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귀향길(?)
* * *
"잠들었나?"
마녀, 레티시아는 용사가 확실히 잠들었는지 확인하고자 볼을 콕콕 찔러보았다.유진의성격상 이런 행동에 작든 크든 유의미한 반응을보일 거라는생각에 한 행동이다.
유진은레티시아의 손가락에 찔리면서도 일어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잠들었다. 레티시아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녀는유진의몸에서 일어났다. 침대는 레티시아 본인의 애액과유진의정액이 뒤섞여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마법으로정리한 뒤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향한 곳에는 황제가 있었다. 황제는 잠을 자는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일어나라."
".....안 주무시나요?"
"웃기는군. 나에게 정보를 찾아달라 명령까지 내린 놈이 잠 타령이냐."
"하하하,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해 당신이 저의 명령을들을 거란생각은 못했거든요."
황제는 무안한지 얼굴을 긁적였고 레티시아는 쯧, 혀를 차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냈다.
사실 그녀가 황궁에올 수있었던 이유가 있다. 용사가 황궁으로 떠나는 시점에서 그녀에게 황제의 전언이 떨어졌었다. 교단의 정보를 찾아달라고 명령하는 글.
레티시아로서는무시해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황제의 명령 뒤에 적힌 황궁에서 자신의 딸(?)인루리플라비스와 용사,유진에관해할 게 있다고해서 친히 왔다.
겸사겸사원하는 대로정보도 수집했고.
"대단하군요."
황제는 레티시아가 모아온 정보를 정리하며 감탄했다. 그들의마석밀무역 루트, 비밀 기지의 위치까지. 중요 정보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그들의 끈질김을 생각하면 정보에서 알아낸 근거지를 전부 부숴도 금방 다시짓겠지만, 최소한제국 내의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축소할 수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찾아주신 정보 덕에 제국은 또 은혜를 입었습니다."
"고마우면 예전에도말했지만, 황궁을나한테주지그래? 아니면 황궁의 중심인 용사의맹세라도주던가."
"...그것은불가능합니다. 당신도 잘아실 텐데요. 레티시아."
황궁을 달라.
조금 큰 요구이긴 하지만 마법이 극도로 발전한이 세계에서, 그것도이종족이존재하는 세계에서 제국의 황제가 지닌 자금력을 생각한다면 현 궁전을 타인에게 주더라도 금방 더 크게지을 수있다.
에잇, 기분이다! 하는 기분으로 황궁을 던져줘도 황제의 자금력으로 따지자면 그다지 큰일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황궁 안에 있는, 황궁을 비롯하여 제국 전체를 감시?방어하는 시스템의 핵심인 용사의맹세다.
"용사의맹세는초대 용사께서 자신의 모든 생명과성검의힘까지 전부 끌어내어 만들어낸궁극의힘입니다. 결코, 타인에게보여줄 수도드릴수도 없어요."
"에잉~ 각박하네, 각박해! 용사의 맹세 좀달라는 것가지고 쪼잔하긴!"
"무한한 삶을 살아간다는 마녀한테 있어서 용사의맹세는훌륭한 연료 중 하나일지도모르겠지만, 저희에게는목숨줄이나다름없습니다."
"쯧. 알았다, 알았어. 용사의 맹세는요구하지 않을게.됐느냐?"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황제는 레티시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황제, 루이 플라비스는 레티시아에게 진빚은무척이나 많다.
다른 마녀였다면 진작에 인내심이 바닥나 저주를 내리든강제로 징수하든할 텐데그녀는 차분하게 기다려주고 있고 어지간한 부탁은 들어주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에게 빚을 갚는다는 명목으로던전도시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법을 연구하다가 사고를 치더라도 어지간한 문제는 덮어주었다.
루이 플라비스에게 레티시아는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 가능한 유일무이하며 가장 강력한 패다.
"뭐.잡담은여기까지만 나누지."
레티시아가 정숙하게 자리에 서서 황제를 바라봤다. 황제도 긴장하며 레티시아를 바라봤다. 둘 사이에서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앞으로 나올 정보에 대한 기대와 감히 마녀조차 긴장시키는 정보에 대한 두려움이 황제의 몸을 휘감았다.
'대체 무슨 정보길래 저 마녀가 직접 본론이라말한다는말인가!'
오만하고 고고하다, 레티시아의 성격을 정면에서마주 봤기에그 누구보다 레티시아에 대해서잘 아는황제는 그어느 때보다긴장하였다.
