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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잣집 도련님이 되었다-10화 (10/226)

Chapter 10 - 10.첫 봉사는 적극적으로!

채애애앵!

"오늘은 유난히 활력이 넘치는 움직임이군요, 루벨트 님."

"그런가요? 하긴 오늘은 최고로 기분 좋은 날이긴 해요!"

엘드라 저택에 있는 연무장.

그곳에서 나는 저명한 헌터 과외선생과 대련하며 가르침을 받고 있다.

어젯밤 일이 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아침에도 리제와 하고 몸을 씻고 평소대로 식사를 했다.

마음 같아선 오늘 하루종일 리제와 알콩달콩… 아니, 조금 끈적끈적함이 곁들여진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앞으로도 리제하고는 매일매일 계속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성욕을 자제했다.

게다가 오늘 하는 과외선생 수업은 히로인 공략에도 필요한 일이니까.

그래도 마음이 들뜬 건 역시 몸짓에서 다 드러나는지 오늘의 내 과외선생.

텐라이(天雷)류 사범.

덴라이(電雷) 사토루.

번개와 같은 삐죽삐죽한 백발에 황금같은 노란 눈을 가진 블블 히로인 중 한 명.

덴라이 치사키의 아빠다.

블블에서 전기속성 딜러를 담당하는 덴라이 치사키가 쓰는 텐라이류 검술은 종장에서도 활약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스킬이다.

명중률도 높아서 거의 빗맞을 일이 없고 전기를 담아 벤다는 설정으로 텐라이류 모든 스킬에는 적을 일정 확률로 마비시킨다는 효과가 있다.

자고로 어느 게임에서나 마비는 강력한 효과다.

위기 상황에 잠시 태세를 정돈할 기회를 줄 뿐만이 아니라 좀 더 전투를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물론 다른 캐릭터도 각자의 특징과 장점이 있고 딱히 마비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비가 된다면 게임하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유용하겠지.

덴라이 치사키하고 연을 만든다는 목적도 있지만 이런 편하고 활용도 높은 스킬을 얻기 위해 덴라이 사토루를 과외선생으로 섭외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게임 설정상 텐라이류는 일인전승이라 계승할 수 있는 건 어릴 적에 아내가 일찍 돌아가 덴라이 사토루가 혼자서 손수 키운 외동딸.

덴라이 치사키만이 이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서도 나는 예전에 덴라이 사토루를 과외선생으로 섭외하고 싶다고 요청하며 만남을 가졌다.

"텐라이류는 일인전승. 아무리 그 유명한 엘드라가의 후계자… 황금의 기린아라고 불리는 너라 할지라도 가르칠 마음은 없다."

처음 반응은 물론 완고한 거절이었다.

"검술로는 그 누구도 따를 자 없는 덴라이 님이 사용하시는 텐라이류를 부디 배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추켜세워도 안 된다. 돌아가라. 애초에 황금의 기린아라고 불리는 너에겐 나 말고도 가르치려 드는 자는 많을 터."

"전 제가 판단하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에게만 배움을 청할 뿐입니다."

"엘드라의 후계자의 눈에 들었다니 그거 참 영광이군. 하지만 돌아가라."

덴라이 사토루는 단호히 의지를 담아 가르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리제."

"네. 여기 있습니다, 도련님."

리제가 들고 있던 케이스를 내 앞에 놓았다.

"이건?"

"덴라이 님이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길 바라며 드리는 금액이 여기에 들어있습니다."

"…지금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거냐? 나를… 텐라이류를 물로 보는 거로군."

파지직하며 전기를 띤 마력이 덴라이 사토루의 몸을 둘렀다.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강자가 내뿜는 투기와 무례를 범한 자를 향한 경고의 살기가 내뿜어졌다.

"설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텐라이류는 제가 아는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검술입니다. 이건 그 가치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고작 돈 따위로 텐라이류의 가치를 논하…."

딸깍! 하고 케이스를 열어 내용물을 덴라이 사토루에게 보였다."

"…."

가만히 케이스 안의 내용물을 본 덴라이 사토루는 침묵하고 투기와 살기를 거뒀다.

