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 11.첫 봉사는 적극적으로!
"어머! 어떡해! 어떡해! 정말 잘 됐다, 리제!"
안나는 리제의 두 손을 꼬옥 잡고 자기 일처럼 방방 뛰며 축하했다.
"고, 고마워요, 안나 씨."
리제 또한 축하해주는 안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반응이 너무 커서 쑥스러워했다.
외부인에게는 차갑고 냉철한 메이드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루벨트와 루벨트의 부모,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 안나에게만큼은 리제는 마음을 열고 있었다.
안나는 호기심에 가득한 눈동자로 리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도련님이랑 분위기 어땠어? 자세히 좀 말해봐, 리제!"
"아, 안나 씨.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부끄러…."
"어머, 섭섭하게 그러기야? 내가 너한테 잘 어울리는 속옷도 추천해줬잖니! 어제 그렇게 안나 씨~ 도련님과 할 때 어울리는 옷 좀 알려주세요~ 라고 부탁부탁해서 최대한 빨리 구해줬는데! 아아~ 이렇게 리제가 매정한 아이였다니. 어릴 때만 해도 날 안나 씨~ 안나 씨~하고…."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그만해주세요!"
속사포와 같이 한탄하는 안나에게 져서 리제는 얼굴을 밝히며 백기를 들었다.
"그래? 그럼 빨리 말해봐~ 도련님이랑 어떻게 좋았는지~."
'안나 씨도, 정말….'
안나 또한 일할 때는 똑 부러지고 척척 일을 해내기에 메이드장까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에 관련된 게 아니면 밝고 얘기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란 걸 리제는 알고 있었다.
"그… 제가 안나 씨가 추천해주신 옷을 입고 들어갔을 때 도련님이 저를 빤히 보셨어요."
"그래서그래서?"
"너무 말이 없으셔서 여쭸는데 제가 너무 예, 예뻐서 넋을 놓았다고…"
"꺄아아앙! 도련님도 참 귀여워~. 리제, 기뻤지?"
"물론 기뻤어요. 그리고…."
"그리고그리고!"
"옆에 앉으라고 하고…."
리제는 대략적으로 그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루벨트에게 처음에는 엘리와 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을 들은 것.
그리고 바로 뒤에 자신도 루벨트의 여자가 되고.
최고의 메이드이자 여자가 된다는 선언을 받은 것.
그대로 키스와 함께 애무받은 뒤 본격적인 행위에 들어가고.
서로에게 사랑을 내뱉으며 불타는 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 루벨트에게 자신 또한 애인이나 첩이 아닌 아내 중 한 명으로 삼을 거라는 말을 들은 뒤.
"어머어머어머어머! 꺄아아악!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안나는 그야말로 방방 뛰며 흥미진진하게 리제의 얘기를 들었다.
"…안나 씨. 부끄러우니까 조용히 있어 주세요."
"어머 얘도! 이걸 어떻게 가만히 있어! 어머어머, 도련님도 진짜 남자네, 남자."
안나는 루벨트를 칭찬하다가 잠시 침묵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뭐~ 근데 도련님이 여자 여럿을 곁에 둘 거라고 생각은 했어."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설마… 제가 아, 아내라니…."
루벨트가 여자를 여럿 둔다는 생각에 딱히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리제와 안나.
오히려 첩이나 애인이 아닌 아내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에 더 놀랐었다.
"도련님도 어릴 적부터 내 엉덩이 빤~히 봤으니까 그냥 보기만 하고 장난도 안 쳐서 의심스러웠지~ 아, 그리워라."
"사실 전 제가 아니라 안나 씨를 첫 경험 상대로 고를 줄 알았습니다."
"어머, 날? 푸훕. 이미 애 딸린 아줌마를 도련님이 선택하겠어? 리제도 참~."
'도련님은 지금 안나 씨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후루타 요이치로와 즐겁게 야한 걸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모습을 곁에서 본 리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조만간 안나도 아내로는 아니더라도 밤시중 상대로 부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도 빤히 어릴 때처럼 안나의 엉덩이를 본 적이 있으니까.
'오히려 후루타 박사님의 말대로 성인이 될 때까지 성실하게 참으신 게 대단합니다. 정말 도련님은 이상한 데에서 성실하세요.'
루벨트가 그런 성실함을 보인 이유가 메세지창이란 제약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리제는 루벨트의 성실함에 감탄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리제~."
안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리제의 귓가에 속삭였다.
"도련님이랑 할 때 어땠어? 기분 좋았어?"
"아, 안나 씨!"
"말해봐~ 혹시 아프진 않았어? 처음이었잖아. 이거 진짜 걱정해서 묻는 거다? 나도 처음에 남편이랑 했을 때는 아팠으니까~."
"으으…."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묻다가 남편까지 꺼내서 걱정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안나를 향해 리제는 제대로 화낼 수도 없었다.
'역시 안나 씨는 메이드로서 존경하지만 치사해요.'
"아프진 않았어요, 도련님이 여러모로 조치를 해주셨으니까요."
"조치라니?"
"진통효과가 있는 향이 방 안에 풍겼습니다. 처음인 제가 아프지 않게 피운 겁니다."
