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 - 59.이벤트는 순조롭게!
몬스터가 아닌 블블의 적.
즉 빌런 역할을 맡고 있는 스트렌저.
일반인이 변질하거나 혹은 헌터가 변질한 존재.
그들의 공통점은 사악하고 탁한 검보라색의 마력을 두르고 있다는 거다.
그 마력은 일반 사람들이 느끼기에도 사악하고 오싹함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불길한 기운을 뿜고 있다.
처음 느끼더라도 이건 스트렌저의 마력이다.
혹은 무척이나 사악한 존재다라는 걸 알 수 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루벨트!"
스트렌저는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적.
아니, 던전 밖에서 활개 치니 더욱 경계하고 없애야만 하는 적이다.
그렇기에 시훈이가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갑자기 내가 쓰러뜨려야 할 스트렌저의 기운을 내뿜고 있으니까.
특히나 시훈이는 피의 영향 때문에 더욱 스트렌저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심이 강하다.
우선 오해부터 풀자.
"야, 진정해. 시훈아. 이거 그럴싸한 기운만 내고 있는 거니까. 진짜배기가 아니야."
"아, 아니라고?"
"그래. 이러면~."
검 손잡이에 부착한 구체를 분리했다.
"어?"
그러자 감쪽같이 사라진 스트렌저의 기운에 시훈이가 눈을 깜빡이며 멍청하게 날 쳐다봤다.
"뭐, 뭐야? 사라… 졌어?"
"말했잖아. 새로 개발한 게 있다고. 이게 바로 그거야. 스트렌저 기운 모방 장치."
"스트렌저… 기운 모방 장치?"
"그래. 우리 엘드라에서 새롭게 개발한 도구야. 마력을 불어넣으면 스트렌저의 기운을 매우 흡사하게 흉내 내서 내보내는 장치야."
시훈이의 피를 이용해 무기에 적용하려던 기술을 응용해서 만든 거다.
"감쪽같았지?"
"그럼… 루벨트 너가 스트렌저가 된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내가 스트렌저면 네가 당황한 사이에 바로 공격하거든?"
내 말에 안심한 시훈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아니, 그런데 그런 건 왜 만든 거야?"
"이것도 다~ 아카데미를 위한 거거든?"
"아카데미를 위해…?"
"그래,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이걸 도입한 수업도 진행될 거야. 생도들에게 스트렌저의 기운에 겁먹지 않고 맞서게 하기 위해서."
"아."
시훈이도 멍청한 건 아니다.
방금 한 말로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겠지.
시훈이가 방금 반응한 것처럼 처음 스트렌저의 기운에 노출된 일반인은 물론이고 생도들도 순간 당황하거나 놀라 패닉에 빠질 수 있다.
패닉에 빠지지 않더라도 순간 틈을 보일 수도 있고 그사이에 스트렌저의 공격에 당할 수도 있다.
블블에서도 주인공 팀은 아니지만 스트렌저의 기운을 감지한 후 놀란 엑스트라 생도가 큰 부상을 입은 해설이 나왔었다.
그러니 미리 이 도구를 사용해 스트렌저의 기운에 익숙해져 바로 전투 태세에 들어갈 수 있다면 원작과 다르게 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체 어떤 원리인 거야?"
"내가 개발한 게 아니라서 몰라."
개발한 건 후붕쿤이니까.
난 아이디어 제공 담당.
"그보다 빨리해보자. 난 스트렌저 역할이야. 자아, 어리석은 아카데미 생도 이시훈!"
우웅!
보이스 체인저 기능이 달린 하얀 가면까지 추가로 썼다.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
"그건 또 뭐야!"
"이왕이면 더 그럴싸한 게 좋잖아!"
타악!
이번에는 설명하지 않고 돌진하며 검을 휘둘렀다.
"읏!"
카아앙!"
시훈이가 급히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냐!"
좀 더 힘을 줘 검으로 누르니 시훈이가 힘겨워하며 팔이 밀렸다.
"으으윽…!"
