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398화 (398/401)

애벌래. 번데기. 그리고. (4)

구마하와 써니 두 사람의 사랑 소리가 넓은 객실을 가득 채웠다.

여인의 교성. 사내의 헐떡임. 애액으로 젖은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들로 음란한 분위기가 고조죄는 속에서, 소파에서 시작된 육체적 관계는 멈추지 않고 응접실의 고상한 테이블. 마지막엔 침실로 넘어갔다.

구마하의 끝없는 스테미너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써니도 마르지 않는 샘물로 진심을 답했다.

마하의 뜨거운 눈빛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는 수줍어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부드럽고 촉촉한 질은 그를 잡고 놔주질 않았다.

“으음― 응! 흐음!”

압착되듯 귀두부터 뿌리까지 삼켜버리는 그녀의 반응에, 구마하는 써니의 양다리를 높이 들어 하복부를 더 바짝 밀착시켰다.

써니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스스로도 자기 감정이 이해되질 않았다.

처음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는 것일까?

이것이 사랑이란 건가?

심장소리가 머리끝까지 울리는 순간에도 구마하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이어 나가 그녀의 숨을 더욱 가쁘게 만들고 있었다.

여인의 몸이 또 한 번 민감하게 달아오른다.

빨개진 두 볼에 더욱 열이 오르고, 클리토리스가 또렷하게 그곳에 있음이 느껴진다.

써니는 감당하기 어려운 쾌락에 힘겨워하다 우람하고 넓은 마하의 등을 끌어안으며 몸을 기댔다.

“하아! 아아~! 마하 씨! 더 세게!!”

써니의 애원하는 목소리는 마하의 가슴에 끈적한 욕망을 지폈다.

기관차에 석탄을 넣은 듯 피스톤 운동에 속도감이 더해지자 그녀의 목에서 참을 수 없는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앗! 하앗 하아~!!”

마하의 가슴에 안긴 상태로 그녀는 또 한 번 빠르게 두뇌 회전이 일어난다.

사람이란 이렇게도 뜨거운 존재였단 말인가?

무엇보다 강해. 정말 인간의 몸이 맞는 거야? 목봉을 깎아 만들어도 이보다 단단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육중한 것이 연속해서 그녀의 중심을 파고들자 신체의 모든 혈액이 하복부로, 아랫배로. 그곳으로 집중된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감각기관이 살아 꿈틀대는 기분이다.

그의 숨결이 귓불과 목에 닿으면 등줄기에서 오싹한 느낌이 돋아나고 손이 가슴을 쥐면 유두 끝이 움찔거린다.

무엇보다 그곳.

뜨거운 그곳에서 밀려오는 쾌락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으으음 흐응! 아아~!!”

갑자기 그녀는 자신이 너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고서야 용서받지 못할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이런 절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동안 참았던 설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들. 모든 악감정이 쾌락과 함께 흐려진다.

결핍과 고통이 기쁨과 허한 감정으로 뒤바뀌는 걸 느끼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어? 왜요? 갑자기 왜?”

“네…? 하아~ 하아~ 뭐라고요?”

“아니, 갑자기 왜 우냐고. 내가 너무 세게 했나?”

“아니요. 괜찮으니까 제발 멈추지 말아요… 제발….”

이런 순간에도 남을 살필 여유가 있다니.

써니는 구마하의 배려에 또 한 번 가슴이 두근거려 그의 얼굴을 붙잡으며 키스를 해 달라 혀를 날름거렸다.

약해 보여도 남자는 기본 근육이 있어 여자로선 그 힘을 거역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누구보다 강한 몸과 발달 된 근육을 가지고, 누구보다 부드럽고 섬세하게 여자를 다룬다.

물론 그도 감정이 상하면 자비 없는 사람이지.

알아. 그래서 아팠고 미안했었어.

짧지만 그때의 거친 순간을 몸이 기억하기에 지금의 다정함이 더욱 가슴 한 곳을 아련하게 두드리는 것 같다.

오늘까지 그녀는 애정이란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실제로 작전 중 목표 대상에게 빠져들어 멍청한 선택을 하는 다른 요원들도 있었다.

그녀는 그런 동료들을 경멸했었다.

삶의 주체가 없고 일의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본인이 느껴 보니 이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구나.