"그랬구나. 아, 혹시나 하는데 피임은 제대로 했지? 후훗, 도련님 콘돔 끼는 거 어려워하지 않았어?"
"아니요, 콘돔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담담히 말하는 리제를 보고 안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뭐?! 아니, 사용 안 했어! 리제, 넌 그거 받아들였어! 벌써부터 애 생기면 어쩔…."
"도련님이 남성용 피임약을 이미 복용하셨기에 문제없었습니다."
"…남성용 피임약?"
"네. 후루타 박사님과 함께 만드신 현재 엘드라 산하의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물건입니다."
"어… 아아~ 1년 전부터 선전했던 그거 말이지? 콘돔 계열이랑 엄청 싸웠다던 그거."
"네. 콘돔을 그냥 피임구만이 아닌 플레이를 승화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수그러들게까지 만들며 도입한 그거입니다."
안나는 안심하듯 한숨을 내쉬고 다시 능글맞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처음부터 생으로 하셨다? 오오~ 요새 애들 대담하네~ 좋았어?"
"…하아. 네, 좋았습니다. 아프지도 않고 도련님이…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주시며 손을… 잡아주셨으니까요."
"꺄악! 꺄악! 너무 풋풋해애애애! 어떡해! 어떡해! 아! 자세는 어떻게 했어? 다양하게 해봤어?"
"아니요, 그… 저도 도련님도 처음이라 서로 정신이 없어서 그냥 평범하게…."
"정상위만 하고 끝났다 이거지? 아아아~ 정말 귀엽네~."
안나는 리제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리제! 잘 들어! 처음에는 뭐 서로 풋풋하니까 정상위만으로 만족할 수 있어! 하지만 익숙해지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질 때가 와! 그러니까 가능한 다양한 플레이를 숙지해야 해! 알겠니!"
"그, 그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 도련님도 익숙해지시면 다양한 체위를 저에게 요구할 거라고 생각되니까요."
후루타 박사랑 즐겁게 대화하고 아이디어까지 제공할 정도로 성적 지식이 풍부한 루벨트가 겨우 정상위로만 할 거라곤 리제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가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를 도련님이 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아니, 도련님이 원하신다면 어떤 플레이라도 받아들일 각오는 예전부터 했습니다.'
"좋아! 리제! 그럼 내가 짧게나마 특별강좌 해줄게! 내 남편을 상대로 집계한 남자들이 좋아하는 테크닉! 지금 리제한테 내가 알려줄게!"
"그건 그냥 안나 씨의 남편분이 좋아하는 테크닉인 게…."
"어차피 남자들이 느끼는 테크닉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상 비슷하니까 괜찮아! 먹힐 거야! 도련님이 과외수업이 끝날 때까지 30분… 속공으로 할 테니까 잘 들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리제는 안나에게 남자가 좋아하는 테크닉강좌에 집중했다.
◈
[그럼 내일 만나서 같이 놀자, 루벨트.]
"그래, 시훈아. 유메랑도 같이 넷이서 즐거운 새해를 지내보자. 아, 오락실에는 당연히 들릴 거지?"
[당연하지. 이번에야말로 내가 이길 거니까 각오해!]
"하하하, 진 게 분해서 계속 도전하다가 유메한테 눈치받을 준비나 하고 있어, 시훈아."
수업을 끝내고 몸을 씻은 다음 시훈이에게 전화가 왔었다.
내용은 월초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에 친구끼리 놀자는 약속이다.
유메의 호감도작도 할 겸 그리고 친구랑 노는 것도 기대되기에 약속을 잡았다.
통화를 끝내고 연무장을 나오니 평소와 같이 리제가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 수고하셨습니다, 도련님. 다음 일정은 루엘 그란트 님의 마법 과외입니다."
내가 받는 영재교육에는 검술만이 아니라 사격술, 마법, 궁술 등 이 타고난 루벨트 엘드라의 몸스펙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도록 커리큘럼이 짜인 상태다.
검술 같이 대련에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닌 이론을 위주로 하는 과외의 경우에는 리제도 동반한다.
그리고 평소대로 다음 과외를 받으려고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알았어. …응? 리제?"
"네,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얼굴이 좀 빨간데… 괜찮아?"
"…읏!"
평소보다 리제의 얼굴이 빨간 게 보였다.
혹시 아침에 추가로 한 거 때문에 감기라도 생겼나?
"괘,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 때문에 아픈 걸 수도…."
"그,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분과 건강이 좋아졌으면 몰라도… 윽! 도련님, 짓궂습니다!"
"아, 미안."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리제를 부끄럽게 하고 말았다.
그 모습이 엄청 귀엽긴 해서 솔직히 좋았다.
"안나 씨에게 계속 질문당해서 그… 부끄러웠을 뿐입니다.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아아… 그래서였구나."
안나 씨, 일할 때 말고는 말도 많고 이런 얘기 좋아하니까.
서슴없이 팍팍 질문해서 리제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안나 씨에게 대답하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몸이 아픈 게 아니라면 다행이네.
그리고 밤이 되고.
"도련님, 부디 제게 봉사를 하도록 허락해주세요."
방에 들어온 리제가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