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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화 〉 돌입할 시간. (107/198)

〈 107화 〉 돌입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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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감은 매우 정확한 편이다.어느 정도수준이냐면 일단 한번촉이 오면거의미래 예지수준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불길한낌새가 느껴졌다.

슬프게도촉대로귀찮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슬쩍 옆에서 나란히 걷는 노인네를 보았다.

새하얀, 마치 눈과 같은머리카락과수염을 기른 온화해 보이는 노인이 하얀수단 형태의옷을 걸치고 기도를 드리든양손을모으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모이는 성스러운 힘. 아까 마주치고 나서부터 내 곁에 붙어 이 지랄을하고 있다.

아니 기도를하고 싶으면혼자 방에처박혀서할 것이지왜 나를 따라오고 난리야. 그런 생각이목 끝까지올라왔으나 상대는 교황이기에참아냈다.

"저기? 안녕하세요. 제 말 들리시나요?"

나는 노인네를 향해 작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노인과 함께 다녀서 쓸데없이 시선이 모이는 중인데 굳이 부담스럽게 시선을끌고 싶진않다.

"반갑습니다.대행자시여! 저는 미천하나 이 대지에서 사람들의 신앙을 돕는 교단의 일꾼, 헬라시스라 하옵니다!"

"아, 예...반갑습니다. 저는 위대한창세신님의명에 따라 세계를 누비는 용사,유진이라하옵니다."

"아이고~ 어찌 신의 대행자께서 저에게 존댓말을 하십니까! 미천한 저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일이니 부디 반말로 일관해주소서!"

씨바, 눈앞에 있는 새하얀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극도로 예의를 차리니 주변의 사람들이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여기가 황궁임을 생각하면 이런 시선도적으나 광신도의 눈빛은적어도 거슬린다.

특히 나를 무슨 위험한 사람이나 위험 물질 마냥 쳐다보는 시선은짜증 나서두 눈깔을 후벼 파버리고 싶다.

'후우...진정하자.'

대체 이게 뭔 사단인지. 원망스러운 눈동자로 다시 기도를 재개한 노인네를 노려보았다.

오늘 아침에 만난 이 노인은딱 봐도현기득권 중에서도아주 높은 자리에 있을 놈이다.

이런 놈이 나한테 극존칭을 써대며 자신을 하대하니 시선을 모으기엔 충분하지.

이게한두 번이면참고 넘기겠는데 이걸로 벌써몇 번째인지. 내가 뭔 말만 꺼내면 신을 믿는다는 새끼들은 언제나 저렇게 반응해대서 귀찮았다.

물론 좋기도 하지 나한테 예의를 다하고 나를 상전으로 모시는데싫을 리가있겠어? 근데 내가 얘네를직접쓸 수는없잖아.

창세신 교단은 대륙의 주류 종교이며 사실상 잡신을 제외하고는 유일무이한 최대 규모의 종교다.

그런 종교가 나를 위해 움직이면 처음엔 좋을지 몰라도 다른 종족, 특히 창세신 교단의 열렬한 신도라는엘프가 증명도 안된 나를 두고가만있지 않겠지. 한마디로 말해 얘네들은 계륵이다.

당장은 쓸모도 없고 다루기도 힘든 계륵. 다만 겉으로 보기엔 그 가치가 워낙 대단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하아~'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복도를 따라 황제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아침에루진과한판하고 나서침대에 누워 그녀의 봉사를 받던 중에 황제가 나를 호출했다. 그래서 가는 길에 이 노인을만난 거고.

"정지! 거기 누구십니까!"

황제의 집무실 앞에는 굳건하게서 있는두 기사가 있었다. 방패를 든 기사들은 마치 성벽을 연상시킬 정도로 잘 다듬어진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황제의 호위는이 정도수준은되는 건가. 훌륭한 실력자임을 단번에눈치챌 수있었다.

상대도 나를 보고 이를눈치챘는지경계하려는 듯 방패를 들었다가 옆의 노인을 보고는놀란 듯눈을 크게 떴다.

그러더니 다시 나를 보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이 방패를 내렸다.

"황제 폐하께서 호출하신용사님이시군요.들어가십시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노인이 꽤 인지도 있는 양반인가 보다. 나를 경계하길래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려고 했는데...난자뻑이아니다, 나는자뻑이아니다, 나는자뻑이아니다.

중요하니까 3번 말했다.

하여튼 열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은 역시나 황금색이었고, 커다란 황금색의 책상에는수백 개가넘는 서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 사이에서 황제는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서류 중 하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제와는 달리 기품과 황제로서의 우아함이 엿보인...

"이 새끼들이! 금광이 있으니 마을 사람들을 고용해서 일자리도 늘리고 금광도 개발하라고 했더니씨발폭발물을 썼다고!"

