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6화 〉훈련을 시작하다. (96/198)



〈 96화 〉훈련을 시작하다.

드디어 훈련의 아침이 밝았다. 나는 아침 6시에 칼같이 기상했다. 그리고 아직도 내 옆에서 자고 있던 둘을 흔들어 깨웠다.

"전원 기상! 자리에서 일어난다. 실시!"

"으, 아으으"

"이, 일어났어!"

둘은 비몽사몽 한 상태로 눈가를 비비며 깨어났다.

"정신 차려! 오늘부터 너희 둘 다 빡세게 훈련해야 하는 거 잊었어!"

둘의 얼굴에 차가운 물을 뿌렸다.

"어푸푸! 아우...차가워..."

"뭣! 뭐하는 거야!"

"닥치고 일어나라! 그리고 이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와!"

둘한테 미리 제작해둔 특제 체육복을 건네주고 아래로 내려왔다. 차가운 물 덕분에 정신을 차렸는지 둘은 금방 옷을 갈아입고 나를 따라왔다.

그틈에 나는 세팅을 끝냈다. 우선 운동장부터. 이 운동장은 내가 가진 마법 능력을 쏟아부어 공간 자체를 특수하게 개조했다.

아무리 3층짜리 집이지만 운동장이 설치될 수 있을리가 있겠는가. 전부 내가 마법으로 공간을 넓혀서 만든 거다.

"오늘부터 너희는 기초부터 다시 다진다. 그리고 기초 중의 기초는 역시 체력이지! 방법은 길드에서의 훈련과 같아. 그냥 100바퀴만 뛰면되."

물론 그냥 뛰기만 해서야 의미가 없지. 아리스는 이제 저 정도는 껌이고 유벨도 진작에 적응했으니까.

그래서 둘한테 특제 트레이닝 복을 준거다.

"둘 다 옷의 가슴 부분에 달린 뱃지를 꾸욱 눌러봐."

"이거? 뭔진 모르겠지만 알았어."

유벨은 별 의심 없이 뱃지를 눌렀다. 그리고 힘없이 쓰러졌다. 아리스도 버튼을 누르고선 비틀거렸다.

"무, 무거워! 이거 너무 무겁잖아! 뭔데 이거!"

"진정하고 들어라 유벨. 자고로 체력이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었을 때 늘어난다. 육체 또한 망가지고 회복 했을 때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지지."

결론만 말하자면 저 둘의 육체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방법이 이거뿐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지금같이 애매하게 강할 때 하기 딱 좋은 훈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냥 무겁게 하고 뛰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어. 육체 단련과 동시에 호흡법과 마력 운영법도 교정할 거야. 이 마스크와 마력 운용기로 말이야!"

마력 운용기는 검은 팔찌처럼 생긴 무난한 디자인의 물건이다. 하지만 마스크는? 마치 간이 산소 호흡기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꽤 커다란 크기의 물건이다.

더불어 양옆에는 떨어지지 않도록 달라붙는 합착 장치와 장기간 착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포근한 착용감을 자랑하도록 설계했으며 제대로 된 호흡이 아니면 산소를 들이마실 수 없다.

아리스야 마력 운영법을 예전부터 교정 중이었고 슬슬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나는 둘의 입에 마스크를 씌우고 팔에는 내가 만든 강제 운용기를 달았다. 운용기가 빛나며 둘의 마력을 빨아들인다.

"으읏, 이거 기분이 묘하네."

"탈력감이...장난 아니야 언니."

마력이 쫙 빠질 테니 그럴 만도 하지. 그보다 이번에는 둘 다 묵묵히 나를 바라봤다. 이게 자신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호흡이란 단순한 게 아니야. 전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 올바른 호흡법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되고 마력 호흡법은 마력을 더욱 많이 쌓고 낭비가 없도록 교정하는 거지."

