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마지막 전쟁
* * *
가까스로 살아남은 마족 잔당들과 대륙 연합군의 싸움은 치열했다.
마족들은 마족 특유의 다양한 능력과마기를 이용하여 연합군을 공격하였다.
마족들은 강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연합군의 숫자는 많았고 강자 또한 수두룩했다.
퓩퓩퓩퓩!!!
소리없이 날아온 화살이 마족을 꿰뚫는다. 거대한 몸집의 불의 정령이 불로 만든 검을 휘둘러 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크르르, 날카로운 짐승의 소리와 함께 수인들이 숲의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방심하는 마족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돌격!오늘에야말로마족들을 제거한다!"
써걱!
제 1기사단들 또한 묵묵히 마족을베어나가며병사들을 이끌었다. 연합군의 사기는 드높았다. 마족들은 버티기에 급급했다.
콰앙!
그때 마족들과 연합군.둘 다들을 수있을 정도로 커다란 충돌음이 울렸다. 어디에서 이런 소리가 났는가. 마족도 연합군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콰광! 콰과광!!!
하늘로 솟아오르는 검은색과 황금색의 기둥.두 개의기둥은쉴 새 없이충돌했다.
그때마다 사방으로퍼져 나가는끔찍한 충격파에 전장의모든 생명체가몸을 떨었다.
"오,오오오! 마왕님과 용사가 싸우는구나! 우리의 왕께서싸우고 계신다!"
"용사님이다! 용사님께서 저들의 수장인 마왕을 쓰러트리려고 하신다! 모두힘을 내라!"
콰아앙!
그들의 말에 답하듯 다시 한번 강렬한 힘이 충돌했다. 이에 맞추어 전쟁은 다시 재개되었다.
?
?
?
마왕이란 무엇인가. 세계의절대악이며대부분 용사에게죽임당할운명을 지닌 최강자 중한 명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마왕이 신의 영역에들어가는 건무척이나 어렵다.
이는 마왕에게 허락된 힘의 선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이세계의마왕은 신의 자리에 올랐다.
본래이세계를관리하던 신은 마왕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쳤다. 다만 이 감당하지못한 게실력에서밀린 건아닐 것이다.
왜, 작디작은 곤충이 죽어라 덤비면 나도 모르게 도망치게 되지 않는가. 이건그런 거다.
굳이이 세계가아니어도자신이 관리할 세계가 더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방치된 세계에 자신의 재미를 위하여창세신이개입했고 마왕은 봉인되었다.
그리고 지금 되살아났다. 여태까지마왕 교단이한 일이허튼짓이아니란 걸증명 하듯본전의 상태로 해방된 마왕과 지고의 영역에 다다른 나는 한판 붙었다.
"즐겁구나! 정말 즐거운 싸움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나는 네가 죽으면 더즐거울 거같은데!"
마왕의 몸에서 폭발하듯마기뿜어져 나온다. 닿는모든 것을감염시켜 분해해 버리는 강렬한마검을휘두르는 마왕.
나는 이에 대항하여 창과 검을 휘둘렀다. 기다란 창으로 견제하듯 마왕에게 휘두르고성검은밝은빛을 내며마기와 함께 마왕을 베어낸다.
마왕은 그때마다 몸을 비틀어 아슬아슬하게성검을피했다. 우리는서로바라봤다.
싸움이시작된 지수분이 지났지만이렇다 할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런변화 없는교착 상태다.
'하지만 엄연히 내가 우위에 있다. 초조해하지 말자.'
정신을 가다듬으며신성력과능력을 통해 신체능력을 강화한다. 마왕은 자신의마기를 가다듬으며 갑옷 위에 덧칠하듯겹쳤다.
"그러면 다시 가도록 하겠다! 용사여!"
마왕은마검에서검은참격을쏟아냈다. 마왕이 사용하는마검은어떻게만든 것인지는몰라도 무척이나 위험한 물건이다.
닿지않는게 가장 좋기에 나도 황금빛참격을날려 상쇄하고 창에 번개를응축시킨 뒤공중으로 날아올라 마왕에게 창을 내리찍었다.
콰르릉!
"끄으윽!"
번개 소리와 함께 마왕의 몸에 전류가 흐른다. 곧마기에 의해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마기존나짜증 나네. 뭔 공격을 해도마기탓에 금방무효화되잖아!"
"큭! 온갖 신성 마법과처음 보는마법을 난사하는 네놈이 할 소리는 아니지!"
쿠웅! 쿠구궁!
마왕은 눈치 빠르게 바닥에 미리 깔아둔룬마법을 피했다.흐음, 역시 뒤에서 마법으로깔짝거리는건큰 효과가 없네.