필사적으로 버텨보려고 하지만 시훈이의 팔은 점점 아래로 밀리고 있다.
스텟 차이로 찍어누르니 어쩔 수 없지.
시훈이는 힘으로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걸 내가 방치할 리 없잖아?
"파이어 볼!"
퍼어어엉!
"마, 마법?!"
시훈이가 다급히 몸을 옆으로 날려 마법을 피했다.
"루, 루벨트! 마법까지 쓰기야!"
"나는 루벨트가 아니다! 그리고! 검만 쓰는 스트렌저가 어딨냐! 죽어라!"
"너무해!"
미안해, 시훈아.
그래도 이것도 다 널 위해서야.
초필 각성할 때까지만 딜찍누로 굴릴게.
◈
"허억! 허억!"
루벨트와 훈련을 시작한 지 20분.
이시훈은 지친 숨을 내쉬며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루벨트의 공격을 피하고 막고 있었다.
'너무 빡세…!'
공세가 강하다고 해도 훈련은 훈련.
루벨트는 적당히 봐주면서 이시훈에게 치명타를 먹이진 않았다.
하지만 스트렌저의 기운을 내뿜으며 거의 쉴 새 없이 오는 공세는 이시훈의 체력과 정신력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루벨트가 강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차이가 심했던 거야?'
새삼 루벨트와 자신의 실력 차이를 깨닫게 되는 이시훈.
마음 같아서는 당장 루벨트에게 이제 훈련 그만하자.
조금만 쉬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처럼 자신을 위해 훈련을 해주는 루벨트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왠지 이대로 그만두긴 싫어! 지금의 루벨트한텐 특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몸속에서 들끓는 흥분과 불굴의 충동이 이시훈을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
후루타 요이치로가 만든 스트렌저 기운 모방 장치는 정말로 흡사하게 스트렌저의 기운을 흉내 냈고.
계속 뿜어지는 모방된 기운은 이시훈의 피를 계속 자극하고 요동치게 만들었다.
쉴 틈 없는 공세로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과 소모되는 정신력.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몸속에서 들끓는 알 수 없는 흥분과 충동.
그런 상태의 이시훈의 귀에 목소리가 변조된 루벨트의 말이 들어왔다.
캉! 캉! 카아아앙!
"크하하하! 겨우 이 정도냐! 결국 너도! 스트렌저에게 지고 마는 약자구나!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져…? 내가 스트렌저에게 진다고?'
스트렌저에게 진다는 말에 더욱 피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널 쓰러뜨린 다음에는 너의 소중한 자들을 모두 죽여주마!"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이시훈은 순간 눈앞에 있는 게 변장한 루벨트라는 사실을 잊었다.
'나는… 나는…! 스트렌저 따위에게 절대로… 안 져!!! 스트렌저가 모두를 해치게 놔둘까 보냐!!!'
쿵쾅쿵쾅하고 격렬하게 심장이 뛰면서 이시훈의 머릿속에 기술이 떠올랐다.
스트렌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기술.
핏속에 숨겨진 스트렌저와 몬스터에게 강력한 특공 효과를 가진 힘.
"필드… 전개!"
우우우우웅!
이시훈의 피와 함께 순간 샘솟는 마력이 주변 공간에 퍼져나갔다.
루벨트는 필드가 전개된 타이밍에 맞춰 뒤로 물러났다.
"오의! 블레이즈…!"
화르르르르르륵!
막대한 마력이 이시훈의 쥔 직검을 휘감으며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이 됐다.
타악!
화염을 두른 검을 쥐고 이시훈은 필드를 전개하여 상승한 각력을 최대한 이용하며 루벨트를 향해 돌진했고.
"임팩트!!!"
처음으로 발동하는 초필을 루벨트를 향해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루벨트가 뒤로 날아갔다.
초필을 다 사용한 순간 전개된 필드가 거둬졌다.
"허억! 허억! 난 스트렌저한텐… 어? 스트렌저?"
초필을 쓰면서 힘을 다해 피의 요동침이 누그러들며 이시훈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날려버린 게 누구인지도 떠올렸다.
