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7화 〉훈련을 하다. (97/198)



〈 97화 〉훈련을 하다.

훈련은 점심 먹기 전까지 이어졌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둘 다 목표치에 닿는 데는 실패했다.

아리스는 완전히 똑같은 궤적으로 검을 휘두른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고, 유벨은 낑낑거리며 노력했지만, 초급 마법이라도 무영창으로 행하는 건 어려웠다.

마법의 경우 마법 자체가 어렵기에 이해한다. 나처럼 상상과 의지만으로 마법을 다루려면 대마법사 수준은 되어야 최소한 도전의 가능성이 열리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시무룩해할 필요 없어."

맛있게 차린 점심을 먹이며 둘을 위로한다. 그녀들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게 아쉬운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깨작거렸다.

짝- 짝-

박수를 쳐서 그녀들의 시선을 모았다.

"애초에 이번 훈련은 한 달 동안 진행되는 훈련이야. 내가 말한 요구치도 너희가 한 달 동안 단련해서 도달할 수 있는 최소 기준치고."

아무리 아리스와 유벨이 대충 훈련해도 내가 봐주는 이상 훈련이 끝나고 나면 내가 말한 목표량을 채울 정도는 될 거다.

"그러니까 시무룩해하지 말고 팍팍 먹어! 훈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크게 소리치며 인벤토리에서 인공 영약 2개를 꺼내 건넸다. 나도 최고급 마석 5개를 꺼내 꿀꺽 삼켰다.

싸한 느낌과 함께 체내에서 소화되는 마석. 언제 먹어도 이 이상한 느낌은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하여튼 내 말에 기운을 찾았는지 그녀들은 깨작 거리던 것과 달리 팍팍 내가 만든 요리를 먹었다.

"잘 먹었어, 유진아! 난 먼저 가볼께!"

아리스는 후딱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이제부터 그녀는 라피드 씨한테 훈련받을 예정이다.

유벨도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빠르게 완식했다.

"다 먹었어! 얼른 다음 훈련 시작해줘!"

유벨은 깨끗해진 접시를 보이며 그렇게 소리쳤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응? 왜 그...꺄아아앗!?"

"오늘 만든 건 오므라이스인데 접시를 그렇게 들면 어떡하니? 이거 전부 내가 치우지 않니?"

"미안해! 잘못했어! 그러니까 놔줘엇! 꺄아앗!"

식탁에 떨어진 소스와 밥알에 유벨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마사지해 주었다.

"에휴~ 일단 저기 마법 훈련소에 들어가서 마력을 다듬고 있어. 뒷정리하고 금방 갈 테니까."

"아야야...아, 알았어."

머리를 놔주니 유벨은 후다닥 하고 도망쳤다. 나는 설거지거리를 주방으로 모았다.

"클린. 깨끗하게 변해라."

언제나 유용하게 써먹는 청소 마법인 클린. 탁자는 물론이고 설거지거리도 깨끗하게 변했다.

언제 써도 만족스러운 마법이다. 이 마법을 만든 자는 분명 엄청난 대마법사가 분명 할 것이다.

"그러면 나도 슬슬 가볼까."

청소도 끝냈으니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때.

유벨이 있을 훈련장에 가보니 유벨은 자리에 앉아 운기조식하듯 마력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마력의 운용과 컨트롤은 뛰어난 편이다.

"유벨. 이제 훈련을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응!"

유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뭘 배울지 기대된다는 얼굴, 여태까지 내가 유벨한테 가르쳐준 마법은 4개 정도다.

룬 마법, 원소 마법, 결계 마법, 전투 마법.

다만 모든 마법을 세세하게 알려주진 못했고 그녀가 제대로 익힐 수 있고 써먹을 수 있을 마법 몇 개만 쏙쏙 골라서 가르쳤다.

룬 마법의 경우 룬의 원리와 함께 그 힘과 위력이 극히 떨어지나 연상시키는 신에 대입하여 그 효력이 달라지는 만능 룬인 안사즈를 가르쳤다.

원소 마법은 불을 제외한 각 원소 초급 정도를 가르쳐 주었고 결계 마법도 기껏해야 보호막 만드는 게 전부다. 전투 마법은 그냥 기본적인 마력의 활용법만 알려주고 끝냈다.

유벨은 천재로 재능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마법들을 자세히 가르쳐 주지 않은 건 아직 마법사로서 지식과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벨. 현재 네가 쓸 수 있는 마법 중에 가장 적성에 맞고 강한 마법이 뭐지."

"불, 불 마법이 가장 나한테 맞고 강해."

"그렇지. 그래서 내가 불 마법은 중급까지 알려주기도 했지."

그녀의 마법 적성은 각 분야에서 무난하게 나타났다. 그중 불과 관련된 마법에 큰 적성을 보여준다.

