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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기로 가버렷-27화 (27/401)

〈 27화 〉 도전하는 자세 (4)

나의 기억은 대충 다섯 살 언저리부터 시작된다.

그때도 형은 늘 일을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작은 집들을 자주 이사다녔는데.

어느날 논밭과 빈땅이 수두룩한 곳에 데려가 공사중인 아파트를 보여주며 저곳이 앞으로 우리가 살 곳이라 말했다.

"사장님."

"어. 왔어. 얘가 말했던 그 동생인가?"

"네. 마하야 인사드려야지."

무슨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낯선 사람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못 알아들을 이야기들만 잔뜩하고 있길래 밖으로 나왔다.

"죄송해요. 동생이 낯을 가려서."

"그래도 참 장하네. 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집을 장만하다니."

"이놈 생각해서 열심히 모았죠. 가봐도 되죠? 동생 보여주고 싶은데."

"그럼. 차들 조심하고."

"네! 마하야. 집 구경가자."

90년대 초 한참 건설중이던 신도시.

당장은 아니고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쯤이면 여기서 살 거라는데, 우리말고도 여기저기 젋은 어른들이 애들을 데리고 집 구경을 하고 있었다.

"여기야. 마하야."

"..."

"니 방도 있어. 앞으론 학교도 여기서 다닐거고"

엄마 손을 붙들고 있는 무슨 인형같은 여자애를 보느라 형 말이 들리지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이사오나봐요?"

"네. 저쪽에 가게도 알아보고 있어요."

"어머. 우리도 그쪽으로 보고 있는데."

"하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걔는 동생이냐? 여기는 우리 딸이다. 나이도 같은데 서로 인사해라.

하지만 나도 혜정이도 괜히 부끄러워 시선을 피했고.

그렇게 십년을 모르고 지내다 오늘 키스를 나눴다.

"후... 후우."

"왜?"

"아니. 괜히 숨이 차서..."

"후후 처음이야?"

"응."

"그래."

인형같던 아이는 동네가 아파트 단지가 되고 집 값이 뛰어오르는 세월동안 모르고 지내다 정말 우연찮은 계기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도 더 가까워지더니 이제는 얼굴을 맞대고 첫키스를 나눴고.

거기서 더 나아가.

"버... 벗겨도 돼?"

"응. 대신 천천히."

"어 어..."

내가 옷을 벗기고 있게 된다.

인생이란 정말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

가문의 비밀이나 곤륜산. 탈북자 따위 하찮은 일에 불과하다.

혜정이가 내 앞에서 옷을 벗고 있다. 팔 좀 들어달라니 천천히 움직여준다.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을까.

"..."

"왜?"

"아... 아니 근데 다 벗으면 춥지 않을까 싶어서..."

"아니야 따듯해."

"그... 그래?"

"떨지 좀 마. 말 잘하는 애가 왜 이렇게 더듬어?"

"아니... 그 그게 조금 긴장되서..."

혜정이가 긴장 풀라며 가볍에 안아준다.

속옷의 까칠한 감촉과 맨살의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

벗기자. 일단 위부터 어떻게든 벗기는 거다.

이 얇은 천 너머 가슴이 있어. 혜정이의 가슴이!

브.. 브라자... 브. 브라보!!

"어...? 어..."

"응?"

"아... 이게 왜 안 되지...?"

"어떻게 푸는지 몰라?"

"모... 모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후후. 잠깐만."

혜정이가 양 손을 뒤로 꺾어 불편한 자세로 뭔가 꼼지락 거리더니, 툭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트하던 속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왜...? 왜 잡어."

"불 좀 꺼줄래. 조금 부끄러워서."

싫다. 우리 집이다. 불 켜두고 아주 환하고 생생하게 두 눈에 담고 싶다.

하지만, 혹시나 말 안 들으면 돌아갈지도 몰라 후다닥 달려가 거실 불을 꺼버렸다.

"껐어!!"

"하하. 야. 조용히 해."

"..."

아니다. 역시 불 끄길 잘했어.

창밖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불빛에 혜정이의 몸이 비친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젠장 체육이 아니라 미술을 할 걸, 그랬으면 이 모습 그대로 그림이나 조각으로 남길 수 있었을 건데.

"야. 그렇게 보지 마."