마력 운용 같은 경우에는 입의 마스크와 동기화하여 호흡을 할 때마다 지속해서 마력을 흡수, 축적한다. 마력을 사용하면 이런 훈련은 간단할 테니 제약을 두는 거다.

저 둘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려면 올바른 호흡법으로 제대로 마력을 생산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거 먹고 뛴다. 알겠나!"

둘한테 인공적으로 만든 성장에 도움이 되는 물약을 건네주었다. 이제 남은 건 저 둘이 열심히 하는 것 뿐.

그렇게 하여 1일 차 체력 단련이 시작되었다.





"그, 으읏!"

유벨은 힘겨워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며 달렸다.

'힘들어...!'

몸이 너무 무겁다. 단순히 옷이 무거운데 아니라 몸 자체가 무거워졌다. 똑똑한 유벨은 이것이 무슨 원리인지 파악했다.

아마 중력을 이용한 거겠지.

"으그그그그!!!"

무거운 몸을 움직이다 보니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 후우, 이러면 안되는데.

유벨은 뛰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배운 대로 호흡을 지속했다.

쓰읍~ 하아~

공기를 들이마시나 얼마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의 입에 착용된 마스크는 그녀의 버릇대로 하는 호흡법을 용납하지 않았다.

숨이 막힌다. 유벨은 이를 악물고 정확히 배운 대로 호흡을 연상시켜 행했다.

쓰읍~

이번에는 시원한 산소가 가득 들어찼다. 산소란 게 이렇게도 시원한 거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어허! 속도가 느려진다! 더 빨리 뛰어!"

그때 구경만 하던 유진이 소리치며 유벨을 닦달했다. 호흡에 집중하느라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유벨은 순간 화가 나 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훈련을 부탁한 게 자신들이다. 그리고 화를 내면서 소모할 산소는 없다. 최대한 산소를 아껴야 한다!

마치 산소가 부족한 밀폐된 공간에 조난당한 사람처럼 유벨은 필사적으로 산소를 아꼈다.

마력은 만들어지자 마자 마력 운용기에 의해 빨려 들어간다. 마력의 흐름에 의해 대략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감은 오지만 체력이 부족해서 뛰는 동시에 마력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가 마력을 움직여 편해지려면 육체가 더 강해져야 한다.

반면 아리스는 반대의 상황에 처했다.

그녀는 호흡을 지속하는 한편 뛰어난 체력과 신체 능력을 앞세워 빠르게 뛰었다. 무거운 몸 탓에 예전에 비하면 매우 느리지만 유벨과 비교하면 천상의 속도다.

그런 아리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마력이다. 그녀의 근본적인 문제는 마력에 대한 이해도와 감지 능력이 떨어 진다는 것.

물론 마법사도 아니고 마력을 깨우친 지 1년도 안 된 그녀로서는 지금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유한 마력에 비례해 다룰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마력이 적다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금처럼 마력이 전부 빨리는 와중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마력적 재능이 드러났다.

'으으으...!"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유벨과 달리 운용기에 의한 마력의 운용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마력이 빨린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녀가 마력 운용법일 잘 익히지 못하는 것도 마력에 너무 둔감하다는 이유도 있다.

이 문제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그저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야 할 뿐.

그리하여 유벨은 자신의 육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리스는 마력 감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처절하게 달렸다.

그녀들이 100바퀴를 다 돌았을 때에는 2시간이 지나 있었다.

"좋아. 아주 잘했다."

딱!

유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마력의 기류와 함께 땀에 푹 젖어있던 몸이 뽀송뽀송해 졌다.

하지만 몸에 쌓인 피로는 그대로다. 둘은 후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거운 몸 탓에 움직이기가 극도로 불편했다. 얼른 이딴 옷 벗어버려야지. 둘이 옷을 벗으려 했으나 벗겨지지 않았다.

"어?"

아리스가 당황하며 옷을 잡아당겼다. 낑낑, 온 힘을 다해 당겨도 옷은 찢기긴커녕 오히려 고무처럼 잘도 늘어났다.

