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5 - 75.기술 활용은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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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둑한 공간.
[지난 토요 xx일. 스트렌저 강철산의 출현이 보고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스트렌저를 아카데미의 생도 2명이 격퇴했다고 하는데요.]
[맞아요. 그것도 무려 2명의 생도 중 한 명은 그 엘드라 가문의 후계자인 황금의 기린아로 유명한 루벨트 엘드라라고 해요.]
[이야, 정말 대단하네요.]
[우리 인류의 미래도 참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강철산이 엘드라에 돈을 받아 물러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젠장!"
강철산은 핸드폰을 향해 흘러나오는 언론 영상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망할 꼬맹이 자식… 감히 나에게 이런 치욕을 안겨줬겠다…!"
"푸훕. 생도에게 당한 걸로 유명해졌네, 떡대?"
"뭐라고!"
그런 강철산의 귀에 자신을 향해 비웃는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고 싶은 거냐! 거미년이!"
거미년이라고 강철산이 모욕을 해도 여성은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풉, 당했다고 괜히 성내고나 있고… 정말 품위가 떨어진다니까?"
"이 망할 년이…!"
강철산이 일그러진 마력을 내뿜으며 여성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그만둬라. 스트렌저끼리의 전투는 금지다."
묵직한 느낌을 주는 남성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맞아맞아 리더 말은 들어야지, 안 그래?"
또한 남자의 말을 옹호하는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치잇!"
강철산은 이어지는 목소리에 혀를 차며 마력을 거두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지? 너라면 이대로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텐데?"
"날 잘 알고 있군, 리더."
리더의 물음에 강철산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당연히 나에게 치욕을 안겨준 그 망할 새끼에겐 철저하게 절망을 안겨줄 거야. 그때는 방심했지만… 진심으로 상대하면 그딴 꼬맹이는 별거 아니라고."
"어머, 그런 거치고는…."
"루크치아."
여성이 한 번 더 놀리려는 것을 리더라고 불린 남자는 이름을 부르며 제지했다.
"흥. 그래, 알았다고~."
"강철산, 어떻게 치욕을 갚아줄지는 맡기겠다. 다만 이것만은 있지 마라. 우리의 목적은 그저 파괴활동이 아닌…."
"헹, 알고 있다고… 파괴보다도 더 화려한 파멸이잖아?"
"그렇다. 우리의 주인이 원하는 염원. 인류의 파멸. 그것이 주인에게 힘을 받은 우리의 존재의의다."
"걱정 말라고, 리더. 잘 알고 있으니까."
파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치 홀린 듯이 강철산은 더욱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를 짓는 건 강철산 만이 아니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4명의 입가가 동시에 올라갔다.
"…."
그 모습을 검붉은색으로 뒤덮인 존재가 침묵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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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라이 치사키에게 있어서 루벨트 엘드라를 향한 인상은 휙휙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비인 덴라이 사토루가 못 만나게 하는 돈 많은 건방진 녀석.
뇌명주라는 비싼 술도 자기보다 먼저 아빠랑 같이 마신 괘씸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입학식 때 처음 모습을 본 후 그 인상은 꽤나 바뀌게 되었다.
'와, 강하네?'
덴라이 치사키는 선천적으로 후각이 민감했다.
그리고 그 후각은 주로 전투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긴장의 냄새, 살기를 잔뜩 풍기는 냄새 말고도 상대가 얼마나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냄새로 대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치사키의 후각이 처음 만나자마자 루벨트는 강자라고 특정했다.
그것도 이 아카데미 안에서 대부분의 생도는 상대도 안 될 정도의 강자라고.
처음에는 괘씸한 놈 얼굴 보고 조금 분풀이하자는 마음이었지만.
"한 판 뜨자."
치사키의 마음은 어느새 강자랑 싸워보고 싶다는 호승심으로 바뀌었다.
너무 큰 호승심과 한 번 대련해보니 예상 이상의 실력을 갖췄기에 너무나 기쁜 마음에 오의까지 쓸 정도로.
그 후 시간이 지나서 치사키는 루벨트를 알아가면서 점점 호의를 가지게 되었다.
싸우면 즐거운 강자에서 말 섞기 쉬운 사제.
더 나아가 자기가 강해지는 것도 도와주고 이래저래 눈치도 좋아서 배려도 많이 해주는 착한 사제.
어째서 자신의 아빠가 루벨트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치사키는 이해했다.
다만 불만이 있다면 전력을 다한 루벨트와 아직 대련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비 없이 전력을 다한 루벨트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루벨트와 한번 싸우고 싶다는 마음이 치사키의 안에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돌발적으로 욕구가 폭발할 정도로 급박한 욕망은 아니었다.
'뭐, 좀 더 실력 기르고 부탁하면 받아주겠지~.'
그런 느긋한 마음으로 루벨트 만이 아닌 루벨트 주변에 있는 유메, 카구라, 엘리, 리제, 이시훈과도 교류를 하며 치사키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아카데미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번처럼 루벨트가 직접 D급 몬스터를 이른 시기에
상대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줬다.