"어쩔 수 없어. 늘 모니터 저편에서만 보던 게 지금 눈앞에 있거든."

"변태같애..."

변태 같다면서 천천히 옷을 내려주는 혜정이.

마침내 가슴을 보았다.

가슴.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신체부위에 불과하지만.

근데 왜 이렇게 다를까? 어쩜 이렇게 예쁠까? 어떻게 저렇게 동그랄수 있을까?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저 아랫동네도 터질 것 같다.

두 개의 심장이 별 거 아니구나 싶었다.

"마... 만져봐도 돼?"

"살살 요즘 조금 아퍼."

"왜?"

"으음. 그럴 때가 있어."

그래? 그래 뭐. 여자니까 그럴 수 있지.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이걸 만질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부들부들 손을 내밀어 한쪽 가슴을 살짝 잡으려는데, 갑자기 혜정이가 두 손으로 황급히 몸을 가려버린다.

"..."

"왜? 왜?"

"너. 너무 이상하게 쳐다 봐."

"아. 아니야! 누가 이상하게 본다고 그래. 예뻐서 그러지."

"진짜 좀 변태같애..."

"야. 어쩔 수 없지 이건. 손 좀 치워 봐."

"싫어."

이제와서 앙탈을 부리지? 만져보고 키스도 해보고 할 게 너무 많은데.

그래 뭐 괜찮아. 아직 더 큰 게 남았으니까.

"어어?"

가려. 난 치마를 벗기면 되니까.

혜정이를 반대편으로 눕히며 다리를 들자, 한 손을 빼 치마 옆에 감춰져 있던 자크를 내려준다.

"와..."

"왜?"

"지금 뭔가 엄청 야해서..."

"야! 너 진짜..."

"하하... 미안."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두 손으로 몸을 가리는 혜정이.

치마는 직접 내리지 않는건가?

고맙다.

"근데 너 손을 왜 이렇게 떨어?"

"나 원래 시합 때도 이러거든."

"그렇게 긴장해서 경기는 어떻게 뛰냐..."

쫑알쫑알 괜한 소리들을 꺼내던 애가 치마를 슥 내리자 말수가 확 줄어들었다.

검은 스타킹 아래 비춰지는 흰 속옷을 보고 있으니, 혜정이도 고개를 피하며 눈을 감아 버렸다.

"..."

미치겠다. 죽을 거 같애. 흥분 돼 돌아버리겠다.

복상사라는게 거짓말이 아니구나. 혈압이 이렇게 오르면 사람이 죽지.

신에게 제물을 바치듯 느리고 경건한 행동으로 스타킹의 끝에 손가락을 살짝 집어 넣었다.

"마하야."

"어?"

"천천히 내려야 돼. 찢어지면 안돼."

"그럼 당연하지."

"왜 당연해...?"

"스타킹이잖아."

그 이상의 설명이 뭐가 필요한가.

찢어진 스타킹은 레벨이 있는거야.

감히 입문 초심자가 극강의 무공을 사용하다니 건방지다고.

뭐든 시작은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

운동도 공부도 그리고 섹스도. 당연히 기본부터.

"..."

조금 조금씩 여체의 기본중의 기본이 드러난다.

둔부에 머리카락과는 또 다른 가느다란 털 끝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빛이 나는 거 같다.

합숙 때 봤던 일출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반쯤 벗겨진 스타킹과 팬티 아래 모든 것이 있다.

여기가 올림픽이고 아테네였다.

"잠깐만."

"어?"

"..."

"왜? 내가 너무 천천히 내렸나?"

"그게 아니라. 왜 나만 벗어?"

"..."

아차. 그런 문제가 있구나.

"하하하. 미안."

"...너 진짜 변태 같애."

"어. 미안. 정말 미안."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옷을 벗으라니. 어이고야 부끄러운지고.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한번에 후다닥 위 아래 다 벗고 팬티만 남겨놨는데.

"그건 왜 남겨?"

"너도 아직 다 안 벗었잖아."

"장난하는 거 아니지?"

장난? 장난이냐고?

2000년 남북 정상협약도, 작년 월드컵 4강전도 다 하찮은 일에 불과해.

살아오던 그 어떤 때보다 지금이 진지하다.

다시 미지의 그곳을 정복하고자 손을 내미는데.

"마하야 잠깐 잠깐만!"