유진이 둘을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둘은 창백하게 얼어붙은 상태로 유진을 바라봤다.

설마...설마...!

"앞으로 한 달간은 무슨 일이 있든 간에 그거 입고선 행동하도록 해. 그것도 훈련의 일종이야."

폭탄이 떨어졌다. 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이, 이 옷을 입고 생활하라고? 그건 너무 가혹해 유진아!"

"거기에 디자인도 너무 단순하잖아!"

유진이 만든 옷은 노출이 조금도 없는 말 그대로 평범한 트레이닝 복이다. 현대의 디자인을 가져와 색만 검정으로 통일시킨 거라서 단순한 디자인이긴 하다.

"어허! 이게 전부 훈련이고 경험이야! 나중에 자신한테 다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꼰대같은 말을 하는 유진. 둘은 항의할 기운도 없어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저 지금만큼은 마음 놓고 산소를 들이마시고 싶었다.

짝! 짝!

유진은 박수를 쳐 엎어진 둘의 시선을 모았다. 그리고 주황색의 맛있어 보이는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꺼냈다.

"오늘 아침이야. 몸에 좋은 온갖 영양소와 마력 단련과 육체 단련에 사용되는 약초를 갈아 넣은 에너지 음료수지. 참고로 먹기 좋게 오렌지 맛으로 만들었어."

유진이 씨익 웃으며 둘에게 음려수를 내밀었다. 음려수는 병 안쪽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고 있었다. 유벨과 아리스는 동시에 불길함을 느꼈다.

"유진아 아침밥은 그냥 굶어도 되지 않을까? 사실 그다지 배고프지도 않은데."

"맞아, 아침은 그냥 거르자!"

둘은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걱정 마. 이거 먹어도 안 죽어. 마스크에 특별히 음료수를 투입하는 투입구도 만들어 뒀다고."

끼릭!

마스크의 입구 부분에 있는 작은 구멍. 그 부분의 뚜껑을 잡고 돌려 열었다. 그리고 음료수를 안에 강제 투입했다.

콸콸콸~

"웁! 우웁!"

마스크 안에 가득 차는 음려수에 둘은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둘은 수긍하고 꿀꺽꿀꺽 음료수를 삼켜야 했다.

맛은 있었으나 둘은 도저히 그 음료수에 관한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자, 아침도 먹었겠다가 이제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자. 우선 아리스. 너는 이쪽으로 와."

"...알았어."

기운이 다 빠진 아리스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허수아비가 가득했다.

다만 평범한 허수아비는 아닌 게.

"아뵷! 아뵤뵷!"

기묘한 기합과 함께 뛰어다니며 허공에 발길질과 주먹질을 하고 있다는 거다.

"유, 유진아? 이건?"

"허수아비야. 그저 마법을 좀 가해 움직일 뿐이지."

"진정한 영웅은 눈으로 죽인다!"

푸슝!

"아니! 지금 눈에서 마력포가 나오는데!?"

"걱정 마 아리스. 네 능력은 대마력이잖아. 버틸 수 있을 거야. 덤으로 능력도 단련할 수 있을테고."

아리스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은 여느 때와 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당연히 바로 싸우라고는 안 해. 우선 저 허수아비가 아니라 여기 허수아비를 상대로..."

유진이 가리킨 허수아비는 극도로 평범했기에 아리스는 안심했다.

"횡베기, 종베기, 각각 1만 번씩 하도록해. 휘두를 때 전의 휘두르기를 기억하고 완전히 똑같이 휘두를 수 있도록 신경 쓰고."

"1만, 1만번!?"

검술에 관련하여 기초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훈련 방법은 노가다다. 끊임없이 휘두르고 이를 몸에 각인시킨다. 그럼으로써 기본기를 잡는 거다.

"내가 시험 삼아 보여줄게."