죽어도 좋아. 그를 위한다면 목숨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한편으론 이 사람이 만나왔던 여자들을 만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녀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누구보다 사랑받음을 느낄 수 있으니까.

“아아~ 앗! 음~! 아~아 마하 씨.”

“후후. 그렇게 좋아요?”

“사… 사랑해요.”

마음을 고백하며 그를 으스러져라 껴안는 써니. 구마하도 화답하듯 그녀의 달콤한 입속으로 혀를 길게 밀어 넣는다.

농후한 키스로 서로를 느끼는 두 사람.

그런데, 써니가 계속된 관계로 수분이 떨어졌는지 입술이 건조하다는 걸 깨달은 구마하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본다.

마침, 전날 밤 마시던 생수 하나가 침대 옆 탁자에 놓여 있었다.

손을 뻗어 물병을 가져오자 그녀도 씩 웃으며 입을 벌렸다.

잠시 숨 가쁜 행동을 멈추고 천천히 물을 뿌려주는 구마하. 써니도 울대를 꿀렁이며 물을 받아먹는다.

수분이 보충되자 생기가 돌아온 듯 그녀의 밝은 표정에 구마하도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더 사랑한다고 해줘요.”

“사랑해요.”

“중국말로.”

“我??.”

“오오!! 좋다.”

촉촉한 눈매로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무방비한 자세로 두 다리를 벌리고 누운채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여인.

그녀의 개방된 모습이 구마하의 가슴을 또 한번 흔들어 깨웠다.

두 사람은 쉬지 않고 사랑을 나눴다.

땀과 애액이 베갯잇과 시트를 적셔도 멈추지 않고 오직 절정으로. 끝이 어딘지 모를 종착점을 향해 달린다.

“헉! 허억. 흐억! 커억!!”

생각을 마비시키는 마하의 피스톤 운동에 써니의 가녀린 교성은 거칠어지고, 부드럽게 흔들리던 몸은 본능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허리가 들려오고 발끝부터 허벅지가 의지를 벗어나는 떨림으로 덜덜거렸다.

훈련받은 요원이라 할지라도 오르가슴에서 오는 쾌락을 참아 누를 순 없는 법.

구마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안아 올려, 정상위에서 자위로 체위를 바꾼 뒤 몸속 뜨거운 곳에 더욱 불덩어리 같은 애액을 쏟아냈다.

“읍! 크윽―! 흐으읍― 흑!”

오르가슴은 신경계가 허용 가능한 자극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이다.

마하는 철모르던 시절 이것이 여성에게 좋은 거라고만 알고, 감각이 최고조에 달한 상대를 놔주지 않은 채 더욱더 기쁘게 해 주기 위한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성숙된 모습으로 차분하게 상대를 안아 주며 진정되길 기다려준다.

“흐읍! 으윽… 흑! 으으….”

구마하는 움찔거리는 써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등을 다독여 준다.

그의 손이 몸을 스칠 때마다 써니는 서늘한 바람이 알몸을 스치는 것 같은 소름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행복함이 너무 커. 예민한 상황에서도 참지 못하고 더욱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몇 시간에 걸친 섹스를 마친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서로를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로 마주한다.

“괜찮아요?”

“네. 그렇지만 아직은 조금 두근거리는 게 남아있는 거 같아요.”

“여자들 오르가슴은 진짜 무슨 느낌인지 궁금해.”

“느끼고 싶으세요?”

“남자도 그게 돼요?”

“후훗.”

그녀가 구마하의 품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유스라에요.”

“뭐가요?”

“제 이름이요. 본명. 유스라라고요. 써니가 아니라….”

“오. 어어~”

“방금 오르가슴과 유스라가 무슨 관계인지 생각했죠?”

“아닌데. 이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후후훗.”

본명을 밝힌 유스라는 따뜻한 곳을 찾은 아기 고양이 같이 구마하의 가슴에 머리를 문지르며 다가간다.

“별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처음으로 마하 씨한테만 제 이름을 알려드려요.”

“유스라. 와 예쁘다. 무슨 뜻이에요?”

“무슬림 이름으로 평안과 안정 축복을 의미한답니다.”

“좋은 이름이네. 별자리 같기도 하고.”

“뜻은 좋은 이름이죠….”

