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을 알아보는 눈 (6) >
수빈 씨를 따라간 퍼스트 클래스.
저 앞에 불 켜진 좌석이 하나 보이는 걸 봐선 두 사람만 타고 있는 건가?
가격대가 있으니 역시 아무나 못 오는구나...
비즈니스도 쾌적하고 좋은데 여긴 진짜 같은 비행긴데도 다른 세상이네...
"와... 좋다."
"마하 씨 이쪽으로."
"어. 네."
수빈 씨가 자기 자리로 안내하는데 좌석이 무슨 방같이 되어있었다.
파티션으로 나뉘어진 공간에 커튼을 닫자 나와 그녀만의 세상이 된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여기서 만나요?"
"경기 잘 봤어요."
"어? 보셨어요?"
"응. 너무 멋있더라. 우승 축하해요!"
"하하... 고맙습니다."
언제 봐도 여전히 예쁘고 화려한 수빈 씨.
옷도 귀티 나고 치마나 구두가 뭔가 고급져 보여. 하긴 퍼스트 타고 다니는데. 옷이야 뭐.
그런 사람이 내 경기를 시작부터 끝까지 다 지켜봤단다.
그녀와 있었던 여러 일을 떠나 응원해줬다는 사실은 솔직히 감동적이었다.
"진짜로 저 응원해주려고 헬싱키까지 오셨다고요?"
"응~!"
"와. 고마워라..."
"정말? 진심? 진짜로 고마워요?"
"그럼요. 나 먼저도 친구들이 아테네까지 왔었잖아요. 아는 사람들이 응원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데."
"그날 마하 씨 그렇게 가고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요?"
"하하... 미안해요. 아니 그래도 이 먼 데를 어떻게..."
"보고 싶어서."
나도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이 사람은 나와 연애할 마음이 없었지.
"마하 씨. 그럼 나 상 하나 줘요."
"뭐요?"
"후후후"
한수빈이 혼자 싱글벙글 웃더니 훅-! 하고 다가와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좋다. 상 받았다."
"하하... 내가 줬나. 수빈 씨가 와서 했지."
그녀가 쑥스럽게 입을 오밀조밀 굴더니 내 손을 꼭 잡는다.
"나 그날 마하 씨가 했던 말 잘 생각해 봤어요."
"뭐요...?"
두근두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순진한 척 굴고 있었다.
수빈 씨는 내 손을 가져가 클럽에서처럼 자기 가슴에 꾹 눌러대며 말했다.
"우리 연애 해요."
"..."
"그러고 싶어. 마하 씨. 우리 사귀자. 아직 만나는 사람 없죠?"
"지... 진심이죠?"
"응. 나도 당신이 좋아."
좋아... 좋단다. 하하! 우하하하!! 섹스도 안 하고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다니! 이거 진짜냐?
"마하 씨도 좋아요? 많이 웃네?"
"하하하. 아 이거 참..."
"그거 알아요? 나 그날 이후로 클럽도 안 갔어."
"왜요?"
"그냥 마음이 아파서... 다른 사람들도 눈에 안 들어오고."
우와 우와아~~ 그럼 불편한 의혹들도 가질 거 없잖아?
"그럼. 그 형들도 안 만났어요?"
"당연하지. 나 클럽 안 갔다니까? 내가 오빠들을 왜 봐."
"하하하..."
"마하 씨. 키스 해줘요."
"네?"
"빨리. 응? 우리 사귀는 사이니까."
"..."
보자. 사귀자마자 키스라.
고맙다.
근데, 여기서 키스하면 진짜 감당 안 될 거 같은데...
"키스하면 저 못 멈출 거 같은데요?"
"나도 그래."
"..."
한수빈이 구두를 훅훅 벗더니,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한쪽 다리를 들며 팬티를 벗어버렸다.
"이럼 내 마음도 무슨 뜻인지 알겠죠?"
"어우야..."