곧 레티시아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나, 임신했다."
".....예?"
루이 플라비스는 황제로서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받아들일 수없는 정보를 듣고 생각을 포기한다는 경험을하게 되었다.
이, 임신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듣고도이해할 수없었다.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머리가 버벅거려더는작동하지 않았다.
아니, 작동하지 않으려 했다. 황제가 봐온 레티시아라는 마녀가 누군가의 아이를벤 채저런 행동을 하다니...어라?
'마녀가 임신했다. 그리고 그걸 굳이 여기서 중요하다는 듯이 말했..다?'
황제는 소름이 돋았다. 아니지? 에이~아닐 거야.
"저, 기? 혹시 당신이 임신한 아이의 친부는?"
"용사다, 개인적으로 용사와 마녀 사이의 자식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용사 녀석의 반응이 일품이거든."
레티시아는 그리 말하며소름 끼치게웃었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 하물며 가족이나 가문, 화합을 위해 용사의 자식을가진 게아니다.
그저 본인의 호기심과 끝나지 않는 갈망을 채우고자 억지로 자기 자신을 임신시킨 거다. 이를 알아차린 황제는 마녀에게 인간성이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자책하였다. 저 미친년의 성격상 용사를건드릴 걸 예상 못하고무턱대고 여기로 부른 자신을.
이미유진은레티시아와 친분이 있고 섹스도 했던 사이지만 이를 모르는 황제에게유진은레티시아에게 붙잡혀 억지로 범해져 이제는 아빠가 되게 생긴 불쌍한 소년이다.
"잠깐...당신이 용사의 아이를 가졌다면. 설마 용사와 결혼할 생각은 아니겠죠?"
이건 중대한 문제다. 아무리 레티시아라도 황제로서루진의정실 자리를위협할 수있는 여자는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레티시아는 비웃는다.
"결혼? 내가 어떤 남자한 명과결혼할 마녀로 보이나? 무엇보다 결혼은 네놈의 딸인루진이랑유진이하겠지. 그걸 위한 작업도 조금 해놨고."
키키킥. 마녀가소름 돋게웃는다.
"...그렇긴 하죠. 다른 여자도 아니고당신이 결혼한다니, 이번에는 제가 너무 앞으로 나갔네요. 생각해보니까 결혼이 당신께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깨달았어요."
"네놈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겠다만 그게 무의미하다는 것만 기억해두도록. 나는 마녀다. 이 아이는 오로지 나의 것이며유진에대하여 어떤 구속력도 발휘할 생각이 없다."
"그 말씀. 마녀의 영혼에 걸고맹세하실수있습니까?"
"호오~"
마녀의 영혼이란 마력을 의미란다. 마녀의 영혼을 건다는 것은 이 말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고 자신의 마력에 걸고맹세하는것으로 이를어길 때모든 마력이 사라진다.
마력의 소멸은 마녀에게 있어서 사형보다 더한 형벌이다.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마녀에게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맹새, 하시겠습니까?"
이맹세를한다면 레티시아의 말은 전적으로믿을 수있게 된다. 하지만 그 오만한 마녀가 말을 들을까? 황제는 걱정하면서도 재촉했고 마녀는 재밌다는 듯이한 손을심장에 얹었다.
"맹세하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설령 유징의 아이를 낳은 후더라도유진에게 일절 구속력을 발휘하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이걸로믿을 수있겠군요."
"흥, 겁쟁이 녀석 같으니."
황제가 안도하자 레티시아는 그를 한번비웃은 뒤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이 휘몰아치고 마녀는 사라졌다.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된 자료를 다시 읽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짜나갔다.마석을 밀매입하는 곳은 러빌 왕국. 러빌 왕국을 조사할 필요가있을 것같다.
?
?
?
"잘, 잤다?"
뭐지? 머리가 이상하게 개운하다. 어제 방에 들어오자마자 잠들어서 그런가?
분명 어제 실컷 마시고선 뻗어버린루리랑루진을데리고 이 방에 왔었다...그리고...그리고?
"뭐지? 필름이끊긴 건가? 취하지 않으니 갑자기 필름이끊길 일은없을 텐데?"
말 그대로 이 방에 온 후부터 기억이 뚝 끊겼다. 천마와의 싸움부터 연회까지. 어제 하루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 피곤해서 쓰러진 걸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있었으니 쓰러져 잠드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일단양옆을보자. 내양옆에는역시나루리와 루진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는데 내가 인기척을 내서 그런지둘 다부스럭거리며깨어났다.
