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191화 (191/401)

< 챔피언의 무게 (1) >

[토리노 소식입니다. 어제 남자 알파인스키 대회전에서 한국 스키의 맏형 박상택 선수가 결승에 올라 설상 종목에 또 한 번 기대감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회전 종목에서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한 박상택 선수는 대회전 경기가 시작되자 그동안 구마하 선수와 함께 훈련한 기량을 표출하면서]

"..."

대한민국 육상연맹 사무실. 박문기 회장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채널을 바꿔버렸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간판 안규진 선수가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안규진 선수는 내일 5000미터 계주 경기에도 출전하여]

"쇼트트랙 금메달 한 두 번 따나..."

박문기가 다시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바꾼다.

[구마하 선수에 이어 박상택 선수를 지도한 김정준 코치는]

바꾸고.

[박상택 선수가 금빛 도전에 나섭니다. 구마하 선수도 응원을 나섰습니다.]

또 바꾸고.

[스피드 스케이팅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역대 최대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자 활강 구마하 선수를 시작으로 빠르게 시작된 순위경쟁에서]

끝까지 동계스포츠 소식이 아닌 곳으로 채널을 바꿔 그나마 좀 나아보이는 방송을 찾았더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활약에 힘입어 요즘 국내 스키장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박문기는 그냥 TV를 꺼버리며 나직이 짜증을 흘려버린다.

"거참... 인간들... 마하는 육상 선수라고! 육상!!"

신문, TV. 우리 선수의 활약을 언급하면서 왜 육상연맹에 관한 이야기가 한 줄도 나오질 않는지. 박문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질을 질렀다.

"천병욱 전무님 좀 빨리 내 방으로 오라고 해요! 당장!!"

천병욱이 태연한 얼굴로 들어서자 박문기가 소리쳤다.

"뭡니까!! 전무님??"

"뭐가 말입니까...?"

"한 감독은 뭐래요? 마하는 언제 온답니까?!"

"오라니요... 아직 올림픽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녀석 시합은 일찌감치 끝났다면서요!?"

"그렇다고 저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죠 회장님..."

"이 교수한테는 얘기했어요?"

"..."

"아! 경기 끝났으면 빨리빨리 돌아와서 훈련할 준비를 해야지!!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선수란 녀석이!!!"

구마하의 승리와 영광은 모두 우리 연맹의 것이다. 어디 스키니, 어디니 나서서 떠든단 말인가. 박문기의 속이 답답해 문드러지고 있었다.

"한 감독한테 전화해서. 둘 다 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들어오라고 하세요. 당장!!"

"회장님... 한 감독 성격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그 친구가 제가 뭐라 한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고... 우리한테 그럴 권한도 없고요."

"그럼 마하 시합 안 내보내도 상관없다 이거죠? 선수의 출전 권한은 우리한테 있다는 거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런 억지가 어딨습니까. 마하나 한 감독이 딴짓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딴 종목가서 기웃거리고 있으면 그게 딴 짓이지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십니까 전무님."

"..."

말도 안 되는 비난과 감정이 천병욱에게 쏟아진다.

"전무님이 계속 그렇게 오냐오냐 해주니까 젊은 놈들이 무시하고 멋대로 굴고 다니는 거라고요!! 단호하게 말할 때는 확실하게 말씀을 하시라고요!"

늘 박문기를 상대할 때마다 답답했지만, 오늘은 최고조를 찍는구나.

천병욱은 멍하니 그를 보았다.

박문기는 혼자 분에 사무쳐 조목조목 손바닥을 내리찍으며 연설을 하고 있었다.

"마하 당장 들어오라하고. 그리고 기자회견 준비하세요. 구마하는 스키 선수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육상을 대표하는 선수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부터 내년 세계선수권. 그다음 베이징 올림픽! 앞으로 정말 많은 시합이 준비되어 있다!! 기대들 하셔라!!! 스키는 잠깐 놀이차 해봤는데. 어떻게 선수가 너무 뛰어나 메달을 땄을 뿐이다. 그 기대감을 우리 육상에 기울여 주시면 된다. 분명하게 하시라고요."

* * *

사무실로 돌아온 천병욱이 뒷목을 붙잡고 올라간 혈압을 내리고 있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저 인간은 대체 선수를 뭐라고 생각하길래 저딴 발언을 서슴지 않게 하는 걸까?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모가지를 확 비틀어 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

"후우우... 후우우..."

