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부피감에 전율하며 (3/40)

3화. 부피감에 전율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잖습니까.“

벅차올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뿐이다. 

모든 짐을 벗어 던진 세영은 본능에 충실해져 무혁의 입술을 빨았다. 

"하, 씹. 계속 이런 식이면 내 마음대로 할겁니다.”

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의 원하는대로 그녀를 쾌감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주길 바랐다.

"그래도 돼? “

질구를 가르고 밀려드는 묵직한 도관이 내부를 깊게 채웠다가 스르르 빠져나갔다. 

왈칵 쏟아지는 애액이 음부를 홈뻑 적셨다. 구멍이 뻐끔거리며 그가 다시 진입하길 애원했다.

"한세영씨 당신몸에 하고싶은거 다 해봐도 되냐고. “

"흐웃, 뭘, 하고 싶으신데요? “

무혁이 세영의 입술을 보드랍게 핥았다. 

눈을 마주친 상태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일어나요. “

"네? “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내 집으로 갑시다. “

"이사님 집…. 이요? “

"해보고 싶은게 많아. 한세영씨 몸에.”

세영은 상체를 일으키려는 무혁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의 목에 손을 두르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요." 

"일어나자니까 이제야 원하는 걸 말하는 겁니까?“

무혁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밀부를 침범했다. 

쿠퍼액을 질질 흘려대는 욕망의 집약체가 미끄러지듯 안을 꿰뚫었다. 

내벽을 온통 짓누르는 부피감에 전율했다. 교접한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았다.

"훗, 하웃!“

휘몰아치는 둔기가 여린 살을 빠르게 짓쳤다. 교감에 황홀해져 살포시 눈을 감는 순간, 

질구가 강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깊은 오르가슴에 빠져들었다. 

"하, 아아, 흐읍.“

꿈틀거리는 검은 늪을 격렬하게 파헤치며 무혁은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환희를 추어내며 육중한 생식기를 쑤석거리는데 휴게실 문틈 밖으로 어렴풋이 불빛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세영이 무혁의 손을 막으며 몸을 일으켰지만, 그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눅진하게 빨며 그녀를 짓눌렀다.

"흡, 이, 이사님, 밖에 사람…. 누가 왔나 봐요.“

하지만 무혁은 상관 없다는 듯 세영이 막은 손을 치우고 다시 그녀의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괜찮아. 안 들어올거야. 이렇게 조금만 있다가 사람 사라지거든 같이 집으로 가자." 

"아, 안 돼요.“

무혁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세영은 달랐다. 뻔뻔하게 휴게실에서 무슨 짓을 벌인 건지 

회사 사람들에게 까발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아. 

더운 숨결이 입술에 닿았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뜬 세영이 정욕을 삼키는 무혁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이사, 님." 

"하으, 이사님." 

"말해.“

그저 무혁을 몸속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올라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잦아든 오르가슴이 다시 시작되고 절로 뻐끔거리는 밀부로부터 짜릿한 쾌감이 뻗쳐 나갔다. 

"그냥 빨리 해주세요." 

"뭐?" 

"안에 다…해도 돼요. 피임 중이에요.“

차라리 빨리 끝을 보고 이 자리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무혁이 눈빛이 흔들렸다. 파정 만큼은 참고 있던 그가 견딜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이제야 당신이 생각났을까. 항상 여기에 있었는데.“

무혁은 혼잣말을 짓씹으며 세영의 입술을 빨았다. 애욕의 용암을 내부 가득 채워 놓고는 비로소 

사출을 마친 성기를 그녀의 몸속에서 빼내었다. 

사정을 하고도 사그라지지 않는 페니스가 아랫배를 짓눌렀다. 제 정액을 확인이라도 하듯 아래를 더듬는 

그의 손을 떼어 내고 세영이 다 급하게 다리를 움츠렸다. 

"뭉치야. 아빠왔다.“

밖에서 최성수 대리의 목소리가 선연하게 들려왔다. 설상가상 사무실에서 키우는 노견 '뭉치'도 

뒤늦게 기척을 느낀건지 시끄럽게 짖기 시작했다. 

세영은 있는 힘껏 무혁을 밀치고는 여기 저기 널브러진 옷가지를 빠르게 주워 입었다. 

여전히 흥분에 젖은 무혁을 뒤로한 채 휴게실을 빠져 나왔다. 

