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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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린은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는 나를 바라봤다.
잔뜩 얼굴을붉힌 채이 말을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듯 우물쭈물하던리린은두 눈을 감으며소리쳤다.
"이, 이번에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마사지 시원했고 다음 일은 다음에 이어서 하자!"
그녀는 그리 말하며 황급히 뛰쳐나갔다. 그리고 방금 들어 왔다 나간 루비 플라비스를 집무실로 데려왔다.
그리하여 황금 길드의 집무실에서는 때아닌 불편한삼자대면이이루어졌다. 루비는 어깨까지 오는 금발을 목 뒤로 겨포니테일로묶으며 나를째릿노려봤디.
"후우...리린님께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용사님. 성적인 일이 아니라 그저 마사지를해주던 것뿐이셨군요."
"그래, 용사는 내 몸 상태를 걱정해 마사지를해주신 것뿐이다. 너도알겠지만, 최근에일이 이것저것 많이 터져서 과로하고 있었거든."
리린은아직도산처럼쌓인 서류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에 루비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흐응~ 그렇죠. 그렇겠죠. 이미 루진 언니와 여동생인 루비를 데려가 놓고 리린님까지 노린다는 건말도 안 되는 일이죠. 무례하기그지없는일인데다 제국은 상관없지만엘프들이나러빌 왕국에서는 기겁할 일인데."
황제의 딸두 명을데려가고 거기에 황제의여동생까지데려간다.
양심의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도덕적관념이결혼에 한정해서 딱딱해지는 러빌 왕국과 결혼이란 신성한 의식이라 여기는엘프 들에게있어서는 기겁할 일이다.
"거기에 리린님은...솔직히 말해 현재 용사님과 맺어지기엔 나이가..아니. 크흠! 직책이 너무 크지 않은가요?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황가에 큰 누가될 것같은데요."
"...크흠!"
'나이 말하려 했어! 이년리린과내 나이 차이를 꺼내려 했어!'
리린은나이만 보면 이미혼인 적정기를훌쩍 지났다. 매혹적인 육체와 아름다운 외모는 아직도 남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다.
나이도 현대의 관점이 강한 나에게는 적절해 보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제때 결혼 못한 패배자. 즉, 노처녀다.
루비는 은근히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뒤늦게 다른 이야기로 바꾸며 돌려서깐 거다.
역시 저 두꺼운 가면은 괜히낀 게아니다. 설마 자기 친족한테 저런 매서운 조리 돌림을 먹이다니.
그리고 그녀가 한 말이틀린 것도아니다. 나이를 보면리린은이 세계의관점에서 나보다 아득히 연상에 노처녀다.
그녀가 결혼을못한 건황금 길드를 운영하기위해서였으나 다른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떨까?
아마 나랑리린이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대부분의 사람은용사인 내가리린을범한 게아니라 노처녀가 자기 지위로 용사를 범했다고 여길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리린도뭐라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보면 언제가됐든이다음을하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보인다.
'노처녀에 내가 매력적인 남성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 루비의 도발 아닌 도발에 크게 불타올랐네.'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할 테니걱정할 거없어 루비. 너는 네 일만 잘하면되는 거야."
"제일이란 게별거 있나요. 신기하고 진귀한 물건을 찾아 비싼 값에 팔고 북부를 지원한다. 이게 전부인걸요."
리린의말에도 루비는 여유가 있었다. 루비는 황가의 일원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 혼자만의 힘으로 거대한 상단을 이끄는 상인이다.
그녀가 벌어들이는 돈은무지막지하며세간에서는 그녀가 벌어들이는 돈이 제국의 재정에 10분의 1 수준은될 거라고한다.
비록 소문이고말도 안 되는이야기지만그 정도로그녀는 부유하고 돈이 많은 여자이며 황족과 황가에 일이 생기면 언제나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여자다.
"하아~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루비, 네가 여기에는 웬일이지?네가 올 거라는연락 따윈 나는 받지 못했는데."
루진의 질문에 루비는 책상에 놓인 차를 홀짝거리며 느긋하게 웃었다.
"가족끼리 굳이 연락하고 만날 이유가 있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지. 근데 너는 맨날 연락하고 오잖아. 다른 가족이 만나자고 해도 미리 연락해야 만나주고."
"하, 하하..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그건 제가 너무 바빠서 그랬던 겁니다. 최근에는 어쩐 일인지 언데드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서 일도 줄었죠.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새로운 사업?"
"네. 새로운 사업은 황제 폐하의 직속 명령으로 수행하는 일이며 별도의 조사 및 개인적인 탐험을 겸하고 있습니다."
루비는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딱 봐도비싸 보이는보석이가득 들어 있었고 루비는 실실 웃으며 상자를리린에게밀어 주었다.