"키스해 줘. 안 그러면 나 진짜 이 비행기 폭파해버릴지도 몰라."
"저런 알카에다 같은 행동을 가만두고 볼 순 없고..."
옳은 것은 바른길을 가니까.
곤륜의 정신을 들어봐도 눈앞의 테러리스트를 가만 둘 순 없지.
"으음~"
그래서 키스를 해줬다.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며 한쪽 다리를 가볍게 들어 올려 몸을 밀착 시켰다.
한수빈도 손을 뻗어 무언가 버튼을 누른다.
위잉~ 조용한 기계 소리를 내며 의자가 침대같이 눕혀지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안으며 겹쳐 누워 있었다.
"흠~ 으음~"
미치겠다. 입술이 뭐 이렇게 부드럽지? 혼자 샴페인을 마셨나 그녀의 혀끝에서 아련한 단맛이 전해진다.
와 안돼! 나도 지금 반년째 금욕 중이었단 말이야!!
"저. 저기. 수빈 씨 잠깐만!"
"왜?"
"...근데 우리 진짜 여기서 하는 거야?"
"응."
"퍼스트는 섹스해도 돼...?"
"후후. 뭔 상관이야."
"아니... 소리 내면 좀 그러니까..."
"괜찮아. 여기 우리밖에 없어."
"아까 저 앞에 불 켜진 자리 있던데?"
"상관하지 마."
슬쩍 올려진 치마 끝으로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팬티는 그녀가 벗었다. 그럼. 저 안은...
"그... 그렇지? 퍼스트는 원래 좀 남들한테 신경 안 쓰지...?"
"그럼. 괜찮아. 괜찮아."
아무튼, 여기서 참는 것도 말이 안돼.
우리 두 개의 심장은 이미 혼자 터지다 못해 쌀 거 같은 상황이라고.
"마하 씨 그날 나한테 한 말 잊었어? 애인이 되면 뭐든지 해주겠다며."
"하하. 그래서 사귀자는 말 나오자마자 바로 섹스로 간다고?"
"안 하면 나 진짜 이 비행기 창문 깨버릴지도 몰라. 이거 농담 아니야."
끔찍한 말을 저렇게 예쁜 얼굴로 절박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다니. 진짜 알다가도 모를 사람인 것 같다.
그럼에도 외모만은 진짜였다.
그녀의 옷과 향수냄새 그리고 하얀 허벅지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도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나쁜 사람을 놔두고 다들 자리를 비우다니... 정의의 무기를 꺼내야 겠는데?"
"후후후~ 꺼내 줘. 응? 빨리!"
단복을 입고 있기에 바지를 가볍게 내릴 수 있었다.
그녀는 피부가 하얀 사람이라 볼이 빨개지는 것이 육안으로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 흥분된다는 건가? 진짜 섹스가 하고 싶었구나.
한수빈이 우리 똘똘이 녀석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면서 손을 윗도리 안으로 밀어넣었다.
"하아~ 하아~ 빨리 위에도..."
"다 벗으라고?"
"응. 빨리. 나 자기 몸 보고싶어."
어쩌다보니 나는 올 누드가 되었고 그녀는 팬티만 벗고 있었는데.
그래서 좋아. 뭔가 둘 다 벗는 것보다 더 공간과 분위기에 맞는 거 같아서.
한수빈이 내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떡해... 나 진짜... 왜 이렇게..."
나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다.
차가운 손길이 내 몸 곳곳을 만지는데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뭐야 이 손놀림은? 너무 음란하잖아?"
"후훗~"
"왜 웃어?"
"근데 자기 뭐야? 왜 갑자기 반말해?"
"테러범 주제에 뭐라는 거야. 건방지게."
"후후후... 자기야 지금 나한테 건방지다고 했어?"
애정과 매력이 가득 찬 그녀의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다른 감정이 읽혔다.
