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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62화 (62/226)

Chapter 62 - 62.이벤트는 순조롭게!

"아, 아니! 전혀! 루벨트랑 둘이라도 나, 난 괜찮아!"

유메는 성급하게 고개와 손을 빠르게 저으며 대답했다.

"그래?"

"응! 진짜 괜찮아."

"다행이다."

여기서 최대한 산뜻한 미소를 지어준다.

그러니 예상대로 유메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역시 이 루벨트 페이스는 미남이어서 좋단 말이지.

나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히로인들에게도 잘 먹히고 말이야.

유메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평소에도 몇 번 봤지만, 여전히 귀여웠다.

우선 유메와 함께 시내를 걸었다.

유메는 조금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내 옆을 걷고 있다가 질문해왔다.

"그러고 보니 뭘 사려고 온 거야?"

블블에서는 주인공이 입을 전투복 복장 디자인을 고르는 거였지만 이미 나에겐 전투복 디자인이 이미 있다.

그러니 여기선 좀 더 유메랑 여기저기를 돌아볼 수 있는 걸로 답한다.

"방어구하고 무기 쪽을 둘러보려고."

"방어구하고 무기… 루벨트는 이미 있지 않아?"

"맞아, 엘드라에서 공수한 무기들이지. 하지만… 의외로 엘드라가 관여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장에 좋은 장비를 팔 때도 있으니까. 말하자면 좋은 만남이 있을 걸 기대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그렇구나…."

"뭐, 장비품에는 여러 개 있으니까. 유메, 너도 사고 싶은 무기나 복장이 있으면 둘러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사줄게."

"응?! 괘, 괜찮아. 그러지 않아도 돼!"

"아니, 아무래도 내가 말이 부족해서 착각하게 만든 거 같으니까. 미안해서 그래."

"그래도…."

우물쭈물하며 당황하는 유메.

이럴 때는 너무 들이대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럼 혹시 같이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줘. 없으면 그냥 있어도 되고."

"으, 응."

유메의 승낙을 받아낸 후 우리는 같이 시내를 걸으며 가게를 둘러봤다.

그리고 첫 번째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잠시 멈춰 서며 유메를 바라봤다.

"아참, 유메야."

"응? 왜?"

"오늘 옷 정말 잘 어울려. 말하는 걸 깜빡했네."

"…읏! 고, 고마워… 루, 루벨트도 자, 잘 어울려!"

"고마워."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칭찬하기.

유메도 마음속으로는 기뻐하고 있을 거다.

"아, 이 가게에 들어가 보자."

"그, 그래!"

유메와 함께 헌터 무구점을 들어갔다.

유메와 둘이서 데이트하기 위한 명분이었지만 혹여나 정말 좋은 물품이 있을지도 모르니 자세히 진열된 장비들을 살펴봤다.

"역시 다 좋은 물품들이네."

"그래?"

뭐,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에 비하면 별로지만.

"어머, 안목이 좋으시네요, 손님! 현재 저희 가게에 진열된 물품들은 초보 헌터들은 물론! 숙련된 베테랑 모험가분들도 애용하신답니다!"

밝은 영업용 미소를 쓰며 점원이 다가왔다.

"포지션은 어떻게 되시나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추천해드릴게요!"

"아, 저 그게…."

점원의 적극적인 태도에 당황한 유메 대신 내가 대답했다.

"보조 계열 마법사… 전 모든 포지션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어머, 재능 넘치시네요! 으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일단 마법지팡이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여친 분께서 쓰실 거죠?"

"여, 여친!?"

유메의 얼굴이 단숨에 새빨개졌다.

"혹시 랭크가 어떻게 되세요?"

"저희는 아카데미 생도입니다. 올해 입학했죠."

"아! 생도분이셨구나! 그렇다면 잠시만요~."

점원은 진열된 장비 중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 박혀 있는 지팡이를 들었다.

"이 화이트 프리즘은 어떨까요! 베테랑 헌터분들도 선택하시는 보편적이면서 다루기 쉬운 지팡이랍니다!"

