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260화 (260/401)

미녀와 로미오. 야수와 줄리엣 (9)

"아이고 어서 와라. 고생했네."

"하하. 감독님."

미국에 도착.

이탈리아에서 헤어지고, 반년째 신혼여행 중인 한상률 감독님을 마침내 만났다.

"어른들은 뭐라고 안 하세요?"

"집주인이나 좀 궁금해하지. 결혼했겠다. 일하고 있겠다. 뭐라고 할 게 뭐 있어?"

"사모님은요? 진짜로 괜찮으시데요?"

"우리 선봐서 결혼이잖아. 서로 알아 가고 데이트하는 기분도 들고 좋아."

"하여간 대책 없으시다니까..."

"너만 하겠냐. 어이고 난리가 아주 그냥..."

"하하하..."

"그리고. 나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난 진짜 이번엔 들어가려고 했어. 니가 온다고 하니까 여기 또 남았지."

"그래서? 아메리칸드림은 이루셨어요?"

"이제부터 또 이뤄야지. 멋지게 가 보자. 기회가 널려 있다. 으하하!"

"좋죠. 근데요 감독님. 우리 진짜 일만 할 거 아니죠?"

"왜?"

"오기 전에 지성이 봤는데, 애가 운동 계속하고 있으라고."

"다시 부를 거 같다고 그래?"

"어?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지. 큰 대회가 있는데. 그런 것도 계산해서 준비해 놨으니까. 일단 가서 쉬자."

"네. 저 진짜 맛있는 거 사 주셔야 돼요. 개고생하고 왔어요."

"하하하~ 그래. 여기 스테이크집을 하나 봐 뒀는데. 진짜 고기가 이만해. 장난 아니야."

"어우. 형이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스테이크라니. 냉정하게 맛봐야겠네요."

미국. 아메리카. 스포츠의 선두자. 삼겹살보다 맛없는 왕만 한 스테이크를 한우보다 싸게 먹을 수 있는 곳.

여긴 정말 운동 잘하는 게 벼슬이었다.

짧은 시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기저기 광고도 찍고 NICE 본사도 가보고. 할리우드 배우들을 만났다.

어딜 가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운동 시스템이 정말 한국과는 너무 달랐다.

"여기야. 주말은 그냥 와서 해도 되고, 평일 운동은 아까 그 공원으로 가면 되고."

"잠깐만요. 아까 거기가 그냥 고등학교 운동장이라고요...? 대학이 아니고?"

"그래. 놀랍지 않냐? 진짜 땅덩어리가 장난 아니라니까."

"와... 이러니까 인간들이 메달을 휩쓸지..."

전주와 비슷한 이야기로 미국에서도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운동장은 시민 운동장을 쓰고, 체력 단련은 지역 헬스장을 쓴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건 역시 고등학교 시설이었다.

오며 가며 지역에서 체육으로 유명한 학교였는데, 시설이 태릉이나 연세대 저리 가라였다.

일단 실내 체육관이 다 있다. 체력 단련실이 있었다. 어디는 수영장이 있는 학교도 있었다.

한주고도 내가 기부해서 겨우겨우 빈 교실 하나에 기구들 채워 넣어 마련한 체단실을 여기는 그냥 기본 디폴트라는 게 너무 놀라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과 도전 정신이 장난 아니다.

"Mr. KOO?"

"어. 왓?"

내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한국에서는 그냥 와서 사진 한번, 사인 부탁 이런 거라면 여기 애들은 같이 뛰어 보자고 난리다.

마치, 당신이 강하기 때문에 나는 도전한다 같은 인상을 주는데.

어리든 나이 들었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히스패닉이든. 다들 그냥 몸 좀 쓴다 싶으면 뭐라도 하나 같이해 보자고 난리였다.

"감독님."

"음?"

"이런 말 어떨지 몰라도, 잘 사는 나라 애들이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하하하! 반쯤 호기심일 거고. 반쯤은 자랑도 될 것이고."

"유진이가 자메이카에선 능력에 따른 복종이 있다고 했는데...

여긴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유진... 배은망덕한 새끼."

"뭘 또 그렇게 말씀하세요. 걔 입장에선 당연한 계산이지."

감독님의 유진 볼트 영입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애가 세계 신기록을 내자 거대 스포츠 메이커가 달라붙는 바람에 한구 스포츠의 명함이 그냥 흐지부지 사라진 것이다.