"왜? 나도 벗을 거야.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잠깐만!"

혜정이가 쉿 하는 몸짓으로 현관을 쳐다본다.

긴장된 눈빛에 나도 아차 싶어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아니 이 새끼 왜 전화를 안 받어...?"

"없는 거 아냐?"

맞다! 친구들.

"..."

"애들 온다고 했었잖아."

"......"

제발 얘들아. 지금 말고... 조금만 이따가...

정석이와 남수 두 녀석이 투덜대는 가운데 태윤이 목소리도 들려왔다.

"벨 눌러보라니까."

"눌렀잖아. 몇 번을 말해."

"야. 야 조용히 해. 여기 아파트라고."

반 친구들도 몇 놈 있는 거 같다.

그제서야 핸드폰을 꺼내보니 부제중 전화와 문자가 몇 통이 들어와 있었다.

"어떡하지?"

"..."

우정이냐 사랑이냐.

당연한 거 아냐.

지금은 섹스중이라고 얘들아...

밖에서 친구들의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어쩔 수 없이 쓰린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조용히 있어."

"애들 화내는 거 아냐?"

"괜찮아. 저러다 갈 거야."

"...그래도 돼?"

"어떡하라고. 지금 너랑 같이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라고?"

"음..."

그리고 역시나 지들끼리 한참 시끌시끌 거리더니 한 녀석이 말한다.

"과자 사오라고 했었다며. 나간 거 아냐?"

"아. 나갔어도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지."

"씨발놈이 과자공장을 차리나."

그때 남수가 말했다.

"혹시, 이 새끼 사고라도 난 거 아냐?"

미안하다. 남수야. 사고는 사곤데, 그런 사고는 아니야...

그러자 갑자기 지들끼리 다급해진다.

"야. 씨발 진짜 그런 거 아냐?"

"마하 혼자 있었잖아. 형은 지금 장사하고 있고."

"우리 지금 여기서 이럴 게 아닌 거 같은데..."

"내려가서 찾아보자."

한참 시끄럽더니 인기척이 사라졌다.

조용해진 가운데 분위기가 한풀 꺾이고 말았지만 그래도 다시 이어갈 수 있겠다.

"정말 이래도 돼?"

"괜찮을 거야."

"..."

"누워. 괜찮다니까."

이성적인 생각이 멀어지고 눈앞의 욕망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혜정이를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모습으로 만들었다.

"..."

"......."

손안에 그녀의 속옷과 스타킹이 들려 있었다.

정석이가 옳다. 솔직히 얘를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다.

당연하지. 난 은밀한 모습을 봤는데, 혜정이 상상하며 혼자 진짜 많이 했지.

그랬던 아이의 몸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늘 머릿속으로 그리던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단 말이다.

부끄러움이나 우정에 대한 죄책감 같은 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나도 단숨에 팬티를 벗어 덜렁거리는 친구를 눈앞에 꺼내들었다.

어쭈 이녀석 많이 흥분했구나.

실제로 보니까 다르지? 그래 이해한다. 나도 그렇거든.

차원을 너머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두 분이 낳은 아들이 오늘 남자가 됩니다.

형 미안. 형도 집에 여자친구 안 데리고 오는데 나는 물러설 수 없어.

혜정이의 다리에 슬쩍 한 손을 올리자 애가 움찔 하더니 눈을 더 질끈 감았다.

그때 창밖 저 아래서 다급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없어?"

"없어!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봤는데도 그런 일 없었데."

"그럼 이 새끼 어디 간 거야!!"

"..."

목소리 큰 거 봐라...

아 진짜. 니네들 마음은 알겠는데... 제발 지금은 좀...

"진짜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으응..."

혜정이가 몸을 떨고 있었다.

처음은 옷을 벗어서 추운가 싶어 더 바짝 안아주었다.

그러자 미약하던 떨림은 점점 두 팔과 다리로 전해지고, 급기야 온 몸을 덜덜 떨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

"흑. 흐윽. 흑흑..."

그럼 그렇지...

얘가 이러는 건 내가 좋아서가 아니야.

이별이란 상처와 순간의 분위기에 취해서 그랬던 거야.

아마, 애들이 오면서 흐름이 깨지고 제정신이 들었던 거 같다.

혜정이가 뒤늦게 아물지 않은 감정 때문에 엉엉 울면서 말했다.

