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유적 공략마녀의 유산
* * *
30인의 엘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마력과 정령의 기운을 지닌엘프들이나를 모욕한 러빌 왕국 사람들의 뚝배기를 부수며 나타났다.
"끄윽! 이, 이 망할 귀쟁이 새끼들이! 감히 인간한테 무슨 짓이! 꺼억!"
러빌 왕국의 사내가 소리치려고 하자 더들을 것도없다는 듯이 엘프가 발로 사내를 걷어찼다.
다른 러빌 왕국 사람들이 격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번 공략은 어디까지나 러빌 왕국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팀이다.
특히 이번에는 러빌 왕국의 왕자가 직접 나선다고 들었기에 저리 기고만장한 모양이다.
실제로 러빌 왕국의 왕자로 추정되는 미남자가 기사들 사이를 지나 엘프들 앞에 나아갔다.
혹시 몰라 그의 뒤에 그럭저럭강해 보이는기사들이 동행했다.흐음, 마법사는 없나 싶어서 둘러보니 보이지 않는다.
'레티시아의 충고,모르간을생각하면 분명 왕자 곁에있을 것같은데...'
나는 왕자를 의심하며 그쪽을 유심히 바라봤다. 왕자는 어느새 쓰러진 러빌 왕국 사내들을 짓밟는 엘프들 앞에 섰다.
"진정하고 그만들 하지! 아무리 자존심 강한 엘프라지만 아무런죄 없는우리 왕국 사람들을 공격하고 무사할거라생각하나!"
"호오~무사하지않으면 어떻게할 건데?"
왕자는 기사들을대동한 채흉흉하게 말했지만엘프 들은한 치도밀리지 않았다.
그중 대표로 보이는 엘프가 앞으로나서며모습을 가리던로브를 벗었다.
자연을 상징하는초록빛머리카락에 슬렌더한 몸매와풍만한가슴이 출렁인다.
남자라면 눈독 들이지않을 수가없는 몸매였지만 왕자는 다른 부분에서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 알트리스 펜드라건!? 엘프 여왕의 유일한 후계자가 왜 여기에!"
"헤에, 쟤 아발론의 왕녀구나."
"그러게요. 저도 아이언 왕국의 왕녀지만 알트리스 펜드라건은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환상의생물 같은분인데 설마 여기에 직접 나타나실 줄이야..."
"그리고 반응을 보아하니 내 팬인 모양이네."
우리는 다시왕자 쪽을보았다. 왕자는 엘프의 정체에 놀라 어버버거렸고 알트리스 펜드라건은 코웃음 치며 그런 그를 쳐다봤다.
"감히 저에게 그딴 개소를 하다니. 그렇지 않아도 이 왕국 사람들이 위대하신 용사님을 모욕해서 불쾌했는데...저희 아발론 왕국의 힘과 신앙심을 시험해보고 싶으신가요?"
그녀의 협박에 왕자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 미안하네! 감히 저 무례한 자들에 용사를 모욕한 것을 알지 못했네! 내 불찰이야!"
"용사님."
"그래, 그래! 내가 다음부터는 용사를 모욕하지 못하도록조치를 취하도록하겠네!"
"용사님! 용사가 아니라 용사님! 용사님이 너 따위가 가볍게 부를스 있는이름인 줄알아!"
엘프,최근 들어자유롭고 개방적인 엘프가많지만, 특유의똥고집과 특정 선에 무척이나 민감하다는 특징은 여전하다.
그리고이 세계의엘프 들은전부 독실한창세신의신도들이다. 용사를 경외하지 않는 행동은엘프 들에게선을넘는 것이나마찬가지인 거다.
나는 알트리스 펜드라건의 외침에 당황해서어쩔줄몰라하는왕자를 보며 팝콘과 콜라가 마려워졌다.
이 광경은 둘의 신분도 신분이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인원이 죄다 어중이떠중이라 가능한 풍경이다. 이름있는 자들한 명도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은 곧 왕자에게 다가온 검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딱 봐도미인이구나 싶은 여자에 의해 끝났다.
"알트리스 펜드라건님. 저희는 감히 위대한 신의 사도이신 용사님을 모욕하거나 무례하게 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났고 몸에서감출 수없는 특이한 매력과 카리스마를 뽐냈다.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우나 그 안에는 단호하기짝이 없는의도가담겨있었다.
"그저 이 나리의 지배자로서국민을생각한 것이니 너그럽게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말은 달랐다. 상대를 배려하며 자신의 명예를 돌보는 화술은 너무나도 상냥하여 누구라도 넘어갈 것이다.
"쯧!"
당연히 신앙에 미친 엘프는 제외다. 엘프는 광신을 기본적으로깔고 가는놈들이니까.
하지만 그녀의노력이헛되진 않은지라엘프 들은조용히 물러났다.