"원래도 서포트 받던 애였잖아요."

"그래도 전속 계약은 없었잖아..."

"대신, 고맙다고 했어요. 이번에도 저 미국 온다니까 대회만 아니면 같이 있겠다고 연락했는데."

"몰라. 놓친 건 놓친 거야."

"애초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놈을 어떻게 매니지먼트하신다고."

"농구나 보러 가자. 너 브라운이랑 친하지?"

"네. 안 그래도 미국 오면 꼭 들르라고 했는데."

"그래. NBA는 다가가기가 어렵더라. 어떻게 선수한테 접근이 안 돼."

"한번 연락해 볼게요. 근데 클리블랜드가 어디에요?"

어쩌면 우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가을은 다이내믹하고 그동안 눌려 왔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깨부수는 경험이 되어 주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또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감독님."

"음?"

"아까 헬스장에서 만났던 아저씨요. 그 아저씨가 예전 캐나다 역기 메달리스트였데요."

"크리스토퍼 씨. 나도 이야긴 들었어. 여기 와서 헬스 강사 하면서 다시 자리 잡았다고."

"자기는 은퇴 후 많이 방황했다고 한참 신세 한탄을 하는데. 여기도 선수는 은퇴 후 방황을 하나 보네요."

"목적이 흐려지는 건 국적과 관련이 없어. 사람은 누구든 방향을 잃으면 헤맬 수밖에 없으니까. 나도 그랬었고."

"저도 지금 그런 단계일까요?"

"섣불리 남의 고민을 떠안지 마. 넌 아직 젊다 못해 어리니까."

"그렇긴 하죠."

"그래도 마하야. 미국 오니까 좋지 않냐?"

"뭐가요?"

"여기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멀리 놓고 볼 수 있잖아."

"...다빈이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그래. 어제도 한참 인터넷 보고 있던데. 이제는 니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야."

내가 떠나고, 무수히 많은 논란 끝에 결국 정식으로 한국 육상대표 팀이 발족되었다.

우려하던 일들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연맹은 나를 대신할 간판선수가 필요했고, 그 자리는 진수나 동민이가 아닌,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자 7종의 최다빈이 차지했다.

"인물도 괜찮고 7종이란 어려운 운동을 하는 만큼 세상의 주목을 받겠지."

"나한테는 연예인 다 됐네 뭐라고 하더니..."

"하하. 그랬어?"

유명인이라면 결국 악플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종목을 절대 빼면 안 된다고 한 건데...

그런 열린 시각을 가졌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를 만들지 않았겠지.

인터넷에선 형평성의 문제가 터졌다.

어차피 창던지기고 원반이고 다 훈련을 해야 한다면, 그 종목을 뺀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최다빈이 국제 대회에서 큰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억지로 띄워 준다는 게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급기야 우리가 사귀었던 사이라는 것도 밝혀지며, 내가 선수단을 나간 게 다빈이 때문이라는 말도 같이 터지고 말았다.

나를 사랑해 주는 팬들이 그녀의 적이 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빈이는 운동을 하고 있다.

연맹이 바라는 성적과 메달을 가져와야 한다.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극비리에 운동을 하며 정체를 숨겨 주던 나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정말. 그때는 좀 답답한 것도 있었던 게 사실인데. 지금 와서 보면 감독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만인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책임도 커지는 일이니까."

"...애초에 왜 7종을 시작했을까요? 그냥 달리기만 해도 충분히 제 역할 할 애가."

"모르지. 당사자가 말을 안 했다는데. 우리가 아무리 추측을 한들 어떻게 알겠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요."

"자식. 힘들었다더니 조금 사람이 됐구나."

"하하하..."

마침 둘 다 미국에 있기에 그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와 보니까. 이 나라가 왜 계속 발전하는지 알 거 같아요."

"왜? 뭐 때문에 그렇게 보는데?"

"여긴 잘하는 사람을 끌어내리지 않잖아요. 동경하고. 자기들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미국이 그런 건 있지. 나도 일정 부분 동감해. 하지만, 그렇게만 말하면 시각이 너무 한쪽으로 치중될 수 있으니까 지적하는데.

자본주의란 습성이 뿌리박힌 미국 사회가 아주 문제점이 없다곤 할 수 없어. 보험이라든지, 의료 체계라든지 같은 건 우리보다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전 스포츠만 말하려고요. 제가 뭐 서울대 나왔습니까..."

