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92화 (292/401)

명절음식 (4)

"오~ 남수. 아이디어 괜찮네."

"그치? 여자애들 보고 싶지 않냐?"

"보고 싶지. 만나 주질 않으니까 그러지."

"오늘은 마하도 있는데 여자애들도 나오라면 나오지 않겠냐?"

"..."

"하하하! 새끼들! 야 정석아! 뭐 해 빨리 전화해 봐."

여기저기 눈치나 살피고 어벙하게 구는 가운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형식이와 준태는 그렇다 쳐도, 이놈들이랑 나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베스트 프랜즈다.

전 국민이 알 정도로 가까운 놈들이라 은근 사소한 거로 삐지면 장난 아니게 피곤해진다.

하물며 여자. 연애... 동창생... 군바리랑 로커 새끼는 벌써부터 눈빛이 맛이 가고 있었다.

이놈들은 성격에도 문제가 있으니, 형제가 있는 정석이와 나는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가지만, 외동인 김태윤이나 누나 치마폭에서 자란 박남수는 뭐 하나 토라지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얘들아. 실은 나 혜정이랑 사귀고 있어.)

(진짜? 정석이 너 알았냐?)

(알지. 당연히. 이 새끼 꽤 됐어.)

(뭐!? 야. 너 왜 우리한테 말 안 했냐!?)

(개새끼야. 지금 친구 차별하냐!!)

이렇게 될 게 뻔하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된다.

그러면서 온갖 사소한 것들. 나는 기억도 안 나는 과거를 다 가지고 와서 괴롭히겠지. 지들이 뭐뭐 이런 걸 해 줬는데 나는 뭘 해 줬는데 정석이만 챙긴다고. 서운하다고. 여자 친구 있는 놈들끼리 잘 지내라고 툴툴. 막상 이정석은 뒷짐 지고 쳐 웃기나 할 거고...

"뭘 애들을 불러. 그냥 우리끼리 놀자."

"왜?"

"왜라니. 안 보던 애들 보면 어색하고."

"마하야. 너 우리 어색해."

"아니 니네랑 다르게 여자애들은."

"닥쳐 새끼야. 비싼 척하지 말고."

"그래. 우리끼리 뭔 재미로 놀아."

"아 형식이랑 준태도 있고."

"그럼 넌 얘들끼리 가서 놀아."

"병신아 아니지. 이 새끼가 있어야 여자애들이 나온다니까."

안 된다. 숨기는 게 아니라 그냥 오늘은 상황이 아니야. 어떻게 생각해 봐도 지금은 조용히 넘어가는 게 맞는 거 같아.

"하하하. 어떻게? 선아한테 전화해?"

"하지 마. 명절에 가족끼리 있을 건데."

"내 여자 친구 상황을 니가 어떻게 아냐?"

"야..."

"하하하! 뭐?"

"그럼 선아만 불러."

선아만 부르라니 애들이 발광을 한다.

"걔만 불러서 뭐 하라고!!"

"그래. 임자 있는 애는 불러서 뭐 어쩌라고."

임자 없는 애들 부르면 지들이 뭘 어쩔건데???

"시골 갔으면? 어른들이 나오지 말라고 하든가."

"연락 되는 애들만 나오라고 하면 되잖아."

"그래. 선아는 그렇다 쳐도, 민혜랑 혜정이만 있어도."

"그렇게 둘만 있으면 됐지 뭐."

"그럼. 게임 끝나는 거야."

"민혜도 홈피 보니까 엄청 예뻐졌더라."

"걔 원래 이뻤어. 혜정이랑 있어서 잘 안 보인 거지. 선아랑 둘이 있을 때 봐 봐."

"누구냐? 너냐? 미쳤냐 지금?"

다소의 해프닝은 있지만 문제는 정석이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하! 그럴까? 불러 볼까? 마하야. 어떻게 할래?"

"..."

"왜? 씨발년아. 너도 혜정이 보고 싶지 않어?"

이 새끼가... 아주 지 일 아니라고...

그때 옆에서 김태윤이 말했다.

"보고 싶다. 진짜로."

"크하하! 니가 왜?"

"...그러게. 넌 왜?"

"뭐. 내가 걔 보고 싶으면 안 돼?"

태윤이가 처음으로 우리들 앞에서 지 속 얘기를 꺼내 놓았다.

"나도 걔 좋아했었어."

"크하하! 아하하하! 구마. 들었냐?"

"니가...?"

"오 진짜? 태윤이 너 걔 좋아했었어?"