마침 캡슐 커피를 내리던 최성수 대리가 세영의 존재를 알아채고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여태 집에 안가고 휴게실에 있었어요?" 

붉어진 얼굴과 흐트러진 머리칼을 들킬 것만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힘 풀린 다리 사이로 무혁의 정액이 주르륵 새어 나오는 느낌이 선득했다. 

"난 3차 갔다가 마감 생각 때문에 술이 안넘어 갈거 같아서 다시 왔어요." 

"아, 그러셨구나….“

그저 빨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세영은 최성수 대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잠깐 두고온게 있어서 들렸어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가 데려다줄까요? 지금 비도 너무 많이 오고 택시 혼자 타기엔 많이 늦었는데." 

"아니에요.“

세영은 최성수 대리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조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우산을 펼치고 건물을 빠져나와 조금 전까지 무혁과 함께 있었던 3층 휴게실을 힐긋 올려다 보았다.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무혁이 어렴풋이 보였다. 

세영은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 서서 대로변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도대체 회사에서 무슨 짓을 한 거지. 내일부터 무슨 낯으로 차무혁 이사님을, 

그리고 회사 사람들을 볼지 눈앞이 막막했다. 

자정의 마법이 끝나고 말았다. 구두를 두고 온 신데렐라처럼 세영은 하루의 일탈과 작별하고 

현실 속으로 도망쳤다.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한 도피였다. 

한때 미친 듯이 좋아했던 사람과 뜨거운 순간을 보낸 추억으로 잠시나마 힘을내며 살아갈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을 갈무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혁의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날 좋아하면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세영은 마구 고개를 저었다. 

메아리처럼 가슴에 울리는 무혁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I. 아이를 낳았으면 합니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은 쾌청했다. 세영과 휴게실에서 정사를 벌였던 그 날 이후로 

무혁은 아버지가 소개해준 여자들, 정확히 말하자면 맞선 상대들을 정리하느라 주말 내내 시달렸다. 

'죽기 전에 네가 좋은 여자를 만나 아이 낳고 잘사는 모습을 보고 가야 할텐데.‘

얼굴을 볼 때마다 유언처럼 되뇌던 아버지의 말이 정말 유언이 될지도 몰랐다. 

시한부 1년. 몇 달 전까지 건강하던 아버지가 말기 암 이란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부쩍 무혁의 결혼을 종용했다. 

어차피 무혁 몫의 유산으로 남겨질 건축사무소를 약점 잡아 일에만 여념이 없는 아들을 

압박하고 또 압박했다.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을만큼. 

이럴 바엔 대충 아무나 붙잡고 결혼이나 해서 노인네 입이라도 틀어 막고 싶었다. 

그럼 일 좀 할수있으려나. 지난 석 달 동안 맞선을 여섯 번 보았다. 

딱히 결혼 생활에 기대랄게 없는 무혁은 까탈스럽지 않게 굴려고 노력했지만, 

정말이지 여섯명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사람이 바빠도 그렇지. 밥 먹으면서 문자 확인할 시간도 없어요? 제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연락 만 자주 해달라는 건데.' 

'그럼 나 말고 가서 폰섹 할 새끼라도 찾으세요. 요즘 어플도 많던데.' 

'뭐, 뭐라고 요? 무혁 씨 지금 뭐라고.?‘

맞선 상대에게 해서는 안 될 말까지 지껄여 가며 질척대는 여자들을 모두 정리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도 아니고. 어떻게된게 아무리 정리를 해도 떨어져 나가는 여자들보다 맞선을 대기중인 여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금요일도 그랬다. 맞선으로 만난 주제에 신파를 찍고 앉았다. 

혼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몇 번이나 봤다고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에게 질려 

술잔만 들이켜다가 되는대로 말을 지껄이고 못다한 일을 마저 하러 회사로 돌아갔다. 

피로에 지쳐 잠시 눈을 붙이러 휴게실로 간다는게 문득 한세영이 떠올랐다. 

7년전, 무혁에게 고백했다가 차여 놓고도 깔끔하게 돌아섰던 그녀. 

까맣게 잊고 있던 그녀를 다시 회사에서 만났고 세영은 단 한 번도 무혁에게 질척거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였으니 미련을 보일법도 한데 그녀는 그에게 차인 이후로 냉정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세영은 조용했고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