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0 - 50.모녀덮밥은 푸짐하게!
던전에서 귀환 후.
루벨트는 바로 쥬라 디아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카구라를 업은 채 만일을 위해 설치한 간이 의무실로 향했다.
카구라는 바로 의무실에서 마비 해독제를 처방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루벨트에게 업히는 동안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마비독 효과가 줄어든 것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다른 생도들도 던전에서 귀환했다.
F급 몬스터 던전이었기에 크게 다친 생도들은 없었고 모든 생도들의 상태를 확인한 뒤 쥬라 디아스는 생도들을 데리고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귀가한 후 시간은 마침 점심시간.
던전에서 한껏 몸을 움직여서 배고픈 생도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식사를 했다.
"보스 몬스터는 루벨트네가 잡은 거구나."
"시훈이 넌 얼마나 많이 잡았어?"
"나는 20마리 이상은 잡았지 쿠단이 탱커해주고 예슬이가 뒤에서 보조해주니까 쉽더라. 아, 물론 리제도 엄청 활약했어."
"수고했어, 리제."
"루벨트 님의 메이드로서 그 정돈 당연한 일이에요."
"오호호호! 하지만 가장 활약한 건 역시 루벨트 님이랍니다! 루벨트 님이 어떤 활약을 하셨냐면…!"
식사를 나누며 각자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생도들.
그때 루벨트는 묵묵히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있는 카구라를 살펴본 다음 물었다.
"카구라, 괜찮아?"
"응?! 뭐, 뭐가 말이야!"
"기운이 없는 거 같아서."
"아~ 그. 오늘은 반성할 점이 많아서 혼자 생각했던 거뿐이야. 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리 말하며 카구라는 다시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 반성할 점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루벨트와 몸을 밀착하고 있었을 때의 기억이 전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스스로의 번뇌를 어떻게든 퇴치하려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식사를 끝내고 각자 잠시간의 자유시간을 가지려고 할 때.
"카구라, 잠시 얘기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
"얘, 얘기?"
"응."
"시간이라면 괜찮은데…."
"잘됐네."
루벨트는 다른 일행들에게 먼저 교실로 가달라고 말한 뒤 카구라와 함께 옥상으로 향했다.
"루벨트? 왜 옥상에 온 거야? 무슨 얘기를 하려고?"
"여기라면 둘이서만 얘기하기 좋을 거 같아서."
옥상에는 루벨트와 카구라 말고는 없었다.
"두, 둘이서만…!"
내심 콩닥콩닥한 이벤트도 있었기에 루벨트의 말에 카구라는 혼란스러웠다.
"카구라… 최근 무슨 고민 있어?"
"고민?"
"그래. 오늘 왠지 집중을 잘 못 하는 거 같아서 걱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 괜찮으면 말해줄 수 있을까? 내가 힘이 될 수도 있으니까."
"루벨트…."
'눈치채고 있었구나. 게다가 역시 루벨트는….'
자신이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아채고 거기에 더해 혹여나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고민일걸 고려해 둘만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 루벨트의 배려심에 카구라는 다시 가슴이 뛰었다.
'정말 루벨트는 상냥하고 신사적이야. 이런 루벨트가 색골…? 믿기지 않은데. 아니, 지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혹시 루벨트라면….'
카구라는 한 번 숨을 내쉰 뒤 루벨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렇게 된 거야."
"아야메 씨가 말이지."
"응. 나에게 말 못 할 정도면 분명 심각한 고민일 거야. 그런데 난 엄마의 도움이 되지 못해서…."
"…."
"루벨트?"
"카구라, 아무래도 아야메 씨가 고민하는 원인은 나 때문일 거야."
"뭐?"
루벨트가 꺼내는 말이 카구라는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의 엄마인 야기츠네 아야메의 고민거리 원인이 루벨트라니.
루벨트는 자신과 엄마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결코 줄 인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에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실은 저번에 아야메 씨에게 후원금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
"후원금에 관한 얘기?"
