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륜기로 가버렷-154화 (154/401)

< 노을 앞의 그림자. (1) >

"진짜로 자기가 골랐어?"

"그렇다니까."

"거짓말. 언니가 얘기해줬지!"

"아니야 내가 자기 생각해서 고른 거 맞어!!"

"후후 하하하! 아하하하!! 진짜 웃겨~~!"

한수빈은 애정가득한 시선으로 두 개의 선물을 지켜보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크리스탈 장미 속엔 연인에게 느끼는 매력이 담겨있는 것 같다.

작은 곰이 들고있는 수줍은 빨간 하트가 그의 마음인 것 같았다.

곰이 웃고 있는 것도 그의 장난끼 가득한 모습을 닮아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구마하에게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 그 자체를 표현해 놓은 선물이었다.

한수빈이 처음으로 가격을 떠나 진심이 담긴 무언가를 가지는 순간이었다.

"내려놔. 그러다 깨져."

"싫어. 못 놓겠어..."

그녀는 선물들을 화장대에 올려놓고 침대 협탁에 놓아보고. 들어보고 지켜보고. 넓은 집을 방방 여기저기 들고 다녔다.

"하하하~!! 뭐야 진짜."

"좋아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근데 뭐가 웃긴 거야? 이해가 안 가네..."

"아하하하! 자기야. 생각해 봐."

한수빈이 과장된 몸짓으로 구마하에게 설명해준다.

"키는 막 이만하고 몸은 무슨 늑대인간 같은 사람이 그 여성스런 매장에서 요만한 거 고르고 있을 거 생각하면 누구라도 웃기지 않을까?"

"아니. 좋은 선물 해주고 왜 내가 몬스터가 되야 하는데..."

"후후후. 미녀와 야수. 야수와 미녀. 자기는 야수. 난 미녀. 하하하~!! 자기야 이거 장미 꽃 들고 있어 봐."

"싫어. 깨질까 무서워."

"한번만 들어 봐. 아 빨리. 빨리 해보라니까! 아하하! 하하하하! 캬하하하하! 진짜 야수같애!! 코트 어딨어? 코트 걸쳐 봐!"

"언제는 잘 생겼다며..."

"아 배 아퍼. 아 진짜 대박 웃겨... 아하. 아아... 나 지금 생리 하는데.."

"하하. 진짜 어이가 없네..."

한수빈은 쉬지않고 구마하를 놀렸다.

그의 과장된 반응들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웃기지 마! 내가 언제 건네줄 때 손을 이러고 줬어!"

"아까 그랬잖아? 왜 아니라고 해."

"이렇게 했지. 그냥 이렇게 툭. 무심하게. 어이 받아라. 하면서."

"죽을래!! 자기가 언제 나한테 그렇게 목소리를 깔았었는데!!"

"그리고 매장에서도. 그냥 슥 무표정하게 들어가서. 직원이 알아보는 거 같아도 무시하고. 이렇게 서서. 어이. 거. 저기 그 뭐냐. 이런 거 하나 있음 여 담아주쇼. 이랬는데."

"산적이야? 주막가서 고깃국 찾어? 하하하~!!!"

"진짜론 이랬어. 저기... 저 공항에서 봤는데... 요런 곰이 있던데..."

"됐어 차라리 산적이 나."

한수빈이 또 한번 구마하에게 덥썩 안겨 말한다.

"자기야. 우리 지금 할까?"

"크하하! 아 뭘 또 해!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나 너무 하고 싶어. 지금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내가 봤을 때 자기는 성악이 아니라 운동을 했어야 돼. 그정도 심박기능이면 마라톤을 했어도"

"우리 클럽 갈래? 나 지금 춤추고 막 뛰고 싶어 미치겠단 말야!!"

"줄 어딨어. 줄 가져와. 그때 줄넘기 봤었는데. 어디다 묶어놔야지. 이것들도 다시 박스에 넣어서 숨겨놓고."

"건들기만 해!! 내꺼야!"

"그럼 제발 진정을 하든가!!"

