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사람이 3명 이상 모이면 그중 한명은 노답이라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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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은 내 정체를 알고있었기에 과한 존경의눈빛을 받으며 이동했다. 포탈에 들어서는 순간 시야가 일변했다.
전신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가 안정되니 보이는 것은 순백색.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번을 살펴봤다.
저기도 순백색, 여기도 순백색. 온통 순백색으로 도배된 거대한 신전이다. 그 크기는던전도시의 것과 비교하여 족히 3배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보다 여기 황도 맞나?"
터벅 터벅
고요한 곳이라 유난히 내발걸음 소리가크게 들렸다. 포탈이 있는 방을 나오니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적인가! 급히 창을 꺼내려는데 익숙한 금발이 보였다.
"유진!!!"
와락!
내 시야를 한가득메우는황금빛과 푹신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진다. 내 몸을 감싸는 힘에 뒤로넘어갈 뻔한 걸 하체에강하게 힘을 줘 버텨냈다.
"보고 싶었어, 정말로 오랜만이야 유진!"
정겹게 내 이름을 말하는 다정하고 위엄있는 목소리. 가슴 사이에서 고개를들어 올리니나를 보며 방긋 웃는 금발의 황녀, 루진 플라비스가 보인다.
그녀는 갑옷이 아닌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고 두 팔로 내 머리를꼬옥붙잡은 채활짝 웃었다. 나도다시 보니반갑긴 한데 얘가 여기 왜.
"크흠.인제 그만떨어지지 않겠니 누나여. 용사께서 많이놀라셨을 것같은데."
"흥!유진은강인한 사내다! 겨우이 정도로놀라지 않아!"
그녀 뒤에서 금발에 잘생긴 미남자가루진을말리려고했지만, 그녀는나를 극찬하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루진의행동에 미남자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꾹꾹 눌렀다. 어쩐지 저 남자한테서 골칫덩이들이 가득한 무리의리더 같은모습을 보았다.
"나도 만나서 반가운데 이제 좀 떨어지자."
"뭣?으,으으...유진이 말한다면어쩔 수없지.알았어.."
그녀는어쩔 수없다는 듯이 팔을 풀었다. 부드러운 가슴에 안겨있는 것도좋지만, 그보다상황 파악이 우선이다.
나를 향해 어깨가 무거워질 정도로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루진이랑루진의뒤에서 나를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남자.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니황금 옷과은백색의 옷을 걸친 화려한 정복의늙은이들이나중년들이 그들의 뒤로서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용사님!"
"저희는 황제 폐하와 교황 저하의 명을 받들어 위대하신 신의 대행자를 모실 뜻깊은 권한을받게 된행운아들입니다!"
부담스럽다.
귀족으로 추정되는 황금빛 사내는 짧게인사했지만, 은백색은역시종교 쪽인지나에게 보내는 찬사도 그렇고 나를 맞이하는 권리 운운하는데 진짜 무겁다.
슬쩍 바라보니루진은이란 찬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끄응...'
뭔가 이상하다. 내가예상한 건곧바로 숲으로 떨궈서 가볍게 무쌍 찍어서 문제해결한 뒤빠르게 귀환하는 거였는데.
내 능력과 지혜라면그 정도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성대한 환영 인사를 받다니.
"크흠! 반갑습니다. 저는유진이라고합니다. 그, 저기뒤에 있는루진 플라비스 황녀님과는 연인 사이죠."
"음, 그렇다! 나와유진은연인 사이이며 장래에 결혼을맹세한사이다! 그러니 유진! 나를부를 때는그냥루진이라고불러줘. 예전처럼♥"
"하하하,알았어.루진."
그녀는 유독 활기찼다. 여기가 황도라 그런가.
"이제 일어나게. 환영식은 이걸로 충분하니까."
미남자가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말렸다.
"알겠습니다 황태자 저하."
"그러면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신의 대행자님을 잘부탁하죠."
그들은 순순히 일어나 해산했다. 그보다 뭐라고? 황태자!? 저 남자가 황태자란 말인가! 금발이 잘생긴 얼굴을 보고 황족이라고 생각은했지만, 설마황태자라니.
내 생애를 통틀어 이렇게 화려하고 부담스러운 환영식은 처음이다.
"그렇게부담스러워할 거 없네. 자네는 내 천방지축 누나의 약혼자이자 장차 제국의 적인 마왕 교단을 멸할 용사잖나. 차기 황제로서 미리눈도장을찍어놔야지."
"반갑습니다, 황태자 저하. 그보다눈도장이라뇨, 눈도장은 제가 찍어둬야죠. 앞으로 제국에서 살아갈 이상 차기 황제 폐하와의 만남은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되겠죠."
