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 4.포석은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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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블은 연애 스토리도 좋지만 역시 근본이 되는 건 메인 스토리.
즉 주인공 이시훈의 성장 스토리 또한 인기가 있다.
점점 강해지면서 자신이 선택한 히로인과 가까워지고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스트렌저를 격퇴하고 마지막에는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최종보스를 쓰러뜨린다.
지극히 왕도에 걸맞은 정석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스토리 설정상 최종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이시훈이라는 주인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확힌 이시훈의 혈통이 중요하다.
흔히 있는 초반에는 난 평범하다고 독백하지만 후반에 가니 사실 숨겨진 혈통이 있다는 그런 정석적인 전개.
그 혈통의 힘을 이용해 히로인하고 동료들과 힘을 합쳐 주인공은 최종보스를 쓰러뜨린다.
물론 그 역할은 다른 히로인들을 다따먹을 나!
바로 이 루벨트 엘드라가 맡게 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깔아둔 포석.
그건 바로.
"좋은 아침이야, 시훈아, 그리고 유메."
"안녕하십니까, 시훈, 유메."
"아. 루벨트, 리제, 왔어?"
"어제는 두 사람 다 왜 안 온 거야?"
"하하하, 잠시 해야 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항상 말하는 영재교육 관련해서? 루벨트 그렇고 리제도 참 힘들겠네."
"뭘. 이 정도는 가진 자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것이지!"
"저는 도련님의 메이드이기에. 따라가는 건 당연합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주인공인 이시훈과 그 소꿉친구인 서유메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친분을 쌓는 거다.
목적은 3가지.
하나는 나중에 강력한 전력이 될 이시훈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이시훈은 달성률 100%를 해낼 때까지 내가 조작했던 캐릭터다.
그런 이시훈을 내가 싫어할 리 없고 오히려 친해지면 좋지.
게다가 최종보스는 내가 직접 쓰러뜨려 주역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이시훈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또 하나는 히로인 서유메와 친해지기 위해서.
이건 내가 까는 두 번째 포석과 겹치는 목적이었다.
서유메.
성은 한국풍이고 이름은 일본풍인 주인공 이시훈의 소꿉친구.
갈색의 어깨까지 아슬아슬하게 내려온 머리와 연한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진.
평소에는 사귐성이 좋지만 연애 관련해서는 조금 소심해서 아카데미 입학 때도 별다른 진전이 없던 히로인.
처음부터 높은 호감을 주인공에게 보이는 히로인이면서 다른 히로인 루트에서는 위기에 처한 해당 루트 히로인을 구하기 위해 등을 떠밀어주는 히로인.
일명 커뮤니티에서는 호라모젠젠 히로인이라고도 불리는 전형적인 소꿉친구 히로인이다.
게임이 발매되기 전에는 상당히 이름으로 가지고 놀아지긴 했다.
'어떻게 사람 이름이 서유메ㅋㅋㅋㅋ'
같은 글이 하루에 20개는 보이는 식으로 밈으로 잘 쓰였다.
고등학교 당시 서유메는 이시훈에게 소꿉친구로서의 친근함은 있지만 게임이 시작되는 아카데미 입학 당시만큼의 확실한 호감은 없는 편이다.
서유메의 루트에 따르면 서유메가 사랑에 빠진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초기.
하교 도중 축구부가 잘못 차서 날아오는 축구공을 이시훈이 막아준 순간이었다.
물론 그 이벤트는 내가 가로챘다.
둘이 하교하고 있을 때 서유메를 향해 날아오는 축구공을 이시훈보다도 먼저 내가 손으로 잡아 막았다.
원래는 서유메가 이시훈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벤트지만 그 역할을 내가 해서 두 사람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꺄아아아악! 루벨트 님이 출석하셨어~!""
같은 반에 있는 여자애들은 물론 다른 반의 여자애들까지 교실을 들여다보며 열띤 환호를 내질렀다.
"하하, 여전히 인기만점이네, 루벨트."
"어릴 때부터 길러온 교양과 품위. 그리고 엘드라의 이름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지."
"아아~ 부럽다. 루벨트는 인기 많아서."
"시훈이 너도 마음만 먹으면 인기가 많을 거다."
블블에는 하렘루트도 존재하니까.
물론 그건 내가 먹겠지만.
"빈말이라도 고맙다~."
주인공인 이시훈과는 이렇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상태.
그리고 친밀도에 진전이 있는 건 이시훈 만이 아니다.
"음? 아아. 유메. 머리 잘랐구나. 잘 어울려."
"아, 응. 고마워. 바로 알아봤네?"
"그야 여성의 변화를 눈치채는 건 신사의 기본이니까. 특히 유메는 예쁘니까 변화도 금방 알 수 있어."
"예, 예쁘다니. 루벨트도 참…."
볼을 긁적이며 쑥스러워하는 서유메.
친해진 후 몇 번이고 비슷한 대화를 했다.
처음에는 매우 낯간지러워했지만, 지금은 마냥 싫지만은 않은 이 반응.
착실히 호감도가 쌓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징그러운 대사도 루벨트가 하면 뭔가 그럴싸한데."
"시훈아, 너도 나처럼 유메를 칭찬해보지 그래?"
"난 됐어. 내가 너처럼 말해봤자 어울리지도 않는걸."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장난스레 대화하면서 이시훈이 혹여 서유메에게 호감도를 쌓을 기회를 없애는 것도 잘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일이 착착 진행되면서 나 또한.
