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9화 〉 유적 공략­마녀의 유산 (179/198)

〈 179화 〉 유적 공략­마녀의 유산

* * *

하루 동안살아남을 것이라고 적힌 비석의 문구. 다들 이게 뭔가 싶어우왕좌왕했고나는 빠르게 목책 안으로 들어왔다.

대충 이번 시련이 뭔지 감이 왔다.엘프 들은어리둥절하면서도착실하게 내 뒤를 따랐다.

"정령 꺼내. 정령으로 목책 주변에 커다란 바위를 꺼내서 보강해둬. 그리고 혹시 모르니 목책을 축축하게 물로 적셔두고."

엘프 들은아무런 의문도 표하지 않고 움직였다. 대지의 정령의 힘으로 땅바닥에서 3m가 넘는 거대한 바위를 꺼내 목책 주변에 둘렀다.

물의 정령으로 목책도 촉촉하게 적셨다. 우리의 갑작스러운행동에왕자는 목책으로여유 있게들어왔다.

"갑자기 뭐하는 거지?할 게 없어서심심하기라도 하나? 아니면 용사답지 않게 겨우 여기까지온 거가지고지친 건가?"

왕자가 나를 비꼰다. 나는 상큼하게 웃어주며 그에게가운데 손가락을올려주었고목책을닫아 그가들어오지못하게 막았다.

엘프가 꺼낸 거대한 바위가여러 개솟아나며 목책 입구를 이중으로 막아주었다.

"뭐, 뭣! 지금뭐 하는 거냐! 감히이딴 걸로나를 압박하겠다는 거냐!"

왕자는 씩씩거리며 외쳤다. 하지만 내 눈에는 마음에안 든다는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왕자를 노려보는모르간이더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그의 약혼자 신분이라 같이 있지만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않나 보다.

시간이 지나고 왕자와 러빌 왕국의 기사, 용병들은낄낄거리며목책 주변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멍청이들 같으니.'

이런 허허벌판에 떨궈놓고. 목책과 천막을 주고선 버티라고 했다. 이게 뭘 의미하겠는가.

"목책을 써서버텨야 할정도의 무언가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지."

그리고 내생각한 대로저 멀리뭉게구름이일었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으읏!"

"머, 머리 아팟!"

엘프 들은그 지독한 냄새에 두통을 호소했다. 나는 마법을 써서 목책 안에 정화 마법을 썼다.

냄새가 사라지자엘프 들은아프지 않은지 후딱 정신을 차리고 목책 위로 올라왔다.

시체 썩은 냄새에 걸맞게 죽은 자들의 군세가 접근하고 있다. 말을 탄 기마병부터 시작해서 온갖 병사언데드로 구성된 군대가 다가왔다.

"군대인가. 거기에언데드..."

본래라면 최악의 조합이다.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는언데드의 특성상 죽음의 군세는 공포그 자체다.

하지만 용사와 성녀같이신성력끝판왕에대군전에특화된정령사가30명이나 있다.

"바람의 정령이여!"

"불의 정령이여! 화염을 일으켜라!"

물의 정령이여! 치유의 힘을!"

엘프 들은일제히 정령을 꺼냈다. 마력이 가득한 이곳에서 정령들은기분 좋게웃으며 힘을 드러냈다.

나는 신성 마법 정화의 축복을 연달아 그녀들에게 걸었다. 이걸로우리는준비가 끝났다.

반면왕자 쪽은인제야언데드군세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 상태다.

"뭐, 뭐야! 저 시체들은! 근몇백 년간이 유적에 들어간 자는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저 정도숫자의언데드가있을 수가있어!"

언데드군세는 이미 그수가 만을넘는다. 반면 왕자가 다루는 병력은 500도 되지 않는다.언데드가 아무리약하다 해도인원수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그제야왕자는 자신이 판단을 잘못했으며 내가 한 행동이 옳았음을 알아챘다.

그는 급히 나에게 다가왔다.이 와중에도언데드는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요, 용사여! 우리도 얼른 목책안으로들여보네 다오! 저들이 이곳에 닿기 전에 얼른!"

"꺼져 버러지 새끼야. 내가 목책점검할 땐그렇게 비꼬더니 이런 상황이되니까그제야그딴소리하느냐!"

그에게 다시 한번가운데 손가락을대접하며 말했다. 왕자의 얼굴이보기 좋게붉어졌다.

하지만 목책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저언데드군세와 정면에서싸워야 하니그게 매우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왕자곁에 있던용병들도언데드군세가 다가올수록낫빛을바꾸며 간절하게 우리를 바라본다.

"흥!용사님을 비웃더니 꼴 좋다."

"쯔쯔쯔. 그러게 용사님께서 선경지명을발휘하실 때아무 고민도 없이 따르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이런꼴이 되냐."

