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31층에서의 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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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강하다. 가히 인간 최강이라 부르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유진은언제나 혼자 싸운다.
루진은 그것이유진의방식이라는 것을 알기에왈가왈부하지않았다. 그저 자기 실력을 키우며 뒤에서 보조할 뿐.
하지만아리스와유벨은유진이싸우는 모습을볼 때마다마음이 시리듯 차가워졌다.유진의엄청난 활약은 자신들이유진의곁에있어야 할이유를없애는 것같았으니까.
그렇기에 내색하진 않았으나 뒤에서 피나는 노력을했다. 간부들과 검을 주고받고미친 듯이마법에 파고들었다.
유진 처지에서 이게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됐어도묵묵히 나아갔다. 그리고 이번 원정 소식을 듣고 다짐했다.
상대는유진도강하다고 인정한몬스터. 그곳에서 생사를 건 결투를 통해 강해지고 말겠다 다짐했다.
허나 상황은 이상하게 꼬여 버렸고유진은다시 한 번 초월적인 위용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용. 예전부터 무예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법을 잘 다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조금 진지하게 싸우는유진의활약이란규격 외였다.
마치 지휘자가 연주자에게 지시를 내리듯 손을 아래로 깔면 평범한 마법사는 꿈도못 꿀강대한 마법이 실현된다.
대지는 불꽃으로 물들고 허공은 냉기로 잠식되었으며쉴 새 없이번개가 몰아쳤다. 하나하나가 전주초 고위급마법. 이미대마법조차 넘어서는 위업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대단해..."
유벨은위험한 상황, 생사를 건 전투라는 것도잊은 채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마법사고유진에게직접 훈련을 받으며 여러 마법을 익혔다.
재능도 출중하여유진의마법을 익히고 쓰는데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맞게 바꾸고개조하기도했다.
그렇기에 그녀도 나름 자존심과 긍지가 생겼디. 1년만 지나면 마법 실력에서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거라자신했으나 그 생각은유진의활약에산산이깨져 버렸다.
"정말 대단해!"
그녀는 너무나도 황홀했다. 저 압도적인 신비는 마법사로서바라보기만해도 새로운 깨달음을 베풀어 주었디.
마력의 순환, 마법의 방식, 이를 이루기 위한 요소 그모든 것을분석하고 이해할수록유벨은자신이 더욱더 나아간다는 것을알 수있었다.
"후우~"
두 눈을꼬옥감는다. 사방에서 들리는고함과몬스터의 으르렁거림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마도 자기 목을 노리는 것이리라.
"히익!"
"아, 안 돼! 이게될 리가없잖아!"
뒤에서 길드의 마법사들이 기겁하며 달려드는몬스터를 피해 전사들의 안쪽으로 파고들기에급급한 게보인다.
전사들은포메이션을짜고서 서로 협력하여 차근차근몬스터를 정리하던 중이었는데 마법사들이 끼어 들어포메이션이깨지고 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몇몇 마법사는 아예리린의호통조차 듣지 않으며 전사들이휘말릴 수도있는 마법 써대며 근처에 있는 전사의 뒤로 숨기에 바빴다.
'한심하기는...!'
그녀도알고 있다. 마법사란 유리대포. 강력한 화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만큼 깨지기 쉽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전시, 위급 상황이다.
그런데도 마법사로서냉정을유지하지 못하고 공포에 사로잡혀짜증 나는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것도 이 층에 가득한 이상한 마력 탓인가."
31층, 이곳에 가득한 특이하고도 거슬리는 마력은 사람의 무언가를 자극한다.유진에게서 받은 마력 덕분에유벨에겐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출중했고 다들 비정상적으로패닉에빠진 채흩어지고 있다.
그녀는 어느새 주변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두 눈을꼬옥감았다.
'무섭지 않아. 나는유진의제자.유진과같은 마법을다루는 자. 나는 이미대마법사라할 수있으니까!'
그녀는 자기머릿속깨달음을 정리하고 지팡이를 번쩍들어 올렸다. 자신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도태될 생각 따윈 없다.
지팡이에서 환한 빛이터져 나온다.
"불꽃 휘감기, 자유로운 바람."
유벨의다리에 바람과 불꽃이 감긴다. 그녀는 자기 목을 노리던몬스터를 가뿐하게 피했다.
피잉!!!
