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음란한 접합부
육체로 사람을 받아들이는일이 정신으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처럼 느껴졌다.
섹스란 가장 은밀한곳을 품고 교감하는 행위일까.
그를 기꺼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안으면 안을수록 무혁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깊은 사이가 될 수 있다면, 무혁의 품에 안기며 그를 약간은 더 이해하게 되듯이,
그의 품에 안김으로써 무혁에게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전하고 싶었다.
말초적 쾌감이라고 설명 할 순없는 고차원적 교감이었다.
가장 원초적인 행위를 통해 언어 이상의 진심을 깨닫는다.
은밀하게 접 붙인 성기에서 음란 한 소리가 쏟아졌다.
찰박찰박.
장대 한 페니스가 교접한 살덩이를 비벼 댈때마다
돌기 구석구석 빈틈없이 짓눌리며 자극을 흡수했다.
서로 먹고 먹어 치우며 불안이 자리 잡았던 곳에 체온을 채워 넣었다.
깊은 곳을 두드리는 비밀스러운 속삭임이, 몸을 열고 마음을 열었다.
열린 문 속으로 너 나 할 것없이 빠져들고 잡아 끌며 합일했다.
갈라진 틈새 속에서 장대 한 생식기가 주르륵 빠져 나왔다.
애액을 듬뿍 뒤집어 쓴 적나라한 검붉은 성기가 선액을 질질 흘리며 성을 냈다.
무혁은 벗어 던진 슈트 속에서 콘돔을 꺼냈다.
밀액을 머금어 번들 거리는 페니스에 막을 씌우고는 다시 그녀의 몸에 제 것을 밀착했다.
균열 사이를 비집고 부어 오른 분홍빛 돌기를 살살 문지르며 다시 깊은 동굴 속으로 미끄러지 듯 들어찼다.
"하아 읍!"
세영은 신음을 참 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 층에 스무 명도 넘게 사는 닭장같은 고시원에서 교성이라니 말도안된다.
"흐응, 아아!"
하지만 팽창 한 생식기가 내부에서 폭발하듯 출납을 반복하자 참으려해도 참을 수 없었다.
그가 달려왔다는 감동도 잠시, 세영은 소리를 참아야한다는 생각에 빠져 두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무혁은 그녀의 다리를 번쩍 들고는 더욱 깊은 곳까지 교접한 채 뒤엉킨 생식기를 비벼댔다.
찌걱 찌걱, 게거품이 일어나는 음란한 접합부를 내려다 보며 유연하게 허리를 찍어 댔다.
오히려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긴장이 풀린 질벽이 짙은 괘감에 휩싸였다.
움찔거리며 맞물린 입구를 뼈끔대더니 이내 내벽 깊은 곳까지 수축과 이완을 번갈아가며
몸속에 머금은 페니스를 빨아당기고 내뱉길 반복했다.
"보, 보지 마세… 흐읏! 하아! 아아!"
적나라한 모습을 보이는게 민망해 간신히 입을뗐지만,
문장을 완성하기도전에 더 적나라한 교음이 터지고 말았다.
무혁은 그녀의 신음을 집어삼키며 입술을 겹쳤다.
여린 살에 흡착 한 살덩이가 일말의 빈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불안이나 비밀따위의 것들이 존재할 수 없도록 두 사람은 그 순간만큼은 마치 한몸이 된 것처럼 엉켜버렸다.
내핵이 끓어 오르며 뜨거운 용암이 솟아 올랐다. 대지를 두드리는
그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고 격정적인 출납에 세영은 지진이 난듯 몸을 떨었다.
퍽! 무자비한 둔기의 폭발에 세영은 자지러지며 할딱댔다.
"핫, 아웃, 하웃!"
정액을 쏟아내는 짐승은 암컷의 몸 깊은 곳에 제 것을 쏟아내려
뿌리를 깊게 박은채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쾌감에 휩싸인 그녀는 그저 하반신을 꿈틀 거렸다.
무혁은 한참이나 신음을 흘려 대는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그녀의 헐떡임이 잦아들 때에서야 페니스를 빼내고 정액이 찬 콘돔을 묶어 티슈로 감쌌다.