그래도 내가 있어야지. 내가 이 자리를 지켜야 저 인간의 그릇된 욕심이 선수와 지도자에게 닿질 않지. 나 없으면 누군가는 이 소리를 면전에 들어야 하는데, 그럼 바로 경찰 들이닥치는 일 생기지...

"아이고 속 쓰려라."

천병욱도 이두희에게 전화 걸어 속상함을 털어 놓는다.

이두희 전 국가대표 감독도 황당한 목소리로 답했다.

"...선생님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 아이고. 나 진짜 이거 상률이한테 얘기도 못 하겠고..."

"이 개자식이 진짜! 무시를 해도 정도가 있지!!"

"두희야. 상률이도 지금은 저쪽 코치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니. 딱히 우리를 무시한다기 보다는."

"그놈 이기적인 거 하루 이틀입니까. 난 박문기가 어이없다는 거죠!!"

이두희도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 이런 식이면 저 대표팀 못 맡아요. 저라고 그 인간 좋아서 웃고 떠드는 거 아니라고요."

"알지 알아."

"아니. 엄밀히 박문기가 그때도 한 게 뭐가 있다고!!"

"두희야. 그렇게 말하지 말고."

2005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한상률이 대표팀을 바로 사퇴하는 바람에 현재 대표팀 지도부가 공석이었다.

물론, 구마하가 있으니 성적이야 나오겠지만 다음 이벤트는 한국 중국 일본 삼파전이 벌어지는 아시안게임.

이현석에게 물었으나 교수직에 전념하고 싶다며 사양했고, 다른 능력 있는 지도자들도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치가 높아진 육상대표팀을 맡긴 버겁다는 의견을 비치고 있다.

결국 돌고돌아 2004 아테네의 이두희에게 지휘봉이 돌아갔는데, 그도 박문기의 폭주로 현재 대표팀 감독직을 고심하고 있는 형태였다.

"내가 잘 커버할 테니까.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선생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이놈아... 내 건강이 여기서 왜 나와..."

"우리 집사람이 먼저 사모님한테 들었대요. 어디가 불편하신 건데요?"

"됐어. 나이들어서 그래. 여기저기 고장 날 때도 됐어."

"아! 10,000m 뛰면 뭐 하냐고. 결국 망가지는 건 똑같은데!"

"하하하. 이 놈아..."

이두희가 직언을 건넨다.

"선생님. 그러다 쓰러져요. 연맹 일 그만 하세요 이제."

"괜찮다. 베이징까지는 끄떡없어. 얼마나 기다리던 육상의 황금긴데. 내 걱정하지 말고, 넌 대표팀이나 잘 맡아 봐라."

"후우..."

* * *

"그래요?"

"음. 그래서 박문기가 지금 미쳐 날뛰고 있다고 그러시더라."

이두희와 통화를 마친 한상률이 구마하를 불렀다.

구마하도 박문기의 폭주에 한숨을 뿜었다.

"아 진짜 박문기 왜 이런 인간이 연맹을 맡아가지고..."

"넌 어떻게 할래?"

"감독님... 설마. 지금 당장 돌아가자 이 말씀은 아니시죠?"

"일단, 선수의 의견은 물어봐야지."

"안 가요. 아직 올림픽 끝나지도 않았어요. 열흘도 넘게 남았는데...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 왜 들어가요? 요즘 얼마나 재밌는데."

"후후후. 그럴 줄 알았다."

구마하의 반발에 한상률이 의견을 건네준다.

"휴가요?"

"그래. 휴가. 너 엄밀히 지금 2년째 휴가 없이 계속 달렸어."

"좋죠. 근데 저 개강하는데..."

"학교 갈 거야?"

"올해는 좀 다닐 예정이었거든요. 육상팀도 있고, 저도 2학년 올라가기도 하고."

"아시안게임은?"

"학교에서 준비하면 돼죠 뭐. 올림픽도 준비했는데."

"안 될 걸. 돌아가는 순간 너 태릉에 묶인다. 나도 그렇고."

"아니, 무슨 감옥도 아니고... 전 그렇다 치고, 감독님은 왜요?"