"에잉~ 아까워라.꿀잼각이었는데. 근데 저 마녀는뭐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검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마녀,모르간을바라봤다. 설마 저딴 면사포로 얼굴 가리고 검은 드레스 좀 입었다고못알아볼거라생각한 건가?
"야야. 저기저분 봐봐. 왕자님의 약혼녀분 아니야!"
"그러게. 엄청난 아우라야."
그러다가 러빌 왕국 사람들이모르간을보고수군거리는것을 들었다.
레티시아와 맞먹는 세월을 살았을 마녀가 무려 한 왕국의 파릇파릇한 왕자와 약혼했단다.
"홀리쉣...!"
비록모르간이 몰래 설치해서레티시아처럼 엄청난 미녀에 남자로서 꼴리지않을 수가없는 미모의 소유자라지만 저건 양심이없는 거아닌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욕심쟁의 행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기를 보면엘프들이주변을두리번거리며나를찾고 있는 게보인다.흐음, 이대로 모습을드러내는 게나으려나. 고민하는 사이모르간이 몰래 설치해서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이곳에 잘 모여주셨습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모르간은'마지막으로'를연발하는교장 마냥 긴 연설을 시작했다.
대부분 러빌 왕국과 관련되어 있었기에 러빌 왕국 사람이 아닌 나나플로네와그 외나머지 사람들은 졸고 있을 정도로 그녀는 말이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드디어 연설이 끝났다.
"이걸 마지막으로 이제부터 유적 공략을 시작합니다!"
그녀의 말에 왕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자신이당연히 리더라는 것 마냥 나를 따르라 외치며 기사들과 함께 유적의 문을 열었다.
나도엘프 들도그들의 뒤를 따라서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유적의 안쪽은 우리가생각한 것보다 더 넓었다.
그리고 막대한 마력으로가득 차있어 일반적인사람의 경우컨디션이나빠질 환경이나 인간이나 인간이 아닌 나와 마력 친화력이 뛰어난 엘프는 오히려컨디션이좋아졌다.
그리고 이건모르간도마찬가지겠지. 대충 들었고그마저도중간에 끊었지만 레티시아의 충고를 기억하는 나는모르간을바라보며 무슨 수작을 부리지는 않나 지켜봤다.
곧, 유적의 문이닫히고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되었다. 이곳은 마녀들이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핸 만든 일종의 금고.
침입자를 맞이하기 위해 유적이 활성화되는 게느껴진다. 아마모르간도마녀로서 이를 느끼고 있겠지.
드드드드드....
"뭐, 뭐야!"
"유, 유적이 떨리고 있어!"
호들갑 떠는 사람들 사이로 대지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감각을 최대로 끌어내며 마법을 발동한다.
[신화 재현오딘의 전지]
재현하는 신화는 지혜의 신인 오딘의 전지.세상 만물을꿰뚫어보며 미래를 예측하는 신의 눈.
"플로네. 땅에서 나온다. 조심해!"
내 눈에는 보였다. 땅에서 등장하는골렘들이.플로네는황급히 봉을 꺼내 땅에서 솟아난골렘의팔을박살내 붙잡히지 않았다.
나는 신화 마법을 임시로 종료하고 번개의 창을수십 개만들어 허공에 띄웠다.
"으아아악!"
"따, 땅이다! 땅에서골렘들이!"
쿠구구구궁!!!
땅이 진동한다.땅속에서골렘들이튀어나온다. 갑작스러운골렘의등장에 방심하던 자들은 발과 팔을 잡혔다.
그리고골렘의압도적인 힘에 뜯겨나갔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고 왕자기 급히 명령을 내리려고할 때그보다 먼저 곳곳에 번개의 창을 박았다.
"방전."
파지지지지지직!!!
창에서 발산된 미약한 전류가 사방으로뻗어 나간다. 그리고골렘들에게닿았을 때골렘의근원인 핵에 닿았다.
"증강."
미리 창에 담아둔 마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었다. 뻗어나간 전류는골렘의핵에서 마력을 통해 그 크기를 불렸고골렘은기동정지 되었다.
그야말로 한순간. 한순간에골렘들이처리되었다. 사람들이 시선이 나에게 모이고 나는당연하다는듯이 앞에 섰다.
골렘들이전부 죽어서 그런지 아래로 내려가는 문이 생겼다. 나는 그 문을 열었다.
그때까지도플로네를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굳어 있었다. 모르간? 그녀는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고.
"뭐합니까? 유적 공략해야죠."
내 말에그제야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가장 먼저 나에게도도도! 하고 달려온 것은 엘프들 이었다.
그들은 전시 상황이기에 질문을 하거나 달라붙지는않았지만, 초롱초롱존경으로 빛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느새 리더처럼 행동하던왕자를 제치고나는엘프 들을동행하여 움직이게 되었다.
우리믄 아래로 내려갔다. 방금 위층이 거대한 저택에 내부는 아무런 특색도 없는곳이었다면이번 층은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선 숲과 같은 지형이었다.
