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워도 다시한번 (2) >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채민서가 나직히 숫자를 세어본다.
"7, 8. 8층이구나."
바로 옆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채민서도 8이란 숫자를 눌렀다.
"..."
천천히 기계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조용히 심호흡을 해본다.
진심어린 사과를 했는가? 그리 묻는다면, 뭐라 할 말은 없다.
좋게 좋게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았다.
마하는 세상이 알아주는 대스타가 됐으니까, 철없던 모습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벼운 기대를 안고 따라나선 졸업여행.
하지만, 다른 아이들을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냉철한 시선에, 채민서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닐 거야... 그냥 오랜만에 만나는 게 어색해서 저러는 걸 거야.
하지만 친구 이혜정의 말을 들어보면, 그건 어색한 게 아닌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던 감정이 맞았다.
본인도 본인이 잘못된 행동을 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도 더 안 좋은 과거를 청산하고 싶었다.
좋은 애라고 하니까 용기를 갖고 사과하자.
혜정이가 그랬어. 걔라면 누구보다 구마하를 잘 알고 있으니까.
"근데 어디지...?"
8층에 도착한 채민서.
다른 친구들 없을 때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설마 한상률이 계속 같이 있는 건가?
그때 한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쉬고, 이따가 전화해라. 일정은 다 끝났으니까."
"네 감독님. 들어가세요."
"가자 정준 씨. 우리도 다 끝났으니까 술이나 진탕 먹자고."
"좋죠. 형님."
채민서는 저벅저벅 복도를 가로지르는 두 사람에게 등을 돌려 얼굴을 숨기고, 한상률이 걸어온 방향으로 고개를 빼 종종 걸음으로 구마하의 객실 앞에 멈췄다.
"후우..."
심장이 두근 거린다. 긴장감에 아랫 배가 욱신욱신 거리는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이렇게 용기가 안 나는 걸까...
모르겠다. 운명에 맡겨보는 거야.
여긴 리조트니까, 이 문이 잠겨 있으면 그냥 돌아가고. 열리면 들어가서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자.
천천히 내미는 그녀의 손길.
그리고 철컥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후우우..."
무엇이 그녀의 바램인지 몰라도, 채민서는 침을 삼키며 방으로 들어왔다.
"저기 구마하...? 나 들어가도 돼?"
육상연맹 연수원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넓고 아늑한 방이었다.
창밖 저 멀리 설원의 풍경과 스키어들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이 보인다.
밖과는 다른 조용한 방. 두꺼워 보이는 커튼과 따듯한 온도가 차가워진 두 볼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 준다.
특별 게스트로 왔다더니 이런 대우도 받는구나...
"마하야...? 나 민선데..."
개미소리로 불러봐도 방금까지 복도 밖으로 들려오던 구마하의 목소리는 들리질 않고.
그때 콸콸 거리는 물소리가 방 안 저쪽에서 흘러 나온다.
"방에 있나...?"
채민서가 우두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 쪽을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벌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콸콸콸 물 소리가 커졌다.
구마하가 저벅저벅 밖으로 걸어나왔다.
나신의 모습으로 실오라기 한 장 안 걸친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어?!! 어...어?!"
"음? 너 뭐야?"
"아...! 아니...! 그. 그게..."
"니가 왜 여깄어?"
구마하도 채민서가 있는 상황에 조금 놀라는 듯 보이지만, 그녀의 허둥지둥한 모습에 비하면 아무 감정도 느껴지질 않는 것 같다.
구마하의 벗은 몸에 놀라 정신을 못 차리는 채민서.
그녀가 다급하게 몸을 돌려세우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일단! 뭐 좀 걸쳐!!"
"내가 왜?"
"어?"
"내가 왜 그래야 되냐고."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에 채민서도 일단 감정을 가라앉히며 조곤조곤 입을 열었다.
"그... 그게 너 지. 지금 벗고 있으니까..."
"너 대체 뭐야? 감독님이 들어오라고 한 거야? 나 씻는다고 말씀 안 해주셨어?"
"아... 아니... 그러니까..."