구마하도 그녀의 진심을 느끼곤 나른한 눈동자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 주며 달래 준다.

“괜찮아요.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하잖아요. 나도 그렇고. 언젠가는 유스라도 안정을 찾는 순간이 올 거예요.”

“마하 씨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몰라요.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부모님을 찾고 싶은데.”

“부모님이 고향에 나타났다고 했었죠?”

“네. 형이 그랬다고 하는데. 난 뭐 보질 못했으니까.”

“어디로 가셨는지도 모르고요?”

“모르죠. 세상이 원체 넓으니… 그래서도 그냥 어디선가 날 보고 찾아와 주면 좋겠는데….”

잠시 생각에 잠긴 유스라가 고개를 들어 그에게 말한다.

“제가 찾아드릴게요.”

“아이고. 먼저도 그러더만. 괜찮아요. 어디 그게 쉽나.”

“본부의 정보망을 이용하면….”

“네? 에이. 됐어요. 하지 마. 민폐지.”

“민폐라뇨. 아니예요. 우리는 정보 기관이라.”

“하하하! 그런 사정이 아니라. 아무튼, 유스라.”

“네.”

“본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랑 한 가지 약속할 수 있어요?”

“뭐를요?”

“일. 이제 날 끝으로 그만 둘 수 없을까요?”

구마하는 걱정어린 시선에 그녀의 가슴이 또 한번 두근 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이제 밝은 세상으로 나가서. 새로 취직도 하고.”

“정말 제가 일을 그만두는 게 좋으시겠어요?”

“가능하면. 진심으로.”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네?”

“당신이 그렇게 하라면 하겠다고요.”

강하고 좋은 사람. 하지만 여자에게 너무 약한 모습이 있어.

엄밀히 그는 아직도 음모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누구를 걱정할 때가 아닌데…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유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짐이 되기 싫어서.

“허허허! 진짜죠!! 진짜. 진짜로?!”

“응.”

“맹세한 겁니다. 어기면 그땐 나 진짜….”

“걱정 마세요. 꼭 그렇게 할게요.”

“본인 입으로 한다고 했어요.”

“그렇다니까요.”

“하하하! 우와~!”

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것이 있으니.

그녀의 거짓은 구마하의 두 눈에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 * *

다음 날 아침. 구마하는 휴가인지 감금인지 모를 시간을 마치고 호텔방을 나섰다.

“정말 안 피곤하세요?”

“괜찮다니까요.”

“어제 너무 무리한 건 아닌지….”

“으하하하! 그럼 중국은 좋아하겠는데?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

“어우. 이런 농담은 아직 조금 이른가….”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앞뒤 사정이야 어떻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스위트룸을 나서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 앞에 우르르 경호원들이 진을 치며 다가온다.

유스라가 나서서 그들을 막았다.

“뭐죠?”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미스터 구를 시합장까지 이동시키라는 전달을 받았습니다.”

“제가 모십니다. 다들 물러가세요.”

“참고로. 함께 계신 분은 여기서 업무를 종료해도 좋다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전 전달받지 못했어요. 비키세요.”

“당신이 당신 일을 했듯, 우리도 우리 일을 수행할 뿐입니다.”

유스라와 경호원들 가운데 신경전이 벌어진다.

구마하는 이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지 못해 멀뚱거리며 쳐다보지만, 딱히 두려워하는 표정은 보이질 않았다.

“뭐래요?”

“…마하 씨를 경기장까지 모셔다드리겠데요.”

“와. 땡큐해라. 그럼 가죠.”

“마하 씨….”

물론, 아무 문제없이 그를 데려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스라는 불안했다. 정말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하지만, 구마하는 태연하게 짐 가방을 들쳐 매며 말했다.

“가요.”

“…….”

“일단 여기선 나가야 하니까.”

“네.”

경기장으로 가든 어디 으슥한 곳으로 끌려가든 그는 내가 목숨을 바쳐 지킨다.

유스라는 각오를 다지고 경호원 대여섯 명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무리한 건 내가 아니라 그쪽 같은데?”

“후후. 마하 씨.”

“괜찮다니까. 걱정하지 마요.”

구마하가 몸을 낮춰 그녀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내가 다 이겨.”

“아하하하!”