"응. 그게…."
루벨트는 카구라에게 아야메에게 한 얘기를 다시 설명했다.
최근 야기츠네 신사의 흥행도 좋으니 더 이상 후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몇 달 내로 후원을 끊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카구라는 모든 게 이해됐다.
확실히 딱히 벌인 일이 없으면 루벨트의 후원이 끊겨도 알아서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야기츠네 신사는 회복됐다.
하지만.
'요루기츠네님 신상…!!!'
카구라는 아야메와 과거에 한 대화를 떠올렸다.
"카구라~ 이번에 요루기츠네님 신상을 짓기로 했단다. 이걸로 더 효험도 높아질 거야!"
"신상? 하지만 공사비용 만만치 않아, 엄마?"
"괜찮아! 대출 땡겼으니까!"
"대출?! 신상 지을 정도로 대출했다는 거야?!"
"걱정 마, 카구라~ 엄마도 나름 계산도 다 해서 빌린 거니까. 루벨트 님이 보내주시는 후원금이 있으니까 문제없어~."
대출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대화를 들어보니 적어도 2년 동안은 계속 대출을 갚아야 했다.
그것도 거액 대출임에도 최대한 기간을 줄이기 위해 최소 기간인 2년.
그만큼 한 달에 갚아야 할 금액도 많았다.
만약 그런 상태에서 겨우 몇 달 만에 후원이 끊긴다?
야기츠네 신사가 아예 망하지는 않겠지만 생활 수준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걸 카구라는 바로 예상할 수 있었다.
'이거 때문이었구나…!'
후원이 이대로 끊기면 아슬아슬하기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카구라도 그건 싫었다.
하지만 가장 싫은 건 그런 생활을 하면서 자책하는 아야메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얘기를 하고 나서 아야메 씨가 도저히 더 이상 얘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 일단 바로 돌아갔었어. 그 뒤로 연락이 없어서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그러실 줄이야."
'그건…!'
카구라는 나름대로 생각해서 어째서 아야메가 루벨트에게 연락을 안 하는지 유추했다.
그건 바로 염치였다.
야기츠네 신사는 여태껏 루벨트의 후원을 받아왔다.
후원해준 루벨트가 나름대로 상황을 보고 야기츠네 신사가 슬슬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을 꺼냈는데.
거기서 후원금만 믿고 거금을 대출해서 제발 후원을 끊지 말라고 부탁한다?
카구라가 스스로 생각해도 염치없어서 도저히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을 거다.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카구라는 엄마의 사정을 유추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소중한 엄마를 향한 마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가난한 생활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 카구라의 머리 회전을 평소보다도 더욱 빠르게 돌아가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오늘 있었던 콩닥콩닥 이벤트까지 살짝 영향을 끼치며 카구라의 머릿속에 키워드들이 떠올랐다.
돈.
루벨트.
색골.
하렘.
로맨스 만화와 소설.
'…! 아, 아니,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지만 이거라면 혹시…!'
카구라는 자신이 떠올린 어떠한 방법에 스스로 경악하면서도 완전히 쳐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루벨트를 유혹해서 후원금을 끊지 않게 하는 것.
카구라가 즐겨보는 로맨스 소설이나 만화에도 자주 나오는 전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당 소설과 만화에 나오는 여성은 싫음에도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 카구라는 처음부터 루벨트에게 마음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루벨트가 내 몸에…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잘하면 이 일을 계기로 루벨트와 이어질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카구라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루, 루벨트! 부, 부탁이야. 제발… 후원금을 끊지 말아줘. 대, 대신… 내, 내, 내 몸을 마음대로 해도 돼!"
◈
오우, 이렇게 급발진으로 꺼낸다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카구라가 여러모로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사실 조금 더 살살 굴려서 카구라에게 가능성을 주는 느낌으로 가려고 했는데.