"두희 선배가 나한테 직접 연락한 건, 까불지 말고 대표팀 다시 맡으라는 소리야."

"..."

"그리고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주변에서 압박하면 나도 결국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지."

"감독님 결혼은요?"

"그러니까. 4월에 들어가자고."

한상률은 이미 한차례 결혼식을 늦췄었다.

그 또한 구마하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로 벌어진 그의 배려와 양보였다.

"3월 말까지 넌 너대로 유럽에서 쉬고. 난 나대로 결혼도 하고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다 끝낸 다음에 태릉가서 다시 열심히 운동."

"그럼 제가 감독님 결혼식을 못 가는데..."

"안 와도 된다. 아니 오지 마. 유명한 놈 옆에 있으면 번거롭다."

"감독님? 전데요...?"

"하하하! 서운한 얼굴 하긴. 농담이고. 일단 우리 스케쥴을 먼저 따져보자 이거지."

우린 육상연맹을 위해 일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을 생각하면 이미 할 만큼 모든 걸 다 해줬다.

한상률은 원래부터 연맹이란 조직에 큰 애정이 없으니 단호하게 말할 수 있지만.

"엄밀히 금메달 하나 따고 은퇴하는 사람도 수두룩한 마당에. 안 그러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왜? 뭐가 걱정되는데? 설마 불이익 받을까 무서워?"

자신만만한 한상률과 다르게 구마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솔직히 저는 두렵지 않아요. 감독님도 계시고, 없지 않아 저한테는 스키란 운동도 있고 하니까. 근데..."

"친구들한테 괜히 불똥이 튈까 그러냐?"

"먼저 동민이가 저한테 한번 그랬었어요. 스키 언제까지 할 거냐고..."

"흠. 근데 마하야. 난 그래서 더 너가 대범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도 될까요...?"

"이미 천 선생님. 두희 선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박문기의 사리사욕을 알고있어. 이런 일은 한번 끌려가면 끝까지 끌려가게 된다."

"..."

"마하야. 아시안게임 나가고 싶냐?"

"네."

"왜? 누구를 위해?"

"누구긴 누구에요. 저도 그렇고. 팬분들도 있고... 국민도 있고."

"그래. 거기서 박문기가 중요한가?"

"절대 아니죠."

"끌려가지 말자. 모든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따져보면, 지금 이 저항이야말로. 한국 스포츠를 좀먹는 인식에 경종을 울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봐 나는."

경종을 울릴 기회인가?

하긴 그렇겠구나. 연맹 최고 지도자에게 대드는 이야기니까. 어떻게든 반발과 비판이 따라오겠지.

하지만 새상 모든 게 그렇듯, 반드시 어두운 것만 있는게 아니니.

이 싸움의 반대편엔 분명 아직 우리가 모를 긍정적인 영향이 기다리고 있다.

구마하도 묵묵히 생각을 정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 구마하니까요. 제 식대로 갈게요."

"그렇지. 구마하정도 돼야 연맹에 딴지라도 걸지. 너 아니면 이런 짓도 못 한다."

"어? 전 감독님이 시키니까 하는 건데요?"

"그래? 난 선수가 안 간다고 하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건데."

스승과 제자는 서로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감독님도 다른 뭐가 있으신거죠?"

"그럼. 우리도 마냥 휴가가 아니야. 너 여기서 돈 벌어야 돼."

"하하하! 무슨 돈요?"

구마하는 NICE 전속모델이었다.

그에게 현재 유럽지사에서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단다.

"그리고 여긴 여기대로 프로모션도 있고, 계약하자고 연락하는 에이전시도 많어."

"와우. 좋네요. 다 하죠. 뭐."

"그래. 돈 벌자고."

동계 스포츠를 넘어선 구마하와 한상률에게 아시안게임이 다가온다.

두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게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언제 어느 때고 우린 우리다."

"네. 맞아요 감독님!"

* * *

"안녕 한강아. 안녕 여의도. 추운 강바람과 따듯한 햇살도 이제 안녕."

올림픽이 중반을 넘어가는 시각. 이혜정은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지내면서 목표가 생겼어. 꼭 서울에 내집을 마련할 거야."

올림픽을 마치면 집주인이 돌아오니 아쉬워도 비워줘야지.

묵묵히 짐을 챙기던 이혜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대책없는 집주인이였다.

"일찍도 전화한다..."