낯선 집단 속에서도 하나 움츠러들지 않으며 태연하게 꽁냥거리는 구마하를 경호원들이 흘깃거리며 둘러본다.

그 사이 승강기는 천천히 1층에 도착. 다 같이 로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아까까지는 보이지 않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갑자기 나타나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어!! 있다 있어!!”

“어디? 어디! 구마하 선수!!!”

“Hey!! over here!!”

유스라를 비롯 경호원들 누구도 기자들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듯 다가오는 인파들을 두렵게 쳐다보는데. 오직 구마하만 태연한 얼굴로 멈추지 않고 걸음을 내디뎠다.

“마. 마하 씨…?”

“아이고. 형들도 참. 적당히 데꾸 오지 뭘 이렇게들 끌고 왔어?”

“서. 설마 어제 사람들이랑 통화했다는 게…?”

“맞아요. 내가 회사 형들한테 스캔들 좀 내달라고 했어요.”

“일부러요?”

“네.”

“왜… 왜요?”

“약속했잖아요. 구름판이 되어 주겠다고.”

원래 음모라는 건 대상자가 시행자의 계산하에 움직인다는 전 제를 원칙으로 진행된다.

안 그럼 변수로 발생하는 상황이 대처 불가능한 지경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구마하는 대한민국에서 국민 영웅이라 불리고 있다.

그의 높은 명성이 있기 때문에 체육총국의 의뢰를 받은 안전부는 이번 일을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한국인은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올림픽이란 세계적인 무대에서 그는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설령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치부를 숨기고자 그를 자신들의 컨트롤이 닿는 위치에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 한 두 가지가 있었으니.

하나는 임무를 명령받은 요원이 그에게 빠졌다는 것과. 구마하란 인간이 국가관 그 위에 연애라는 가치를 종교와도 같은 의미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구마하 선수. 왜 선수촌이 아닌 외부에서 머물고 계셨나요?”

“아. 여기요? 주최국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습니다.”

“세심한 배려요?”

“선수촌에서 활동이 어렵다는 걸 알고, 시합 중반부터는 여기호텔에서 지냈어요. 보디가드님들 보이시죠? 아주 편안하고 느긋하게 지냈습니다. 중국 감사합니다. 쉐쉐!! 땡큐 차이나!!”

사랑과 섹스란 아름다운 가치를 모욕당한 그에게 있어, 국민들의 느낄 실망감보다는 신념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언론 앞에 당당하게 나섰다.

마침 카메라도 구마하와 유스라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그럼 함께 계신 여성분은 누구십니까?”

“이분요?”

그는 보란 듯이 그녀를 바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한국 외국 할 거 없이 기자들이 할 말을 잃은 듯 멍해지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때.

멀리서 양민구를 비롯한 선생과 구마하의 동료들이 다가와 그를 붙잡는다.

“비켜주세요. 잠시만요.”

“어허! 잠깐만 나와 보라니까요.”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성킁성큼 기자들을 밀치며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는 그에게 한쪽에서 큰 소리로 질문이 들어온다.

“구마하 선수! 지금이 올림픽 기간이라는 건 알고 계신가요?”

“그럼요. 물론이죠.”

“혹시. 선수촌을 나온 것도 일탈을 즐기기 위해서였나요?”

그가 카메라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생활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 *

올림픽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 안.

구마하를 지키러 온 동료와 코치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유스라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매달려 묻고 또 물었다.

“마하 씨….”

“어휴. 기자들은 언제 만나도 지랄 같네.”

“왜 그랬어요… 네…? 왜?”

“하하. 아니. 그냥….”

영특한 머리를 가진 그녀였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계획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설마… 나 때문에??”

“뭐. 그렇게라도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얼굴이 알려진 정보요원은 대외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따라온다.

심지어 중국인은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오늘 시합에서 구마하가 이길 시.

세상에 얼굴이 알려진 그녀는 모든 인민의 원망을 사게 될 것이고.

그럼 더 이상 이 땅 어디에서도 빌붙어 살 수 없는 몸이 된다.

마침내 진짜 자유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미안해요….”

“하하. 괜찮다니까.”

하지만, 이 스캔들로 그는 잃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내 몸 던져 남을 위하는 희생이라니…

유스라는 그가 말했던 사랑의 위대함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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