"하하하! 너 이번에 많이 시달렸구나?"

미국과 다르게 우리는 겸손의 문화가 발달해 있다.

잘해도 드러내선 안 되고, 이겨도 거만해선 안 된다.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런 부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최대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체육계에서 반추되던 행동이었다.

난 한상률 감독님 같은 분을 만나 그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가질 수 있었다.

광고도 많이 찍고, 가능하면 방송에도 나가 인터뷰도 하고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모든 것에 명암이 있는 거야. 너같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한 것이고. 단지 그 이면을 모를 뿐이지."

"그걸 알려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들뜨는 데 엄청 스트레스였고."

"마하야. 그렇게 떨쳐지지가 않아?"

창밖 아무리 봐도 낯선 풍경을 보며 말했다.

"감독님. 진짜 외국이네요."

"외국이지. 한국은 아니야."

"올림픽 선수촌에서 밖에 볼 땐 별생각 없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진짜 외국에 있구나 싶어요. 그래서도 뭔가 지금 한국에서 고생하는 애들이 다 나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그만해라. 넌 잘했어. 아무리 친구들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기록 단축시키기 어려워."

"진수한테 메일이 왔어요. 듣자니까 지금 대표 팀은 식단 관리부터 막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게 갑갑한가 봐요."

"대한 체대 스타일이 그래. 우리는 운동의 모든 것을 알고 선수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지."

"그게 무슨 선수라고... 그냥 운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거지."

"실적이 나와야 하는 사회니까."

휴양과 치유. 그리고 배움을 동반한 여행을 보내서 그런가.

다시 뛰고 싶다.

적어도 이렇게 마무리 짓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돌아가고 싶구나."

"...조금 그런 마음이 있어요."

"그럼 갈래?"

"감독님은 어쩌시고요?"

"나도 가야지. 이제 슬슬 피곤해진다. 여기가 우리 신혼집도 아니고. 전세 큰 평수 얻었는데 빈집 굴리는 것도 자꾸 마음 쓰이고."

"하하하~ 맞다. 혼수도 아직 안 써 보셨겠구나."

"그러니까. 무엇보다 너 와서 할 건 거진 다 했어."

"하하하~ 돈 다 버셨어요?"

"야. 나 혼자 쓰냐? 너도 그만큼 가져가잖아!"

한 달만 더 지내다간 이대로 미국에 주저앉을 거 같았다.

감독님도 나도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라는 걸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이 좀 추슬러졌다니 이야기를 전해 주마."

"무슨 이야기요?"

"실은 너 도착하고 난 다음부터 계속 현석이 형이랑 이야기를 나눴어."

"네...?"

"컨디션 체크해 주고. 지친 거 최대한 추슬러 주고."

"아. 이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하하하! 이 자식."

이제 보니 감독님이 날 여기까지 부르신 건 딱히 돈 때문은 아니었다.

사람들에 너무 상처를 받으니 자리를 피해 주신 거다.

역시 언제 어느 때고 내 편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인 거 같다.

"대표 팀에 사람이 없단다."

"애들 있잖아요."

"확실한 믿음이 없으니까. 아무리 일본 중국이라고 해도 9초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중동계 애들은 그냥 서양인 피지컬이라 불안하고."

"그런 거 있죠. 이란 애들은 동양인이라고 보기 어렵죠."

"연맹이라는 게 언제나 그랬지만, 메달이 없으면 존재할 당위성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로 널 계속 찾고는 있었는데."

"근데, 그냥 들어와서 뛰라고요? 바뀌는 거 하나도 없이?"

"형님한테 그 얘기도 했어. 마하는 분명 조건을 걸 거다. 그 때문에 나온 앤데 그냥은 절대 안 돌아간다."

"그러니까 뭐라고 그러세요?"

"최 코치님 만나서 이야기하셨나 봐. 저쪽도 최다빈이 그렇게까지 여론의 압박을 받을 거라곤 생각 못 했던지라, 다른 종목 선수들도 받아들인다고 했다는 거 같아."

"진짜 모든 종목 다 열어 준다고 그래요?"

"몇 개는 빠지는 게 있지. 모든 사람들이 다 기회를 얻을 순 없어. 그건 나도 작년 세계 선수권 때 그렇게 했어. 물리적인 환경도 무시할 순 없으니까. 이건 너도 받아들여야 돼."