물론 대마법사가 된다면 적성 따윈 의미가 없을 테지만 중요한 건 현재 그녀의 적성이다. 마법사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 테마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그때부터 여러 가지 분야의 마법을 정독하면 된다.

이 세계는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대마법사의 기준은 최상급 마법을 혼자 쓸수 있는가, 그리고 그 이하의 마법을 무영창으로 발동할 수 있는가.

이렇게 두 가지다.

"그러니 우선 불 마법부터 완전히 마스터 해보자고."

"불 마법부터? 다른 마법들은? 전부 한두 개만 익히고 끝냈잖아."

"지금은 다른 마법들을 배워봤자 효율도 안 나고 잘 다루지도 못해. 그러니 우선 한쪽 분야부터 익히는 거야."

"그래? 그러면 알았어!"

유벨은 날 마법사로서 신뢰한다. 그렇기에 내 의견에 수긍하고 지팡이를 쥐었다.

"너도 알겠지만 불 마법은 바리에이션, 변화기가 많은 마법이야. 너도 한두개 정도 배웠으니 알고 있지?"

불은 원초적이며 가장 다루기 쉽고 강력한 마법이다. 그런 만큼 마법에 특수한 무언가를 섞거나 독자적으로 개조하여 만들어진 변화기가 많은 마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번개와 불을 섞은 파이어 일렉트닉."

내 왼쪽에 번개를 몸에 담은 화염구가 생겨났다.

"닿으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파이어플로전."

오른쪽에 폭발성 마력이 가득 응축된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너한테 알려줬던 화염구에 적을 혼란에 빠트리는 특수한 주술을 첨가한 혼돈의 화염구."

내 앞에 검붉은 화염구가 나타났다.

나는 만들어낸 화염구를 내 머리 위로 모으고 빙글빙글 돌렸다. 안정된 마력은 화염 마법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대, 대단해..."

완성된 마법을 조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유벨은 내 행동에 감탄하며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얼굴에 지식에 대한 욕망과 마법을 향한 경외가 느껴진다.

나는 피식 웃으며 화염구를 캔슬했다.

"받아. 내가 아는 불 마법을 정리해둔 거야."

유벨한테 마법서를 건넸다.

"오, 오오오! 유진의 마법서다!"

유벨은 보물이라도 되는 양 마법서를 끌어안고 볼을 비비며 기뻐했다. 그 모습이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아 귀엽지만...

"크흠! 우선 불 마법은 네가 독자적으로 연구해봐! 마법이란 자신이 스스로 연구하여 문제를 해결 했을 때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마법사로서 자신의 격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알았어! 최선을 다해서 마법을 배워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줄게!"

유벨이 힘차게 외쳤다. 과연 그녀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나도 궁금하다.

재능이 출중한 천재니 금방 막히진 않겠지.

"그러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이제 진짜 훈련을 해볼까."

대화는 이걸로 끝이다. 나는 여유롭게 내가 만들어둔 특제 지팡이를 꺼내 쥐었다. 손에는 마법을 보조해줄 보조 수단인 양자 계산기인 반지를 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유벨은 당황한 듯 부랴부랴 책을 로브 안에 넣었다.

"유벨. 너는 불 마법을 중점적으로 익힐 거야. 그리고 연구하여 경지를 올릴 테지. 하지만 그전에 너는 전투 마법사로서 자세를 잡을 필요가 있어."

유벨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전투 마법사다. 비록 마법사가 경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연구가 꼭 필요하나 전투 마법사의 기본적인 자세는 지금 잡아놔야 한다.

"이제부터 너한테 전투 마법에 대해 보여줄 거야. 그리고 전투 마법을 익히게 될 테고."

원래는 불 마법을 어느 정도 숙달하고 다른 마법을 제대로 익혀야 하지만 전투 마법은 상관없다.

이 마법은 다른 마법들과 달리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등급이 나누어져 있지도 않고 변화기를 제외하면 마법의 구성도 5개가 전부다.

"자, 덤벼봐."

유벨한테 손가락을 까딱하며 도발하니 유벨의 얼굴이 꿈틀거린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서서히 마력을 일으켰다.

"잘 들어. 이건 시범이자 대련이야. 그러니까 앞뒤 가릴 것 없이 마법을 마구잡이로 쏟아내 봐."

마법을 준비하는 유벨을 바라보며 최후의 도발을 한다.

"참고로 난 전투 마법만 사용할 거고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을 거야. 그리고 네 마법이 나한테 스치기만 해도 내가 진 걸로 해줄게."

유벨은 내 말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그녀 곁에 4개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녀의 능력에 의해 발동하는 마법의 수가 ×2가 된다는 장점을 이용하여 2개의 마법을 발동하는 것으로 동시에 4개나 되는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날, 무시하지 말라고!"

마법진이 빛나며 자그마한 화염의 화살을 우수수 쏟아냈다. 화염의 화살을 쏟아내는 마법이다.