"이건 선금입니다. 별도의 조사 및 개인적인 탐험에 믿음직한호위를 해 줄 사람이필요해서 말이예요."
"하! 결국, 우리길드의 중요 인원을 네 개인적인 일에 쓰겠다는 거!"
"딜."
루비는한 상자더 꺼냈다.
"루비! 지금 나를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거!"
"딜."
"지금 뭐 하는!"
"딜."
"그, 그만! 나는이런 거에굴복하지도 않고 지지도 않는!"
"딜,딜,딜,딜,딜,딜."
총 10개의 상자가 책상에 올라왔다. 저게 다 얼마냐...최근귀족 중일부가 후원금을 취소하면서 생긴 재정을 구멍을 채우고도 남을양이란 건분명하다.
그리고 이 금액 앞에리린은방긋 웃었다.
"...좋아. 어차피 황제 폐하의 직속 명령으로 새로운사업이란 걸우리가 도와야 한다면 이왕하는 거가족을돕는 건당연한 일이지!"
"그러면 계약 체결이군요. 황제 폐하의 새로운 사렂은 금방끝나는 거고, 개인적인 조사는 황금 길드에도 득이 되는 일이며 개인적인탐험도유적을 좀 조사하는것뿐이니걱정하지 마세요."
리린과루비는 그리 말하며 서로 손을마주 잡고악수를 했다. 왠지 이게 뇌물을 받는 정치인 같다고 생각하면 실례인 걸까?
'아니. 저거 뇌물먹인 거맞는데? 나는 지금정경유착을보고 있는거야!'
"아 참, 용사님께서도 오늘 아주 중요한 사업이 끝나고 나면 두둑하게 벌게 되실 겁니다. 황가의 명예를 걸고약속드리죠."
루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왜, 뭐!두둑이 한몫벌 수있다잖아! 최근 돈이 떨어져서 집도확장 못 하고연구도 못 하고있었는데잘됐지! 마법사는 돈이 많이 나가는 직업이라고!
그리하여 이곳에서 용사, 상인이자 황족인 루비, 황금 길드의 단장이자 황족인리린의정경유착이시작되었다.
"크흠, 그러면 이제 슬슬 본론으로 가야겠죠. 메인 사업이야 간단한 거니까 나중에 설명하고 유적도 여기에서 가깝고 그다지 어려운 장소도 아니니까 패스."
루비는 서류 가방을 꺼내 서류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마 저 가방에는앞으로대륙의 정세나 물가나같은 게예측되어 있겠지. 그녀의 수완을 생각하면 억만금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리린도같은 생각인지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서류 가방을 바라봤다. 곧, 루비가 서류를 꺼냈고 잘 정리하여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서류에는 투명한 봉지가 붙어 있었다. 봉지에는 내가잘 아는설탕도 밀가루도 아닌 하얀 가루가 붙어 있었다.
"개인적인 조사. 아직은괜찮지만, 점점제국으로 파고들고 있는 이 마약의 유통 경로와 성분을파악하는 것."
루비의 말에 리린괴 나는 동시에 그녀가 말한조사란 게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깨달았다.
"이 마약이라면 내가아는 게있어."
나는 봉투를 흔들며 손을 들었다. 이에 루비가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지켜본다.
"본론만 말하자면 이 마약은 어떤 식물의 추출액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공적인 합성물도 아니야."
"호오? 그렇다면 이건 무슨 마약이라는 거죠?"
대부분의 마약은 특정 성분을 지닌 식물을 통해 제조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특정한 재료를 조합해 만든 인공적인 마약도 존재하나 그건 효과도떨어질뿐 더러의료 용도로 많이 쓰인다.
"제가 실험해 본바로는이 마약은 성능이 매우뛰어났습니다. 한번 들이마시며몇 초도안 돼 체내에 녹아들어 환각과 마비 증세를 보여줬죠. 이런 마약을 어떻게 제조했다는 건가요?"
"일단 정정하도록 하지. 이건 마약이지만 동시에 마약이 아니야."
마약이지만 마약이 아니다. 이게 뭔 개소리냐는 듯이 루비가 바라본다.리린이야 이미 설명을 들었으니 태연해 보이지만.
나는 루비를 위해 봉투에서 마약을 꺼냈다. 대부분의 마약은섭취 시몸에 특정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막대한 쾌락을 느끼게 해준다. 마약에 중독되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
"근데 이건 달라. 체내에 들어가도 아무런 화학 반응도 일으키지 않지. 이 마약이 체내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마법이야."
"마...법? 그게 무슨말도 안 되는말씀이신가요? 사람의 체내에서 발동되는 마법이라니. 그리고 저런 가루로 어떻게 마법을..."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지. 하지만확실한 건...이 마약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거야."