유진은 미리 챙겨 놓은 목검을 잡아 기본자세를 잡았다. 롱소드의 특성상 손잡이보다 검날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기에 검을 위로 올려 잡았다.

이렇게 잡고 휘두른다.

촤악!

허수아비는 깔끔하게 양단되었다. 그리고 재생력이라도 갖춘 듯 금방 본래의 모습으로 복귀되었다.

"자, 이제부터 하면되."

아리스한테 목검을 건네주고 유진은 밖으로 나왔다. 이제 나머지는 아리스가 어떻게 하나에 달렸다.

한편 유벨은 유진이 다가오자 절로 긴장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훈련을 시킬 거야?"

다가오는 유진을 바라보며 유벨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유진이 지금까지 싸온 오만가지 마법을 생각하면 훈련이란 명목으로 얼마든지 굴릴 수 있음을 똑똑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특히 최음 마법이나 최면 마법 같은...크흠!

유벨은 은근한 기대를 품으며 유진을 바라봤다. 이에 유진은 별 반응 없이 그 자리에서 정좌하여 앉았다.

"유벨 너는 마법이 뭐라고 생각해?"

갑자기 들이닥치는 가장 기본적으로 근본적인 질문! 유벨은 머릿속 망상이 와장창 깨지는 것을 느꼈다.

유진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계속 말했다.

"영창? 연산 능력? 마력의 배분? 전부 맞는 말이지만 근본적인 정답은 아니야."

애초에 마법은 차원마다 전부 다르다. 하지만 그 뿌리, 기원은 동일하다. 마력을 통해 변화를 일으킨다.

갑자기 나오는 심오한 말에 유벨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도 역시 천성 마법사였다.

"근본적인 해답. 마법의 기원이자 근원은 뭘까. 어째서 인간은 마법을 깨닫고 그 마법은 발전해 왔을까. 현재 정립된 마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정립되었을까."

하나같이 알 수없었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질문이다. 그렇기에 유벨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이에 유진은 피식 웃으며 해답을 알려줬다.

"정답은 소망과 상상력이야."

"소망과 상상력?"

"인간은 마력을 깨우치며 기적을 소망했어. 위험을 물리치고 살아남기 위한 기적을 소망한 인간은 이윽고 상상했지. 저 하늘에서 치는 번개를 보고 자신들도 번개를 다룰 수 있길. 뜨거운 불길을 느끼며 불을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람을 느끼며 바람을 지배할 수 있길."

그것은 어리석으나 누구나 가질법함 희망이었다. 그리고 이런 희망은 마력이라는 매개체를 만나 현실이 되었다.

"극도의 정신력과 이를 동반한 상상력이 있다면 마력으로 못할 건 없어. 예를 들어 영창 없이 누구도 해본 적 없는 마법을 만들 수도 있지."

나는 상상했다. 거대한 포탑을 그리고 그곳에 장전된 포탄을. 마력이 빨려간다. 허공에 거대한 포탑이 생겨났다.

언제라도 발사될 듯 마력 포탄이 장전된 포탑의 등장에 유벨이 눈을 부릅떴다.

"다만 문제는 이런 식의 마법 사용은 정신에 무리가 많이가지.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이를 체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연구하여 정립했어. 술식과 영창으로 말이야."

상상력과 정신력을 통한 마법 발동은 사실 마법의 신 정도는 되어야 문제없이 다룰 수 있다.

나도 방금 같은 대형 마법은 끽해야 한두 번이 최대다.

"유벨. 우선 이게 너의 최우선 목표야. 영창 없이 어떠한 마법이든 한 번 이상 성공해 볼 것!"

이건 쉽다.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마법은 연산이 간단하기에 상상력과 정신력에 술식과 연산을 합치면 무영창을 발동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니 이게 처음의 숙제다.

유벨은 굳은 결심으로 가득차 고개를 끄덕이며 지팡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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