우와, 정확히3초 만에기품이 사라졌다. 그리고 분노를 참으려는 듯이 미간을 붙잡고 커피를 들이켰다.

"후우~ 이래서 내가 공기업 행정직은 시험으로 뽑아야 한다고했던 건데. 기어코 인맥으로 사람을 넣더니 사고를 내는군!"

씨익, 씨익

화를 식히던 황제는 크흠, 하고노인네가 헛기침하고나서야 우리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거 교황님과 용사님이 아닌가!어서 오게!"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벌렸다. 역시 입은 옷도 황금색이었다. 심지어 어깨에매고 있는망토마저도 황금색이다. 그야말로궤멸적인패션 감각이다.

그나마 얼굴이 잘생겼고 특유의 분위기 탓에황금색깔맞춤이꽤잘 어우러졌다.

"에잉~ 이보게 황제. 신의 대행자님을 부르신 이유나 빨리 말해보게. 이 노인네가 전부듣고 갈 테니장난질할 생각 말고!"

"어이쿠, 장난질이라니. 확실히 제가그런 적이있긴 하지만 교황 저하를 시작으로모든 신도가믿고 따를 용사님께 그런 겁없는 짓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황제가 나를 잘 대해주는 이유는 잘알고 있다. 내가루진의연인인 것도 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용사라서일 테지.

나와 함께하면 교단의 힘을얻을 수있다는생각일 거다.

역시나 황제, 대담하게도 나를 이용하려 하다니.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진중한 표정으로 우아하게 인사했다.

"그러면 용사님. 당신께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루이 플라비스 현 제국의 황제입니다. 잘부탁합니다."

"제 이름은 유진, 현재 용사이며 신의대행자입니다.저야말로앞으로 잘부탁합니다. 황제 폐하."

우리는 서로에게 고개를숙인 뒤악수했다. 황제는그러고 나서야본론을 꺼내려는 듯 서류한 장을책상에서 들어올렸다.

"용사님께서는 이미 알고계실 테지만현재 축제가 일어날 지역에 갑자기 거대한 숲이 생긴 상태입니다. 숲에 탐사대를 조직하여보냈지만, 전원실종, 제가 보낸기사들마저소식이 끊겼죠."

황제는 커다란 숲이 그려진 사진과 숲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잘 보이도록 펼쳤다.

"이 숲 탓에 황도의백성들이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숲이 생긴지몇 주가되어가는데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원인조차 해석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더해...충격적이게도 숲이 점점 그 크기를 불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뭐?

그 말은 그냥넘어갈 수없었다.

"잠깐만요, 그 말씀은...설마 숲이 점점 이쪽을 향해 커지고 있다는 건가요?"

"그 말대로, 숲은 점점 황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급히 용사님을 모셔온 거죠."

"아니, 근데 왜 저를? 그거라면1기사단을동원하시면되는 거아닌지요?"

솔직히저 정도로심각한 일이면어디에서 뭘 하고있든 간에1기사단 불러서 후딱 해치워야 하지 않나?

황제는 내 물음에 아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1기사단의인원은 총 3명. 그중한 명은충실한 창세신 교단의 교인으로서 저번에 저주에 침식된 땅을 정화하는 정화 작업을 도우러 탈주했고 용사님이 만나셨을 나머지두 놈은각자 마왕 교단과 그들과 협력 중인 사이비 교단을 추적 중입니다."

즉,3명 다제가 명령해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죠.

아,아앗!

황제의 말투와 주르륵 흐르는 투명한 액체에 순간 그가 전에 신들과분투할 때만난 아서왕을 연상시켰다.

그 양반도 자기 기사들 때문에개 고생했는데이 사람한테도아서왕과같은 흔적이 보였다.

"일단 이개 같은새끼들의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두고1기사단의3명 중 한명, 최근에 용사님의 고향에서 반역자의 문제로 만나봤을 기사가 용사님을 칭찬하며 추천했고 저는 이 추천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용사님을 부른 이유입니다."

"...이해 했습니다."

1 기사단은 어지간히도 자유분방하고 권한이 강한 모양이다. 설마 황제의 말을모른 체하고자기들이하고싶은 데로움직일 줄이야.

내가 숲 문제를해결하는 건거의 기정사실이 된 모양이고...어쩔수없지 힘 좀 쓰는 수밖에."

나는 황제의 말에 수긍하고 이 일을 받아들였다. 황제가 큰 보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편 조용하던 교황은 어딘가로슥­ 사라졌다.

애초에 교황은 황제가 부른 사람이아니었기에금방신경 끄고서황제가 내오는 서류를 읽어 정보를 모았다. 하지만 생존자가없는 만큼정보라고는 이 숲이 언제 생겼는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간략한 것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일단 안으로 진입하는 수밖에 없나."

길을찾는 건길을 안내하는 도구가 있으니 문제없다. 진짜 큰 문제는 이 숲에 뭐가도사리고 있냐는거지. 일단생긴 거나숲의 형태니까 식인 식물이 나오려나.