"과연, 마력과 마법의 정교함에서는 밀릴 테니 물량으로 밀어보겠다. 이거지."

하지만 무르다.

우우웅-

작은 빛과 함께 내 주위로 10개의 마력구가 생겨났다. 크기는 끽해야 달걀 정도인 마력구는 전투 마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력 구술이라는 마법의 결과물이다.

"전투 마법의 특징 첫 번째, 움직이는 마법이자 조종 가능한 마법."

마력구가 어지럽게 움직이며 화염의 화살을 쳐부순다. 10개의 마력구를 상대로 화살비는 압도적인 물량을 자랑했으나 마력구의 정교한 움직임과 스피드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이게 전투 마법의 근본이야. 자신의 마력을 가공 없이 순수하게 뭉쳐 사용하는 것. 그렇기에 컨트롤도 매우 간단하지. 그렇다면 유벨, 이 마법은 어째서 전투 마법이라고 불리는 걸까."

"읏!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자신의 마법이 모조리 막히자 유벨은 기분이 상한 것인지 크게 소리치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흠, 역시 부족하다.

이게 대련에 내가 봐주고 있어서 망정이지 저렇게 대놓고 마력을 모으다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팡이에 몰래 마력을 모았다.

그러면서 주변에 떠있는 마력구도 변화시켰다.

"그 작은 구슬로, 이것도 한번 막아보시지!"

허공에 생겨난 거대한 마법진으로 부터 화염의 폭풍이 몰아친다. 중급 마법인 화염의 폭풍은 막대한 열기로 주변의 대기를 달궜고 대련장의 온도는 마구잡이로 상승했다.

유벨은 화염 저항 마법을 걸어놨는지 멀쩡한 몰골이었다.

"중급 마법인가. 영창을 하느라 시전하는데 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래서야 의미가 없잖아."

딱-!

손가락을 튕겨 마력구를 배리어 형태로 변화시켜 온몸을 감쌌다.

"전투 마법의 특징 두 번째, 응용하기 쉽고 변화가 빠른 마법. 마력구가 포격이 되기도 하고 무기로 변하기도 하며 지금처럼 방어막이 될 수도 있지."

화염의 폭풍이 훈련장 전체를 휘감았으나 나는 평온했다. 저 멀리 강대한 화염 속에서 유벨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게 보인다.

"하아~"

너무나도 미숙하다. 전투 마법의 하나인 마법 브레이크를 발동했다. 배리어 형태였던 마력이 소용돌이치더니 이윽고 대기 중에 퍼져 나갔다.

와장창!

내 주변 일대의 모든 마법이 파괴되었다.

"어, 어떻게!"

유벨은 마법을 시전 하려고 하다가 깨져버리자 그 반동으로 피를 흘리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마법 브레이크는 대기 중에 퍼트린 내 마력으로 마법을 강제로 깨부수는 기술이다.

마력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마법의 발동을 방해하는 게 전부지만 나와 유벨처럼 실력의 차이가 크면 저렇게 쉽게 부술 수 있다.

나는 망연자실한 유벨한테 마지막 특징을 말해줬다.

"전투 마법 특징 마지막 세 번째, 전투 마법의 핵심은 움직이면서 발동 가능하다는 거다."

지팡이에 응축된 마력을 거대한 검의 형태로 뽑아낸다. 그리고 유벨한테 돌진하여 크게 베어냈다.

촤악!

몸을 관통하는 마력의 칼날. 유벨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만졌다. 그녀의 몸에서 서서히 붉은 피가 흐르...는 일은 없었다.

"무서워하지 마. 중간에 마력을 분해해서 진짜 베진 않았으니까."

두려워하며 자신의 몸을 만지던 유벨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진짜 베인 거라 생각했는데 덜덜 떨리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지, 진짜 베인거 아니지? 나 아직 살아있지?"

"오냐, 너 아직 살아있다."

내 말에 그제야 안심한 듯 그녀가 파하-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돌연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내가 이겼네."

"? 뭔 소리야."

베인줄 알고 무서워했으면서. 하지만 유벨은 당당하게 웃었다.

"네가 그랬잖아. 자기는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움직였으니까 내가 이긴 거지."

아, 확실히 그런 약속을 하긴 했었다. 나는 뻘쭘한 얼굴로 볼을 긁었다.

"뭐, 그래도 확실히 이해했어. 전투 마법과 너랑 나의 압도적이다 못해 바라보지도 못할 수준 차이를 말이야."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다 다짐하듯 일어섰다.

"우리는 빨리 강해질 거야! 그러니 유진, 네가 많이 협력해 줘야 해. 특히 오늘 밤에 말이야."

그녀가 요망하게 웃었다. 유벨은 내 물건을 바라보며 혀를 핥았다. 오늘 밤은 열심히 단련할 이 두 사람을 위한 내 특제 마사지 서비스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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