과거의 일을 사과하러 왔는데 또 다른 잘못이 쌓이고 있다.
채민서도 이러려고 온 게 아니라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돌아섰다.
그러나 구마하는 여전히 몸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몸을 정면으로 하고서.
자신의 생식기를 다 드러낸 상태로.
"이... 일단! 뭐로든 좀 가리라니까!!"
"야. 채민서. 나가라. 경찰 부르기 전에."
구마하의 목소리는 스키장의 인공눈 그 이상의 차가움이 담겨 있었다.
그제야 채민서도 지금 옷을 벗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닫는다.
"겨... 경찰을 부른다고?"
"그래. 여긴 내 방이고. 내 방에 말도 없이 들어온 건 너야. 근데 내가 왜 니 눈치를 봐야 되는데."
"..."
구마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냉정한 말들이 서스럼없이 흘러 나왔다.
그녀에 대한 미움과 친구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자신의 프라이드가 뒤섞여 나오는 반응이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그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질 않는다.
마치 돌이나 쓰레기 봉투 앞에서 벗고 있는 기분이었다.
부끄럽거나 감출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닌 뻔뻔한 저 년이겠지.
"아니... 그. 그게 해. 해줄 말이 있어서."
"뭔데? 말해."
"..."
그럼에도 이혜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구마하였으니, 연인은 아니어도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아니던가.
혜정이가 부른 친구다.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민서를 지나쳐 냉장고를 찾아 여는 구마하.
채민서도 조용히 눈을 돌려 그를 쳐다본다.
"..."
마하가 무심하게 음료수를 꺼내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민서는 침을 꿀꺽 삼켜 넘겼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런 멋진 몸을 이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상태로는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말 다리를 붙여놓은 것 같은 탄탄한 허벅지와 전신의 크고 작은 근육들.
직각으로 뻗은 큰 가슴과 넓은 어깨. 다른 누구에게서도 보기 어려웠던 복근과 횡근들.
꿀꺽꿀꺽 거침없이 움직이는 아담의 사과라 불리는 남자의 목젓.
두꺼운 팔이 쥐어잡은 음료수가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데, 힘줄과 핏줄이 물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
이 친구가 정말 몇 년전 나에게 무시받고 놀림받던 그 조그만 남자아이가 맞단 말인가...
"어이. 너 자꾸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을거냐? 경찰 부를까?"
"어? 아. 아니..."
"뭐야 빨리 말하라고. 나 피곤하니까."
"그... 저기... 그러니까... 그게. 저기... 미안하다고..."
"아 진짜 좆같애서 씨벌."
구마하가 마시던 음료를 와그작 구기며 성질나듯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와당탕 쇳소리에 채민서가 움찔 놀라며, 불편한 상태를 가증시키는 것 같다.
역시 그럴 거라 생각하고 참아 넘기려 했지만, 지금 이곳은 친구도 혜정이도 아무도 없는 상황.
구마하가 그녀를 돌아보며 쏘아 붙인다.
"야. 너 어제 술 많이 마셨냐?"
"아... 아니. 나도 일찍가서 잤는데...?"
"근데 왜 씨발 사람이 한 말을 기억을 못 해?"
"..."
"내가 뭐라 그랬어?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랬지."
"......"
고개를 푹 숙인 채민서의 두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 내린다.
"왜 우냐? 니가 뭐가 억울해서 우는데?"
"그냥... 정말 미안해서..."
"후우~"
구마하도 분노를 가라앉히고 싶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냥 최대한 한숨이나 내쉬며 마음을 달래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애 때문에 감정 상하는 자체가 더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민서야. 너 그냥 돌아갈래?"
"흑... 흐윽...!"
"택시비 줄게. 짐은 혜정이한테 말해서 나중에 보내주라고 하든가 하고. 아니면 여기서 바로 나가서, 숙소가서 챙기든가. 나 아는 기사님 계시는데. 전화하면 바로 오신다고 했거든?"
"흑. 흐윽! 끄윽..."
채민서가 풀썩 현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정말 미안... 내가 그떈 너무 철이 없었고..."
"야. 너 이러는 게 지금 나한테 더 불편한 거야."