엘프 들은그들을비웃었다. 목책을 점검하던 우리를 그들이 비웃었던 것처럼.

"내, 내가 잘못했네! 부디 안으로 들여보네 주게! 여기에서 우리가 큰 피해를 보면 유적 공략을 어떻게 하겠나!"

"응~ 상관없어.너희가뒤져도 유적 공략은 내가 알아서할 수 있어."

이건 비밀인데조금 전에마녀의 비석을 만지면서 대략적인 유적의 구조를 파악했다.

마법이 마치 과학처럼 정밀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이 유적은 내가생각한 것이상으로 마녀가 했던 것처럼 조작하기 쉽다.

해보지는않았지만, 마음만먹는다면 아래에서 느껴지는 파수꾼도조사할 수있을 거라는확신이 들었다.

"니들 뒤져도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그렇기에인성질하면서그를 비웃었다. 기사들은 이에화를 내며무력을 쓰려고 했고 그때마다엘프들의정령이총공격을퍼부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여겼는지 결국모르간이나섰다. 왕자를 잠깐 힐끔 바라본 그는 왕자 대신 대표로 나섰다.

"용사님. 부디저희에게자비를 내려주십시오."

"그러니까 싫다고."

"용사님. 이는 저희만을위한 게아닙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분명 하루 동안 버티는 것이 이곳의 목표입니다. 30명의 엘프로 과연 하루 동안버틸 수있겠습니까?"

모르간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30명은 수가 너무 애매하다. 나랑플로네가있긴 하지만 적들이 수가 워낙에 많았다.

"만약 저희를 들여보내 주시면 큰 도움이될 겁니다."

모르간은막타를날리며 나를 바라봤다. 앨프들은 어떤 선택을 하든 내 선택을 따르겠지.

그렇다면인성질도충분히 했으니언데드군세가코앞까지다가온 지금은 안전하게가는 게좋을 것이다.

나는 엘프 중한 명에게손짓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흙으로 언덕을 만들었다.

왕자는 허겁지겁 기사를대동한 채언덕을 올라 목책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코앞까지 온언데드를 피해 목책으로 뛰어들어 온다.

마지막으로모르간이목책에들어오고언덕은 사라졌고 기다렸다는 듯이언데드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느릿하게다가오던처음과는 달랐다. 살아있는 생자의 온기를취하기위해 달려드는 망자들에겐 느릿함이란찾아볼 수없었다.

벅벅­ 바위를 긁어대며서로를짓밟아 작은 언덕을 만드는언데드들. 이에 정령들이 움직였다.

화염이 떨어져 폭발하고 거센 강풍이 몰아친다. 격류가 휘몰아치며언데드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이미 죽은 언데드들은공포를 모르고 두려움을 알지 못하며 피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거라곤 생자의 온기를 탐하려는욕망뿐이다.

정령들이 열심히 공격해도 수만이 넘는언데드는 끊임없이 달려들어 다른언데드와 쓰러진언데드를 고기 방패, 계단 삼아 달려온다.

언데드를보는 게처음인지 왕자와 기사들은 식겁하며 그광경에서눈길을 돌렸다.

확실히,죽은 시체가움직이며 검게변색한장기를 흩날리는 모습은 썩 유쾌하진 않았고, 나는 손을 들어 강력한 마법을 준비했다.

[신화재현­양산형 궁그닐]

궁그닐. 절대적인 위력과 한번 던지면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를 꿰뚫는다고 전해지는 신창.

지금 내가 준비하는 마법은 그런 신창을 마법으로서 양산한 것이다.

오딘의 성스러운 전사. 위대한 전사를 인도하는 자들인발키리들이악신의 군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이 마법은 그야말로 신의 심판이라 할수 있다.

하늘에사 마력이 날뛰며 마법진 자체가 하나의 창이 되어간다. 이런 창이 총합 300개.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 모였다.

"목표 고정. 각도 설정 완료. 표적섬멸 개시."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리자 허공에서 양산형 신창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비록 마법으로 재현된 양산형 신창을 다시 한번 재현하여 그 위력은 크게 떨어졌으나 신창은 신창이었다.

마치운석이내리친듯한 충돌음과 함께언데드의숫자를 크게 줄였다. 시체도남기지 않고언데드를 말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이 정도면나 혼자서충분히 활약했네."

방금의 일격으로 최소 300은 날아갔다. 그리고 내가 바닥에 깐 신성마법진이연신 빛나고 있다.

막 목책에 들어온 자들에게 신성마법진은신성력의 축복을 내렸다.

그들의 몸과 무기에 깃드는신성력을 보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내 전용 천막을 꺼냈다.