"어때, 유메?"

"여친…."

유메는 아직도 여친이라는 말을 되뇌며 정신이 딴 곳으로 가 있었다.

이 반응만으로도 유메가 얼마나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호감도작을 한 결실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 좋다.

못 들은 척 유메의 이름을 불렀다.

"유메?"

"응? 아! 어! 그게… 잘 모르겠어."

"그럼요! 보는 것만으론 잘 모르겠죠! 이쪽으로 와보실래요? 저희 가게는 시험 삼아 무기를 테스트할 수도 있답니다!"

점원을 따라 나와 유메는 가게 안쪽에 있는 이른바 무기 체험실로 들어갔다.

내부 구조는 아카데미의 전투 훈련실과 비슷했고 중앙에는 표적으로 삼으라고 놓아진 허수아비처럼 생긴 표적이 있었다.

"자아, 한 번 사용해보세요!"

"유메, 한번 써봐."

"알았어."

거의 분위기에 타서 흘러가는 대로 유메는 점원에게 화이트 프리즘을 받았다.

"저기… 뭐 쓰면 될까?"

"마나 레이면 좋지 않을까? 마침 알맞게 표적 있으니까."

"응! 후우…."

숨을 내쉬며 유메는 화이트 프리즘을 들고 마력을 모은 다음.

"마나 레이!"

표적을 향해 기초적인 공격 마법스킬을 사용했다.

피유우우웅! 하며 평소에 유메가 쓰는 마나 레이보다 더 빠르고 강한 위력의 마나 레이가 날아갔다.

"와아…."

그리고 그 변화는 사용한 유메가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괴, 굉장해. 아카데미에서 썼던 마나 레이하곤 딴판이야…."

그야 장비빨이 다르니까.

블블에서도 후반부에 갈수록 상점에서 해방되는 새 무기를 사서 매번 바꾸는 건 국룰이다.

하지만 여기는 현실.

딱히 새로운 장에 돌입하지 않아도 돈만 충분하다면 고성능의 장비를 초기에 얻을 수 있다.

화이트 프리즘은 중후반에 낄 수 있는 마법 지팡이다.

마력 전도율과 증폭률의 수준 차이가 확연하니 위력이 높아진 건 당연하다.

"어떠세요? 좋은 물건이죠?"

"네, 정말 좋네요."

점원에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유메.

점원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쌩하고 내 쪽을 바라봤다.

"여친 분이 마음에 쏙 드신다고 하네요?"

"여, 여친…! 루, 루벨트랑 난 그런 사이가…!"

"유메, 화이트 프리즘 마음에 들어?"

"응!? 그게… 어…."

"이거 하나 살게요."

"감사합니다!"

"루벨트?!"

바로 화이트 프리즘을 산 후 유메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감사합니다~."

유메는 멍하니 포장된 화이트 프리즘을 안고 있었다.

"아! 루, 루벨트! 이거 안 사줘도 돼!"

"하지만 마음에 들었잖아?"

"그, 그래도!"

"말했었잖아. 마음에 든 거 있으면 사주겠다고."

"그치만!"

하긴 의견도 안 묻고 바로 사버렸으니 배려심도 있고 심성이 착한 유메는 미안한 마음이 크겠지.

하지만 이럴 때는 팍팍 밀고 나가는 게 좋다.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불러서 미안한 내 마음이야. 받아줘, 유메."

"으… 하지만 이거 비쌌잖…."

"비싸?"

세계최고 재벌의 후계자인 내 기준으로?

"루벨트한테는 안 비싸겠지만…."

"맞아, 나한텐 안 비쌌어. 뭐, 유메가 그걸로 납득할 순 없겠지만 지금은 내 맘 생각해주면 안 될까?"

"…알았어."

유메는 고개를 끄덕이고 새로 산 화이트 프리즘을 헤파이에 보관했다.

"그럼 마저 돌아보자, 유메. 혹시 또 마음에 든 거 있으면 말해."

"이걸로 충분해!"

또 소매넣기를 당할까 봐 유메가 황급히 소리쳤다.

