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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225화 (225/401)

꿈과 의지 (8)

"헉 헉. 동민아 조금 쉴까?"

"좋아."

제10회 전국 실업 육상 선수권 대회의 개막을 앞두고 구마하와 이동민의 훈련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아. 프로틴 다 마셨네..."

"벌써?"

"둘이 먹으니까 쭉쭉 나가는구만. 또 사지 뭐."

"흠..."

"왜?"

"아냐. 야. 나 내일 회사 가서 운동 못 나온다."

"회사?"

"전주 시청. 대회 신청서랑 이런저런 보고서랑 쓸 게 많아."

"어. 그래."

패배 시 은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이동민은 단거리로 돌아오는 것을 결심했다.

구마하도 책임감을 느끼며 물었다.

"은퇴하면 뭐 할 거냐?"

"일단 군대부터 해결하고. 그리고 뭐 취직해야지."

"어디로 취직할 건데?"

"글쎄다. 한구 스포츠는 어떠냐?"

"어?"

"니가 종목 바꾸라며. 그 정도 책임은 져야 하는 거 아니냐?"

"크하하하! 미친놈 아냐 이거?"

"자리 하나 만들어 놔. 정 안 되면 정석이 창업할 때 빌붙지 뭐."

"새끼. 지 살 계획은 다 세우고 있었구만."

"그럼. 인간이 계획을 하고 살아야지. 누가 지켜 주는데?"

이동민이 시원하게 기지개를 펼치며 누웠다.

"으아~! 마침내 하루 쉬는구나."

"쉬니까 좋냐?"

"좋지. 그럼. 노는 거 싫어할 사람이 어딨어."

구마하도 이동민과 함께 풀썩 자리에 누웠다.

"그럼 나도 내일 하루 잠이나 자야지."

"니가? 넌 운동해 새끼야."

"나도 피곤해 인마. 죽겠어."

"지랄. 넌 운동이 노는 기분이지?"

"꺼져. 나도 죽을 거 같은 거 참고 하는 거야."

"변태 새끼."

"크크크.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인다?"

"몰라. 그냥 쉰다니까 좋네."

두 사람은 각자의 시선을 따라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진짜 노력했다. 너 따라가느라 죽는 줄 알았어."

"고생했어. 알지."

"마하야. 내가 은퇴 소리 해서 기분 나쁘냐?"

"몰라. 좆같긴 한데, 니가 판단한 걸 내가 뭐라고 해. 알아서 결정했겠지."

"진짜 고생을 해 보니까 냉정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한 달 고생하고 평가는 무슨..."

"이제 와서 말하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을 거 같았다."

"..."

"근데 정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너는 말할 것도 없고.

쪽팔리기 싫어서 따라갔어. 나 혼자는 절대 이렇게까지 못 해. 고맙다."

"됐어 새끼야."

"아 이 씨. 사람이 감사함을 전달하는데"

"꺼지라고. 나도 혼자 있으면 운동 잘 안 돼."

"니가??"

"나라고 유혹 없냐. 옆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 없음 나도 농땡이 많이 부리지. 너네 있어서 나도 집중할 수 있었던 거야. 피차 도움받은 거 고맙니 뭐니 치워."

"신기하네. 난 너 보면서 이렇게 해야 올림픽도 나가고 메달도 딸 수 있구나 싶었는데."

이동민은 훈련용 신발을 주물주물거리며 말했다.

"어쨌든 이렇게 평생 할 자신은 없다. 난 보기보다 고생하는 거 싫어하는 놈이라."

"세상에 고생하는 거 좋아할 놈이 어딨냐."

"너. 하하하!"

"크하하하!"

다음 날. 전주 시청. 이동민이 서류 업무를 보는데 직원들이 그를 보며 묻는다.

"어? 동민 씨. 왜 이렇게 살이 빠지셨어요?"

"네? 저 원래 그렇게 안 뚱뚱했는데."

"그러니까. 원래도 마른 사람이 얼굴이 핼쑥해진 게 어디 아픈 거 아니죠...?"

"하하. 그래요? 전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팀장이 들어와 그를 보았다.

"어? 이동민 씨. 오랜만이네."

"안녕하셨어요. 팀장님."

"으음. 뭔가 분위기가 조금 바뀐 거 같은데?"

"팀장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저는 변한 거 없는 거 같은데."

"아니야. 뭔가 표정도 그렇고. 의젓한 기운이 느껴져."

"하하!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셨어요?"

오랜만에 만난 만큼 팀장은 그를 데리고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뭐로 할래?"

"우유 할게요. 커피를 안 좋아해서."

"무슨 소리야. 자판기는 밀크 커피지."

두 사람은 종이컵을 나눠 들며 벤치에 앉았다.

"고맙습니다."