내 말에 황태자는사람 좋은미소로 웃었다.
"존댓말은쓸 것없어. 어차피한가족이 될사이인데어색한 건싫거든. 자자, 앞으로 나를 처남이라 불러주게!"
다행히 그도루진처럼딱히 격식이나 예의를 차리는 분류는아닌 것같다. 연기가 아닌 진짜 인간적인 면모가 보여서 좋다.
"어서 불러보게! 처남이라고! 난 예전부터루진같은말괄량이를 데려갈 사내한테 처남이라는 말을듣는 게꿈이었지!"
"아니,루스! 이상한 말 좀 하지 말라고! 그게 꿈이라니...그런 이상한 소리에 우리유진이가물들면책임질 거야!"
"허어~벌써부터자기 남편만 챙기고 남동생은 뒷전이라니! 나는 슬프구나!"
으음...이건 너무 인간적인데?
평범한 남매처럼치고받고싸우기 시작한 남매들. 주로 루진이 구타하고 황태자가막는 데 급급해서싸움이라 하기엔뭣하지만, 그냥내버려두면한세월 이러고있을 것같다.
"어...황태자 저하. 제가 듣기로 저는 숲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상태인데 정확히 지금 무슨상황인 거죠?"
"아, 그거. 그건 나중에 아빠가 설명해줄 거야. 그보다 지금은 이 나하고 같이 황궁으로 가자고."
"흥!유진이는나랑 같이갈 거야!"
싸움은멈췄지만, 황족의격은 보이질않는다. 마치 어디에나 널려있는 평범한남매 같다.
외모나 기본적으로 느껴지는 기품이라는 있지만 그걸 다 씹어버릴 정도로 둘의 사이는 지극히 평범했다.
그래서 더 어색하다. 이렇게 인간적인 황족은 또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루진한테질질 끌려 신전 밖으로 나왔다. 북적북적한 거리와 사람들이 활기차게 웃으며 움직인다. 곳곳에는 이것저것 지어지고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들 축제 준비로 바빠 보인다. 황태자가 웃으며 물었다.
"어떤가. 황도의 거리와 사람들을 본 소감이?"
어떻냐라...
"활기차네요. 그리고 생기가 넘쳐요 사람들의 눈에."
황도인 덕분일까?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지금의 삶을 아끼며 즐겁게 지낸다는 증거다.
내 칭찬에 황태자도 기분 좋은지 턱을 쓰다듬으며 솔직하게 기뻐했다.
그렇게 이런저런의미 없는잡담을 나누는 사이 황궁에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크네."
아파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커다란 궁전과 거인이다니는 것인지정문도 쓸데없이 거대하다.
"들어오게."
"들어가자 유진아."
둘은 이 문이 익숙한지 영차, 힘을 줘서 열고는 안으로쏘옥들어갔다. 따라 들어가니 화려한 정원...은 개뿔. 땀내나는 기사들이 뜀박질을하는 게보였다.
그것도 상의를벗은 채로. 곳곳에서 보이는 근육, 근육, 근육!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 황태자님! 돌아오셨네요!"
"옆의 분이 예의 그분인가요? 말괄량이 황녀님의 이거?"
기사 중한 명이우리를 보고는 다가와 친근한 말과 함께 약지를 내밀었다. 루진이 웃으며 살포시 그 약자를 움켜쥐더니 그대로꺽어!
"끄아악! 그만, 그만요!"
"내 부군한테 그딴손가락 짓을하다니. 건방져."
"우와앗! 잘못했어요!"
남자의 애원에루진은기사를째릿노려보다가 손가락을 놔줬다. 기사는 손가락을 잡고 바닥을 굴렀고 다른 기사들은 어느새 사방으로훑어져도망쳐 버렸다.
'뭐지? 이절도 있고재빠른 도주 실력은?'
기사들의 어울리지 않는 도주 능력에 당황하는 사이루진은내 옆에 살랑살랑 걸어와 당연하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유진은이런 땀내나는 기사들을보고 싶지않을 테니얼른 올라가자 동생아."
"거참 난폭하기는. 조금은 조심한 모습을 보이거라. 이래서야 네 부군이 널 어떻게생각하겠느냐."
"유진은날 좋아하니까 문제없어!"
루진의단호한 말. 황태자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황궁의 문을 열었다.루진은도도하게 나를 이끌고 황궁으로 들어갔다.
황궁은 온통 황금빛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전부 황금으로 되진 않았겠지만 아마 상당한 양의 금이 이곳을 만드는데소모됐음을짐작할 수있었다.
특히 곳곳에 있는 장식은 황금과 함께 보석과 진주로 장식되어 있는데 장식 중 하나만 내다 팔아도 평생놀고먹을돈이나올 것같았다.