화이트 프리즘을 산 후.

루벨트와 이곳저곳 가게를 둘러보는 유메의 심장은 계속 콩닥콩닥 뛰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건 루벨트하고 데이트가 아닐까?

로 시작된 콩닥거림은 이윽고 왜 루벨트는 점원이 자신을 여친이라고 불러도 딱히 부정하지 않는 걸까?로 진화하며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바, 바로 부정 왜 안 한 거지? 딱히 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라서? 루벨트에겐 엘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약혼자가 이미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거기서 딱 잘라 아니라고 말하면 그건 그것대로 싫….'

"유메."

생각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는 유메를 깨운 건 루벨트의 목소리였다.

"어!? 응!"

"어느 정도 둘러봤으니까 카페 가서 좀 쉴까?"

유메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그러자!"

화이트 프리즘을 산 후 루벨트는 추가로 유메를 데리고 3곳을 더 둘러봤다.

하지만 유메에게 있어서는 생각에 빠지느라 그 시간이 길다고도 지루하다고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루벨트가 말을 걸어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이런 시간이 됐지?라고 신기해할 정도였다.

카페에 들어가 각자 마실 음료를 시킬 루벨트와 유메.

음료수가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유메는 카페에서 루벨트만 둘만 있다는 상황에 심장과 머리가 터질 거 같아서.

루벨트는 그런 유메를 감상하느라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각자 시킨 음료가 도착하고 유메가 한 모금 마셨을 때 타이밍을 노린 루벨트는 입을 열었다.

"미안해, 불편했지?"

"불편?"

루벨트가 꺼낸 말이 유메는 이해되지 않았다.

불편? 대체 어디가 불편이라는 걸까?

"그야 계속 여러 가게만 돌아다녔잖아. 나도 여러 무기를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이제서야 카페나 들리고. 미안해."

거짓말이었다.

루벨트는 장비품들을 보긴 했어도 유메에게서 눈을 뗀 적이 없었고 타이밍을 노려 언제 시간에 맞춰 카페에 들어갈까 계산하고 있었다.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유메가 계속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에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유메는 몰랐다.

"아니야! 전혀 안 불편했어! 오히려 새 지팡이도 사줘서 기뻤는걸!"

"정말?"

"정말이야! 나 전혀 안 불편했어! 정말 기뻤어!"

'오히려 루벨트랑 둘이서 쇼핑하고 루벨트가 나한테 물건을 선물해줘서 기뻤는걸….'

유메는 부끄럽기에 차마 마음속으로 읊은 생각을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하아, 다행이다."

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루벨트의 표정은 더욱 유메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언제나 신사적이고 친절히 대해주는 루벨트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유메에게 있어서 그 얼굴은 그야말로 반칙이었다.

더 유메가 얼굴을 붉힌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이 이상 건드리면 안 되는 걸 아는 루벨트는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유메는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동아리 활동이라든지 말이야."

"응? 그야…."

아카데미 생활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며 루벨트는 다시 유메가 평소대로 돌아오도록 유도했다.

아카데미에서 한 실전 훈련의 감상이나 동아리에서 일어난 일 등 유메도 자신이 겪은 일상 얘기를 하며 많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누그러졌다.

동시에 편안함과 일상대화를 루벨트와 나눈다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은 주문한 음료를 다 마셨다.

계산하고 가게를 나온 루벨트는 유메에게 제안했다.

"공원 산책이라도 할까?"

"아, 응!"

즐겁게 얘기를 나눠 기분이 좋은 유메는 딱히 아무런 생각 없이 루벨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시내 안에 있는 공원에 도착하고 걸어 다니기를 3분.

'헤헤, 이거 진짜 데이트 같다….'

유메가 마음을 놓고 루벨트와 그저 같이 있는 사실 자체를 즐기고 있을 때.

쩌저저저저적!

공원 한복판에서 갑자기 공간의 균열이 일어나.

"크하하하하하!"

흉흉한 기운의 마력을 내뿜은 근육질의 거구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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