"아. 네..."

"하지만, 그것도 너가 와야 열어 준다고 그러더라. 자기들은 뱉은 말이 있으니까."

"그럼... 후보는요?"

"하하하! 야. 나도 힘들어. 어렵다고 이놈아."

"후보 없는 대표 팀은 의미 없다고 전해 주세요."

"알차게도 부려 먹는구나. 이 자식..."

"아 감독님! 반년 동안 노셨잖아요!!"

"일했지 내가 언제 놀았어!!"

사모님도 방에서 나와 스승과 제자라더니 맨날 뭐 하는 거냐고 한마디 해 주신다.

"괜찮아. 우리 늘 이래."

"네. 사모님. 저 이래 보여도 늘 감독님 존경하고 있습니다."

"어이고... 잘들 해 보셔."

사모님이 들어가시고 다시 감독님과 둘이 마주 보았다.

"결혼하니까 좋으세요?"

"애매한데. 일단 뭐 나쁘진 않어..."

"좋다고 하셔야 되는 거구나."

"야. 그래도 저 사람이 너 많이 좋아해. 괜히 그러지 마."

"하하하..."

"아무튼, 요구 사항은 그게 다냐? 나머진 없어?"

"네. 감독님의 행정 능력을 믿어 봅니다."

"행정은 무슨. 그냥 형님한테 전화해서 꼬장이나 피우는 거지."

그래도 그 꼬장이 잘 먹힌다. 몇 번의 심각한 통화 끝에 감독님도 최일묵 현 대표 팀 감독과 전화가 연결됐다.

"네. 안녕하십니까?"

10월 말이었다.

대표 팀 문제를 확정 짓는 자리였다.

난 감독님이 통화하는 모습을 긴장된 모습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어떻게 됐어요?"

"잠깐만 한 군데 더 통화 좀 해 보고."

여기저기 연락을 마친 끝에 감독님도 한국 상황을 정리하셨다.

"후우. 최 감독님도 여러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었구나."

"난감하죠. 그쪽도 감독이라면 선수 구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박 회장의 권력이 우리가 아는 그 이상인 거 같더라. 그래서 일단 요구 조건을 들어 놓고 어떻게든 옆에서 설득하려고 했는데."

"설마. 저 때문에 또 뭐가 꼬인 건가요?"

"신경 쓸 거 없어. 넌 니 할 일 한 거니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박 회장의 꽉 막힌 주장에 균열을 낸 부분도 있을 테니까."

선수 구성이나 현 피로도 등. 최 코치도 답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 위원회가 앞장서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명백하게 수치화해서 제시했다.

그러자 박문기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숫자 앞에선 고집을 부리지 못했다는 거 같다.

"그럼요? 그러니까 뭐라 그랬데요?"

"뭘 뭐라고 해. 메달 따고 싶으면 우리 말 들으라고 깔끔하게 굴복시켰지. 박문기도 실적 없으면 날아가는 건 똑같은 거야."

"그렇죠. 연맹 회장이 종신직도 아니고."

"그런데 기술 위원회에서 그런 이야길 들었다더라."

권지성까지 후보 선수로 넣어 주겠다.

개인 종목은 몰라도, 팀 계주에서 이 선수가 빠졌다는 건 우리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간에 감정적인 문제가 있어 확실한 결과를 내 줘야 할 것이다.

"그냥 메달론 안 될 거다. 중국, 일본 계주는 만만한 팀이 아니고. 이제 니가 선택해라."

"괜찮아요! 우리가 다 이기고도 남아요!!"

"그럼 가겠다는 뜻이냐?"

"물론이죠!"

"오케이. 그럼 짐 싸자. 단, 마하야. 이건 명심해라."

"뭐요?"

"...육상은 여기까지라는 거."

은퇴 번복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난 연맹과 맞서 반기를 들었다.

결과가 좋더라도 앞으로 날 옹호하는 시선은 없을 거라고 하신다.

"무엇보다 내가 겪어 봐서 잘 알잖아. 사람이 그렇게 쉽게 안바뀐다고."

"네. 걱정 마세요. 저도 매듭을 짓고 싶을 뿐이니까요."

"최다빈 그 친구가 굳이 힘든 길 가는 게 싫다고 그랬지? 나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 이상 고생길을 가는 건 원치 않는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진짜로 짐 싸자. 여보! 우리 한국 가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