"미안. 갑자기..."

"..."

"해도 돼. 정말이야."

"......"

밖에는 친구들이 어디서 뒤졌을지 모를 나를 찾고자 뻘뻘 뛰어다니고 있고.

눈앞에는 좋아했던 여자애가 알몸으로 이별의 상처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징글벨. 징글벨. 씨발 징글벨...

산타 이 빌어먹을 영감쟁이. 오늘 같은 날 이런 선물을 주다니... 존나 멋진 선물이었다.

"혜정아. 옷 입자..."

"으응 아니야! 괜찮아."

"옷 입어. 추워."

난 차원을 넘어온 남자다.

환골탈태도 겪었다.

우리 형은 바로 여기서 하늘을 날았고, 심지어 내 안엔 내공이란 극강의 파워가 있다.

이 정도 아쉬움은 앞으로 살아가며 겪을 무수히 많은 일들 가운데 아주 간단한 순간에 그치고 말 것이다...

"내가 너한테 느꼈던 감정은 진짜였어."

"..."

"좋아했던 여자애를 그렇게 대하고 싶진 않어..."

"...그럼 지금은 나 안 좋아해?"

"좋지. 너무 좋아. 근데 말이야"

정말로 가까워지고 싶었다.

인사 한번 해보기 위해 무식하게 버티며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아이와 정말 말도 못 할 상황에 놓여졌지만.

모든 것은 다 때와 장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친구지?"

"그럼. 당연하지."

"그래. 지금은 친구가 되어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 진심으로."

"마하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정말 미안..."

"모르겠어. 나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근데 일단은 옷부터 입어. 애들 다시 올라올 거 같애."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좋아하는 여자애의 나체를 봤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미쳐 펄떡거리고 힘줄을 세우던 녀석이 마음이 식자 바로 꼬무룩 해져서는 힘 없이 주저 앉아 버리는 것이다.

역시 몸이란 신기하구나. 제기랄...

*     *     *

"집에 있엇다고??"

"뭐했냐?? 미친년아 전화는 왜 안 받는데!!"

"야 진짜... 우린 너 걱정돼서 얼마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혜정이는 옷을 챙겨 돌아갔고. 나는 주변을 정리한 뒤 친구들을 불렀다.

애들은 내가 무사한 걸 보자 이제는 지들이 죽일 듯이 노려보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냥. 혼자 좀 있었어..."

"왜? 혼자 왜?"

"병신! 딸쳤냐!!"

뭐라든 공허하게 소리가 멀어진다.

방금까지 여기서 혜정이와 서로 벗고 벗기고 안고 그러고 있었는데...

아 씨발 그냥 이 새끼들 다 보내고 혼자 기억의 조각이라도 맞추면서 딸이나 칠까...

좀 비참하지만 어쨌든 가슴은 만져봤는데, 그대로 이어가면 촉감은 전해지지 않겠어?

"과자도 없고. 사오라는 것도 하나도 준비 안 돼있고. 뭐하고 있던 거야?"

"야! 씨발 이 새끼! 쓰레기통 이거 뭔데?"

"왜? 뭐야... 휴지가 뭐 이렇게 많어...?"

아차. 혜정이 눈물 닦은 휴지.

"병신아. 남의 집을 왜 뒤져."

"너 진짜 딸치고 있던 거야? 그래서 문 안 열었어?"

"..."

신이시여. 세 놈은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근데 여기 반 친구들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내가 뭐 그리 잘못했다고 이런 난관에 빠져야 되는데.

했어? 안 했다고. 참았잖아. 근데 왜?? 왜!!! 왜냐고!!!

실망하고 경멸하는 녀석들의 눈동자에 정말 눈물이 나려는 그때.

똑똑똑.

"누구야? 우리 말고 또 누구 올 애들 있어?"

"후우... 야. 가자. 뭐 하는 거냐. 진짜 미친 것도 아니고."

"야. 정석아 너 어디 가!"

"아 몰라 갈래."

정석이가 먼저 화를 내며 현관문을 열었는데.

"어?"

"음. 안녕."

"야... 너 왜 여기?"

올라가 옷을 갈아입은 혜정이가 방긋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너네 오늘 여기서 놀기로 했었다면서. 그래서 왔는데."

왜 다시 돌아왔지?

파티는 끝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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