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1)
"들어와."
"오~ 깔끔한데. 화장실이 어디지?"
아기자기한 집이었다.
승부욕에 가려진 그녀의 성격이 곳곳에 묻어나는 공간 같다.
그런 곳에서도 아령과 몇몇 운동 기구들이 보였다.
역시 집은 쓰는 사람을 닮는다.
"방 크다. 집에서도 운동을 했구나."
"그냥. 멈추면 안 될 거 같아서..."
"열심히네."
"너도 집에서 운동하지 않아?"
"난 가끔 맨몸 운동이나 하지. 집이랑 밖은 구분해."
"그랬었나? 난 너 맨날 집에서 나 등에 올리고 팔 굽혀 펴기 하고 그러기에. 역시 몸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는데."
"그때는 그냥 힘자랑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고."
자. 그럼. 이제 뭘 어떻게 해야 추운 몸이 따뜻하게 되는 걸까?
그런 마음을 담아 다빈이를 보고 있으니 애도 뻘쭘하게 시선을 피한다.
"긴장돼?"
"뭐. 뭐가. 누가 뭘 긴장을 하는데."
"아니. 왜 그렇게 아까부터 거리를 두고 앉나 싶어서."
"그럼. 내가 니 옆에 있어야 하냐..."
"있어도 되지. 뭐 어때서?"
술렁술렁 외투를 벗으니 이제는 숨길 수 없는 긴장된 자세로 그녀가 등을 돌렸다.
"아 왜 그래?"
"모... 몰라. 뭔가 좀 이상해."
"이제 와서 이상할 것도 많다."
"넌 아무렇지 않아??"
"뭐가? 너랑 있는 거?"
"응. 솔직히 니가 그렇게 너무 태연하게 구니까. 난 더 뭔가 좀 니가 어려워지는 거 같아."
"...지금에 와서???"
다빈이가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너 여자 많이 만났지?"
"..."
"몇 명이나 사귀었어?"
"한 명."
"거짓말할래."
"진짜야. 사귄 건 한 명이고. 그리고 뭐 그냥... 어. 그럭저럭?"
훗. 하며 다빈이가 비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모르겠어. 우리가 사귀긴 사귀었던 게 맞나 싶어서."
"맞지. 세상이 어떻게 돼도, 나한테 첫 여자 친구는 최다빈이야."
"걔는? 그 파트너?"
"후우... 아니. 왜 그렇게 걔한테 관심이 많아? 아는 애도 아니잖아."
"걔 맞지? 그때 교문에서 너 찾으러 갔던 애."
"..."
"맞구나."
"저기. 다빈아. 지금 너가 춥다며? 그래서 나 여기까지 들어오는데 합의한 거 아니었어?"
"모르겠어. 늘 엄청 기대하던 순간인데. 또 막상 너랑 이런 시간이 다가오니까..."
괜히 속상하단다.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이 자꾸 이것저것 감정을 따져 묻는다고 해 줬다.
"보상 심리가 생겨서 그럴 거야."
"그러니까... 왜 나한테 있어 보상이 너를 만나서 잠자리나 가지는 건지."
"..."
"내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싫다고 하겠지?"
"넌 나랑 다시 사귀고 싶어?"
"...모르겠어. 근데 나도 좀 이 여자 저 여자 막 만나고 다니는 애는 싫어."
"그럼 나 갈까?"
"아니."
허허허. 허허허허. 뭐 어쩌라는 건지...
"거리감이 느껴져."
"누구? 나랑?"
"응. 그동안 니가 너무 멀어진 것도 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메달이나 성과. 선수로서의 위상. 그녀도 겪었던 연맹이나 여러 관계에 있어서도, 나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최일묵 감독님은 박문기랑 잘 지내셔?"
"...삼촌도 불만은 많아. 내색을 못 할 뿐이야."
"말 못 할 고민이 많으실 거야."
"아. 삼촌... 아까도 전화 왔었는데."
"받지 그랬어."
"너랑 있다고 어떻게 말하라고?"
"하하! 니가 언제 그렇게 착실한 애였다고 그래?"
"그럼. 내가 뭐 언제는 날라리였냐?"