"그... 그치만... 너한테 내가 진짜..."
갑자기 거친 힘이 채민서의 양 볼을 잡아챈다.
그녀가 놀라고 겁먹은 듯 질끈 감은 두 눈을 뜨자, 구마하가 바로 앞에 몸을 낮추고 앉아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묻는다.
"사과? 사과하고 싶다고? 이제와서?"
"흐윽. 흐으윽...! 끅!"
"민서야. 너 니가 잘못 한 줄 알았으면 진작 찾아와서 얘기를 하지. 왜 지금와서 이러는데? 그동안은 모르는 척 잘 살다가? 어?"
"흑! 흐윽! 저. 전부터 생각은 했어... 했는데... 용기가 안 나고..."
"지금은 용기가 나...? 그동안 없던 용기가 지금은 막 생겨? 어?"
"그. 그리고 내 내가 갑자기 찾아가서 사과하는 것도... 뭔가 너한테 나쁜 기억 되살리는 거 같고... 그러다 이런 여행이 있다고 해서 용기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야. 너 말 똑바로 해. 꼭 내가 지금 너한테 너무한다는 듯이 그러는 거 같잖아."
"아! 아니. 나. 나는 그... 그게 아니라!"
구마하가 채민서의 얼굴을 놓으며 벌떡 일어선다.
그의 신체가 눈앞에 덜렁덜렁 거리고 있다.
여러 복잡한 감정과 눈앞에 마하의 남자가 무방비하게 있다는 사실이 채민서의 가슴에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흑. 흐윽 마하야. 내 내가 정말 잘못했어. 미안. 정말 미안해..."
"..."
구마하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어금니를 악다물었다.
"아 씨발 진짜..."
"흑. 흐윽... 흑..."
"..."
좋은 기분과 취지로 시작한 졸업 여행.
왜 이런 입에도 담기 싫은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걸까...
정말 하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알았어. 가."
"흑! 윽 흐윽!"
"그만 좀 질질 짜고! 씨발 진짜!!"
"응. 흑 으응..."
큰 소리로 뭐라하니 끅끅 거리면서 눈물을 참아내는 채민서.
그녀가 묘한 분위기 속에 이상한 감정을 느끼듯, 구마하도 처음으로 여자를 내려다보는 광경에서 남모를 기분을 느낀다.
"..."
"윽. 흑. 으윽. 끅..."
하지만, 눈앞의 상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건드리기 싫은 채민서가 아니던가.
지구상 모든 인류가 멸종하고 단 둘이 남아 미래를 위해 몸을 섞어야 하더라도, 거리낌없이 상대의 목을 조르거나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 그런 채민서란 말이다.
분명하게 하자. 분위기에 취해 할 짓이 있고 아닌 게 있다.
"가끔 훈련 때, 정말 숨이 넘어가게 힘든 순간들이 있어."
"응..."
"그럼 진짜 무슨 마음으로 그때를 참아 넘기는지 알어?"
환골탈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혜정이나 섹스에 대한 욕망도 긍정적인 대상이었다.
그러나 인내를 키워내는데 분노의 에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
"반드시 성공해서. 너같은 년들 보란 듯이 성공해가지고... 그래서 씨발."
"흑. 흐윽..."
"민서야? 뭐냐 지금 이게... 어? 뭔 씨발 싸구려 드라마도 아니고."
"정말 미안해... 내가 진짜 너한테 너무 잘 못 했어..."
"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 너 울면서 사과해도 아무 느낌이 없어. 그냥 돌덩이가 말을 하고 있구나. 개새끼가 짖는구나 그런 기분이라고."
그러면서 구마하가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보이지? 나 여자 진짜 좋아하거든? 어떤 때는 그냥 눈앞에 여자가 지나만 가도 이놈이 벌떡 알아서 서는데, 근데, 너. 아무 느낌이 없어. 그러니까 너도 그만 감정 낭비하고"
"내가 입으로 해줄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더 없이 굴욕적인 모습으로 던진 채민서의 한 마디.
"뭐...?"