뒤늦게 부끄러움이 밀려 들었다.
교합 한 체취가 진동하는 방 안,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삐걱거리는 침대,
몸을 떨어 뜨렸다고 금세 한기가 도는 방안의 시린 온도,
발 디딜 틈이라고는없는 좁은 방.
콜록 콜록.
옆방 사람의 기침 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세영아."
"네…?"
"나랑 같이 살자."
순간적으로 세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타들어 갔다.
갑자기 찾아온 무혁이 너무 반가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같이 살자 니요?"
"다른 새끼들이 네 숨소리 듣는거 마음에 안드는데."
"쉿. 조용히하세요. 다 들려요"
"그러니 내 집에서 같이살자고."
다정하게 세영을 안고 입술을 지분거리는 무혁의 눈빛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이 초라한 공간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않다는 마음뿐.
더군다나 무혁은 건축가였다.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 앞에 보이기엔 3평 남짓한 방이 너무도 초라했다.
급하게 이불로 몸을 가린 세영이 무혁의 얼굴을 살짝 밀어 내며 속삭였다.
"이사님, 내일 출근 하셔야죠."
키스를 멈춘 무혁이 그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돌아가세요."
"싫어?"
무혁의 중저음 목소리에 소스라 치게 놀란 세영이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 드렸잖아요…. 우리 대화 소리도 다 들려요"
그제야 무혁이 몸을 일으켰다.
불은 꺼져 있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난잡한 방의 몰골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세영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무혁이 이미 알고있다고해도
머리로 아는 것과 누추한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건 느낌이 달랐다.
방을 살피는 무혁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심장도 함께 일그러지는 기분이었다.
"하 씹. 여긴 사람이 살데가.….”
친구들이나 동료들 앞에서 고시원에 사는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어째서 가장 친밀한 행위를 한 무혁에게는 이곳이 참을 수없이 부끄러운 걸까.
"억지로 끌고 가기 전에 일어나. "
"이사님. "
"나랑 같이살면 이런 ..”
“이런곳이 제가 사는 데예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빠의 빛을 갚느라 온 가족이 고생했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통장에 돈이 쌓일때쯤 파출부 일을하며 고생하는 엄마가 가여워 떡집을 차려 드렸다.
그래서 고시원 방은 세영에겐 훈장과도 같았다.
가끔은 외롭고 쓸쓸 했지만, 부끄럽진 않았다.
떡집을 차렸을 때 엄마가 기뻐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그 고생은 값진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살 필요없다고.”
“이사님."
그런데 처음으로 이곳이 부끄러웠다.
후희의 짜릿함보다 그가 빨리 나가주기를 바랄뿐이었다.
"돌아가세요."
"한세영. 도저히 여긴….”
"저 자존심 상하고 있어요. "
"세영아.”
"내일 봐요."
무혁은 잠시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뜩잖은 얼굴로 옷을 입고는 세영의 이마에 입술을 문지르고는 조용히 방을 빠져 나갔다.
세영은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런 누추한 모습 때문에 그가 돈을 운운하며 결혼 이야기를 꺼냈던 거라는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저릿했다.
조금전까지 만해도 절정을 느꼈던 이곳이 끔찍하게 싫었다.
고시원 방문 앞에서 닫힌 문을 바라보며 무혁은 한참이나 자리에 못 박힌 채 멍하니 서있었다.
초라한 방이 뒤늦게 눈에 띄었다.
세영이보고 싶어서 주인을 찾은 강아지처럼 반가운 마음에 그녀에게 달려 들었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방은 발디딜 공간조차없이 좁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아버지의 사업이 흔들렸을 때, 무혁은 아버지의 잔심부름을하며 공사판을 들락거리기도했다.
어머니가 떠난 그의 삶은 그저 가난과의 사투였다.
아버지의 사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무혁은 학교보다 공사장과 더 친숙했다.
그 시절은 그저 묻어 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다.
가난은 견딜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떠나고 삶의 생기를 잃은 부자는 도를 닦듯 돌을캐고 나르며 부쉈다.
이곳은 생기 넘치는 세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녀가 가난하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실체적 가난에 어릴적의 고통이 끄집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