그래. 이 사람은 한수빈이다. 처음 느꼈던 불안을 잊어선 안 돼.
주도권을 놓치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내가 잡아 먹히니까.
"읍?!"
그래서 손을 들어 입을 막고 조금은 냉정하게 상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조용히 해."
"..."
"아무리 그래도 소리가 너무 커."
"......"
천천히 손을 때어내자 한수빈도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
"방금 뭐야? 나 힘으로 누른 거야...?"
묻는 말에 답해주지 않고 그녀의 다리를 들어 무릎부터 부드럽게 키스를 해줬다.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며 그녀의 음부가 드러난다.
털도 뭔가 가지런한 느낌이다. 어디서 관리를 받나? 어떻게 여기가 이렇게 매끈하게 될 수 있지?
쪽쪽 하얀 허벅지 안쪽을 간지럽히니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럽게 풀렸다.
"으음~ 거칠게 굴더니 키스는 되게 달콤하게 하네?"
"당연하지. 난 늘 상대를 존중해주는 섹스를 하니까."
"...그런 사람이 내 입을 힘으로 막아?"
"조용히 해야지. 진짜 사람들 들으면 어떡해. 우리 동료들도 있고. 여기엔 한 사람밖에 없어도 저쪽에는 많이 있단 말이야."
"그래 흥이 깨지는 걸 싫어한다고 했었지."
천천히 치마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한수빈도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날 밀어내지만 그곳에 닿는 혀를 거부하진 않았다.
"으음~!"
"조용."
"..."
조용히 하라니 머리를 부여잡던 두 손이 어딘가로 가버린다.
치마 안쪽에 있어 잘 몰라도, 자기 입을 꾹 막으며 소리를 참는 것 같다.
"음. 흐음~"
천천히 혀로 핥아주자 온몸으로 전해지는 감각을 누를 순 없는가, 나지막한 소리를 흘리는 한수빈.
이쯤은 봐줘야지. 나도 인정이 있는데. 그리고 이정도 소음이면 비행기 엔진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어.
혀로 애무를 해주자 그곳에서 미끌거리는 애액이 흘러나왔다.
치마를 들추고 일어나 손으로 수빈이를 만지며 보았다.
"으음. 음~"
역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구나.
그녀가 가랑이 사이에서 전해지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여자여자한 치마를 들추고 야릇하게 다리를 벌린 수빈이.
저런 옷에 이런 공간. 그리고 그녀의 분위기와 외모...
미쳤다 진짜...
보고만 있는데도 혼자 쌀 거 같애.
"하아 하아~!"
"수빈아."
"왜... 자기야?"
그녀의 갈라진 계곡을 천천히 만져주며 물었다.
손 끝에 미끌거리는 애액이 흘러 내린다.
"자기가 진짜 내 여자친구라고?"
"응."
"..."
"왜? 싫어?"
"아니. 너무 좋아. 그냥 뭔가 믿어지지가 않아서..."
한수빈도 나를 올려다 보면서 사랑스런 미소를 짓더니, 손을 뻗어 얼굴을 잡는다.
"이리 와."
키스를 나누는 가운데 그녀가 말했다.
"이제 넌 내 꺼야."
"아니. 니가 내 꺼지."
"야. 구마하. 너 자꾸."
"어허. 자기라고 해야지. 연하라고 무시하는 거야?"
"하하! 이게 진짜..."
주도권을 놓쳐선 안 된다.
아직 손이 그녀의 몸에 닿아 있었다.
위 아래로 천천히 만져주던 손을 천천히 계곡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음~!"
"그렇지."
"하아... 하아... 나 손가락 싫은데."
"아직 천천히."
느끼는 것을 보고싶다.
작은 반응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않다.
무엇보다 어디를 어떻게 해줘야 좋아하는지 미리 반응을 살피고 싶었다.
"수빈아."
"으응~ 응~?"
"조용히 해."
"읍. 으음..."
"여자친구. 내 여자친구. 한수빈."