"아 뭐! 남수 넌 아니야? 형식이 넌 아냐? 준태 넌 아니냐고. 솔직히 우리 학교 나온 놈들 중에 혜정이 안 좋아했던 새끼 있어? 걔가 그때 마하 여자 친구였냐고. 아니잖아. 좋아했던 것도 안 돼?"

"아니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애였지."

"인정. 다 좋아했었어."

"그랬었어. 맞어."

뭐가 맞어 병신들아. 아니 나잇살 처먹고 명절에 고향 와서 무슨...

젠장. 이렇게 되면 밝히기 더 애매해지는데...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야. 혜정이는 이런 걸 아니까 얘기하지 말라고 했던 거였어. 사람이 어지간히 둔하지 않고선 자기 좋아하는 걸 모를 리 없으니까. 내 친구들이 다 지를 좋아했던 애들이면 걔 입장이 오죽 난감하겠어.

"남수야. 너 집에 가야 되는 거 아니냐? 옷 갈아입고 나온다며."

"흠. 생각해 보니까. 군복이 여자애들한테 더 어필이 되지 않을까? 이것저것 얘기하기도 좋고."

허이구... 니 주제에 잘도 얘기하겠다... 쭈뼛거리기나 하겠지...

"그럼 부모님한테 전화라도 하든가. 새끼야. 오늘 휴가 나온다는 놈이."

"태윤아. 전화기 좀."

태윤이가 남수한테 핸드폰을 내주면서 형식이 준태한테 지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마하 이 새끼가 맨날 그러니까 내가 말을 못 꺼냈을 뿐이지. 나도 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어."

"맞다. 니네 같은 학교 나왔지."

"마하랑 걔랑 같은 집 살고 그러지 않았냐?"

"윗집 살잖아.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도 같이 놀았던 거고."

"...이것들은 남 얘기를 뭐 지들 이야기인 것처럼"

"하하! 미안."

"마하야 넌 걔 졸업하고 봤어?"

봤다 뿐이냐. 내 여자라고 새끼들아...

오늘도 같이 내려왔어. 어젯밤도 같이 자고. 아까 차에서도 같이 있었고...

남수는 집에 전화를 걸고, 태윤이는 옛날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형식이 준태한테 자기 감정을 꺼내 놓고 있었다.

참으로 난감하다. 왜 이런 나비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 와중에 정석이가 슥 다가와 말한다.

"태윤이는 태윤이의 감정이 있지. 그럴 수 있어."

"뭐가 그래 씨발년아..."

"병신아. 왜 화를 내?"

"닥쳐 죽여 버리기 전에..."

"하하! 마하야. 오랜만에 애들 보니까 추억 돋는다. 그치? 야 니네들 동네 있으니까 너무 좋다."

"하지 마."

"뭘?"

"..."

"아. 뭐? 너 진짜 혜정이랑 뭐 있어?"

"정신병자 새끼야. 제발 상황 좀 악화시키지 말고..."

"어? 너 지금 나한테 욕 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정석 미친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야? 하지 말라니까."

"뭐가 새끼야. 내가 내 여자 친구한테 전화 거는데 니가 뭔 상관인데."

"어른들이랑 계실 거 아냐."

"존나 예의 바르네. 응. 같이 안 있어. 선아 명절 알바 한다고 혼자만 안 갔음."

"..."

"구마. 그러니까 내가 미리미리 얘기하라고 했지. 애들 앞에서 그런 거 숨기지 말라고."

"아. 나도 오늘 하려고 했다고."

"지랄한다 미친놈. 다 그러지. 시간이 얼마나 있었는데. 벌써 몇 달이냐? 오늘 하려고 했단다. 하필 지금 이 순간에 와서. 어이없어라."

"넌 사람을"

"아 좀 비켜. 어쨌든 선아 잘 들어갔나 통화해야 돼."

정석이를 피해 다시 친구들에게 가서 말했다.

"우리 그러지 말고, 여섯인데 PC방 가서 스타나 하자. 어? 태윤아. PC방 어때?"

"요즘 스타 누가 해."

"존나 해!! 신촌은 다 스타 해!!"

"됐어. 게임 지겨워. 씨발 맨날 스타 뭐 오늘까지."

"그래. 마하야 PC방은 좀..."

"무엇보다 지금 PC방에 자리 없을걸?"

"맞다. 명절이잖아. 초딩들 있고. PC방 아웃."

"그럼 당구장 어떠냐? 나 당구 한 번도 안 쳐 봤는데. 너네 당구 많이 치지 않아?"

어떻게든 화두를 돌려 보려 애써도 애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해는 된다. 이제 곧 봄이 오고 우리는 22살 피 끓는 놈들니까. 무엇보다 다들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유희나 즐거움을 내밀어도, '여자 동창생'이란 단어 앞에 메리트를 가질 수 없다.