"날라리지. 교복 입고 다니는 학생이 남자 친구 집에 막 찾아오고. 하자고 매달리고."
"그건... 그때는..."
다빈이가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슬며시 거리를 좁히며 다가가 앉았다.
"...왜?"
"그냥.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
"너. 우리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는 건 알고 있어?"
"알아... 나도 좀 안타까웠어."
"놀러 가자고 해도 싫다고 그러고. 놀이동산 뭐 얼마나 멀다고. 집도 바로 옆이면서."
스리슬쩍 허리에 손을 감으며 다가갔다.
경직됐다곤 하지만, 다빈이도 크게 거절하진 않는다.
"넌 정말 아무렇지 않게 사람 몸에 손을 대..."
"뭐 어때서? 춥다며? 따뜻하게 하려면 일단 온기를 나눠야지."
"짜증나..."
그대로 둘이 침대에 누웠다.
체육복 윗도리 속으로 손을 슬금슬금 밀어 넣으며 말했다.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 연락을 하지. 왜 참냐. 미련하게."
"별수 없잖아... 그렇게 하려고 다짐했었으니까."
슥슥 스포츠 브라 위로 가슴을 주물주물해 주자 다빈이는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아. 아직 안 씻었는데..."
"어차피 땀 흘릴 건데. 하고 씻자."
"...땀 냄새 나지 않아?"
"운동선수 다 똑같지 뭐."
"그래도..."
체육복 자크를 내리고 티셔츠를 올리며 다시 브라를 젖혀 작은 가슴을 밖으로 꺼냈다.
"오랜만이네."
"마하야."
"응??"
"나 몸 이상하지..."
"니 몸? 아니?"
"너무 좀... 그렇지 않아?"
예전에 비하면 근육이 엄청 발달해 있었다.
작은 가슴이라고 해도, 지방질 바로 아래는 대흉근의 단단함이 있다.
누워 있는데도 식스팩이 보일 정도니 얼마나 노력을 했다는 것인가.
"예뻐."
"거짓말..."
"왜 내가 입만 열면 거짓말이래."
그녀의 가녀린 몸을 기억한다.
그런 몸을 여기까지 키운 노력을 폄하하지 않는다.
"정진하는 사람은 뭘 해도 아름다운 법이야."
"그건 여자로서 예쁜 건 아니잖아..."
"다빈아. 넌 그냥 여자들이랑 달라. 넌 선수야. 대한민국 국가 대표고."
긴장감에 살살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의 작은 배꼽에 키스를 해 줬다.
"아아~ 간지러."
"예뻐. 좋아. 그러니까 괜히 긴장하지 마. 걱정하지도 말고."
"..."
"다리털 때문에 그래?"
"야! 나 털 없어!"
"하하하하~!!"
그리곤 모든 게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둘 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로 끌어안았고. 애무를 해 줬고 그리고 애무를 받았다.
"...음."
"왜?"
"그냥 오랜만에 보니까... 그냥 조금..."
"하하! 나야말로 갑자기 그렇게 쳐다보니까 부끄럽네."
아무리 몸에 근육이 붙었다고 해도, 손이 커지거나 몸이 커진 건 아니다.
여전히 다빈이는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크고 우람한 우리 리틀 구마하를 손에 쥐고 슬금슬금 위아래로 문지르다 입에 물었다.
"음."
뭔가 느낌이 이상하네. 그동안 만났던 많은 여자들도 있지만, 헤어진 전 여자 친구가 다시 애무를 해 주니, 시간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아.
미숙했었다. 경험은 있다손 쳐도 다빈이는 그때도 이렇게 이가 닿았었다.
아구가 작은 것도 있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잘 모르겠다고 했었지.
"다빈아."
"응?"
"반대로 누워 봐."
"응? 어... 어떻게?"
"이렇게."
69로 바꾸어 다빈이의 작은 엉덩이를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긴장되는지 그녀의 행동이 멈춰 있었다.
"나 안 씻었는데..."
"괜찮아 냄새 안 나."
"그래도..."
추릅추릅 혀를 내밀어 질구와 항문을 핥아 주니 꺅 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가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푹 숨긴다.