"하아... 하아... 그래 맞다고. 왜?"
"사랑해."
"..."
그녀가 눈을 살며시 뜨며 나를 보았다.
역시,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다. 이제는 이 아름다움을 안고싶다.
애정이 느껴지는 눈빛에 나도 미소를 지어준다.
"좋아?"
"응. 근데 자기야 이제 그만하고 빨리 하면 안돼?"
"그래."
자세를 바꿔 그녀의 위로 올라타 두 다리를 넓게 벌리며 그곳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읏!"
"쉿. 조용히 하라니까."
"윽. 으읏. 그 근데 생각보다 너무 커..."
"천천히 할 게. 그러니까 제발 조용히."
그녀의 위에 올라와 허리를 밀착하며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자 한수빈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길래 키스로 입을 막는다.
그녀가 나를 지긋이 노려본다.
"읍... 으음..."
"쉿. 조용히."
"..."
"그럼 더 기분 좋게 해줄게."
한수빈도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민서를 겪어서 그런가 상대방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그렇게 이상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조금 빡빡하다던 수빈이도 이제는 내가 익숙해 졌는지 점점 더 애액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야릇한 질척거리는 소리가 우리들 가운데서 울려퍼졌다.
"흐음. 흠."
"옳지 그렇지."
이제는 계속해서 움직여도 한수빈이 알아서 입을 막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를 참기 시작하자 몸을 일으켜 허리를 잡아주고 빠르게 움직여줬다.
수빈이는 눈을 더 질끈 감다못해 손으로 입을 막고 난리가 났다.
"흡. 으읍... 읏 으읏!"
"소리내면 안돼."
가녀린 허리를 붙잡고 계속해서 한 자세로 움직이자 몸이 점점 더 빨개지는 것이 보인다.
수빈이의 질끈 감은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좋아?"
그녀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자기야... 뭐야...? 너무 좋아... 미칠 거 같애..."
"후후. 내가 잘한다고 했었지?"
"이정도일 줄은 몰랐지..."
"그래도 소리 내면 안 돼. 알겠지?"
"응..."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소비하는 모습이나 말이나 행동. 그동안 겪은 과정을 지켜보면 잘은 몰라도 어느정도는 성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내 말에 착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순종적으로 따르는 걸 보고 있자면. 나도 여자친구란 존재에 대한 소유욕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손을 들어 수빈이의 헝클어지는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이마에 키스를 해줬다.
"착하네. 예쁘다."
수빈이도 더는 못 참겠다는듯 손을 뻗어 목을 휘어 잡고 키스를 한다.
"하아. 자기야! 너무 사랑해!"
그녀의 혀끝이 내 안에 파고들고. 나는 한 손을 의자에 기대어 수빈이를 바짝 끌어 안아준다.
그 상태로 허리만 움직이자 그녀가 공중에 뜬 자세로 목을 꺾으며 절정을 느꼈다.
"하아~ 하아!"
제발 아무도 듣지 말아라. 이 단계에서는 입을 막을 수도 없어.
무엇보다 나도 그녀를 보고싶다.
"자기야 너무 좋아... 사랑해. 진짜 사랑해. 나 계속 이렇게 사랑해 줘."
* * *
퍼스트 클래스의 다른 한 좌석은 이도형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는 두 사람의 은밀한 소리를 들으며 혼자 자위를 하고 있었다.
이따금 명령을 내리는 구마하의 목소리. 참을 수 없는 순간 터지는 한수빈의 가녀린 기쁨의 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성기가 맞부딪히는 절박한 소리까지.
자신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꽃을 꺾어내는 구마하.
그러고도 모자라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강한 매력.
"흑... 개새끼..."
됐다. 이제 니 녀석은 망가지는 일만 남았다.
만약... 해낸다면...
그때는 내가 너의 개가 되라고 해도 되겠다.
구름 위 여러 복잡한 사랑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