"왜? 너 진짜 혜정이랑 뭐 있어?"

"그래? 마하 너 뭐 있냐?"

"하아..."

"한숨 쉬지 말고 뭔데 말을 해."

좆됐네. 그냥 얘기를 하자니 방금 태윤이가 한 말도 걸리고...

"여자애들 불러서 니네가 뭐 할 건데?"

"어 이 개새끼..."

"야... 말이 좀 그렇다?"

"아니. 지금 나와 봐야 걔네가 얼마나 있겠냐고. 니네도 결국 들어갈 거 아냐."

"뭘 어디까지 생각하는 거야. 술 한잔하자는 거지."

"아니야 태윤아. 이 새끼 지금 여자애들 만나서 잘 생각하는 거야."

"오오... 씨발... 역시 구마하."

"꺼져 박남수 병신아."

그때 옆에서 정석이가 선아랑 통화하면서 슥 다가온다.

"응. 애들이랑 있는데. 너 친구들 누구누구 연락해? 우리 동창들 중에서. 아 여자애들이지 당연히. 하하! 아니 내가 미친 게 아니라 남수가."

정석이가 마지막 기회다 라는 식으로 눈빛을 마주치고 지나갔다.

이야기가 되든 안 되는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다.

"오~ 진짜 부르나 보다."

"마하야. 그냥 같이 좀 놀자. 나 진짜 사람이 그리워서 그래."

"우린 사람 아니냐?"

"니네는 친구지 새끼야."

무슨 논리일까? 군인의 사고방식은 다른 건가? 부대에서는 휴먼이란 개념에 남자 친구를 포함시키지 않나?

애들이 우르르 따듯한 온기를 향해 정석이 주변으로 몰려들고, 태윤이가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내가 걔 좋아했다니까 싫어?"

"아. 상관 없어."

"그럼 왜 지랄인데. 같이 어울리면 좋잖아. 휴가 나온 놈도 그러고 있고."

"저기 태윤아."

"너 진짜 뭐 있어?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래?"

"그 일이 뭔데."

"그... 먼저 니 여자 친구... 너 토리노 가기 전에."

"끝난 게 언젠데..."

"그럼 됐잖아. 니네 작년에도 정석이네랑 넷이 놀러 가고 했었다며. 부르면 안 돼?"

"그게 아니라. 나 혜정이랑 사귀고 있어."

"어?"

젠장. 더럽게 모양 빠지네...

"진짜...?"

"어..."

"아까는 여자 친구 없다며?"

"아니 아까는 그냥..."

"야. 진짜로? 우리 친구 그 이혜정이 너랑 사귄다고?"

"그래. 지금 같이 있어."

"같이 있다는 게 무슨 뜻이야...?"

"...같이 산다고."

"심지어 동거를 한다고...?"

친구들한테 동거를 들킨다는 게 이런 거구나.

민망해 돌아가시겠다. 태윤이의 머릿속에서 지금 나랑 내 여자 친구는 얼마나 남사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을까...

"야. 구라 아니라 진짜로?"

"어. 아까 문자 하던 것도 걔고. 오늘 서울에서 같이 내려왔어."

"...왜 말을 안 했냐?"

"혜정이가 하지 말라고 그래서..."

"..."

"나 걔가 싫어한다는 짓 절대 안 하잖아."

"하하. 하. 이 새끼..."

정석이도 통화를 마쳤는가, 남수 형식이 준태가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야! 선아가 일단 주변에 연락은 돌려 본다고 했는데."

"마하가 있다는 걸 확실히 해야 되는데..."

"아. 선아가 알아서 하겠지. 뭘 그렇게 걱정해."

"근데, 얘네는 뭐가 이렇게 심각하냐?"

태윤이가 내 여자 친구를 좋아했던 건 문제가 아니다.

옛날 얘기고 그 시절 혜정인 친구들 말대로 우리 영군고 사내새끼들의 마돈나였으니까.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지금 태윤이가 느끼고 있을 상실감이었다.

"미안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니고."

"뭘 숨겨. 마하 너 뭐 사고 쳤어?"

"야. 이 새끼가 방금 나한테 그러는데. 혜정이랑 지랑 사귀고 있대."

"어?"

"진짜...?"

"우와~ 마하야."

남수도 충격받은 눈빛으로 쳐다본다.

"언제부터...?"

"올 초... 아니 작년 나 도하에서 돌아오고."

"그럼 먼저 우리 만났을 때도 사귀고 있던 거야...?"

"..."

"...야. 정석아. 이정석!"

정석이도 상황을 전해 듣고 주변을 둘러본다.