"아. 루, 루벨트!"
'나, 난 대체 무슨 짓을…!'
이성을 잃고 흥분하여 자신을 도와준 친구를 향해 초필을 썼다.
이래선 마치 덴라이 치사키와 다름없었다.
이시훈은 황급히 루벨트를 향해 달려 나갔다.
"루벨트! 괜찮…."
짝짝짝짝!
"축하해, 시훈아! 오의 쓸 수 있게 됐네!"
"아…?"
폭발로 인해 생긴 먼지를 뚫고 지나가자 이시훈을 반긴 것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채 가면을 벗고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치는 루벨트였다.
"루, 루벨트? 괜찮은 거야? 나, 분명 너한테 오의를…."
"그래, 썼지. 막았지만."
"마, 막았어?"
"응. 네가 오의 날릴 때 방어 마법으로 막았어. 덕분에 날아가는 정도로 끝났지."
"어… 오, 오의를 썼는데 그냥 방어 마법으로 막았… 다고?"
"시훈아, 아무리 오의 써도… 겨우 처음 써서 숙련도도 부족한 오의가 나한테 먹힐 리가 없잖아. 난 루벨트 엘드라라고."
"윽…!"
자신 있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루벨트의 미소에 이시훈의 마음속에서 걱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약간의 분함과 호승심이 생겨났다.
◈
시훈이가 성공적으로 초필을 발동했다.
20분 동안 계속 굴리는 내 마음도 아팠는데 정말 다행이다.
시훈이의 피에 숨겨진 힘은 이른바 스트렌저와 몬스터 특공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몬스터와 스트렌저에겐 천적이면서 시훈이의 힘은 둘에게 강한 반응을 한다.
그렇기에 블블에서는 스토리에서 웬만한 상황이면 시훈이가 가장 먼저 몬스터나 스트렌저의 출현을 알아차리는 탐지기 역할을 한다.
진짜배기는 아니지만 흡사한 기운을 계속 내뿜으며 계속 압박해 궁지에 몰리게 하고 동시에 도발하며 피의 힘을 일깨우는 훈련은 훌륭히 성공했다.
블블에서 연출로만 봤던 시훈이의 첫 번째 초필을 눈으로 직접 보게 돼서 감격스럽기도 했다.
블블에서는 위력 상위권에 위치하는 주인공의 초필.
게임에서는 범위가 넓어서 잡몹처리에도 스트렌저 보스전에도 참 유용했지.
뭐, 지금은 시훈이 스텟이 낮아서 내 방어 마법으로도 막을 수 있는 위력이지만.
어쨌든.
"진짜 오의 쓰게 된 거 축하해, 시훈아!"
"고마워, 루벨트가 시켜준 훈련 덕분이야!"
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훈이는 내 축하에 바로 표정을 폈다.
자신에게 오는 호의는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시훈이의 장점이다.
뭐 주인공답게 연예면에서는 둔감 속성도 있었지만.
"그럼 또 오의 써볼까!"
"…응? 또라니?"
"겨우 한 번 오의 쓴 걸로 감이나 잡겠어? 여러 번 써봐야지."
"어… 루벨트. 나 지금 엄청 지치거든? 오의 방금 써서 마력도 부족…."
우웅!
"자."
헤파이에서 마나 회복 포션과 스태미너 회복 포션을 꺼내 시훈이에게 건넸다.
"…."
"회복약은 잔~뜩 있으니까 걱정말고 팍팍 써!"
잠시 거리를 벌린 다음 가면을 다시 쓰고 이번에는 좀 더 마력을 담아 강렬한 모방 스트렌저의 기운을 내뿜었다.
"자아아아! 다시 와바라, 생도~ 이시훈~ 스트렌저가 여기 있다고~!"
"…꿀꺽꿀꺽꿀꺽!"
시훈이는 포션을 단숨에 들이키고.
"으아아아아아아악!"
피의 충동이 아닌 거의 자포자기한 느낌의 포효를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훈련은 시훈이가 20번 정도 초필을 더 쓴 다음 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