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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하나로 뒤엉킨 육신 (32/40)

32화.하나로 뒤엉킨 육신

세상이 얼어 붙은 겨울, 

한줄기 태양빛에도 감사 하듯이. 

무혁은 세영의 섬세한 움직임에도 그저 감사 할 뿐이다. 

사소한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그동안 꽁꽁 얼어 붙었던 겨울을 지낸 모양이다. 

겨울 속에서 살았던 남자는 봄의 온기에 감격했다. 

계절의 흐름에 감사 할 줄 모르는 바보가되고 싶지 않았다. 

무혁에게로 다가온 봄에 감사하며 봄을 감사 할 수있게 해준 겨울에 감사한다.

"좋아합니다, 한세영 씨.”

"훗, 무혁 씨, 저도 요. "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몸을. 

멈춰 있던 나의 계절에 다가온 한세영이라는 존재를. 

무혁은 점점 끓어 오르는 그녀의 안을 부드럽게 유영했다. 

성기를 교합 한채 출납을 반복하자 극대화 된 감각의 홍수가 연인을 덮쳐왔다.

"아웃, 흡, 아아! "

무혁은 세영의 신음을 샅샅이 핥으며 더욱 깊은 곳으로 허리를 쳐 올렸다.

"우리 같이 취미 생활도 해봅시다. 한세영 씨랑 해보고 싶은게 많아. "

비벼지는 열점 속으로 깊숙이. 더욱 깊숙하게. 

가벼운 몸이 무겁게 가라 앉아 그녀에게로 침잠한다. 

하나로 뒤엉킨 육신처럼. 영혼 마저 하나로 뒤 엉키고 싶다. 

허리를 붙든 무혁이 빠르게 세영을 휘저었다. 

기둥을 감싼 채 놓아주지 않는 뜨거운 살덩이를 강하게 두드렸다. 

녹진하게 그를 반기는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세영의 몸속에서 정액을 사출하고도 아쉬워 한참이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쏟아 냈다. 

장대 한 성기를 그녀의 내부에서 뽑아 내고 콘돔을 벗겨 던졌다. 

밭은 숨을 할딱 대는 세영이 어여뻐 열이 오른 하반신은 가라 앉을 줄을 몰랐다. 

계속 이랬다. 한세영 곁에 선 심장도 육체도 가라 앉질 않는다. 

무혁은 세영을 품에 꼭 끌어 안았다. 

그녀의 향기와 온도와 심장 박동, 살갗의 떨림, 모든걸 담아 놓았다. 

차무혁의 세계에 가득 차 있던 수많은 빌딩 속에도 온기가 찾아들었다. 

세영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기로 마음 먹은 순간, 

역설적으로 무혁은 제 마음을 그녀에게 먼저 내어주고 말았다. 

VI. 의무 이행 

된장 찌개는 저녁에 끓이기로했지만, 일찍 일어난 김에 세영은 주방으로 향했다. 

무혁은 지난밤 젖었던 세영의 옷을 일찌감치 세탁하고 건조를 시키고는 손수 다림질까지 하는 중이었다. 

세영은 무혁의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콧노래까지 흥얼 거리며 찌개를 끓였다.

"어때요? "

세영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니 새 옷처럼 빳빳해진 그녀의 옷이 보였다. 

집안일이라고는 손도 까딱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림질 솜씨가 세영보다 훌륭했다.

“이걸 직접 하셨어요? "

"여기 둘 게요. "

"저보다 다리미질 솜씨가 좋으신 데요? "

"그럼 앞으로 세영씨 옷도 다림질은 내가 하죠. "

무혁은 세영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 안으며 정수리에 입술을 문질렀다. 

세영은 고개를 들고 그의 턱에 입을 맞추고는 된장찌개를 숟가락으로 떠서 간을 보도록 먹여 주었다.

"어때요? "

"맛 있네요. "

"그럼 앞으로 찌개는 제가 끓일게요. "

세영은 말을 내뱉고도 간지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대답없이 서있는 무혁을 보니 이젠 부끄러워 눈도 마주 치지 못할 지경이었다. 

분주한척 밥을 푸는 세영의 뒤에서 무혁이 태연하게 읊조 렸다.