태윤이가 물었다.

"넌 알았냐?"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석이는 빠르게 분위기를 읽었다.

주변을 슥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고맙다 새끼야... 그나마 마지막 목숨은 살려 주는구나.

"구마 미친년아! 넌 왜 그런 걸 우리한테 말을 안 하는데!!"

* * *

"선아도 그랬어. 혜정이 걔가 원래 친구들한테 지 얘기 잘 안 한다고."

"역시."

"뭐가 역신데...?"

"그럼 선아도 모르고 있겠네."

"하하. 하하하..."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그래서 사람은 진솔하게 살아야 한다.

이 위대한 진리가 고작 이딴 사소한 문제에 통용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모를 수 있지. 전화해서 알려 줘야겠다."

"야. 놔둬. 여자애들 그런 거 건너 들으면 괜히 서운하다고 싸운다."

"그래. 친한 애들인데."

니들도 그래. 여자애들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니들도 그런다고...

"하하! 아무튼, 축하한다 구마."

"고맙다 씨발..."

"왜 욕을 해 미친년아."

"..."

"꼬나보고 지랄이야... 야 안주 더 시키자."

동창생들 부르는 건 일단락이 되었다.

대신 여섯이 뭉쳐 남수네 집 앞 호프집에 앉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다를 떨어야 했다.

"이야~ 구마하. 대단하네. 마침내 사랑을 이루는구나."

"닥쳐 새끼야.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축하도 못 하냐?"

"후우. 군인을 죽일 수도 없고..."

"하하! 이번엔 정식으로 사귀는 거지?"

"야. 남수야. 정식이 어딨어. 동거한다잖아."

그리고 김태윤. 녀석은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로커답게 지난 일을 깊이 꺼내 들고 문제 삼지는 않지만. 대신 뒤끝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포인트에 집중하지 말고."

"그럼 집은 거기냐? 마포?"

"어..."

"와 그 집 가구 우리가 옮겼는데."

"이 새끼 침대 존나 크잖아."

"아 좀 그만 하라고!!"

TV나 이런 데서 말하길, 여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 반은 간다고 하던데. 그게 이런 뜻이구나.

축하받는 건 좋은데, 당장 혜정이 체면 떨어질까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말하기가 부담스러워진다.

"그냥 잘 사귀고 있으니까."

"야. 집에 놀러 가도 돼?"

"..."

"나도! 나 외박 나오면 니네 집 가서 자도 돼?"

"우리도 마하네 가 보고 싶다."

"놀러 와. 니네는 연락이 안 돼서 그랬지. 서울 오면 전화해."

"너 바쁜 거 아냐?"

"전화하지 마. 이 새끼 막상 가면 절대 통화 안 돼."

"아. 김태윤."

"하하하! 야. 그럼 작년에 니네 산장 갔던 건 뭐냐?"

"그건 그냥 얘네 놀러 가는데 나랑 혜정이랑 따라갔던 거고."

"니네도 불렀다. 지네가 바쁘다고 안 왔으면서."

"아 맞다. 그때 좀 정신 없었지."

"난 왜 안 갔지? 난 바쁠 것도 없는데."

"술병 나서 안 온다고."

"고작 그런 이유였단 말이야? 갑자기 내 인생이 존나 초라해 보이는데?"

웃고 떠드는 시간이 이어지고. 밤 12시. 음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정석이 말대로 내 연애는 풍부한 주제를 담고 있었고 친구들도 각자 사랑에 관한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그럼 그때 만약 태윤이가 용기를 냈으면 마하랑 운명이 바뀌었을려나?"

"아니야. 혜정이 그때도 남자 친구 있었어."

"넌 그런 거 아무 상관 없냐?"

"뭐 하러 신경을 써. 지금 나랑 있는데."

"하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러지. 이 새끼 구마하구나."

"와 씨. 너무 편하게 있어서 몰랐어."

"난 솔직히 말해서 혜정이도 혜정인데, 마하가 더 아깝다."

"하하하하!"

"크하하하! 박형식 미친 새끼."

"하하하! 형식아 왜? 내가 뭐가 아까운데?"

"안 그러냐? 국민 영웅에 니 몸값에. 야 너 정도면 연예인을 만나야지. 왜 혜정이 같은 애를 만나."

"와. 씨발. 구마하랑 붙으니까 이제는 혜정이도 '같은 애'가 되는 거야?"

"이 새끼 존나 나쁜 남자네."

"혜정이는 뭔 죄냐? 왜 너랑 사귄다고 욕을 먹어야 되는 거야? 어? 씨발년아. 해명해 빨리."

"하하! 미친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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