투닥투닥 연인 간의 유치한 장난은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기진맥진해 소파에 겹쳐 쓰러져 말했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이래놓고 뭘 하자고. 그리고 생리 중 하는 섹스가 얼마나 위험한데 그런 짓을."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아?"

"여성 잡지 뒤에 보면"

"제발 그런 거 진짜로 믿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해. 하하하..."

엔도르핀이 터져나가던 두 사람도 슬슬 흥분이 가라앉고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자기네 집은 아무리 떠들고 소리질러도 뭐라고 안 해서 좋아."

"응. 아. 근데 진짜 너무 웃었네... 아직도 머리가 울리는 거 같애."

"자기야. 난 처음에 이런 거 처음 봐 했을 때 무슨 걱정했는지 알어?"

"뭐?"

"이런 싸구려는 처음본다는 뜻으로 이해돼서. 철렁하고."

"내가 가진 많은 것들 중에서. 이 이상의 가치란 없어."

"..."

"좋아. 너무 고마워. 진짜로 오늘 자기한테 나 감동했어."

사랑스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한수빈이 먼저 구마하에게 물었다.

"키스 해줄까?"

"아니."

"후응..."

"이왕 해줄 거면 그냥 입으로"

"야."

"아 솔직히 떡볶이보단 그게 낫잖아."

원수정의 해석이 맞았었다. 한수빈은 구마하와 친구들의 끈끈한 모습에 매료되고 있었다.

"자주 좀 가. 내가 들어도 자기가 그동안 너무 주변에 소흘했어."

"아니 입으로 해주다 왜 갑자기 잔소리를 하는데?? 하던 거나 이어서 좀 해."

"사람들이 서운해 하는 것도 당연해."

"제발 내 고추 붙잡고 그런 소리 좀 하지 말고."

"으이구..."

감정은 넘치나 몸이 따르지 않는 상황을 한수빈이 입으로 달래주고 있었다.

"으음"

구마하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부드럽게 입으로 애무해주는 한수빈.

"자기야 집에서 씻고 온 거지?"

"어."

"그럼 돌아 봐."

전립선을 지나 항문까지 그녀의 혀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후우. 후우."

입에 그를 물고 적나라한 소리를 내는 한수빈이 눈을 떠 구마하를 올려다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먼저 미소를 짓는다.

구마하도 양 볼을 홀쭉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한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잘하네. 처음엔 잘 못 하더니."

"후후후"

"자기야. 혀 내밀어 봐."

구마하의 요청에 한수빈이 혀를 길게 내빼고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쌀 거 같애?"

"으음. 아직은."

"자기야."

"응?"

"그때 해보고 싶었다는 거 해볼래?"

구마하가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항문?"

"미쳤어!!"

"그거 아니면 뭐지?"

"얼굴에 해보고 싶다며."

"아아~"

합의점을 찾은 연인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아아~ 으음"

한수빈이 입안 가득 구마하를 물고 빠르게 움직인다.

쾌감이 밀려오는 구마하의 숨이 가빠지며 한수빈도 눈을 떠 그의 컨디션을 살폈다.

온다. 그가 오고 있어.

"하아. 하아 자기야 지금."

"응."

침과 쿠퍼액이 뒤섞인 구마하를 입에서 뽑아낸 한수빈이 차분히 눈을 감았다.

구마하는 자위하듯 마지막을 달려 그녀의 희고 고운 얼굴과 긴 머리에 자신의 정액을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으아아."

"흐흐흐 으응. 으으~"

"싼 건 난데 왜 자기가 끙끙거려?

"흐흐흐~ 으으... 눈을 못 뜨겠어..."

얼굴 가득 연인의 향기가 묻어나오고 있음을 행복하다 느끼는 그녀.

한수빈이 정액이 묻지않은 한쪽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자기야 또 하고 싶어?"

"음."

"솔직히 말해. 지금 내 얼굴 이렇게 망쳐진 거 보고 흥분하고 있지?"

"하하하. 잠깐만 그러고 있어 봐."

"가만보면 진짜 변태라니까..."

"뭘. 자기가 해준다면서."

구마하가 한수빈의 얼굴을 보며 혼자 자위를 했다.

"와 이건 뭔가 아닌 거 같은데 싶으면서."