"어떤가. 이것이 제국의 주인이며만백성의어버이신황제페하께서거주하시는 궁전이야. 화려하지 않나? 사치스럽지 않아? 이모든 것이황제의 격이다."
"확실히엄청화려하네요."
"마음 같아서는 황궁을 구경시켜 주고 싶지만 우선 아버지를만나봬야겠지."
황태자의 아버지라면 분명 제국의 주인인 황제일터. 그의 말에 잔뜩 긴장하며 황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거대한황금 문이있었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황금색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준비 중인 3명의 금발이 보였다.
"드디어 왔는가."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산전수전 다 겪은듯한 인상의 중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활짝 벌렸다.
"만나서 반갑네 용사여! 비록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기에 이런좁아터진식탁에서 자네를 맞이하게 되어 미안하네!"
아, 황궁에 아무도 없이 고요하다 싶었더니. 내가오는 건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가.
"원래는 내가 직접 초청장을 보내려 했는데 귀족들이 크게 반대해서 말이야. 조금 조촐해보일 수있는 자리이나 어서 앉게나."
황제가 자신의옆자리중 한 곳을가리켰다. 딱 봐도 귀빈이나앉을 것같은 화려한 의자다.
그곳에 앉으니루진은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고 황태자는 내 앞에 앉았다. 그 사이에도 시녀들은 계속해서 음식을 날랐다.
"내 여동생한테 이야기로는 많이 들었어!아주화려한 활약을 보여줬더군! 그러면서S랭크자리는 사양했다지?"
"네, 그 자리는 아직저에게는어울리지않고덥썩박았다가는 황금 길드에누를 끼칠수도있으니 시기상조라생각했습니다."
"좋아, 좋아. 자고로 사내란 자신감 넘치고 화끈해야 하지만 때로는 깊게 고민하고생각할 줄도알아야 하는 법이지. 쯧, 요새 귀족의 자제란 놈들은그런 게없어. 실력도 인성도 부족하면서 권세만으로 비벼 보려고 하지."
에잉! 이러며 소리친 황제는친근한 아저씨 처럼나에게 자꾸만 이것저것 물었다. 나도 그다지 어려운 질문은 없었기에 바로바로 답했고.
분위기는 온화했다. 나는 나를 부른 정확한 이유를 알고싶었지만, 이분위기를깨고 싶진않아 일단 억눌러놨다.
그렇게 모든 음식이 식탁에 나열되었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의 향연에 꿀꺽, 침이넘어갈 것같았다.
식사를시작하기에 앞서황제가 내 어깨를지그시눌렀다.
"그리고...마지막으로 내 가족들을 소개해 주겠네."
황제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 있는아름다운 미녀는 내 아내네. 어떤가 아름답지 않나?"
"어머나~ 만나서 반가워요 용사님. 저는 메리디안 플라비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유진 이라고 합니다."
긴 금발에 압도적인폭유를가진 미녀가 나이기 다소곳이 인사했다. 저 압도적인 흉기에 루진 플라비스의거유가어디에서온 것인지납득하게되었다.
무척이나 꼴리는 여자지만 나는 미녀만 보면 따먹으로 애쓰는 남자는 아니기에 바로 음심을 지워버리고 사무적인 태도로 인사했다.
"그리고 이쪽은 내 셋째 딸, 그러니까3 황녀이며 막내인막내인루리플라비스네!"
"...아버지의 소개니 인사는 하겠습니다만 그 이상은 바라지 마시길, 반갑습니다. 용사님."
그녀는루진과비슷한 외모를 지녔지만 조금 더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미녀였다.
그리고 인사후 세침하게고개를 돌렸다. 나를탐탁지않아 하는 것같은데, 여기서 이러면안될 텐데.
"네이노오오놈!"
역시나 황제가 호통쳤다.
"감히 내가 부른 손님께 무슨 무례더냐! 내가 너를 그리가르쳤더냐!"
"뭐가 어때서! 인사 했으면 됐지그래 봤자평민인데뭐 하러깍듯하게 대하란 건데!"
"이 녀석이그래도!"
"나야말로 왜 이런평민한테그런 대접을 해주는지이해가 안 돼!딱 봐도약하게 생겨서 내 전속 기사한 명도못 이기게생겼구만!"
루리플라비스라 했나? 그녀의 폭언에 장내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특히 황제의 얼굴이악귀나찰처럼변해붉으락 푸르락 해지는데...역시 황제랄까 화내니까 기백이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기백을 받고도멀쩡한루이 플라비스도 보통이 아니고. 하지만 그녀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너졌다.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고민하는데 루진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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