나는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팔에 상처를 냈다. 갑작스러운 자해 행위에 루비는눈살을찌푸렸지만 나는아랑곳하지 않고마약을 집어 상처 부위에 뿌렸다.
"지금 뭐 하는!"
"쉬잇~ 조용히 하고보기나 해."
나는 마약을 뿌리고 그 결과를 보여줬다. 상처 부위에 닿은 마약은 피에 젖더니 그대로 녹아 내 체내에 스며들었다. 단한 방울도흘리지 않고 말이다.
"이게 마약에 마법이 깃들었다는 증거 중 하나고 다른 증거는..흐읍!"
이번에는 팔에 마력을 두르자 몸에 기어들어가던마약이 불타 사라졌다. 완전히 스며들어 흡수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기행이었다.
"이게 절대적인 증거. 이 마약은 마력과 부딪치면 소멸해.이 정도면증거로 충분하지? 그리고 더욱중요한 건이 마약에는 어떤 생물의 세포가 깃들어 있다는 거야."
"어떤 생물의 세포? 그건 대체..." ?
"거기까지는 나도 몰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표본이 될 마약이 잔뜩 있었으면 모를까 극소량을연구한 거가지고는 뭔 생물인지짐작할 수가없다.
"어쨌든 하얀 가루는 기껏해야 사람 몸에 그 세포가 스며들게 쉽게 해주는 거고...진짜 마약증상을 일으키는 건그 세포지."
"...대단하군요. 설마 제가 키운 마법사들도 알아내지못한 걸 단기간에알아내다니. 하여튼 정보 공유에감사드립니다. 이걸로 조사가 한층 더 나아가겠군요."
"오냐. 너희도 정보 알아내면 우리한테 말해주고."
내 말에 루비가 화사하게 웃었다. 아름다우나 어딘가 불안한 미소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마약의 유통 경로를알게 되면이걸 당신께 말해 들쑤시게할 테니까."
"우와~ 대놓고 나를 부려 먹겠다고 하네? 혹시 네마음속에는세모가 아닌 동그라미가 사니?"
"무슨 말씀인지는 몰라도 기분 나쁘네요. 그리고 일을 시켜도 제대로 보상을준비할 겁니다."
아, 보상이 있으면킹정이지!
"그럼 정리하자면 마약에 관한 정보는 공유했고 이제 네 휘하에 몇몇 인원을 넣어 주지. 걔네 데리고 마음껏조사하도록 해. 그렇지 않아도 몇몇 애들이 할 일이 없었거든."
"그렇다면 마음껏 굴려도 되겠네요!"
"그럼! 마음껏굴리렴!명색이간부니까 진짜 힘들게 굴려도버틸 거야!"
그리하여 몇몇 간부들이 둘의정경유착에의해 루비 휘하에서 마약의 유통 경로를 조사하게 되었다.
루비의 성격상 분명엄청굴리겠지? 나는 간부들에게 미리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리고유적의 경우나중에 알려 주겠다고 말하며 루비는 마지막 안 건을 꺼냈다.
"이건 황제 폐하께서 주도하시고 계시는 사업인데...보시다시피 이 사업과 관련하여 각국에서엄청난 예약을 하고 있습니다."
황제가 주도하는 새로운 사업! 관련 자료를 받은 나는 특히나 엘프들이엄청나게예약한 거보고 기겁했다. 총 예약 물량이 100만이라니...
'대체 뭔 사업이길래 엘프들이 이렇게 많이신청한 거지? 감도 잡히지 않네.'
엘프가 누구인가! 우월한 과학과 문명을 거부하고 산속에 틀어박혀 사는비건에자연인들이 아닌가.
물론이 세계의엘프 들은조금다른 거같지만, 자연을중요시하고발전한 과학 문명을거부하는 건비슷하다.
물론엘프 들의마법 실력과 정령들 덕에 마법 문명은 무척이나 번성했지만 말이다.리린도나랑 같은 생각인지 덜덜 떨면서 종이를 넘겼다.
"총합 500만. 설마 우리한테맡긴다는 게생산을말하는 건아니겠지?"
"아니니까걱정하지 마세요. 생산은마탑에서전담하기로 했거든요."
마탑. 전투에 특화된 길드의 마법사와 달리 학문으로서의 마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기록 하는 마법사 집단으로 대군마법전에있어서 누구보넘볼 수없다는 최강의 집단 중 하나다.
전쟁이 없는 때에는 주로마도구의제작과 물약 등을 제조하여 먹고사는데 그곳에서 제작을 맡는다면 우리가해야 하는 건뭐지?
의아해하며 나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고 그곳에 적힌 상품명을 보고 루비가 온 이유를 깨달았다.
[용사의 화보집]
그렇다, 상품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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