사람한텐 발정 난 암컷 냄새가 풀풀 난단 말이야."

설마 치사키의 코가 그토록 성능이 좋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발정 난 암컷 냄새라니.

그거 지금은 치사키의 몸에서 풀풀 나는 거 아니야?

"있지, 사제… 떡치면 기분 좋아?"

"응? 그야 기분 좋지. 좋으니까 못 참는 거고."

"그렇겠지… 좋으니까 못 참는 거겠지."

"그래, 그러니까 발산도 해야 하고."

"발산… 그래 발산 중요하지. 그럼 사제…."

꿀꺽하고 군침을 삼킨 후 치사키는 약간 흔들리는 눈동자를 나에게 향하며 말했다.

"나하고도 한판 뜨자."

입학식 때 들었던 대사와 비슷한 대사.

하지만 안에 담겨 있는 뜻은 전혀 달랐다.

마음속으로 다 넘어왔다고 쾌재를 부르면서도 연기를 그만두지 않은 채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하는 연기를 펼쳤다.

"뭐!? 치사키?! 그게 무슨 말이야!"

"원하는 거 뭐든지 들어준다고 했잖아. 나도 궁금하단 말이야. 옥상에서 리제도 평소랑 달랐었고… 그만큼 기분 좋았다는 거지? 나도 얼마나 좋은지 좀 알고 싶다고."

"아니, 하지만… 치사키는 괜찮아? 그렇게 쉽게 해도. 애초에 내가 치사키랑 하면 사범님이 가만 안 둘 거 같은데."

"어차피 아빠한테 안 말하면 그만이잖아? 애초에 아빠는 나처럼 코 좋지도 않아서 몰라. 게다가 우린 이미 성인이잖아! 그 정도 결정은 알아서 할 수 있잖아!"

"아니, 그래도…."

"사제는 맹세한 걸 안 지키는 거야? 엘드라 후계자가 그래도 돼? 응?"

점점 치사키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냉정함을 되찾았어도 미끼를 잡은 흥분과 현재 내 몸에서 나는 땀 냄새에 다시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알았어. 지킬게.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좋아!"

"하지만 치사키는 정말 내가 상대여도 괜찮아?"

합의 과정을 거치는 건 중요하다.

거의 다 넘어온 거라도 이건 빼먹을 수 없지.

"사제는 옥상에서 떡칠 정도로 여자 좋아하면서 예의 바르네?"

"상대 의견을 묻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괜찮지. 괜찮으니까 사제한테 이런 말 하는 거고! 그리고! 후욱! 후욱! 헤헤, 오히려 사제랑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면? 응? 엘드라에 있는 훈련 시설을 더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성욕에 이성이 간당간당하다고 하지만 나랑 이어지면서 얻는 이득을 재력이나 권력이 아닌 트레이닝 시설 맘대로 쓰기에 집중한 걸 보면 치사키가 진성 전투광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정말 치사키의 컨셉은 확고했다.

"알았어. 치사키가 좋다면야. 나도 뭐… 치사키랑 하는 건 싫지 않으니까."

"응? 뭐야, 사제? 설마 나에게 관심 있었어? 응?"

"성격이야, 어떻든 외모 따지자면 치사키는 예쁘니까."

"아, 그러셔! 그럼 예쁜 나랑 해서 좋겠네! 그러니까 빨리하자!"

평소 치사키라면 성격 문제를 걸고넘어져 조금 성질내는 연기를 하며 다시 대련하자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기색이 없다.

"하는 건 좋은데 조건이 있어."

"뭔데? 빨리 말해."

치사키의 눈이 더 이상 끌면 억지로 덮치겠다는 위압을 뿜어대고 있다.

실시간으로 용솟음치는 성격이 치사키의 그나마 있었던 적은 인내심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할 때는 내가 주도로 할게. 치사키는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고. 난 내가 주도하는 게 좋거든."

"그건 사제 맘대로 해! 그럼 뜨자! 지금 뜨자! 당장 뜨자!"

"아니, 우선 침실로 자리를…."

"못 참아! 지금! 당장! 떠!"

충혈된 눈으로 강렬한 시선을 보내오는 치사키.

지금 거절하면 억지로라도 덮칠 기세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치사키에게 말했다.

"알았어, 그럼 하오리는 벗어. 소중한 하오리가 더럽혀지면…."

펄럭!

치사키가 단숨에 사범님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하오리를 뒤로 내던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