나는 마법을 쓰려고 깔아둔 마력을 회수했다. 마왕에게 마법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나는 이제어떻게 공격할까?창을 어깨에 지고 고민했다. 이런 내 모습에 마왕은마검을땅에 박고는험상궂은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용사! 지금 나를 기만하는구나!"
"응? 기만한다니?"
"모른다는 듯이굴지 마라!모를 줄알았나! 네놈은 지금 적당히 날 상대하고 있지 않나!"
마왕이소리칠 때마다마검 또한 이에호응하듯 점점 바닥을 검게 물들였다.
보아하니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눈치 한번 빠르네.
나는 마왕 앞에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말대로 나는 적당히 마왕을 상대했다.
"어케알았누."
"....네놈같은 실력자가 자신보다 하수이거나 많은 괴물을사냥할때나쓸법한 그 괴상한 창을성검과같이쓰는데모를 수가있나. 네놈도알고 있을 텐데그런 전투방식의 단점을."
"엄청난 체력 소모, 공격 패턴의 단순화, 온전한 기량을 내기 어렵다. 등등이 있지."
"너는 나를 하수로 여기는 거냐!"
아무래도 너무봐준 듯하다. 마왕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나를 째려보는데 눈빛만으로 몸이분해될 것같이 강렬했다.
그나저나 마왕을 하수인으로본 다라. 그건 맞는 말이다. 마왕은 강하지만 그 강함에걸맞은경험이 없었다.
그를 처음봤을 땐어렴풋이 이를 느꼈고조금 전에마왕과 싸우면서 확신했다.
마왕은자신과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갖춘 존재와 목숨을 건 사투를벌인 적이없다.
당연히 이에 관한 경험도전무하다. 그걸알게 되자마왕에 대한 내 관심을 식었고 무의 업을 적당히 시험해볼 뿐이다.
까드득!
"전력를다해라! 전력을 다해서 나에게 덤비란 말이다!"
마왕은 그리 소리쳤다. 나는 그가원하는 대로해주기 위해 창을 버렸다.
그리고성검만을손에 쥐었다. 그렇게도 일찍죽고 싶다는데소원을 들어줘야지.
영혼에 쌓인 무의 업이꿈틀거리는 게느껴진다.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경험이 육체에, 기술로서 승화된다.
성검은신성력을받아들이고 이를 증폭시키며 황금빛의 거대한 기둥을 만들어냈다.
"성검에이런 기능도 있었나?"
성검의처음 보는기능에감탄하고곧이어나를 따라 검은 기둥을 만들어낸 마왕을 보며 마왕의 투쟁심에 피식 웃었다.
곧두 개의기둥이 충돌하고 나도 조금은 진지하게 나서며 다시 한번 싸움이 시작되었다.
카앙!
검과 검이 부딪힌다. 마왕의마검과내 성검. 그 안에 담긴 힘을 비슷하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다루질 못하네."
검을 비틀어마검을쳐내고 마왕을 목을 쳤다. 신의 영역에 다다라서 그런지 마왕의 잘린 머리는 다시 몸에 달라붙었다.
"크윽! 대, 대단하...!"
"닥쳐."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목을 베고, 팔을 가르고, 상반신을 쪼갰다. 그럼에도 마왕은죽지 않았다.
"크아아악!"
"오. 고통은느끼나 보네?"
"크으윽...! 요, 용사!"
내 이름을 부르짖는 마왕에게 응하여마검을들고 있던손을 베었고, 내이름을부르던 목을 도려냈다.
목이 도려내진 탓에말을 하지못하고 헛숨만 삼키며 꺽꺽거리는 마왕의 머리를 저 멀리 걷어찼다.
콰앙!
벽이 부서지며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마왕은 금방 멀쩡한 상태로 먼지에서 걸어나왔다.
"이야~ 그게 네 신으로서의 힘이니? 재생력 한번개쩌는구나."
신에게는 각자 고유의 권능이 있으며 권능에 따라 신으로서의 격이 달라진다.
마왕이 가진 권능은 치유의 권능이거나 부활의 권능인가. 나쁘지 않은 권능이다.
그보다 왜 나는 권능이없냐고묻는다면전부창세신의계략이다! 라고 외치는 수밖에 없다.
"하아...하아...서, 설마 이렇게까지 밀릴 줄이야!"
"그러게. 나도 이렇게 쉽게이길 줄몰랐어."
지친건지 거친 숨을 내쉬는 마왕. 나는 아직 팔팔하다. 우리는서로지긋이 노려봤다.
"그러면 다음으로 승부를 내자고."
"...좋다."
이 이상 질질 끌어본들 마왕도 나도얻을 게 없는시간 낭비일 뿐이다.