"300원 커피로 고맙기는 무슨. 운동하느라 고생이 많아."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우리 시가 체육회가 좀 약하긴 하지... 광역시급으로 가면 사람도 많고 조직도 다양할 텐데 말이야."

"전주도 좋은 도시에요. 팀장님."

이동민은 넌지시 밀려오는 마음고생을 종이컵에 눌러 담아 삼켜 버렸다.

"그래도 구마하 선수가 올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어."

"저도 좀 놀랐습니다."

"먼저, 운동장에서 두 사람 훈련하는 걸 봤어요."

"아. 오셨었어요?"

"응. 처음엔 둘이 같이 훈련한다길래 유명인이랑 어디 여행이나 다니지 않나 했었는데. 국가 대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

"하하... 마하가 노력을 많이 하죠."

"근데,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막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저도 슬슬 올라가라고 하긴 했는데. 지가 알아서 하겠죠."

"그렇군. 아무튼, 응원하고 있어요."

"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잘 마셨습니다. 쓰레기 주세요. 제가버릴게요."

이동민이 빈 종이컵을 받아 드는데, 팀장이 묻는다.

"대회가 다음 주라고? 안동이라고 그랬지?"

"네."

"시간 되는 사람들 모아서, 응원하러 갈게요."

"네? 저희 평일에 하는데요?"

"그러니까 가야지. 우리 시청 이름 걸고 뛰는데 우리가 응원해 줘야 하지 않겠나?"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동민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부모도 보러 오지 않는 경기를 타인이 업무 시간을 빼면서까지 오겠다니, 말이 안 된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그는 늘 그렇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터득해 왔다.

* * *

"어제 일 잘 끝냈냐?"

"어. 사람들이 너 많이 물어보더라. 우리 운동하는 것도 와서 봤대."

"그래? 그럼 더 빡세게 가야겠네."

"아. 지긋지긋한 새끼..."

"하하. 구라야 쫄지 마. 이제는 진짜 무리하면 부상 오니까. 컨디션 조절 잘 해야 돼."

피지컬은 완벽하고 체력도 키웠다.

남은 시간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의 퍼포먼스를 위한 준비를 갖춰야 했다.

그럼에도 운동은 끊임없이 땀을 흘리게 만든다.

"허억 헉. 생각할수록 좆같네 진짜..."

"후욱. 후욱. 왜 뭐가? 무슨 문제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씨발 이렇게 힘든데 왜 다치지도 않냐..."

"미친 새끼가. 대회 이틀 앞두고 뭔 개소리를... 빨리 에퉤퉤해! 새끼야. 부정 타게."

이동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진짜 나가서 뛰어야 되잖아."

"무섭냐...?"

"모르겠어. 지금까지 그 어떤 대회도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는데..."

"은퇴를 걸어서 그런가. 지금이라도 취소해. 그럼."

"꺼져. 그건 진심이야."

이동민은 진짜로 권지성과 김진수가 나오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한다.

구마하는 묵묵히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람 많은 거 싫은데."

"어쩔 수 없어. 늘 그랬잖아. 경쟁 없는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어."

시합이 가까워지자 반응이 오는구나.

노력을 했다는 증거다.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시합을 앞둔 선수는 긴장감과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동민은 유독 예전부터 어떤 경기를 앞두든 덤덤하게 행동해 왔었다.

그건 그가 승부에 진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출전에 의미를 부여할 뿐 진심을 다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허들로 전향한 것도 원래 하던 주 종목이 아니니 못해도 상관없다는 비겁한 변명이 담겨 있었다.

그런 가운데 구마하와 다시 훈련을 시작하고. 진심으로 이기고 싶었던 적은 있었냐는 불편한 질문을 받았다.

부끄러웠다.

친구가 아니라 세계 챔피언이 그의 본심을 묻는 것 같았기에 더 더욱 그 질문은 이동민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도 죽을 똥을 써 가며 운동을 했고, 본인도 단거리로 돌아오며 은퇴라는 강수를 두었다.

이제는 쌓은 것이 많으니 잃는 게 두려워진다.

그의 안에 감추기 어려운 승리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고 있었다.

구마하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역시 이놈은 분위기를 타는 놈이었다.

승리하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플러스로 얻어 갈 것이다.

그때 가면 누가 말리더라도 선수로서의 엘리트 의식이 싹트겠지.

"이기면 밥 사라."

"넌 내가 진짜로 걔네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 답은 내가 아니라 너한테 달렸어."

"..."

"이기고 싶어?"

"어."

"왜? 은퇴하고 편하게 살지? 안 그래도 한구 스포츠에 사람 필요한데."

"하하. 이 새끼."

"믿어라. 이긴다는 것만 믿는 거야. 다른 건 생각도 하지 마."

"야. 우리 썰매 메고 스타트 10세트 가자."

"오케이. 쉬고 있어. 내가 준비해 줄게."

