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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22화 (22/226)

Chapter 22 - 22.미망인은 찐득하게!

'어, 어, 어, 어떡하지!'

루벨트가 떠난 후 야기츠네 아야메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든 루벨트에게 사정을 얘기하여 처음부터 완전히 후원금을 끊는 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야기츠네 아야메는 생각했다.

루벨트가 일부러 직접 와서 후원금을 끊겠다고 말할 정도면 이미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을 거라고.

지금은 내일 다시 말한다고 했지만 대화 끝에 역시나 후원을 끊는다고 말할 가능성은 아직도 있다고.

'그, 그렇게 되면 안 돼…!'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를 한다면.

예전처럼 직원들을 해고하고 야기츠네 아야메 혼자서 어떻게든 노력한다면 지금 상태에서 빚을 버틸 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생활 수준이 예전처럼 돌아간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애초에 그게 유지될지도 불확실하다.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나서 야기츠네 아야메가 혼자 한 뒤에 참배객들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야기츠네 아야메는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만약 원작처럼 그럭저럭 힘든 상태가 이어졌었다면 잠시만 참자고 마음을 가졌겠지만.

야기츠네 아야메는 원작보다도 더한 절망과 궁핍함을 이미 한번 맛보고.

루벨트의 도움으로 구해지며 윤택한 삶의 행복함을 맛봤기에.

야기츠네 아야메는 다시 그 생활.

언제 전기가 끊길지 모르고 하루하루를 숙주나물로 어떻게든 연명하는 삶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만약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카구라….'

야기츠네 아야메에겐 딸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

야기츠네 아야메는 한시도 잊지 않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야기츠네 신사가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도 군소리 안 하고 오히려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자신을 격려해주던 딸이.

루벨트의 후원이 결정된 사실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모습을.

여태껏 품어왔던 슬픔과 고통을 드러냈던 모습을.

딸에게 다시 고통을 견디게 할 순 없었다.

미소가 가득한 지금 얼굴을 일그러뜨릴 순 없었다.

소중한 딸의 눈가에 눈물을 맺히게 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야기츠네 아야메는 필사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어떻게든 루벨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생각했다.

완전히 루벨트가 앞으로도 신사의 후원을 끊지 않게 하려는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루벨트의 마음에 드는 것.

루벨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

루벨트에겐 없으며 자신에겐 있는 것.

그리고 야기츠네 아야메의 머릿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것은 자신을 떨어뜨리며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루벨트의 모습이었다.

즉.

야기츠네 아야메라는 여성의 몸에 반응한 모습이었다.

만약 루벨트의 그런 점을 만족시켜준다면….

'…읏! 대, 대체 무슨 생각을! 사, 상대는 루벨트 님이야! 카, 카구라하고 같은 나이인… 은인인데!'

야기츠네 아야메는 붕붕 머리를 흔들며 떠오른 생각을 지워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돈도 없다.

그렇다고 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안전하게 돌아올 자신이 없기에 결국 망해가는 신사를 붙들다가 루벨트의 도움으로 구해졌을 은퇴 헌터.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건 루벨트가 아름답다고 말하고 얼굴을 붉히게 했던 외모뿐.

다른 생각을 떠올리려고 해도 결국에는 같은 결말에 다다랐다.

몇 번을 부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해도 똑같은 결말에 다다르길 십수 번.

혼란스러운 야기츠네 아야메의 사고는 결국 자신이 떠오르는 결말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루벨트 님도 자신은 어른이라고 했잖아. 루벨트 님도 성인… 어엿한 어른이야.'

딸과 같은 나이라는 생각을 제외했다.

자신의 은인에게 실례를 끼친다는 생각을 무시했다.

'게다가 이런… 이런 아줌마 같은 나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행운이야. 신사를… 우리 카구라를 지키기 위한 기회….'

중요하게 여기는 건 어디까지나 신사와 딸을 위한 안위.

딸에게 또다시 궁핍한 생활을 하게 만들어 슬프게 만들지 않기 위해.

'좋게… 좋게 관계를 유지하면 될 거야. 그러면 아무런… 아무런 문제 없어.'

어떻게든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어떻게 하면 원만하게 끝낼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해낼 수 있을까를 야기츠네 아야메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야기츠네 아야메는 결심했다.

자신의 몸을 써서 루벨트를 유혹하자고.

다음 날 아침.

이번에도 혼자서 야기츠네 신사를 찾아갔다.

"어서 오세요, 루벨트 님."

계단 위를 올라가니 아야메 씨가 직접 토리이에서 나를 기다리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야메 씨."

"네. 우선 안으로 드세요, 루벨트 님."

아야메 씨를 따라 야기츠네 신사의 가옥으로 들어갔다.

어제와 같은 방이었다.

하지만 아야메 씨가 들고 온 건 어제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전병과 녹차가 아닌 술병과 사카즈키라고 불리는 술잔을 가져왔다.