"아아~"
오래된 가든에 가면 큰 회중시계를 볼 수 있다.
시계 밥을 주려면 열쇠 같은 걸 구멍에 넣어 돌려야 하는데, 2년 전 멈춰 버린 그녀의 시간을 되돌리듯 손가락을 넣어 애무를 해 줬다.
"야? 뭐 뭐 해?"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을 살살 움직여 주자 다빈이도 가녀린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아아~ 그만..."
손가락 하나에서 두 개로. 다시 세 개로.
그러자 손끝에 그녀의 움찔거리는 감각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음. 으음! 하아~ 하아~"
"다빈아. 누워 봐."
"어? 지금?"
"아니면 손으로 끝내고 싶어?"
"아니... 그건 싫어."
그대로 그녀를 몸 위에 올린 채 기둥 끝을 밀어 넣는다.
"하악. 하아~"
"아퍼?"
"조금. 천천히... 해 줘."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있길래 손으로 슥 닦아 주니 애가 난처한 듯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하니까 아파서 그래."
"그럼. 그럴 수 있지."
무엇을 위해 참아 왔을까. 뭘 얻고자 그렇게 고생했을까.
몸이 변해 가는 걸 보면서 여자로선 대체 무슨 걱정을 했을까.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하아. 하아! 으응~! 윽!"
계기만 마련해 주자 내가 더 이상 해 줄 건 없었다.
그때도 다빈인 위에서 하는 걸 좋아했고, 자기가 알아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자기 느낌이 닿는 곳을 찾아갔었으니까.
"허억 허억... 마하야."
"응?"
"자세 바꾸고 싶지 않아?"
"괜찮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씨. 재수 없어."
"하하하하!"
일어나 키스를 해 주자 그녀가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바짝 당겨진 몸으로 마치 부서져라 자신을 부딪친다.
"흐응. 흐윽!"
"괜찮아. 괜찮아."
"넌 아무렇지 않아?"
"뭐가. 나도 좋지."
"그런 거 말고..."
"말고 뭐? 너무 너만 매달리는 거 같아?"
"아 싫어."
"근데 우리 늘 그랬었잖아."
"됐다고!!"
그렇다면 좀 바꿔 볼까?
꼭 안은 상태에서 자세를 바꿔 그녀를 눕혔다.
"어어. 뭐. 뭐야?"
"뭐가?"
"방금 뭔가 휘릭 하고."
"하하하하~ 긴장 풀고."
다빈이의 두 다리를 양팔로 고정한 채 그대로 삽입을 이어 갔다.
쉬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여 주자 그녀가 목에 핏줄을 세워 가며 절정을 느낀다.
"하악~ 헉!"
목이 마르는 소리가 느껴지길래 주변을 둘러보자, 침대 옆에 잠잘 때 마시는 생수 통이 하나 있는 게 보였다.
꿀꺽꿀꺽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그대로 키스를 해 주자 다빈이도 볼 옆으로 물을 주르륵 흘리며 다시 눈을 떴다.
"하아 하아~"
"시원하지?"
"응."
"후후후."
촉촉한 키스를 나누며, 더 축축해진 골반으로 쉬지 않고 움직이니 그녀의 허리가 점점 더 들려 온다.
다빈이도 눈을 감았다 찡그렸다. 그렁그렁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등 처음 느끼는 오르가즘에 애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 같다.
"아 아 그... 그만..."
예전엔 딱히 오르가즘이라고 느낀 건 없었을 거다.
그땐 그냥 둘이 하는 게 좋았었다.
어른들 몰래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교복을 입고 운동복을 입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나가서 돌아다니고.
그랬던 우리였다.
"마. 마하야..."
"다빈아."
"키스해 줘. 응?"
그녀의 입 안 깊숙이 혀를 밀어 넣으며 또 그녀의 몸속 깊숙이 뜨거운 정액을 사정했다.
"으읍 으음~"
격정적인 행동을 멈추자 다빈이의 작고 아담한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발끝이 호흡에 맞춰 움찔거렸다.