"혜정이가 그랬어. 넌 할 때보다 입으로 해주는 걸 더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내가 해줄까? 그렇게 용서 해 줄래?"
"..."
냉정 침착 분노하던 구마하의 감정에 균열이 간다.
어어 씨발. 가만 있어 새끼야. 아니야. 아니라고... 가만 있으라고 미친 몸뚱아리야!!
속으로 몸에게 쌍욕을 퍼부어도, 구마하의 두 개의 심장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펴며 일어난다.
마치, 아~ 벌써 아침입니까 형님? 라듯이 말이다.
"..."
"후후. 괜찮아. 내가 해줄게. 나도 경험 있어. 응?"
내내 울고있던 채민서가 구마하의 몸이 반응을 보이자 미소를 짓는다.
구마하는 속으로 씨발개발 욕을 하며 자신의 몸을 저주한다.
제발 이 빌어먹을 놈아 내 몸이면 분위기 파악 좀 하면 안되냐...?
니가 거기서 혼자 놀면 난 어떡하라고...
"응? 마하야. 내가 해줄게. 괜찮다니까?"
채민서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듯, 무릎으로 쿵쿵 기어 다가오고.
그 모습에 어딘가 섬뜻함을 느낀 구마하는 처음으로 냉정함을 잃고 뒷걸음질 치며 자신의 몸을 지킨다.
"어어~ 야. 야!! 너 뭐해?! 아 얘가 진짜! 만지지 말라고!!"
발 아래까지 닿았지만, 구마하의 거친 힘을 이겨내지 못한 채민서가 다시 사과를 한다.
"미안. 정말 미안..."
"..."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마하야..."
무릎 꿇은 자세가 아닌, 완전히 엎드려 절을 하는 모습으로 채민서가 흐느끼며 말했다.
"제발... 학교든 어디든 다들 니 얘기만 하고..."
"..."
"그럴 때마다 나도 너무 내 자신이 싫어서 견딜 수가 없고..."
"......"
결국 지 편하자고 사과하는 거 아니냐?
그게 무슨 사과야. 도피지...
나더러 어쩌라고... 대체 왜 이렇게 사람 불편하고 피곤하게 만드는지.
"후우.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좀 울어."
"어~엉. 흐어어엉! 미안! 내가 잘못 했어...!! 정말 다시는... 진짜 다시는..."
채민서의 자존심과 오기가 조각조각 박살나 무너져 내린다.
철없던 시절, 괜한 호기심에 잘못 된 친구들을 만나 무시받기 싫어 남들을 괴롭혔다.
그래도, 여자애들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 그나마 만만해 보이던 남자 아이를 무시하고 괴롭혔는데...
그랬던 상대는 너무 거대한 존재가 되어. 세상 모두가 그를 칭찬하고 그의 노력과 도전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구마하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그것이 나에 대한 비난과 질타 같이 들렸다.
그래서도 더 나서서 마하 자랑을 하고, 친분이 있다며 과장되어 말을 했지만.
그럴수록 죄책감은 더더욱 뚜렷해져만 가고.
어느순간 자신이 지구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이 계속되는 동안 욕조에 받아놓은 물이 넘치는 소리가 들렸다.
구마하는 채민서를 놓고 욕조로 다가가 물을 끄며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후우..."
아닌 건 아니라고 빨리 돌려보내고 끝내자.
그래. 사과 받았어. 민서도 지난 과거도 이제 다 끝이다.
난 자리를 잡았잖아. 내 앞길에 더는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낄 이유는 없어.
미움도 증오도.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앞으로 흘릴 땀방울 속에 사라지겠지.
그럼에도 구마하의 머릿속에 남는 의문이 있다.
혜정이가 쟤한테 왜 그런 말을 했지? 왜??
이건 좀 알아두는 게 좋겠다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어우! 야!"
"응..."
"너 뭐해? 미쳤어?!!"
채민서가 옷을 벗고 서서는 훌쩍이며 눈물을 닦고 있다.
말이 사과지 그녀도 지금 이 순간이 주는 묘한 흥분을 쉬이 넘길 수가 없다.
가녀린 두 허벅지 가운데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해줄게. 응?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