"이 금고의 특성을 보면 문제? 아니면 시련을부여하고그걸 해결하면 아래로 가는 문이 열리는 방식인가 보네."
"금고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트리스 펜드라건님."
"....헤으응♥"
무친년. 나는 내 곁에서 내가 말할 때마다 신음을 흘리는 엘프를 보며 그리 생각했다.
확실히 나를 경외하고 존경하는 이 엘프는 신앙심 이상으로 나에게 암컷으로서 흥미와 사랑을품고 있다.
뭔 개소리냐고? 그러니까 날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녀가 날사랑한다. 나쁘지는않지만, 뭔가가꺼림칙하다.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유지하며 숲을 둘러보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흐음, 이번 시련은 대체 뭐지..."
더시 한번 오딘의 전지를 킬까 고민했지만 그건 몸에 걸리는 부하가 너무 심하기에비장의수단으로남겨두기로했다.
"여기 이걸 보십시오! 여기에 유적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때모르간이 몰래 설치해서나서서 이상한 석판을 가리켰다. 가장 먼저 내려와 이곳을 둘러본 나도보지 못한석판이다.
아니, 애초에 이곳에 대한 기록이있을 리가없었다. 이 유적은 마녀들이 물건을 보관하는 금고.
어떤 미친 주인이 금고에 타인이열 수 있도록힌트를 새기겠는가. 아마 저건모르간이 몰래 설치해서조작했을 것이다.
"크흠! 여기 석판의 기록에 따르면 이 숲에는 황금을 두른 동물이 있다는군! 그 동물을 찾으면 아래로갈 수있는 모양이다! 다들 팀을 나눠서찾는 게어떤가?"
왕자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왕자를 중심으로 뭉쳤다. 왕자는 이에 흡족하게 웃었고어떠냐는듯이 나를 곁눈질 했다.
"그러면 팀을 나누지! 나와 내 기사들이엘프 들과한..!"
왕자는 그리 말하며 내 눈치를 봤다.엘프 들과본인이 한팀이 되겠다니 꿈이 아주 크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고엘프 들은내 뒤를 따랐다. 굳이 왕자의 말을 따를 생각도, 이유도없으니친목질을할 생각이다.
당연히 왕자의 얼굴은 분노로 붉어졌지만 그래서 뭐. 우리는 묵묵히 걸어 저들과어느 정도거리를 벌렸다.
"그러면 다시 한번자기소개를하죠. 제 이름은 유진 플라비스. 익히 알려진 용사입니다."
우리는 친목을 다질 겸 제대로 서로에게 인사했다.
"저는 플로네메탈리스. 사정이 있어 용사님과 동행 중이며 아이언 왕국의 왕녀. 그리고용사모갤러리의 3호 가입자입니다."
플로네가 자신이 아이언 왕국의 왕녀임을 밝히자점점어두워지던엘프 들의표정이 용시모 갤러리가입자임을밝히자 밝아졌다.
"개, 갤러리 3호 가입자! 그렇다면 한자릿수넘버잖아! 대, 대단해!!!"
"인간이지만 3호 가입자라면 용사님에 대한 사랑과 경외가 충만하네요! 당당히 합격입니다!"
"아, 참고로 저는 7호가입자에요!"
"후후후, 저는 9호 가입자입니다!"
어느새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었다. 한자릿수 넘버? 그게 뭔데갤창들아.
고구마를 물도 없이 한가득 먹어치운 듯한 답답함 속에서 드디터 알트리스 펜드라건이 나섰다. 그녀는 긴장했는지 나만을바라보며떨고 있었다.
"저는엘프 왕국아발론의 왕녀이자하이엘프이신 엘프 여왕 아이샤 펜드라건의 딸! 그, 그리고 번개의정령왕님과물의정령왕님과계약한정령사!하이엘프입니다!"
"반갑습니다. 알트리스 펜드라건님. 앞으로잘 부탁합니다."
그녀의 손을 맞잡고 화사하게 웃었다. 평소에는 잔혹한 미소만 짓지만 나는 내 외모를이용할 줄안다.
잘생긴 외모에 어울리는 멋진 미소에엘프들이하와와거리며얼굴을 붉혔다. 정말이지 귀여운엘프들이다.
"그보다 슬슬 시작할까요."
인사는 이쯤이면됐고저쪽도 팀을 다 나누고 활동을 시작했는지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성창을꺼내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곳을 겨누었다. 다른엘프 들도전부 무기를 꺼내 겨누었다.
모르간은마녀 중 왕족 출신이다. 그리고 이곳은 마녀들이 만든 유적. 과연모르간이 몰래 설치해서이곳을 조작하지 못할까?
나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엄청난 수의골렘과골렘 뒤에서 있는마족을 보며 결론을 내렸다.
모르간은완벽하진않지만, 이유적을조작할 수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