그리고 유카타 소매 안으로 팔을 집어넣어 팔짱을 끼면서 입을 열었다.

"루벨트 님."

"네."

"텐라이류는 지금까지 일인전승을 고집해왔습니다. 그 이유를 아십니까?"

"텐라이류가 너무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닌가요?"

"맞습니다. 텐라이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검술. 그런 검술이 쉽사리 퍼져서는 악용하는 자들이 끊이질 않을 거라고 염려한 선대가 일인전승이라는 전통을 세운 것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전통이란 자고로 시대와 함께 변화를 줘야 하는 법. 현시대를 바라보지 못하고 옛 방식에만 고집하는 건 오히려 텐라이류를 쇠퇴하게 만들 수있습니다."

"그거참 큰일이네요."

"네. 그러니 기본적인 일인전승은 하더라도… 이 텐라이류를 옳게 사용할 자를 구별하여 특별히 전하는 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뜻깊고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체면이 있기에 최대한 그럴싸한 이유를 늘어놓은 덴라이 사토루의 말에 맞장구를 친 후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그래서 수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으신가요?"

"다음 주부터 하죠. 우선 이 돈을…"

"괜찮으시다면 엘드라 산하의 은행에 맡기는 건 어떻겠습니까? 통장도 카드도 지금 당장 이 금액을 쓸 수 있도록 처리하겠습니다."

"하하하, 괜한 수고를 끼치는군요."

"하하하, 이 정도야 덴라이 님의 가르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하하하하하!""

일인전승인 텐라이류를 습득하는 건 원래라면 어렵다.

주인공인 시훈이도 게임에서 텐라이류 기술을 습득할 순 없었다.

하지만 난 루벨트 엘드라.

일인전승 때문에 습득할 수 없다면.

일인전승이어도 가르쳐주고 싶을 만큼 돈을 얹으면 그만이다.

일인전승이란 이유로 퇴짜를 맞는 건 마음을 돌리게 할 만한 돈이 부족한 것뿐이다.

덩실덩실 춤을 출 정도로 돈을 주면 해결되는 문제라면 나에겐 장애조차 아니다.

역시 부자가 최고야.

"루벨트 님?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사범님에게 가르침을 청하러 갔던 때를 떠올려서요."

"그러셨군요. 참 그립습니다. 그때도 도련님은 재능이 넘치셨는데. 지금은 이렇게 텐라이류의 중전에 다다르시다니."

"저로서는 성인이 될 때까지 오전에 다다르는 게 목표였는데… 역시나 저명한 텐라이류. 쉽게 되진 않군요."

"하하하하! 오히려 루벨트 님 나이에 중전에 다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그것도 오의만 습득하지 못하셨을 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와 같은 나이인 사범님의 따님은 이미 오전에 다다르지 않았나요?"

아직 덴라이 치사키와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아무리 가르침을 받더라도 팔불출 기질이 있는 사범님이 만나게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과외는 엘드라가에서 이뤄지니 내가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덴라이 치사키와 만날 일은 없다.

"치사키는 천재 중의 천재니까요. 하지만… 오전에 다다랐다고 해도 아직 미숙한 아이입니다. 실제로 검술이란 제약 없이 대련하면 이기는 건 루벨트 님이겠지요."

"같은 사범님의 제자로서 언젠가 검술로 이겨 사범님의 일번제자라 뽐내고 싶습니다."

"하하하! 이거 정말 듣는 제가 뿌듯하며 쑥스럽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덴라이 치사키의 공략이 진전이 없는 건 아니다.

덴라이 치사키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팔불출 사범님과 친해지는 거야말로 일명 팔불출 아빠의 시련 이벤트를 건너뛰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치사키도 올해로 아카데미에 들어갑니다. 분명 아카데미 안에서 대련할 기회는 충분히 생기겠지요. 치사키와 루벨트 님이 절차탁마하여 서로의 기술을 갈고 닦을 날이 기대됩니다."

"그렇게 기대되시면 한 번쯤은 만나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전히 과보호시군요, 사범님."