"후후후. 왜? 뭔가 틀려?"

"자기가 이렇게 얌전하게 앉아서 있으니까 그건 또 너무 흥분 되는데."

"밑에도 벗어줄까?"

"생리하잖아."

"지금은 괜찮아."

한수빈이 눈을 감은 상태로 스리슬쩍 바지와 속옷을 내렸다.

"이렇게만 있어도 다르지?"

"어우야... 어우... 자기야."

"해. 괜찮아. 나도 좋아."

두 눈을 감고 있는 한수빈은 청각으로 그를 느낀다.

구마하가 자신을 보면서 자위를 하고 있다.

빠르고 강한 그의 손과 음경이 내는 리듬에 한수빈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그의 숨소리. 그의 액취. 두 사람의 은밀한 분위기까지.

한수빈의 입에서도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수빈아."

"응."

"이리로 와."

구마하는 귀두 끝을 수빈의 코와 이마에 문지르며 또 한번 진한 애액을 뿜어냈다.

한수빈은 얼굴에 불이 닿는 듯 뜨거움을 느낀다.

"후우... 후우..."

"진짜 매번 느끼지만 자기는 양이 장난이 아니야..."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는데."

하얗고 묽은 정액으로 그녀의 얼굴 형태가 보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미소를 짓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구마하는 시작하면 기본 세 번은 해야하니까. 한수빈은 마지막까지 입으로 그를 달래주며 두 사람의 짧은 화해의 시간이 끝났다.

* * *

"음... 역시 괜한 짓을 했나..."

"왜?"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말리고자 화장대에 앉은 한수빈이 귓구멍을 긁적이며 말했다.

"여기서도 자기가 나와..."

"하하하! 진짜?"

"아니. 어떻게 귀에 들어갔지? 아까는 콧구멍에서도 나오더니..."

"머리에 묻은 게 흐른 거 아닌가?"

"그래서 감았는데."

구마하가 다가와 드라이기를 건네받아 머리를 말려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에 한수빈도 편안하게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음. 좋다."

"자기야. 근데 왜 그렇게 내 주변을 좋게 보는거야?"

"좋으니까. 자기 친구들이고 가족이고."

"애들이고 형이고 자기가 실체를 모를 뿐이야... 이 인간들 절대 그렇게 좋은 인간들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지 마."

한수빈이 눈을 떠 구마하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 사람들이 없었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자리에 없었어."

"..."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마윤이 오빠가. 언니가. 남수가. 그리고 또 다른 친구들이 자기를 키워줬구나."

"흠. 키웠다기 보다는"

"이럴 땐 장난하지 말고"

그녀가 스르륵 구마하의 품으로 다가와 안겼다.

"따뜻해서 좋아."

"가을이 오는가 점점 선선해지긴 하네."

"따뜻한 사람으로 지켜줘서 너무 좋아. 오빠가 자기한테 말했던 이야기들이나. 친구들이 혼자 있는 자기를 응원해줬다는 거나."

"..."

"그냥 그런 게 좋아. 그게 나한테까지 와서 좋아. 좋아. 그냥 다 좋아."

"다행이네."

포근하고 따뜻한 밤을 보낸 두 사람은 다음 날 각자의 스케쥴로 나뉘어 움직였다.

* * *

"알았어. 그럼 이따가 내가 그리로 갈게."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괜히 움직이지 말고. 차 하나 가지고 나왔잖아."

"알았으니까 일에 집중해. 파이팅."

다음 날. 구마하가 한상률과 광고미팅을 진행하는 동안 한수빈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여기~!"

패션쇼에서 함께했던 친구들이 저 멀리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와 자리했다.

"야 너 뭐야? 갑자기 전화해서 사람을 나오라고 그러고."

"수수. 요즘 뭐하는데 이렇게 연락이 안돼?"

"미안. 그냥 좀 바빴어."

"바쁘긴 뭐가 바뻐. 사람들이 그러는데 너 구마하랑 연애한다며?"

"후후후. 응. 맞어."

"이 못된 기집애... 그날은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아니야. 우리도 진짜 우연찮게 만난 거야. 진짜야. 하은아 그날 나 니가 불렀을 때, 원래 거기 안 가려고 했었던 거 너 기억하지?"