"잘 지내고 있어?"

"야. 너 뭐야. 너 시합 일주일 전에 끝났다며? 왜 이제 연락하는데?"

"아. 여기저기 조금 바빴어."

"여자나 만나고 다녔겠지... 바쁘긴 무슨."

"아니거든!! 넌 무슨 나는 맨날!"

정확하다. 그 어떤 때보다 현재 토리노는 빠른 콘돔소비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구마하는 분명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집은 별 일 없지?"

"그러니까 일찍도 전화한다고..."

이혜정이 소파로 건너가 앉았다.

여기저기서 들어온 선물이나 팬레터 같은 것들을 먼저 알려주었다.

"그런 게 집으로 와??"

"왔어. 엄마가 그러는데 오빠네 가게도 뭐 이것저것 많이 온다고 그러고."

"오오... 우와 신기하다."

어찌됐든 목소리 들은 김에 이혜정이 축하인사를 건네준다.

"그리고 우승 축하해."

"어. 뭐. 하하~! 봤냐?"

"못 봤어. 그때 일하고 있느라. 애들도 금방 끝났다고 그러더만."

"가게에서 다 모여서 응원했다던데 넌 일 했어?"

"나 겨울 방학동안 알바 했거든. 계속 서울에 있었어."

"오~ 그래? 그럼 월세 내 놔."

"야! 됐거든!!"

단판승부였다. 기사로 봤다. 너무 위험하더라... 그 재미로 타는 거다. 등등. 두 사람은 오랜만에 쌓여있던 대화를 풀어냈다.

"안 다치고 잘 마쳤으면 그만이야."

"그러니까. 메달이 뭐가 중요해. 그런 위험한 종목에서. 아무튼 그래서 넌 언제 올 거야?"

"오오~ 이혜정. 나 보고싶어?"

"야. 키를 건네줘야 하니까 그러지."

"하하하!!"

언제 오냐는 질문에 구마하가 답해준다.

"안 온다고? 왜??"

"3월 말까지 여기서 쉴 거야."

"..."

4월부터 육상시즌이 시작되는 건 알고있었다.

그런데 육상연맹과 갈등이 생겼단다.

이번 토리노 활강 메달로 현 연맹총재가 뭔가 성질이 단단히 뻗쳐다는데, 그래서 귀국과 동시에 바로 태릉으로 끌려갈 거 그냥 유럽에서 버티고 쉬겠단다.

"그래도 돼?"

"어. 여기도 할 거 많어. 여기저기 행사도 있고."

"...유럽도 행사가 있어?"

"광고. 그리고 인터뷰 요청 화보. 잡지. 등등."

"와... 잘 나가네."

"아무튼, 계속 그럴 거. 감독님도 태릉에 묶여야 될 거라는데. 너 그냥 거기 있어."

"..."

"하하! 솔직히 지금 좋지? 그치?"

"야. 아니거든!"

이혜정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짐들을 조심히 풀어내고 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있지만 내색은 하지 않으면서.

"그래도 한국에 오긴 온다는 거 아냐. 그럼 내가 여기 어떻게 있어."

"뭐 가끔 집에가긴 해도 그때는 너도 본가 내려가면 되잖아."

"흠..."

"왜? 집에 무슨 일 있어?"

"없어."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고?"

"아. 앞집에 우리 사촌이라고 거짓말 해놨어."

"그래. 그럼 뭐. 사촌이라고 하지."

이혜정이 조용한 목소리로 묻는다.

"진짜 엄청 열심히 하는구나... 안 힘들어?"

"힘들어도 해야지. 나 놀면서 운동 안 해."

"마하야. 먼저 그 언니 한번 왔었어..."

"누구?"

"그... 하얀 언니."

그러자 구마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또 왜!? 너 괜찮아!!?"

"응.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너한테 이상한 짓 한 거 없지?"

"너... 지금 그 언니 때문에 일부러 안 들어오는 거 아니지?"

"아냐. 한수빈이랑 관계없어. 이건 연맹이랑 우리 문제야."

"무리하지 마. 너도 사람이잖아. 쉴 때는 좀 쉬어."

따듯한 말 한 마디가 구마하의 마음에 그리움과 용기를 불어넣는다.

"와 혜정아..."

"응?"

"우리 내일 얼굴 볼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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