몸도 자꾸 펄떡이고 가슴도 튕기고 있고 키스를 하고 있어도 그녀의 혀가 멈추지 않고 나를 갈구한다.
길게 키스를 해 줬다.
삽입된 몸을 빼지도 않았다.
참 오랜 시간 후희를 느끼며 서로를 느꼈던 것 같다.
* * *
"자?"
"아니."
"힘들지 않아? 언능 자."
"..."
뒤에서 애를 끌어안고 누워 있는데, 다빈이가 일어나 한쪽에 놓인 여러 운동 기구들을 본다.
"왜 일어나?"
"마하야. 넌 언제까지 운동할 거야?"
"이번이 끝이야."
"진짜로?"
"응. 육상은 이번 아시안 게임으로 마치기로 했어. 감독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시고."
"그럼 앞으론 뭐 하려고...?"
"몰라. 적어도 지금은 제대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
"하긴, 넌 육상 그만둬도 스키가 있으니까."
"스키도 지금은 그만둘 거야."
"왜?"
"상택이 형은 터줏대감 하느라 한국에 있는데, 정준이 형이라고. 나 스키 코치님 한 형님 얼마 전 유럽으로 가셨거든. 대회 마치면 바로 합류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
"조금 지쳤어. 선수를 계속 이어 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넌 누구보다 열심히 하니까..."
"그리고 메달 땄으면 물러나는 게 맞는 것도 같아."
"왜?"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안 가."
지성이가 그랬다. 원래 육상 하던 애들은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보다는 아시안 게임을 목표로 시작하는 애들이 많다고.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지, 만약 이번 아시안 게임에 선발전이 열리지 않거나 대표 팀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면, 난 한국 육상의 명맥을 끊어 놓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빠지는 게 맞는 거 같아. 오히려 그편이 더, 후배나 선수들 돕는데 제약을 받지 않고."
"메달은 선수에게 있어 종착점일까?"
"모르지. 메달을 얻고 나서도 그다음이 있을 수 있지만. 당장은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느냐고 했더니, 대회를 포기할까 진작부터 고민 중이었단다.
"그런 게 어딨어. 여기까지 왔는데."
"나가도 이길 거 같지도 않고... 사람들은 자꾸 내가 너 못지않게 성공해야 된다고 그러고..."
"흠."
"베이징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 갈 자신이 없어..."
어쩌다 보니까 계속 운동을 이어 가고 있지, 다빈이는 원래 실업 팀도 대학도 가기 싫었단다.
"그럼 취직해."
"이제 와서 뭘로..."
"뭐든. 너 하고 싶었던 건 없어?"
"...모르겠어. 그런 것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
"엘리트 체육이라는 환경에서, 지도자들을 위해 성적을 내야만 했으니..."
"내 인생은 뭘까... 갑자기 오늘 너랑 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7종을 잘 선택한 거 같아."
"계속 왜 이런 거 하냐고 뭐라고 했으면서?"
"그래도. 만약 니가 7종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했을까?"
"절대 아니지. 하던 대로 단거리 선수 하면서, 선수든 대학이든 그대로 이어 갔겠지..."
"다빈아. 포기하지 말고. 일단 아시안 게임은 끝까지 마치자."
"그럼 뭐가 있을까?"
"물론이지. 국가 대표란 기회는 함부로 내려놓는 게 아니야. 적어도 니가 최 코치님 조카든 뭐든, 7종 선수가 된 건, 선발전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이야."
"..."
"그 종목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이야. 힘든 게 당연해. 그래서도 끝까지 가야 해."
한참을 앉아 있던 다빈이가 다시 누워 안겨 왔다.
"그럼 나 도와줄 수 있어?"
"물론이지. 뭐든. 언제든."
"정말로?"
"응. 뭔데 얘기해. 훈련 상대 필요하면 도와주고."
"그런 거 말고."
"음? 그럼 뭐?"
다빈이가 꾸물꾸물 조용히 조그마해져서 잠들어 있는 리틀 구마하를 슬금슬금 다시 만지며 말했다.
"역시 너랑 있으면 좋아. 사귀자곤 안 할게. 대신, 대회 가서도 나랑 있어 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