훈련용 썰매에 바벨 원판을 매달아 25kg에 달하는 저항을 만들어 훈련을 시작했다.

또 한 차례 숨이 멎을 듯한 벽을 맞닥뜨리자 이제는 이동민도 웃음이 지어졌다.

"하악! 하악! 하하하하. 크크큭!"

"왜 웃냐?"

"그냥 좆같아서."

"뭐가 또?"

"이게 왜 되지...? 왜 움직여지는 거지?"

"것 봐 새끼야. 하면 된다니까."

"아 짜증나 씨발... 후우."

"잠깐 숨 좀 쉬어. 프로틴도 마시고."

구마하가 옆에서 챙겨 주며 물었다.

"근데 왜 높이뛰기를 하려고 했어?"

"멋있잖아."

"높이뛰기가 멋있어?"

"멋있지. 난 높이뛰기가 모든 운동 중에 젤 멋있다고 생각해."

뛰는 자세나 허들을 넘어서는 감각.

오직 인간의 몸으로 솟아오르는 도전 정신.

경기장에 모인 이들이 지켜보는 고조되는 순간 등. 이동민은 높이뛰기야말로 육상의 모든 매력이 담겼다고 생각한단다.

"그럴 거면 장대를 들든가."

"그건 좀 후달리잖아."

"하하! 그렇지? 장대 하는 애들 안 무섭나? 부러지는 일들도 있다고 그러던데."

"후우. 야. 그만 떠들고. 다시 운동하자."

"오~ 이동민. 니가 먼저 수다가 지겹다는 말을..."

"이틀 남았어. 몸 식기 전에 빨리 뛰고 오늘 훈련 끝낼래."

그가 터덜터덜 훈련용 썰매를 들쳐 메며 출발 지점으로 걸어가 는데 구마하가 말했다.

"야! 이 새끼가 어물쩍 끝내려고. 너 오늘 스쿼트 아직 다 안 했어."

"아우 진짜 지긋지긋한 새끼..."

다음 날. 두 사람은 안동시로 건너가 숙소를 잡았다.

제10회 전국 실업 육상 경기 선수권 대회를 시내 중심가엔 각지에서 몰려든 육상인들로 북적거렸다.

"많이들 안 알아봐서 다행이네. 내일 너 얼굴 가리고 다녀. 사람들 알아보면 시끄러워지니까."

"내가 알아서 해. 좋은 꿈 꿔라."

"마하야... 술 한잔할래?"

"자라고. 시합 앞둔 놈이 술은 뭔 술이야."

"진짜 태릉에서 온 놈들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너도 태릉 밥 먹어 봤어. 다를 거 없어."

"후우..."

"자라고. 한숨 쉬지 말고."

"아 씨발 잠이 안 와."

"정 뭐하면 딸이라도 치든가. 나 잠깐 나갔다 올게."

"크하하하! 미친놈 진짜!!"

그렇게 여자 이야기로 긴장감을 풀며 밤을 보냈다.

"그럼 넌 흑인이랑도 해 봤냐?"

"아직 흑인은 없었던 거 같아. 혼혈은 있지만."

"이 새끼 다 구라 아냐...?"

"그렇게 믿든가."

"구라네. 구라였어. 그러니까 제대로 말을 못 하지."

"하하하! 또라이 진짜. 너 정석이랑 만나지 마. 그 새끼 알고 난 다음부터 애가 이상해졌어."

두 사람의 대화는 더 깊은 내면을 향해 나아간다.

"마하야. 넌 다 이뤘잖아."

"내가 뭘 다 이뤄..."

"그래도 올림픽에 세계 선수권에. 왜 이렇게 계속해서 운동에 매진하냐?"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고. 그리고 나도 꿈이 있지."

"넌 꿈이 뭔데?"

"...하나는 이뤘는데. 이루고 나니까 다음이 보였어."

"금메달?"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말해 봐. 뭐 하려고 그러냐?"

"그러는 넌 뭔데? 니 먼저 말하면. 나도 말해 줄게."

"새끼야 난 그냥 평범한 거야."

"나도 평범한 거야."

"그러니까 뭐냐고."

"날 사랑해 줄 사람을 찾고 있어."

이동민이 가만히 지켜보다 말했다.

"병신. 내 꿈은 지구 정복이다 새끼야. 그래서 말 안 했다."

"아 씨발 진짜라고!!"

"존나 금메달 따고서 새끼 이상한 놈 됐어."

"아. 이 새끼가 진짜... 남의 꿈을..."

"여자를 따먹질 말든가."

"그거랑 그거는 다르다고 새끼야."

"자라. 존나 쓸데없는 이야기 한 거 같네."

둘 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눈이 감기며 다음 날을 맞이했다.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시원한 바람과 무덥지 않은 공기가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구마하는 시합이 없는 대한 체대 김진운을 만나 관중석으로 넘어갔다.