천막을 펼치고 그 안에 들어간다. 왕자와 사람들이 시선이 나에게 몰린다.

"뭐해. 저언데드새끼들가서 조지지않고."

나는 상큼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나한테 반항한다?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사람으로서 지성이 있다면그럴 리가없다.

하지만 왕자는 예외인 모양이다.

"지, 지금 뭐라는 거냐! 감히 나와 내백성들에게명령을 내리는 거냐!"

꼴에자존심이 있다. 이건가. 나는 거슬린다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아무것도안 하고도움만 받겠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저기 저 시체들하고너희가다를 게뭔데?"

도음만받는 쪽과그저처치당하기만하는 쪽.어느 쪽이든나한테는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왕자는 뭐라 더 말하려 하다가어느 정도분위기를 읽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엘프 들은그어느 때보다싸늘한 시선으로 왕자를바라봤고플로네와알트리스 펜드라건은 당장에라도 본인들의 무기를 왕자에게겨눌가세다.

순식간에 살기로 가득해진 전장 속에서 결국 왕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하게 됐네. 내 무례를 용서해주게."

아직도 정신못 차렸는지나와눈동자를마주치지 않고 대충 한변명에가까운 사과였지만 내가 저 새끼한테 사과받고 싶었던 것도 아니니 상관없었다.

"미안하면 저언데드나 상대해. 나는 조금쉴 테니까."

나는 그리 말하고 천만에 들어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왕자의 기사들이 앞에 나서서언데드를 상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저들 중에는모르간도있겠지.모르간을천막의 문틈 사이로 힐끔 바라봤다.

그녀는 현재 전장을 보며 기사들을 교묘하게 돕거나 혹은 사지로 몰고 있었다.

기사한 명이위험하자 몰래 마법으로언데드를 공격해 도와주면서 동시에 멀쩡한 기사를언데드쪽으로 떠밀어 죽게 만들었다.

그 모순되는 행동을 잠시 바라보다 마녀의 행동을 내가이해할 수있을 리가없으니 신경 껐다.

대신 정신을 집중하며 내 주변에결계를쳤다. 내가 마법을 써도 눈치채지 못하게 티가 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면 시작할까."

천막에 몸을눕히고정신을 집중한다. 유적을 향해 마력을 흘려보내며 접속한다.

처음에는 반항하고 격렬하게 거부 반응을 보였으나 기계의 형태인 만큼 해킹하는 건 쉬운 일이다.

마도공학에서 사용되는 마력방화벽도 없었기에 해킹하기란 더욱 쉬웠다.

좀 더, 좀 더 의식을 아래로 가라앉힌다. 목적지는 파수꾼이있는 곳.

의식이 가라앉고 파수꾼의 흉악한기운이넘실거리는 곳에 다다랐다. 그리고 파수꾼과링크되었다.

그것은 거대한드래곤이었다. 윤기 넘치는 흑색 비늘에 흉흉한 마력이 가득한 흑룡이 목에 특수한마도구를착용한 채울부짖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마녀 년들 전부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릴 거라고!]

분노, 증오, 원한 등등 검붉은 감정이 넘실거린다. 끝없이 분노하며 파수꾼은 울부짖었다. 마녀에 대한원한이가득하다.

그리고 파수꾼은 정확하게 마녀 모르간있는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보아하니파수꾼이란 게계약을 했거나만든 게아니라 강제로 제압하고 굴복시킨 거였나.

과연, 저런 괴물을 종속시킨거라면수백의 마녀가죽었다는 게이해가 된다.

[마녀 년들! 전부 죽이겠...! 응? 이 마력은! 이 의식은 뭐냐!누구길래감히 이몸에간섭한 것이냐!]

나는 나를 알아챈 흑룡에게 진정하라는 의식을 보냈다.

[감히! 감히! 이런 꼴이 된 나에게 명령하는 거!]

'그 목줄 아주 잠시지만 내기풀어줄 수있는데?'

흑룡리 외치기 전에선수 치듯말했다.

[뭐, 뭐라...고?]

'그 목줄 잠깐이지만풀 수있다고 이 공간에서는 심지어 빌어먹을마녀 년이존재하는 한은 목줄이 무한히 재생되지만 아주 잠깐이라면 목줄을 내가무효로 할 수있어.'

내 말에 흑룡이 솔깃해하는 게보인다. 조금만 더 하면 그를설득시킬 수있겠다.

'덤으로 목줄이 풀리고 나면 내 능력으로 마녀 년이있는 곳까지 게이트를열어줄 수있지.'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흑룡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런 걱정은 오히려 설득이 쉽다.

'그 정도실력이 없다면 마녀 년들의 유적을 해킹해서너한테말을 걸 수있었겠니?'

[....아! 맞는 말이야!]

흑룡은 쉽게 설득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