루벨트가 적절하게 강한 상대와 전투하고 싶다는 치사키의 욕망을 채워줬기에 더욱 불만이 폭발할 일은 없었다.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여러 검사까지 해서 자신의 체력 트레이닝 플랜까지 짜주니 고마운 마음만이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여태껏 잘해준 걸 보답해볼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치사키의 안에서 루벨트는 그만큼 호의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체력 트레이닝 메뉴를 받고 며칠 후.
치사키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응?'
오전의 아카데미 수업을 듣던 도중이었다.
'뭔가… 좋은 냄새가 나네?'
뒤에서 풍기는 좋은 냄새를 풍겨왔다.
느끼기에는 좋은 냄새.
하지만 여태까지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였다.
'뭐지?'
의문을 느끼며 치사키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냄새가 나는 곳을 수색했다.
그런데 수색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치사키는 바로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찾을 수 있었다.
'사제?'
냄새가 가장 진하게 나는 발생지는 바로 루벨트였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자신의 코가 이상하나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킁킁."
치사키는 자신의 코를 의심하지 않고 바로 루벨트에게 가까이가 대놓고 냄새를 맡았다.
"… 뭐 하는 거야, 치사키?"
""치, 치사키!?""
"어머."
치사키의 그런 반응에 루벨트는 물음을 던졌고 주변에 있던 다른 인원들이 놀라고 있었다.
"응? 아니~ 왠지 사제한테 좋은 냄새 나는 거 같아서~ 진짜 좋은 냄새 나네?"
"좋은 냄새?"
"응. 왜지?"
너무나도 직설적인 물음이었다.
'왠지 맡으면 맡을수록 좋다고 느껴지고 으음~ 뜨뜻한 느낌?'
가까이서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몸 상태를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치사키.
하지만 그것이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제는 그러지도 않았는데. 왜지?"
"흐음. 혹시 오늘 향수를 바꿔서 그러나?"
"향수? 사제, 향수도 써? 여자도 아니고?"
"요새는 남자도 향수 써. 남성 향수 제품도 많고."
"오호호호호! 사교계에서는 오히려 남성도 어떤 향수를 쓰는지에 토론이 일어날 정도랍니다."
"그렇구나…."
"재벌 사교계…."
"흐응~ 무슨 향수인데?"
"화이트 로즈라는 브랜드의 향수야. 냄새 마음에 들었어?"
"응. 뭔가~ 으으음~ 구체적으로는 말 못 하겠는데 냄새 좋더라. 킁킁."
치사키는 다시 루벨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치사키, 너무 도련님의 냄새는 맡지 말아 주세요. 주변의 눈이 있습니다."
"아, 미안미안~."
치사키는 장난스레 미소 짓고 루벨트에게 떨어졌다.
'화이트 로즈라~ 좋은 향수도 있나 보네.'
치사키는 그저 자그마한 해프닝으로만 생각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치사키는 지금 자신이 느낀 것이 단순히 향수 냄새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루벨트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치사키는 끌리기 시작했다.
"킁킁, 오늘도 좋은 냄새네, 사제~."
"고마워."
처음에는 조금 끌려서 장난스럽게 한두 번 맡고 끝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행위가 반복되면서 치사키는 좀 더 루벨트의 냄새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킁킁킁킁."
그리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루벨트의 냄새를 맡는 빈도와 시간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 저기… 치사키? 이제 그만 맡아도 되지 않… 아?"
"응? 아. 아아~ 어라? 나도 모르게 맡고 있었네?"
한때는 보다 못한 유메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게 될 정도였다.
그리고 유메의 만류를 듣고 난 후 치사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 왜 이렇게 사제의 냄새에 끌리는 거지? 아니, 사제의 향수 냄새인가?'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은 하지 않는 치사키.
하지만 생겨난 의문은 곧바로 묻는 게 바로 치사키였다.
"있지, 사제. 그 화이트 로즈라 곳 향수 나한테도 하나 주라."
"알았어. 그럼 오늘 저택에 올 때 하나 줄게. 그러고 보니 정해준 체력 측정 메뉴는 잘하고 있어?"
"물론이지!"
방과후.
치사키는 검술부 활동이 끝난 뒤 바로 루벨트의 저택에 가서 정해진 체력 단련 트레이닝 메뉴를 하고 있었다.
[START]
"히히! 으랴!"
엘드라가의 저택에 있는 훈련 시설.
그중 체력을 기르기 위한 장거리 장애물 달리기를 한창 치사키는 하고 있었다.
거대한 런닝머신 같이 방 한 곳의 바닥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일 뿐만이 아니라 바닥에서 구조체가 튀어나와 피하거나 넘어서야 하는 알맞은 장애물 역할까지 했다.
치사키는 그 위를 달리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장애물도 피하며 순발력과 체력을 동시에 기르는 복합적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차례 트레이닝이 끝났을 때.
"열심히 하고 있네."
"오, 사제!"
루벨트가 향수를 들고 치사키가 있는 트레이닝 시설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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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에 들어갈 삽화가 완성되었습니다! 안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