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9 - 29.엘리의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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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는 엘리와 함께 후루타 요이치로 박사가 있는 연구실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리제 양. 그리고… 오오! 엘리 아가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후루타 박사님."
"안녕하신가요. 저를 아시나 보시는군요, 후루타 박사님."
"하하하! 그야 물론이지요. 도련님의 약혼자! 미래의 아내가 되실 분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오호호호! 잘 아시는 분이군요!"
엘리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리제에게 속삭였다.
"매우 좋은 사람 같아요, 리제."
"엘리 아가씨, 칭찬하셨다고 쉽사리 믿는 건 안 됩니다."
"나쁜 분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리제하고의 속닥속닥을 멈추고 엘리는 후루타 요이치로.
일명 후붕쿤 박사를 향해 말했다.
"후루타 박사님. 박사님에게 꼭 여쭤볼 게 있어서 리제에게 안내를 부탁했어요."
"여쭤볼 거라… 엘리 아가씨도 마도 무기학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크흠!"
헛기침을 하고 분위기를 잡은 뒤 엘리는 후붕쿤 박사에게 물었다.
"후루타 박사님은 루벨트 님과 꽤 친분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하하, 제가 도련님과 친분이 있다니. 참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도련님은 제 인생을 구원해주신 은인이시지요. 그때는 대략 5년 전…."
"후루타 박사님, 엘리 아가씨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뇨, 그만큼 루벨트 님이 후루타 박사님에게 있어서 커다란 존재라는 거겠죠. 제가 진정으로 묻고 싶은 건 그… 묻기 전에 제가 여기서 물은 건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비밀로 해야 됩니다.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후우… 후루타 박사님은 그… 제, 제가 뭘 하면 루벨트 님이 기뻐하시며 절 안으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제가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리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후붕쿤 박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하하하하! 과연! 그런 거였군요! 도련님도 정말로 복이 많으신 분입니다! 이렇게나 헌신적으로 아름다운 엘리 아가씨가 약혼자시라니!"
"뭐! 저는 루벨트 님의 약혼자니까요! 이 정도는 당연해요! 어쨌든 후루타 박사님이 루벨트 님의 그… 성적 취향 같은 걸 잘 아신다고 리제에게 들었어요. 후루타 박사님의 생각에는 제가 뭘 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세요."
"그런 거라면 이 후루타 요이치로에게 맡겨주십시오! 도련님과 엘리 아가씨의 행복한 밤을 위해! 가장 효과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겠습니다!"
"어머! 정말이죠? 믿음직스러워요, 후루타 박사님!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인가요?"
후붕쿤 박사는 검지로 살짝 내려간 안경의 자리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기본적으로 엘리 아가씨가 스스로 원한다는 걸 보여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엘리 아가씨 같은 아리땁고 매력적이신 약혼자가 원한다는 건 아주 큰 플러스 요소입니다."
엘리는 어느새 품에서 메모장과 펜을 꺼내 후붕쿤 박사가 말하는 걸 요약해 적고 있었다.
사각사각.
"스스로 원한다는 걸 어필… 다음은요!"
"역시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새로운 모습… 예를 들면요?"
"여기서 말한 새로운 모습은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것은 외견! 즉… 코스프레를 말하는 거죠!"
"코스… 프레?"
"그렇습니다! 코스프레입니다! 쉽게 말하면 변장!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연기를 하는 겁니다."
"평소와 다른 옷 말인가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후붕쿤 박사는 마저 설명했다.
"네!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복장을 하고 유혹한다! 이건 남성에게 있어서 아주아주아주! 매력적이고 효과가 확실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부부가 성관계의 자극이나 만족도가 부족할 때! 코스프레를 시도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 결과가! 그럼 그 코스프레를 하면 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럼 후루타 박사님! 저는 어떤 코스프레를 하면 좋을까요!"
"흐음, 그렇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후붕쿤 박사가 리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엘리 아가씨가 리제 양이 입은 메이드복을 입는 거겠지요!"
"리제의 옷을 제가 말인가요?"
"네. 엘리 아가씨는 평소에 드레스를 입으시며 누군가에게 시중받는 입장이십니다. 그런 엘리 아가씨가! 도련님의 앞에서 메이드 옷을 입고 오늘 밤은 루벨트 님의 메이드 엘리예요~라고 말하면 아주 좋아하시겠죠."
"그, 그렇… 군요!"
잘은 이해 못 했지만 후붕쿤 박사가 열렬히 말하자 납득하는 엘리였다.
"리제! 당장 내 사이즈에 맞는 메이드복을…!"
"하지만 도련님에게 있어서 그건 가장 큰 효과는 못 볼 겁니다."
"취소! 잠깐 기다려, 리제! 후루타 박사님! 말은 끝까지 다 해주세요!"
"전 아직 말하는 도중이었습니다, 엘리 아가씨."
"그랬었군요. 어서 다음 설명을 하세요."
"네. 그러니 엘리 아가씨께선 좀 더 다른 복장을 해야겠지요. 그중에서 제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추천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후붕쿤 박사는 자신의 핸드폰을 엘리와 리제에게 잘 보이도록 들이댔다.
""이…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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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애애애앵!
"나날이 성장하고 있군요, 루벨트 님."
"이게 다 사범님의 가르침이 뛰어나신 덕분입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죠."
엘리와 리제가 둘이서 대화를 하러 방에 들어간 후.