그녀가 피한 자리에는 미리 새겨 놓은 징벌의룬이있었다. 징벌의룬은밝게 발광하며 마치유진이내뿜는 것과 같은 신의 번개를 내뿜으며몬스터를 감전시켰다.
"좀 더 세련되게. 낭비란 없도록."
지팡이를 우아하게 든다. 공격 마법과 원소 마법을 응용하여 불꽃의 화살을 만들고 하나하나 세밀하게컨트롤하여몬스터의 관절 마디마디에 박아넣는다.
피하고, 공격. 피하고, 공격. 지루하게 이어지는 공방 속유벨은웃었다.
"움직임의 낭비를 줄이고,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결론을 내린다...이것이배틀메이지!"
뛰어난 두뇌를 이용해 다음을 생각하고 예상한다. 마법사라 무예솜씨는 별로이니기계적으로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철저하게 마력과 마법을 이용하여 움직임의 낭비를 최소화한다.
유벨은자신이 진정으로배틀메이지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고 지금의 멋진 모습을유진에게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유진에게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지며껴안긴 채마구 섹스하고 싶었다. 하지만유진은이미 아래로 가 버린 뒤였다.
유벨은보이지 않는유진의모습에 입맛을 다시며 대신 근처에 있는 아리스에게로 경로를 틀려고 했으나 그녀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리스, 그녀도 이 난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우고 있다.여태까지쌓기만 했던 무의 업을 이 자리에서 풀고 있었다.
유벨은본능적으로지금 가 봤자 자신이 방해만 되리란 것을 자각했다. 그렇기에 조용히 다른길드원들을돕는 길을 택했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써걱!
유진이직접 만들어 준 날카로운 검에몬스터의 머리가 잘렸다. 하지만 부족하다.유진이보여 준 무예는 겨우이 정도솜씨가 아니다. 자신이 배운 무예는 이런 수준이 아니다.
"더, 더! 더!"
거리를 좁히고 자세를 단순화한다.루진에게배우고유진에게배운 것들을이곳에서 천천히 풀며 자신에게 맞게 재정립한다.
그녀는 천재다. 시골 마을의촌녀로태어났으나 육체적 재능은 어지간한기사들조차능가하고유진이라는 최고의 행운을 만난 그녀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무예를 익혔다. 기술을 익혔다.타닥유진에게배운 보법을 통해 날렵하게 움직이며 계속해서몬스터를베어나간다.
"좀 더 힘을 실어서. 좀 더 단순하게."
유진은말했다. 결국, 모든무예의 끝은 단순하고 강한 힘이라고.복잡한 건하나도 없는 단순함의 극치라고.
'내가 무예의 끝에 도달할 수있을 거라는생각은안 들지만...'
최소한유진의곁에는서 있어야한다. 그러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최고의 표본을 떠올리고 모방한다.
유진의움직임을,유진의무예를,유진의동작 천천히 떠올리고 자기 몸을 통해 재현한다.
여태까지는 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예전과유진과대화를 나누며 이미 각오했다.
"나는유진의곁에설 거야! 그러니까이 정도는 해야겠지!"
유진의모든 것을내몸 안에녹여냈다.뿌득! 단순히 그것만으로 몸은 비명을 질러댔다.
내 몸으로 재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유진이쌓아 올린 무예는 단순히 보고 모방할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아리스는몸의 비명을 무시했다.유진의손에 끊임없이 성장해온몸의비명을 무시하고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깨져도 묵묵히 움직였다.
'나는유진의곁에설 거야!'
여태껏 내색은안 했으나그녀는유진의도움되지 못했기에 자기 존재 가치에 언제나 의문을 가졌다.
신분이나 부로 도움이될 수 있는황녀들과 달리 자신이가진 것은이몸뿐이다.
그렇기테 그녀는 몸을 대가로 내세워 무작정 달렸다. 몸이부서져 가는것이 똑똑히 느껴졌으나아리스는동시에 아직은들어갈 수없는 영역을 느꼈다.
그녀는 그 영역을 향해 나아가며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다. 본래라는 불가능한 기적이나아리스의몸속에쌓인 막대한 영약의 기운이 이걸 가능하게 해주었다.
후웅
촤악!
가벼운참격에몬스터수마리가베여나갔다. 몸에서 순환하는 마력은 한층 더 빠르게 움직이며 평소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우우웅
검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검강. 그녀는알 수있었다. 자신이 지금 무언가를 넘어섰다는 걸.
"....진짜 이게 효과가 있네?"
'불가능할 줄알았는데.'