"제기랄...설마 이렇게나 힘의 차이가클 줄이야. 경험의 차이인가? 아니면 신으로서 격의 차이인가...!"
"경험의 차이란다. 애송아."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집중했다. 영혼에 깃든 무의 업에 정신을 집중했다. 무의 업이란 나의 경험이며 기억.
온 정신을 검에 집중한다. 연상하는 것은 한때 내가 닿고자 했던 지고의 영역. 이를 위한 최강의 일격을 구상한다.
성검을마치 검집에 넣듯이허리춤에댄다. 강대한신성력과마력이 한데 뒤섞여 검에 모여들었다.
집중해라. 모여드는 에너지를 제어해라. 단 일격. 이 한번에모든 걸집중한다.
지금 쓰는 기술은 배우거나 눈으로곁눈질한걸재현하는 게아니다. 내가 본 최강에 대응하는 나만의 최강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가 검에 집중되었다. 이내 나와 마왕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먼저 검을 휘둘렀다.
모여든 에너지가 폭발하듯 검을 밀어내고성검은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허공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검격은내가 날렸다고는 믿기지않을 만큼아름답고 완벽했다.
써걱!
마왕과 함께 저뒤편의모든 것이반으로 잘려나갔다.
[신검]
그래 이 검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이름밖에는 없을것이다. 그리고본능적으로마왕의 권능이 신검에 베였다는 것을 인지했다.
"허,허어~ 이게됐네."
얼떨떨하다. 주인공 중에서도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들, 혹은 재능이 없으나 그마저도 뛰어넘는의지를 갖춘자들만이 쌓았던 무의 업을 내가 쓰게 될 줄이야.
"근데 이 신검은 내가 만든 고유 무술이니까 앞으로도 차차 개발해야 하나."
무의 업을쌓게 되면그때부터는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을 만들게 된다. 무의 업으로 극검이란걸 사용하던 주인공도,자신의고유 능력과 합쳐화검이란걸쓰던 자도 있었다.
이제 나도 그들처럼! 그렇게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일단 이 신검의 기술 이름부터 정하자!"
[신검극베기어떠냐?]
때마침 나타난창세신이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 신검극베기라나쁘지 않다.
"아, 그보다 마왕!"
신검극베기에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마왕에게 허겁지겁 뛰어갔다.
마왕은 간신히 생명줄을 붙잡고 있었다. 신으로서 미숙하여 권능도 같이 베였기에 치유인지 부활인지도 못한다.
마왕, 그의 죽음이확실시되는순간이다. 마왕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졌군."
그는 뭔가 아련하면서도 후련하다는 듯이 웃었다. 뭔가사연 있는악당티를팍팍 내는데귀찮으니 사연을 묻진 않겠다.
"이마검은내가 가져간다."
대답은 듣지 않겠다.마검은인벤토리에 넣고 그가 머리에쓰고 있던마족의 왕관을 벗겼다.
그리고 내 행동에어이가 없다는듯이 웃다가 조용히 눈을 감는 마왕을 뒤로하고마왕성에서나왔다.
왠지 마왕에게 명복을 빌어줘야할 것 같은기분이 든다. 내가 이기기도 했고 무의 업을 제대로완성했으니명복 정도는빌어주자.
"마왕...삼가 고인의액션 빔이다."
콰앙!
마왕성의 정문을 발로 걷어차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마족들과 연합군이 어지럽게 뒤섞여 싸우고 있었다.
그중 실력자들은마왕성에서나온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마왕의 왕관과성검을번쩍 든다. 그리고 외쳤다.
"마왕은 내 검에 쓰러졌다! 그는 훌륭한 전사로서 나에게 쓰러졌다. 마족들은 이 이상 반항하지 말고 항복하라! 항복한다면 용사의 이름을 걸고목숨은 보전하게해주겠다!"
내 말에 마족들은어쩔줄몰라한다.. 연합군도 이에 공격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 마족 중 서열이높아 보이는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내가 든 왕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마,마왕님께서는…. 그분 께서는만족하셨습니까?"
테러리스트의 수장뒤진 건데그런 질문은 이상하지만.
"어,너희 왕은나와 싸우고 웃으면서 갔다."
실제로 웃었으니 이는 거짓말이 아니다. 내 말에 마족도 안심했는지 안도하고 있잖아.
"후우...그대의 뜻에 따르지 용사여."
그는 결국 나에게 무릎을 굽혔다. 이에 따라 마족들 전원이 나에게 무릎을 굽혔다.
몇백년간 이어져 온 유서 깊은 테러리스트 조직은 그렇게 뭉개져 멸망하였다.
그리고 나는 연합군. 특히엘프 들의환호를 받으며 수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