나는 도착하신 사범님에게 과외를 받았다.
카타나를 집어넣으시고 사범님은 짧게 난 턱수염을 엄지로 쓰다듬었다.
"이제 곧 있으면 아카데미 입학이군요, 도련님. 입학하시고 나면 루벨트 님도 여러모로 바쁘실 터… 흐음, 언제 도련님과 뇌명주를 마실 수 있을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범님. 이제 저도 술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니 사흘 뒤는 어떨까요?"
아버지랑 마시는 와인도 그렇고 아야메랑 가끔씩 마시는 키츠네고로시 덕분에 나도 술에는 꽤 익숙해졌다.
그러니 뇌명주도 이제는 즐길 수 있겠지.
사범님은 내 말이 기쁘신지 눈을 깜빡이며 미소를 지었다.
"오오! 정말이십니까! 그럼 사흘 뒤! 뇌명주를 가져오겠습니다! 하하하하!"
어지간히 뇌명주를 마실 수 있어서 기쁘신가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술에 익숙해지는 건데.
아, 술이라고 하면.
덴라이 치사키는 설정상 술을 좋아하는 호주가였다.
뭐, 아카데미물 특성상 술에 취한 장면은 거의 안 나오지만.
지금도 여전할까?
"그러고 보니 따님하고는 술은 드시나요?"
"치사키 말입니까? 어휴, 말도 마십시오. 우리 예쁜 치사키가 벌써부터 술에 맛을 들였지 뭡니까. 정말 슬픈 일입니다."
"슬프신가요?"
"처음에는…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이 아비의 술잔에도 술을 따르고 얼마나 예쁘게 마시던지! 그런데… 크흑! 그런데 술에 맛이 들여서는 아비하고는 한 두 잔만 마시고 혼자서 술을 다 마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셨군요."
"어느새 혼자서 술병을 다 비워버리고는 술은 더 없냐고 이 아비에게 요구하기까지! 크흑! 그거 비싼 술이었는데…!"
술 좋아하는 건 유전이네.
"뇌명주 말고 오늘 밤 스승님이 드실 술을 준비해놓겠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아니, 루벨트 님에게 딱히 술을 조른 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것도 제자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크흑! 루벨트 님 같은 제자를 두어서 저는 정말 행복한 스승이군요!"
술 좀 준다고 사제간의 사이가 돈독해진다면야 싼 편이지.
"이번엔 따님에게 홀라당 뺏기지 않도록 혼자 드셔주세요."
"하하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핸드폰으로 사범님에게 건넬 술을 준비하라고 선물 담당 집사에게 연락한 후 사범님과 같이 연무장을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도련님."
"안나?"
연무장을 나가자 나를 반긴 건 리제가 아닌 안나였다.
"루벨트 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안녕히 가십시오, 사범님."
사범님에게 작별인사를 마치고 다시 안나를 보며 물었다.
"리제는?"
"리제는 지금 엘리 아가씨와 함께 외출 중입니다."
"그래?"
대화하는 도중 즐거워서 둘이서 쇼핑이라도 갔나 보네.
둘이 더 사이좋게 지낸다면야 나야 좋지.
"알았어. 다음 스케줄은 마법이었지?"
"네. 그 뒤에는 스케줄이 없습니다."
원래는 과외수업 외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자회사에 대한 결정 서류 같은 걸 처리하는 게 남았었다.
하지만 아카데미 입학도 이제 곧이고 여러모로 바빠질 테니 올해부터는 회사 운영에 관련된 건 믿을 수 있게 만든 직원에게 맡겼기에 많이 시간이 남게 됐다.
사안이 심각하거나 정말로 내 결정이 필요할 정도의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나에게 올 일은 없다.
그렇기에 아야메를 공략할 때도 과외수업을 미루는 걸로 하루 종일 시간을 낼 수 있었고 그 뒤로도 자주 아야메를 찾아갈 수 있었던 거다.
엘리와 리제의 쇼핑은 왠지 길어질 거 같으니 남은 수업을 끝마치면… 어플 게임이나 하면서 적당히 시간이나 보내야겠어.
◈
과외수업을 다 마치고 엘리와 리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올 때까지 방 안에서 핸드폰을 잡고 게임에 몰두했다.
펑! 펑! 퍼퍼퍼퍼펑!
FINISH!
"좋았어! 신기록이다!"
적당한 캐쥬얼함을 가지고 있는 요새 인기인 미니 게임.
블럭 크래쉬.
색색깔로 쌓아진 블럭의 위치를 이동시켜서 최대한 많이 터트리는 게임이다.
제한 시간 안에 많은 점수를 내는 랭킹 시스템도 탑재되어있기도 해서 약간의 경쟁성도 첨가한 게임.
가볍게 즐기며 시간을 때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뭐, 조금 열중해서 랭킹 1위를 해버렸지만.
이것도 나의 능력 아니겠어~.
영재교육과 스텟을 올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는 이런 미니 게임의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방금까지 랭킹 1위였던 히키코모리 엔지니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흐음, 그런데 둘이 돌아오는 게 늦는데?"
슬슬 저녁 먹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리제와 엘리의 귀가가 늦었다.
"연락이라도 해봐야…."
바로 그때.
끼이이익.
"도련님, 귀환하였습니다."
리제가 내 방에 들어왔다.
"아, 리제. 어서 와. 엘리는?"
"어느 장소에서 도련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이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도련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