플레이한 게임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이시훈에게 우정을 느끼고 있다.
애초에 이시훈은 정의롭고 인성이 훌륭한 캐릭터.
게다가 내가 한때 열심히 플레이한 블블의 주인공.
어찌 보면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먹음직스럽고 예쁜 블블의 히로인이나 내가 마음에 드는 여자는 다 갖겠지만.
적당한 엑스트라 여자를 이시훈에게 붙여주는 것 정도는 해주자는 마음은 있다.
한때 분신이나 다름없는 애정 있는 주인공이 평생 모태솔로면 슬프잖아?
애초에 시훈을 좋아하는 상태도 아닌 여자들을 내가 가지는 거니 이시훈에게서 여자를 뺏는 것도 아니고.
우정을 생각해 적당히 좋은 연인을 맺어주려는 거니 결코 나쁜 일은 아니지.
끝으로 내가 이시훈과 서유메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마지막 하나의 계기.
그건 바로 이시훈의 혈통에 숨겨진 힘을 내가 이용하기 위해서다.
"시훈아, 유메.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건 어때? 어머니, 아버지도 저번에 너희를 보고 매우 좋아하셨어. 또 보고 싶다고 하시던데."
"어? 정말?"
"응! 갈래!"
두 사람과 친해진 후로 몇 번 두 사람을 엘드라 저택에 초대했다.
두 사람과 더 친밀해지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시훈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집으로 초대한 순간 엘드라가의 모든 감시가 이시훈을 향해 집중되고 이시훈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작전이 실행된다.
예를 들어 함께 식사하고 남은 접시에서 이시훈이 먹은 후의 접시를 따로 회수해 조사하고.
이시훈이 코를 푼 화장지가 있으면 나중에 꺼내 조사를 하면서 조사 단계를 늘려나갔다.
그리고 어떨 때는 일부러 손가락이 찔리기 쉽게 게나 킹크랩 같은 요리를 직접 손으로 먹게 하다가 손이 쉽게 찔릴 수 있게 하거나.
엄지가 찔려 살짝 피가 났을 때는 바로 조치하여 이시훈의 피를 닦은 손수건이나 알콜솜을 회수해 조사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피에 관련된 비밀을 알아내서 절찬 응용할 수 있는 연구에 들어가고 있는 참이다.
연구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으면 나중에 엘드라 산하의 의료단체를 움직여 학교 전체로 무료 건강검진이라는 명목으로 이시훈의 피를 대량으로 채취하고 나중에 배양할 예정이다.
지금 초대한 건 그냥 친구와 집에서 우정을 쌓고 유메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작업이다.
이게 바로 내가 깐 포석의 3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깐 네 번째 포석.
3번째 포석만큼 중요하고 내가 원하는 생활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포석.
그걸 지금부터 설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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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즈 블러드.
줄여서 블블이 고수위겜이라는 건 기억하고 있겠지?
그리고 블블의 제작사의 전작이 야겜이라는 것도 말이야.
블블은 수위 높은 히로인과의 이벤트가 많다.
그리고 그중에서 일정 이상 수위 높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건 블블의 스트렌져.
각 장을 담당하는 보스 중 한 명인 에로 과학자 후루타 요이치로로 인해 벌어진다.
커뮤니티에서는 수위 높은 이벤트 씬을 만들어주는 그를 칭송해 애칭 후붕쿤 박사라고 부르고 있다.
후루타 요이치로.
별명 후붕쿤 박사는 그야말로 블블의 제작사가 전작에 야겜을 만들고 난 흔적 그 자체나 다름없다.
다른 스트렌져들은 각 장 보스 히로인 루트에서 인연이 있는 보스가 아닌 이상 전개가 다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이 후붕쿤 박사는 다르다.
후붕쿤 박사는 타락한 발명가이자 과학자로 자신이 발명한 개발품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걸 좋아하고 최종보스에게 현혹되어 인간의 적이 된 빌런이다.
그리고 후붕쿤 박사는 각 히로인마다 상대하는 발명품의 종류가 대부분 차이가 난다.
촉수, 억지로 끼게 만드는 구멍 있는 벽, 한번 들이마시면 취하게 하는 가스, 장비를 녹이는 액체, 최면광선, 유독 여체만 재현하는 도플갱어 슬라임, 일시적으로 투명해지는 약.
등등.
다양한 발명품으로 히로인들의 살결을 좀 더 많이 보이게 하거나 주인공과 히로인이 고군분투하는 도중에 좀 야한 이벤트를 한 명도 빠짐없이 각 루트마다 만들어내는 존재다.
개발력이!
그것도 야한 도구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발력이 매우 뛰어난 인재인 후붕쿤 박사!
히로인들을 따먹는 것을 매우 다양하고 자극적이며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인물이자.
이시훈의 혈통을 조사 및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발명가이자 과학자.
후붕쿤 박사 후루타 요이치로의 섭외야말로 내가 까는 포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게임에서 적들과 싸울 때 흔히 있듯이.
각 장의 보스들은 자신의 사연이나 동기들을 술술 말하고 그건 후붕쿤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난 그가 언제 타락했는지 왜 타락했는지에 대한 사연을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 나는 후붕쿤 박사를 섭외했다.
당시 15살.
"젠장! 젠자아아아아앙! 죽어! 죽어! 망할 놈들! 내가!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아아아! 우에에에에엑!"
어두운 밤.
어느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만취한 채 욕을 내뱉다가 바닥에 구토하는 후붕쿤 박사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