설마 이렇게 빨리 자기 몸을 조건으로 내걸 줄이야.
그래도 이런 상황 또한 대비하고 있었다.
우선 당황한 연기를 하며 카구라에게 말했다.
"카구라?! 그게 무슨…."
"미안. 지금 루벨트의 후원금이 끊기면 신사가 재정적으로 정말 위험해! 이것도 염치없는 거 알아! 그러니까 후원금을 계속 주는 대신…!"
카구라가 눈을 질끈 감고 내 팔을 끌어안았다.
"내 몸을 루벨트 맘대로 해도 돼! 부탁해!"
팔에서 아야메하고는 다른 말캉몰캉한 가슴의 감촉.
아아… 좋다!
하지만 이걸 지금 계속 느끼고 있으면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명연기!
"하, 하지 마!"
당황하면서도 조금 성량을 크게 하며 카구라를 떨쳐내 팔을 빼냈다.
"아…."
충격을 받은 카구라.
그 표정을 보자마자 바로 얼굴을 붉히며 좋은 감촉에 입꼬리가 올라간 걸 손으로 가렸다.
영재교육으로 배운 포커페이스의 만들기 응용편.
원하는 얼굴 반응 만들기를 사용했기에.
지금 카구라의 눈에는 얼굴을 붉힐 정도로 내가 엄청나게 당황하고.
"카구라, 자기 몸은 그… 좀 더 소중히 해."
충격을 받은 카구라의 얼굴은 순간 넋 놓다가 씰룩씰룩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구라는 내심 기뻐하고 있을 거다.
거부당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육탄공세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인 거라고 이해해서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겠지.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좋아, 여기서 카구라가 더 대담해질 수 있게 이끌어주자.
"그리고 정말 곤란하니까 그렇게 몸으로 들이대지는 말아줘."
"곤란해? 루벨트는 곤란할 정도로 내 몸이… 신경 쓰였던 거야?"
"다, 당연하지. 나도 남자야, 카구라. 신경 안 쓰일 리 없잖아. 오늘 널 계속 업고 있을 때도 신경 안 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카구라의 앞에서 약간 쑥맥인 것처럼 스스로 지뢰를 밟는 발언을 한다.
지금 눈앞에 있는 카구라의 의욕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 최고로 좋은 건 바로 이런 연기다.
리제가 이미 내가 색골이라든지 여자를 밝힌다란 말은 했겠지만.
지금 카구라에게 그런 설명이 다시 떠오르진 않겠지.
오히려 색골이면서 쑥맥이라는 점이 더 갭매력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그렇… 구나. 노력할 정도로 신경 쓰였구나….'
카구라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
왠지 순수한 카구라가 약간 야한 쪽의 악녀로 타락시킨 배덕감이 살짝 느껴졌다.
"루벨트… 역시 다시 부탁할게."
카구라가 이번에는 부드럽게 내 팔을 끌어안고 가슴을 강조하듯 밀착했다.
"후원금을 끊지 말아줘. 그 대신 루벨트가 신경 쓰이는 내 몸을… 맘대로 해도 돼."
"카구라! 그러니까 들이대지 말아 달라고…!"
"정말?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어? 루벨트는 내 가슴… 싫어?"
"읏…!"
"말 못 하는 건… 싫지 않은 거지? 좋은 거지?"
카구라는 표정만이 아니라 목소리도 들뜨고 있었다.
"있지, 루벨트."
카구라는 내 팔에서 떨어진 다음 뚝. 뚝. 하고 생도복의 가슴 벨트를 풀고 재킷을 양옆으로 벌려 가슴으로 빵빵해진 와이셔츠를 더욱 드러내며 물었다.
"시험 삼아… 내 가슴 만져볼래?"
와.
내가 의도했다지만 카구라의 유혹은 정말로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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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엘리의 계략편 삽화가 완성되었습니다!!!! 한번 해당 화로 가서 다시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