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6 - 76.기술 활용은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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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키의 후각을 개조한 후 며칠 동안 상태를 관찰했다.
처음에는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치사키.
하지만 얼마 안 가 치사키는 금방 나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다가와서 냄새를 맡았다.
역시 직설적인 치사키인 만큼 망설이지 않고 바로 확인하는 행동력을 보였다.
정해졌던 수순대로 남성 향수를 쓰고 있다는 걸로 얼버무리며 며칠간 다시 상태를 관찰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관찰하는 동안 치사키하고의 대련은 최대한 피하는 거였다.
왜냐하면 가까이서 내 체취.
즉 땀 냄새 등을 가까이서 많이 맡으면 개조된 후각 때문에 치사키가 몸의 이상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학교에서 치사키와 대련하게 돼도 최대한 의심 가지 않도록 수비 위주로 움직였다.
치사키가 저택에 올 때도 요새 체력 증강 트레이닝에 빠져서 나와 대련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딱 좋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치사키가 내 냄새를 맡는 횟수가 점점 증가한 지금.
향수를 주겠다는 명목으로 한 차례 트레이닝이 끝난 치사키에게 다가갔다.
"여기 향수 가져왔어."
"땡큐~."
치사키는 히죽 웃으며 건넨 향수를 헤파이에 집어넣었다.
"설마 치사키가 그렇게나 이 향수 냄새를 좋아할 줄은 몰랐어."
"나도 신기하더라~ 아, 지금도 향수 뿌리고 있지? 좋은 냄새 나네~."
오늘은 한 번도 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남성 향수로 대충 얼버무렸지만, 점점 내 냄새에 민감해진 치사키의 코는 딱히 내가 격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내 체취를 느끼고 있다.
"응? 오늘은 안 뿌렸는데?"
"정말? 뭐지?"
"치사키 네 코가 좋아서 희미하게 남은 향이라도 맡은 거 아니야?"
"그런가?"
적당히 얼버무려도 치사키는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이런 단순한 점 또한 치사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치사키는 한창 체력 트레이닝을 해서 몸이 활성화된 상태.
게다가 개조를 한 후 적절하게 시간이 지난 상태다.
즉,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는 거다.
"치사키, 대련 한판 할까?"
"대련? 좋지! 마침 몸도 딱 좋게 풀렸으니까! 흐응~ 사제가 먼저 대련하자니 무슨 바람이야?"
"나도 실력이 향상된 치사키랑 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야. 같은 텐라이류를 배운 몸으로서 말이야."
"히히, 그 정신 좋은데! 좋았어! 그럼 바로 해보자고!"
"아니, 대련장으로 옮겨야지 여기서 하다가 시설 망가뜨리면 어떡해."
치사키와 함께 저택 안에 있는 대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헤파이를 발동시켜 전투복과 무기를 꺼낸 나와 치사키.
"응? 사제, 왜 무투가 식이야?"
치사키는 카타나가 아닌 건틀렛과 각반을 장착한 나를 보며 물었다.
"항상 같이 텐라이류를 쓰면 심심하잖아. 이왕이면 다양하게 가야지. 치사키, 너도 내 다양한 전법을 보고 싶지 않아?"
"당연히… 보고 싶지! 순뢰!"
치사키는 만면의 전투광 미소를 지으며 바로 발도술을 사용했다.
전기를 머금은 신속의 발도.
하지만 나에겐 익숙한 동작이기에 칼날을 마력을 두른 건틀렛으로 막으면서 동시에 흘려내며 반격을 시작했다.
칼을 흘려내면서 동시에 앞차기로 치사키의 복부를 노린다.
하지만 겨우 한 번의 반격을 치사키가 쉽사리 맞아줄 리 없다.
바로 뒤로 물러나며 적절한 거리를 둔 다음 다시 거리를 좁히며 사선으로 카타나를 휘두른다.
카카카카카카카캉!
카타나와 건틀렛이 부딪치는 소리가 대련장에 울려 퍼졌다.
알맞은 각도로 카타나를 받아내며 흘려내고 반격한다.
제대로 된 일격을 허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격을 하며 오히려 치사키가 회심의 일격을 하지 못하고 자잘한 검만을 휘두르게 유도한다.
공격의 위력 하나하나는 강력하지 않지만 움직임은 평소의 대련보다 더욱 격해졌다.
10분간 쉬지 않고 대련을 하는 치사키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트레이닝 성과가 있나 봐, 치사키. 이렇게 움직이는 데도 지치지도 않고."
"이봐, 사제! 애초에 난 원래 이 정도로 지치지도 않는다구! 더! 더 강하게 해봐! 역천!"
대화하는 틈을 노려 올려 베기로 겨드랑이를 노리는 치사키.
그 검을 오히려 나는 피하지 않고.
꽈아아악!
"응?!"
겨드랑이 사이에 힘을 주며 카타나를 붙잡았다.
"뭐야, 그거!"
초반과 중후반의 스텟 차이를 이용한 무식하게 마력을 퍼부은 파훼법이다.
아마 같은 스텟이었다면 가능하다고 해도 큰 상처를 입을 방법.
하지만 지금 나와 치사키의 차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치사키가 당황하는 사이 다리를 올려 차며 치사키의 손목을 노렸다.
뻐억!
"윽!"
당황한 순간에 손목이 차이며 치사키의 손에서 카타나가 떨어졌다.
채앵!
바로 겨드랑이의 힘을 풀고 순간 공중에 뜬 카타나를 반대 손으로 쳐냈다.