"넌 내일부턴가?"

"어. 넌 못 나온다며? 징계받은 거야?"

"몰라. 소속된 팀이 없어서 출전이 안 된대."

"그런 게 어딨어? 너 연세대잖아. 아까 니네 학교 애들 저기 보이더만."

"복잡해지는 거 싫어서. 그냥 안 나가기로 했어."

"그럼 연맹이랑 계속 싸우려고?"

"아 이 새끼. 시합이나 봐."

두 사람은 운동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성이 학년이 시니어 오니까 애들이 은근 많아진 거 같다."

"많지. 지금 주니어는 박 터져. 너 메달 따고 선수층 두꺼워져가지고."

"음."

"동민이는 좀 어떠냐. 같이 훈련 했잖아."

"저깄네. 컨디션 좋아."

"어? 근데 왜 쟤 100미터에 있어. 허들로 간 거 아니야?"

"내가 단거리로 끌고 왔지."

"그래도 돼?"

"뭐 어때. 너네는 좀 어땠냐?"

"그냥 그랬어. 나도 나중엔 거의 개인 훈련 했고. 코치님들도 뭔가 구심점이 없어서 그런가 잘 뭉쳐지지가 않더라고."

국가 대표 감독은 아직도 공석이었다.

구마하는 김진운을 통해 한상률이 맡은 작년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전해 들었다.

"왜 아무도 안 하려고 그러지?"

"부담되니까 그렇지. 너 나타나면서 갑자기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기대치라..."

예선전이 시작됐다.

대한 체대 권지성이 첫 번째 조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오랜만에 관중석에서 지성이 보네."

"나는 니가 관중석에 있는 자체가 신기하다."

"쟨 좀 어떠냐?"

"이번에 태릉에서 기록 줄였어."

"그래? 진수는?"

"진수는 잘 모르겠고. 지성이가 연습 때 9초 98 찍었다는 말이 있었어."

"동민이가 지성이 많이 의식하던데..."

"아무래도 너 나오기 전까진 명실상부 한국 육상 에이스였으니까. 단거리 선수층에선 의식이 될 수밖에 없지."

"..."

권지성은 명성에 걸맞은 실력으로 예선전을 돌파했다.

그도 구마하를 알아보고 눈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새끼 알아보지 말라니까."

"어? 마하야 동민이랑 진수랑 같이 뛴다."

"진짜?"

5조에 소속되어 있는 이동민과 김진수.

어쩌면 이 시합의 결과로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트랙에 있는 이동민은 그런 기운이 느껴지질 않는다.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구마하가 있는 쪽을 손을 들어 가르쳐 주고 있었다.

김진수도 손을 들어 구마하에게 인사를 나눈다.

"새끼들 조용히 있었는데, 졸지에 다 알았네..."

"뭐라는 거야. 아까부터 주변 사람들 다 너 보고 있었어."

"몰라. 난 오늘 관중이야. 입장권 끊고 들어왔어."

오늘의 주인공은 구마하가 아니다. 적어도 구마하의 시점에서 오늘은 이동민의 날이었다.

[준비]

자신이 뛸 때보다 더 긴장된 마음으로 시합을 지켜보는 구마하.

그의 시각에 이동민과 김진수의 몸에서 내공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

동민이의 기운이 많이 올라섰다.

내공에서만큼은 두 사람은 백중지세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남은 건 자신감이었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승패를 좌우할 거라 본다.

갈망해라 친구야. 지나온 시간을 믿자. 너도 할 수 있다.

구마하는 주먹을 움켜쥐며 숨을 죽였다.

고요해진 분위기 가운데 출발 총성이 울리며 사나이들이 달려 나간다.

"빠르다!"

"스타트도 늦지 않았어!!"

이동민은 김진수와 나란히 30미터 라인을 돌파해 나간다.

두 사람이 선두로 치고 나간다.

지켜보는 이들의 눈빛도 한국 육상 2, 3인자의 위치를 보유한 김진수보다 이동민을 바라본다.

"제발 제발..."

구마하가 초조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는 가운데, 관중석 한쪽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동민 힘내라!!"

"동민 씨 더 빨리!!"

누구? 누가 동민이를 응원하는 거지?

황급히 고개를 돌린 곳에, 전주 시청의 깃발과 대여섯 명이 웃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선수들도 순차적으로 결승선을 돌파했다.

선두에서 속도를 줄이는 이동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우와~ 동민이가 진수를 이겼어..."

"하하. 새끼. 거봐. 하면 된다니까."

땀에 가려진 희열이 그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처음으로 김진수를 이겼다.

10.65란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진운아. 아까 지성이 기록이 몇이었냐?"

"10.34."

"오늘 잘하면 9초대 선수가 둘 나오겠구나."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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