유진한테 들었던 닥치고 돌격과 하려고마음먹었으면도움이되는 건뭐든처먹고하라는 조언이 딱 들어맞았다.
그녀는 검에서 피어오른검강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아무것도 없는 전방의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마력으로 만들어진검강은 그것만으로 검기를 내뱉어 전방의 적들을 베어 냈다.
몬스토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 전장에 여유가 보인다. 간부들이 뒤쪽의몬스터를 방관했다지만유진이한바탕 쓸어 버리고 갔는데도이 정도로 고전하다니.
"역시 우리는 아직 멀었어."
자고로루진의여자라면 목표는 세계제일로잡아야 하지않겠어.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씨익웃었다. 이걸로 개인 단련도 끝. 이제부터는길드원들을돕자.
아리스는자신보다 일찍 합류한유벨의뒤를 따라길드원들에게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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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고민해도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생각해도바뀌는 건없다.던전의기원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해답을 얻기란 애초에불가능한 거다.
"그나마 붉은 수정을 조사하면 뭔가를알 수있겠지."
어째서 마족 놈들이 번거롭게던전을이용하는지, 왜 그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모으려고 하는지 아직은모르는 것투성이지만하나하나 알아가면 된다.
나는 붉은 수정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에 노출되었다.
"쯧!"
마녀한테한 방 먹었다는사실에빡쳐서진지하게 임했더니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쏠린다.
그들의 눈에 깃든 감정 중 경외나존경 같은좋은 감정은 소수고 가장 많은 감정이질투와 질투와질투다.
용사라는 내 직위와 압도적인 실력을 생각하면 질투심을가질만하지만매우 거슬린다.
그리고 가장짜증 나는 건...
"저, 저기...아리스 씨."
"뭐죠?"
"다름이 아니라 오늘도와주신 거감사했습니다."
"아뇨, 별거 아니예요. 같은길드원으로서당연히해야 할일인걸요. 그러니 감사할 필요 없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유벨 씨?"
"......."
아리스와유벨에게추파를 던지는 자들이 나타났다는 거다.아리스는적당히 대꾸하며 무시하고 있고유벨은그냥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이 보여 준 무용이 굉장한지라 다들 둘에게 말이라도 걸어 보려 애쓴다.
"에휴~둘 다이리로 와."
나는 둘을 내 곁으로 불렀다.아리스와유벨은주인의 손짓을 받은 개 마냥도도도 달려와 내 양옆에 달라붙었다.
어지간히도 추파를받은 게짜증 났는지내 몸에 얼굴을 파묻고 어리광을 부려댔다.
그 모습에 그녀들에게 추파를 던지던 남자들은 뻘쭘해하며 나를 분노가 담긴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내가 뭐냐는 듯이 노려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갱쫄아서도망쳤다.
"한심하기는."
오늘유벨과아리스는한층 더 강해졌다. 벽을 뚫고 나아갔다.
내가 보기엔 아가가걸음마를시작해 일보나아간 걸로밖에 보이지않지만그녀들의 분투에는 마땅히 찬사를 보낸다.
특히 나를 위해노력했다는 게눈에 보여서 더더욱 둘을 사랑하게 되었다.
"...쳇!그 정도벽은 나는15살 때넘었는데!"
뒤에서 불만을 품은루진이툴툴거린다. 자신은진작에 넘은벽을 이 둘은 이제야 넘었는데 그걸로칭찬받는다고질투하는 건가. 귀엽기는.
뒤에 있던루진의머리도 쓰다듬어 주면 그제야 만족하는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우리는 한동안4명이서꽁냥거렸다.주변에서 보내는 질투의 시선을맛있게받아먹으며애정행각을 벌였다.
"거기까지 하지? 아직 밖으로나온 것도아닌데 너무 긴장을 풀었잖아."
리린 플라비스가 긴장감이 없어도 너무 없는 우리를 나무랐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푸욱~ 내쉬었다.
"이 사태가 터졌으니 당분간은던전을통제해야할 거고그 통제에 우리 길드원 대다수가 투입될 테니까...젠장.이번 달원정은 족쳤군. 이래서야 수익금이...!!!"
황금 길드는 매우 부유하다. 후원자가 많기도 하지만 한번 원정을 나가면 고가의마석을쓸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분간던전을통제한다? 원정을 못 하고 재정에 구멍이 생기게 되겠지. 나는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리린 플라비스는 보며 웃었다.
아마 고생좀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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