그렇다면 화염 마법이 유용하겠어.

"아참, 용사님.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러 숲에 들어가시는 김에 한명 더 인원을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비록 실력은루진이나용사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서포트를 위한 지원 마법에 한해서는일류인아이죠."

"서포트? 한명 정도는상관없습니다."

대충 흘려들으며 알아낸 정보를 정리한다.

숲이 생겨난 시점은 오늘로부터 2주 전, 갑자기 대규모의 숲이 나타났으며 이에 호기심을 가진몇 명이숲에 들어갔다. 하루가지나고도 나오지 않자 이상함을알게 됨.

한편 황제는 숲의 존재를 알자마자 바로 출입을 제한해 버림. 덕분에 피해는 미미한 편...

숲에서 자라는식물은 전부 본 적 없는신종, 혹은 예전에 멸종한 고대의 식물임이 한식물학자에의해서 밝혀짐, 이에 따라 연구를 진행했으나아직유의미한 결과물은 없는 상태.

마지막으로 숲을 제거하기 위해 불을 사용해 봤으나 수분이 전신에 가득 차있다는 고대 식물에 의해 쉽게 제압됨, 대규모마법은만에 하나 숲에 생존자가있을 수도있기에 미뤄짐.

'이 정도....인가.'

정보가 부족하다. 식물 정확한 재질이나 습성까지는 바라지도않지만, 최소한숲의겉 부분만이라도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은데, 서류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부분은 없었다.

어쩔수없다. 이건 내가 직접 뛰면서 알아보는 수밖에. 나는 서류를정리한 뒤황제를 바라봤다.

"폐하, 정보의 정리는 끝났습니다. 이제남은 건직접 부딪혀 보는 것뿐. 언제부터 작업을 시작할까요?"

내 물음에 황제는 누군가가 보여주던 익숙한 미소를지어 보였다.

"지금 당장."

'...이 미친 새끼들.이 새끼들은사실 한국인 아니야?'

당연하다는 듯이 지금이라고 말한 황제를 멀뚱히 바라보니 황제는 아내 폭소를 터트리더니 존칭을 지우고 황제가 아닌 루이 플라비스와 유진 플라비스(예정)로서 마주보았다.

"하하하하하! 미안하네, 사실은 내 여동생인리린이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너를 다시 보내라고 하도 재촉을 해대서 말이야. 일단 그대에게 맞추어 안전 장비를 만들어야 하니몇 시간후에 본격적인 탐사가 진행될 걸세. 수치는 이미 측정했으니 좀 쉬고 있게."

뭐라고? 내 수치는 또 언제 쟀지?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봤으나 황제는 찡긋 웃으며 카페인을 들이키기 하기 바빴다.

나도 이 이상 뭔가 할 말은 없었기에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무실에서 나오니 나를 기다리는 건지많은 사람이보인다.

"뭐죠?"

갑자기 나타난 10명정도 되는인원. 나도 모르게 절로 긴장하며 무기로 손이 향했다.

그때 옆에 있던 호위두 명이나를 진정시켰다.

"이분들은 황가의대장장이이십니다."

"황가의 대장장이 라면..."

대장장이 중에서도최상위권에 있는장인 중의 장인이다. 이런 사람들이 왜내 앞에.

대장장이 중 대머리에 이마에 망치 마크가 새겨진 덩치의 사내가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황실 공방의 총 책임자.더글라스라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더글라스 씨. 그런데 저한테는 무슨볼일이시죠?"

본론을 물었다. 그러자더글라스를필두로대장장이들이우물쭈물 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 당신은 용사님이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방어구가없으시다고..."

"방어구요?"

"용사에 관한 전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용사에게는 성검이 존재합니다!"

성검, 용사의 전설에 반드시 나오는 최강의 무기이자 궁극의 검. 용사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을 일종의 증표다.그리고 나는 성검이없다.

만들 수는 있지만 만들지 않았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아 구하려고 하지도 않았기에.

"근데 그게 왜요?"

"성검은 그 강력함 힘만큼 특수한 무기. 저희같은 장인들이 달라붙어도 만들수 없죠. 그렇지만 용사가 착용한 방어구는 다릅니다! 최고의 장인들이 모여 밤낮 가리지 않고 두들겨 만들었다는 방어구는 용사의 목숨을 지켜준, 용사의 상징 중 하나죠!"

"그런데요?"

"용사님은 방어구가 없으시다고 했죠!"

"없습니다. 굳이 방어구를 쓸 상황이 없었거든요."

방어구가없다고 쉽게 인정하니 그들이 단체로 환영했다.왜 저래? 그런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려니더글라스가내 손을 붙잡았다.

"용사님! 부디 저희가 당신의 방어구를만들 수있는 영광을 주십시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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