"으, 으으으! 머리가, 머리가아파앗!"
"윽. 이건, 숙취로군. 어제마실 때조절좀 할 걸그랬어..."
둘 다어제 강하게 달려서 그런지 숙취가심해 보인다. 머리를 잡고낑낑거려서숙취 음료라도 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숙취 따위는 재생력 탓에겪을 일도없어서 만들지않았다는 게생각났다.
"에휴. 우선 물이라도 마셔."
나는 둘의 얼굴에 차가운 물을한 바가지쏟아주었다.
"푸우우! 아우, 차가워! 아침부터물벼락이라니!"
"후우. 나는 시원하고 개운하기만 한데 뭘 그래루리.이럴 때는그냥 즐기면되는 거야!"
"재미있는 소리 그만하고 그만 일어나자."
물을 그만 쏟고 둘을 일으켜 세웠다. 아침부터물세례에쫄딱 젖어 옷이 몸에 달라붙었다. 풍만한 가슴과 허리의 라인이 그대로 들어나 내 눈을 즐겁게 해줬지만 어째선지 성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전에도겪어본 적있는 감각이다. 미친 여신들한테 일주일 내내 짜였던 탓에 일주일 동안은 전혀 성욕이 일지 않았었지. 그때 내 정액을 짜낸 여신은 당연히 아르테미스와 아테나.
처녀 여신이란 이명이 아깝게 탐욕적으로내 것을탐해 최고의 정자를 선별하여 아이를 품은 미친년들이다.
'아, 그년들 생각하니까꼴 받네.'
하지만 나는 정상인이다. 갑자기 자기 혼자꼴 받아날뛰는 남자가 아니다.
"아우우...추워."
"마력을 퍼트린다음온도를 올려라. 마력은 순도 높은 에너지.단순히온도를 올리는 거라면 간단하지. 이렇게 말이야."
루진은 마력으로 순식간에 옷을 말렸고 이내 옷을 벗어서 차곡차곡 개서 옷장중 한 곳에넣었다. 맞다, 여기루진네방이지.
그녀는 나한테 익숙한 갑옷을 다시 걸쳤고루리는 온도를 너무 올려 그을린 옷을 보며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에휴~ 얼른 가서갈아입고 와. 나는루진이랑같이 식당에 가있을 테니까."
"훌쩍, 알았어. 금방 갔다 올게!"
그녀는 문을 활짝 열고는 후다닥 달려갔다. 나는루진과같이 아래로 내려가 황족들과 같이 식사했고 늦지 않게루리도 합류했다.
다들 어제 일 탓에 숙취가 심한지 아침 식사로는 뜨끈한 스튜(?)가 나왔다. 이게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나? 의아하지만 나는 숙취가 없기에 그냥 먹었다.
황궁의 요리답게 맛이 훌륭했다. 디저트로 나온 마카롱까지 야무지게먹고 나서야식사가 끝났다.
나는 자리에 앉아 고민했다. 황도에온 지도며칠이 지났다. 이제 슬슬 위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이를 황제에게 말하니 황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리린이재촉하던 참이야. 그리고 레티시아도 먼저던전도시에 있으니 너희도 빨리 가야지."
황제의 권한으로 우리는 게이트를 바로쓸 수있게됐고던전도시로 바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어림도 없지!
"죄, 죄송합니다. 폐하! 현재 황궁의 모든 게이트가 갑자기 작동 불능을 일으켰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게이트가 전부 망가졌다니! 누가그런 짓을할수 있단 말인...제길! 그녀의 짓인가!"
황제는 누구의 행위인지눈치챈 것같다. 나도 누구의 짓인지 알아챘다. 이렇게 대놓고 흔적을 남겼는데 어떻게 모를까.
"레티시아 년. 돌아가면서 황도의 게이트를 모조리박살 내다니.미친 거아니야?"
마녀의 기운으로 아예 마법진 자체가 손상되었다. 이건 내가 달라붙어도 복구에 최소 3주는 걸린다. 여기에서던전도시까지의 거리가 대략 일주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걸 고치려고하는 건비효율적이다.
어쩔수 없이. 걸어가는 수밖에. 우리는 곧,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고 황제는 타라고 명마를 제공했다. 우리가 초인이라 해도 계속뛰는 게아닌 이상 당연히 말로이동하는 게훨씬 빠르기에 감사히 받았다.
이제던전도시로 돌아간다. 나는 새로운 여자한명과내 본처를 데리고 황도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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