"세영 씨가 나와 결혼 해주면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힐 겁니다. "

세영은 웃음을 꾹 삼켰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결혼해 주면 

아쉬울 것없이 돈을 주겠다며 유혹하던 그가 태도를 바꾼 것이었다. 

같은 뜻이라고해도 듣는 사람을 배려 한다는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세영은 밥 그릇을 식탁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조금 더 빨리 생각해 볼게요. "

이렇게 다정한 무혁이라면, 그와 함께하는 결혼 생활이 마냥 행복 할 것 같았다.

"서두를거 없습니다. 충분히 생각하세요. 3개월이 아니어도 상관 없으니. "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설레는 감정에 이성이 마비 된 건 아닌지. 

정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 결혼이라는 일생 일대의 중대사를 덥석 결정할 정도로, 

세영은 무혁에게 눈이 멀었다. 

그렇다고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무혁과 미래를 함께 할 거라면. 

그가 원하는 마지막 효도를 이룰 수 있도록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

"소장님은 좀 어떠세요? "

세영은 조심스럽게 무혁에게 물었다. 

지난번엔 경황이 없어서 무혁의 아버지에게 일상적인 대화조차하지 못했던 게 내심 계속 마음에 걸렸다.

"다시 인사 드리러 갈까요? "

세영이 묻고 싶었던 말을 무혁이 대신해 주었다. 

아직 가정을 꾸리는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진지한 마음으로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는걸 

보여 드리면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님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테다. 

무혁이 세영을 위해 변화하고 배려 해주는만큼, 세영 역시 그를 위해 변화하고 배려 해주고싶었다. 

아직은 그에게받은 것만 많았다. 세영은 항상 가족을 위해 모든 걸내어주는 처지였다. 

청춘도, 돈도, 사랑도, 이해도. 가족을 사랑하지만, 

안타깝게도 생활력이 없는 가족들에겐 세영은 대들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혁의 곁에선 달랐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의지 해본적 없던 세영이 기댈 나무가 생겼다. 

사료를 다 먹은 뭉치가 아련한 눈으로 두 사람을 올려다 보며 무혁의 발치에 앉아 있었다. 

어제까지만해도 무혁을 물어 죽일 듯 굴던 뭉치도 이젠 밥주는 사람을 따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소소한 일상이 행복했다. 세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누려 본적없는 사소한 행복 이었다. 

세영이 차려 준 아침밥을 먹으며 무혁은 무언가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걸 간신히 삼켰다.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무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모친이 가출을 반복하는터에 스스로 요리를 제법 잘하기도했고 

하루 종일 머리를 써야하는 직업이라 아침밥을 거르지 않기도했다. 

그 특별 할 것없는 아침 밥상이 오늘은 달랐다. 

한세영이라는 여자가 식탁에 함께 앉아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 적이 드물었다. 부모의 사랑이 흔들릴 때마다 무혁의 가정도 흔들렸다. 

그래서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무혁에게 최소한의 의무를 다했듯이, 무혁도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세영을 알아 갈수록 나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 해졌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모친이 밥상머리에 앉아도 그게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에 밥이 넘어 가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차라리 혼자 밥을 먹는게 편했다. 

그런 데 오늘. 

세영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그녀와 함께하는 행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다는걸 깨달았다.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정서가 안정되어 그런지 업무 집중도도 좋았고 

잠시 쉴때 마 다 여지없이 세영이 떠올라 괜스레 3층을 기웃거리기도했다. 

일을 먼저 마치고 차에 앉은 무혁은 운전석에 앉아 세영을 기다렸다. 

기다림이란 사람을 외롭고 불안하게 만드는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세영을 기다리는 일은 그가 알던 기다림의 정의를 뒤흔들었다. 

그녀가 그에게로 다가오는 걸 기다리는 일조차도 가슴이 설레었다. 

세영이 무혁의 차를 향해 다가왔다. 무혁은 일부러 차에서 내리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 보았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그녀를 맞이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세영이 그를향해 다가오는 그 떨리는 기분을 잠시 감상하고 싶었다.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 던 세영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그를 향 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 않았다. 

당장 그녀를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고 싶을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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