결국 아야메 씨가 내가 깐 포석대로 날 유혹하고 자빠뜨리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술을 꺼내 올 줄은 몰랐다.

"루벨트 님, 혹시 술은 드실 수 있나요?"

"저번에 아버지와 함께 첫술을 나눴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축하드려요. 그… 죄송해요. 아무래도 얘기가 얘기인지라 저도 술의 힘을 빌리고 싶어요. 괜찮다면 함께… 마셔주시겠나요?"

원래라면 내 두 번째 술 상대는 사범님과 함께하려고 했지만….

미안해요, 사범님.

뇌명주 같이 마시려고 했는데.

하지만 미망인이 유혹하려고 건네는 술은 거부 못 하겠어요.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침묵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아야메 씨가 그편이 더 편하시다면야."

"고마워요, 루벨트 님. 정말… 상냥하시네요."

아야메 씨는 뚜껑을 열고 내 옆에 앉아 술병을 들었다.

"한 잔, 받아주세요."

"네."

사카즈키를 들자 아야메 씨가 술을 따랐다.

쫄쫄쫄하고 서서히 채워지는 사카즈키.

이어서 아야메 씨는 자신의 사카즈키에도 술을 따른 후 들었다.

그리고 나와 아야메 씨는 동시에 술을 마셨다.

아버지하고는 와인만 마셔서 그런지 와인하고는 다른 청량하고 맑은 느낌이 목을 넘기며 느껴진다.

술이니까 뭐 특유의 쓴맛은 있지만.

몇 번 술을 마셔서 익숙해졌는지 그리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아야메 씨가 건넨 술은 꽤 도수가 있었다.

확실하게 취하게 해서 유혹하려는 마음이 가득할 정도의 도수였다.

물론 도수가 강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칭찬만 한다.

"맛있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저도 좋아해서 가끔씩 마시는 술이에요. 이름은… 키츠네고로시구요."

키츠네고로시.

즉 여우 죽이기라는 이름의 술명이었다.

"야기츠네 신사인데 괜찮아요?"

"후훗, 오히려 여우가 껌뻑 죽는 술이란 뜻이어서 괜찮답니다."

해석하기 나름이네.

"한잔 더… 드시겠어요?"

"네, 부탁할게요."

아버지와 술을 마셔서 어느 정도 주량을 아는데.

난 상당히 주량이 강한 편이었다.

뭐, 주량이 약하다고 해도 영재교육으로 받은 마력운용을 사용해 술을 해독할 수 있다.

창을 주무기로 하며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내 과외 선생 중 한 분이 더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술을 마시면서 취하는 느낌을 겪고 싶어 개발한 방법이다.

그러니 내가 취해서 쓰러질 일도 없고 필름이 끊길 일도 없다.

즉.

취해서 아야메 씨랑 하게 돼도 이걸 쓰면 술 때문에 기억을 잃지 않고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기억할 수 있단 소리지.

한 번 더 사카즈키에 따른 술을 마신 후 진행을 위해 입을 열었다.

"아야메 씨, 그럼 다시 지금 아야메 씨의 상태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네, 루벨트 님."

아야메 씨는 약간 측은한 느낌으로 현 상태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계속 후원금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 요루기츠네님 신상을 위해 2년이면 갚을 만한 대출을 했다는 것.

두 달 후에 후원을 끊으면 알바나 청소 직원도 해고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계속 참배객이 유지될지 불확실한 상황.

혹여 잘못되면 카구라를 다시 마음고생시킬 수도 있다는 동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말도 추가했다.

"그런 상태예요."

"그렇… 군요. 하지만 아야메 씨도 여태껏 신사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있을 거 아닙니까. 참배객들도 그리 매정하게 버리지 않을 거구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루벨트 님이 저희를 도와주시기 전에. 신사가 기울어지려고 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때도…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기고 말았어요."

그거야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러니까 루벨트 님이 후원이 없으면 정말로 위험해요. 루벨트 님, 부탁이에요. 후원을 끊지 말아 주세요. 그래 주신다면…."

아야메 씨가 사카즈키를 내려놓고 어제와 같이 내 팔을 끌어안았다.

아니,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가슴을 꾸욱 내 팔에 밀착시켰다.

수박같이 풍만한 아야메 씨의 가슴의 감촉이 팔뚝에서 전해졌다.

아아… 좋아.

아니지. 넋 놓지 말고 우선 당황한 연기다.

"아, 아야메 씨!?"

"루벨트 님이 제 몸을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계속 후원해주신다면… 루벨트 님이 아름답다고 말해주신 제 몸은 오늘부터 루벨트 님의 것이에요."

직설적이고 본격적인.

수컷으로서는 그야말로 짜릿하고 강렬한 유혹의 말을 아야메 씨는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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