치사키의 시선이 옆으로 튕겨지는 카타나에 시선이 쏠렸을 때 단숨에 치사키의 뒤로 이동해 몸을 휘감아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터엉!
"으읏!?"
동시에 목에 초크를 걸며 치사키의 목을 조였다.
기절하지 않게끔 현재 제압하고 있다는 식으로만 가볍게.
"어때 치사키, 이번엔 내가 이겼지?"
"아직 안 끝났…!"
팔과 발을 허우적거리며 어떻게든 반격하려고 했지만.
꽈악!
"으익…!"
목을 조르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이 상태에서는 못 빠져나가는 거 알잖아."
"으으…! 그 괴상한 막기만 아니었더라도!"
"하하, 당황하게 만들기엔 딱이었지?"
치사키는 더 이상 발버둥을 멈추고 팔과 다리를 축 늘어뜨린 째 체념하듯 말했다.
"사제가 그런 돌발성 넘친 수를 쓸 줄은 몰랐어."
"엘드라를 이끌 몸으로써 다양한 방도를 알아두는 건 당연해."
느긋이 대화를 나누면서 아직 초크는 풀지 않는다.
치사키의 긴장이 완전히 풀릴 때를 기다린다.
"…있지, 사제. 이제 슬슬 풀지 그래?"
"조금만 더 있다가. 왠지 지금 풀면 치사키가 아직 안 졌다고 반격할 수 있으니까."
"나 그렇게까지 유치하지 않거든?"
"첫 대련 때 오의 쓴 사람이 누구였더라?"
"으으음…."
내 반박에 치사키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대화도 다 시간 끌기다.
대련으로 인한 긴장감이 풀리고 아직 활력과 흥분이 넘쳐나는 몸 상태일 때.
"응… 으응?."
서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대련하여 적당히 땀을 흘린 상태에서의 밀착.
치사키가 내 체취를 가장 가까이서 잘 맡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후우… 후우…."
긴장이 풀리며 내 냄새를 제대로 인지하게 된 치사키.
그것도 땀을 흠뻑 흘린 상태에서 냄새가 풀풀 풍기는 나에게 밀착한 상태다.
여태까지 평소와 같이 적당한 거리에서 맡던 냄새의 농도하고는 전혀 다르며 개조된 후각도 슬슬 안정화되며 제 기능을 발휘할 터.
"하아… 킁… 킁. 스으읍…."
내 냄새에 흥분하고 기분 좋게 느끼는 상태가 된 치사키가 지금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냄새를 더 깊게 들이마시려고 한다.
단숨에 정신은 순간 멍해지며 몸을 기분 좋게 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냄새에 집중한다.
그 증거로 치사키는 지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코로 냄새를 맡는 소리만을 내고 있다.
평소에 전투광 맹수 같은 모습을 자주 보이는 치사키.
그만큼 본능에 충실한 치사키가 지금 내 냄새에 노출되어 몽롱한 트랜스 상태에 빠졌다.
"스으읍… 스으읍… 후으후우… 킁… 킁킁…."
본능적으로 목을 까딱이며 초크에서 풀려나려는 치사키.
좀 더 헐겁게 힘을 풀지 치사키는 이내 코가 내 팔이 닿을 정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스으으읍… 으, 으응…."
그리고 내 팔뚝에 묻어내는 체취를 흡입하듯이 코로 들이마시는 치사키.
트랜스 비슷한 상태에서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치사키는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라는 걸 새삼 다시 느꼈다.
팔의 구속을 풀려는 잡고 있었던 치사키의 손도 어느새 놓아졌다.
본능에 따라 내 체취를 들이마시며 더욱 흥분상태에 돌입한 치사키가 두 손을 아래로 뻗으려고 할 때.
휙! 하고 손을 풀며 몸을 일으키며 치사키의 이름을 불렀다.
"치사키?"
"…으? 으응? 어?"
치사키가 정신을 차렸다.
"왜 그래?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고."
"응? 어라? 왜지? 뭔가 멍했는데…."
"멍했어? 현기증 날 정도로 트레이닝 열심히 했던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치사키와 거리를 뒀다.
"아니, 그렇게까지 막 하진 않았는데…."
아직 자신의 상태에 의아함을 느끼는 치사키.
즉 아직 트랜스 상태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것이며 좀 더 냄새를 맡게 하면 다시 방금과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상태였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연기를 하며 말했다.
"무투로 이렇게나 격하게 움직인 건 오랜만이야. 좋은 대련이었어, 치사키."
"아, 응. 나도 뭐… 좋았어. 지긴 했지만."
"어차피 처음 보이는 수를 사용했으니까 그런 거지. 다음부턴 치사키한테 이런 수를 써봤자 안 통하잖아?"
"당연하지!"
이 이상 힘찬 대답을 하게 만들면 아직 남아있는 트랜스 상태를 완전히 깨게 만들어버린다.
"후우, 땀도 많이 흘렸네. 난 샤워하러 갈 건데. 치사키는 어쩔 거야?"
"응? 나도 뭐… 땀 흘렸으니까 씻어야지."
"그럼 샤워장까지 같이 가자."
치사키와 함께 차분히 걸어 나가며 샤워장으로 향했다.
트레이닝실을 나가 복도를 걷는다.
그동안 치사키는 아무런 말이 없고.
"킁…."
뒤에서 냄새를 맡는 콧소리가 들렸다.
복도를 걸어 샤워장에 도착했다.
샤워장은 당연히 남녀로 나뉘어 있으며 나는 당연히 남자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어 바구니에 담았다.
탈의실에 들어가기까지.
그리고 내가 옷을 벗는 동안.
치사키가 여자 탈의실 쪽으로 들어가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