고등학교부터 교우관계를 맺어 온 세 사람.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한수빈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음악회 끝나고. 얘는 선수촌 들어가서 또 못 보고..."

얘가 이렇게 수다스러운 애였나?

얘가 이렇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신나서 떠든적이 있었나?

"우리도 세계선수권 끝내고 돌아와서. 그때 본격적으로"

무엇보다 한수빈이 이렇게 사랑스런 표정으로 자기 감정을 말했던 적이 있었나?

"놀랍네...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왔길래 사람이 변해?"

"뭘 변해. 난 똑같이 나지."

"너 누구야? 내 친구 어딨어. 너 외계인이지."

"아 진짜... 니네들..."

"공다영이 맞어. 수빈이는 절대 우리한테 자기 이야기 공감해달라고 안 해."

"해도 남자 이야기는 절대 안 하지. 빨리 본부에다 연락해. 프로그래밍이 잘 못 됐다고."

"후후후. 어제도 얘가 갑자기 뭘 하나 슥 내미는데. 글쎄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알어?"

친구들이 놀려대도 한수빈은 행복에 빠진 나머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그때 곱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여직원 한 사람이 준비된 브런치를 들고 그녀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아. 여기로 주세요."

"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한수빈이 서비스 담당자를 보며 꾸벅 눈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방금 그건 또 뭐지? 싶은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보며 말한다.

"수?"

"야?"

"응? 먹자. 맛있겠다."

"...너 지금 저 사람한테 고맙다고 한 거 맞어?"

"어."

"왜??"

"왜가 어딨어. 서비스 해주니까 고맙지. 이상해?"

한수빈이 이런 말을 한다고? 서비스 담당자나 일하는 사람한테 감사를 표시한다고??? 두 사람이 놀란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너 요즘 뭐 신부수업해?"

"야. 먹기나 해. 음식 앞두고 뭔 소리야?"

"아니. 솔직히 너 갑자기 너무 그렇게 막 바른 모습만 보이려고 하니까..."

"내가 그럼 뭐 니네 앞에서 성질 부리고 그런 적 있어?"

적어도 우리 앞에선 없지. 뒤에서 들리는 소문은 상당하지만...

"아니. 너 이런 거 원래 당연하게 생각했었잖아..."

"내가 언제. 나 늘 주변에 고맙다는 얘기 많이 해. 너네도 그렇고."

친구들의 격한 반응에도 한수빈은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로. 나도 이러는 게 신기한데. 그냥 다 좋아. 주변이 다 좋고. 사람들이 다 고맙고."

"..."

"니가...?"

"야!? 수빈아 다영이는 그런 뜻이 아니라."

"후후. 괜찮아. 나도 알어. 내가 좀 다르게 보인다는 거. 너희는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더 그렇게 느낄 수 있어. 이해해."

이해를 한다고...? 니가...?

표정으로 속마음을 보여주는 친구들을 향해 한수빈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는다.

"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변해야지."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

그녀는 오후에 구마하와 갈 곳이 있다며 먼저 떠나고. 남겨진 두 사람만 멀뚱하니 서로를 보며 말했다.

"아 머리 아퍼..."

"보기는 좋네. 얼굴도 환해 보이고. 원래도 피부는 하얀 애지만."

"..."

"왜? 아까워? 너도 어차피 구마하 잠깐 만나려고 했던 거잖아."

"아니. 난 쟤가 저렇게... 마치 세상은 밝아 아름다워 하는 게 영 이해가 안 가서..."

"밝아야지. 그래야 쟤도 어딘가 마음을 기대지."

넌지시 흘리는 이야기에 여인들의 음흉한 눈빛이 교차된다.

"그럼 그 말이 사실이야?"

"그랬다나 봐. 무슨 선수권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와... 한수빈... 진짜... 비행기가 무슨 지네 침대도 아니고..."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거지."

"하하. 일본 여자들은 뭐가 있나?"

밝게 변한 그녀의 모습에 어떻게든 생채기를 내려는 두 친구의 대화는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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