사범님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어허! 아무리 루벨트 님이라도 쉽게 우리 예쁜 치사키를 만나게 할 순 없습니다! 더군다나 루벨트 님은 저만큼은 아니지만 좋은 남자…! 혹시 치사키가 루벨트 님과 만나서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면… 으으윽! 저는… 저는 외로워 울고 맙니다!"

"하, 하하…."

팔불출은 여전하다.

하지만 사범님과 친해졌기에 반응은 많이 달라졌다.

처음 배울 당시 덴라이 치사키랑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면 분명.

"엘드라의 후계자라 할지라도… 우리 치사키를 넘본다면 벤다…!!!"

라고 하면서 살기를 내뿜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은근 나랑 자기 딸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기가 딸의 관심 밖이 돼서 쓸쓸하니 최대한 미루고 있는 대응을 하고 있다.

이 반응 또한 내가 이리되도록 노력한 결과다.

사범님이 나에게 큰 호감을 가진 때부터 헌터의 일부다처 문화에 대한 주제로 상담을 여러 번 했다.

우선 시작은 엘리 혼자만을 아내로 두는 게 과연 세상을 위해 옳은 일일까 라는 주제.

그런 상담을 이어가며 사범님의 마음속에서 내가 일부다처를 고민하고 고려하고 있다면 차라리 치사키와 나를 이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염두에 두게 유도했다.

사랑스럽고 깜찍한 딸을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긴 싫다.

하지만 텐라이류의 명맥을 끊게 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호감이 가고 돈도 많으며 장래도 유망해 적어도 딸을 고생시키지 않을 나랑 이어주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만든 거다.

그런 식으로 유도했기에 지금과 같이 살기를 내뿜지 않고 딸의 관심이 적어질까 봐 걱정하는 팔불출의 태도가 나오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사범님이 돌아가야 할 시간.

따악!

"세바스."

"여깄습니다, 도련님."

엘드라가에서 집사를 맞고 있는 세바스에게서 케이스를 받아 사범님을 불렀다.

"사범님, 이걸 받으시죠."

"음? 이건 뭡니까?"

"하루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건 제가 사범님에게 보내는 새해 선물입니다."

딸깍!

"…! 이, 이건 뇌명주! 한 모금 마시면 입 안에서 전기가 튀는 알딸딸함이 일품이라는 그…!"

사범님은 호주가여서 술이라면 사정을 못 쓴다.

라고 덴라이 치사키가 푸념하는 걸 게임 이벤트로 봤다.

"네, 그 뇌명주입니다. 사범님이 좋아하실 거 같아 마련했습니다."

"하하하하! 정말로 고맙습니다, 루벨트 님! 아, 같이 한잔 어떻습니까? 루벨트 님도 이제 성인! 술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기분이 좋은지 함박 웃음을 지으며 권유해주셨지만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했으면 좋겠네요. 첫술은 아버지에게 배우고 싶다고 정했습니다."

"아! 이거 제가 눈치가 없었군요! 하하하! 그렇죠! 첫술은 부모에게 배우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배운 후에는 사범님과도 술잔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범님은 저에게 검술 사범만이 아닌 제2의 아버지나 다름없으니까요."

"루, 루벨트 님…!"

사범님은 뇌명주가 담긴 케이스를 닫았다.

"그럼 이건 루벨트 님과 같이 마시기 전까지 아껴둬야겠군요!"

"그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요! 저도 루벨트 님을 그… 크흠! 저에게 아들은 없지만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술은… 루벨트 님과 같은 자리에서 마시고 싶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사범님."

사범님하고는 몇 년간 검술을 배우면서 정이 들었다.

솔직히 공략을 위해서라지만 나를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말은 나름 감동적이었다.

루벨트가 덴라이 사토루의 수업을 받고 있을 때.

엘드라가 저택에 있는 휴게실에서 리제는 메이드장인 안나와 대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리제? 말해 봐!"

"그, 그… 안나 씨."

"빨리!"

"아, 알았어요. 그… 안나 씨 덕분에 어제는 순조롭게 도련님과… 읏! 하, 할 수 있었어요."

"꺄아아아아악!"

안나의 환호가 휴게실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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