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복수는 끝났다? (94/198)



〈 94화 〉복수는 끝났다?

유진의 마을이 습격받는 동안 죄인을 호송하던 황금의 군대 또한 적들을 마주했다.

"이런, 이런...이거 곤란하군."

황제 제 1기사단 소속의 기사, 칼리오스는 가레 끊는듯한 목소리를 내는 자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었다.

황금의 군대 앞에 나타난 건 부패한 냄새를 풍기는 언데드들 이었다. 언데드는 차가운 냉기의 마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특수현상 몬스터.

차가운 냉기의 마력이 생길 수 없는 이런 곳에서 나올법한 몬스터가 아니다. 거기에 다른 부하들도 문제가 생겼다.

"컥! 커어어억!"

"쿠아악!"

부하 대부분이 몸에 생긴 검은 무언가에 잠식당하며 몸을 굴렀다. 누군가는 너무 세게 몸을 비틀어 머리가 골절되어 죽기도 했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하지만 마땅한 수가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저 둘은 결코 비켜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울려퍼지는 감미로운 피리 소리. 언데들이 포효하며 생자의 정을 취하기 위해 달려든다.

"이것 참. 저도 얕보인 모양이군요. 언데드 따위를 보내다니."

칼리오스는 평온한 어조로 말했으나 그 속내에는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무시무시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칼리오스는 검집에 손을 댔다. 황제가 하사한 고대의 성유물 중 하나. 용살의 성검 아스칼론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혔다.

그리고 일섬, 이섬, 삼섬. 총 3번 검이 휘둘러졌다. 그리고 세상은 고요해졌다.

달려오던 언데드들은 몸이 갈기갈기 찢쳐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이거, 대단하군, 실로 대단한 실력, 역시 황제의 1기시단, 강하다."

피리를 불던 자는 딱딱하게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 주변에 생긴 검은 무언가를 묵묵히 증식시킬 뿐.

"이대로, 싸울 필요는, 없지, 이미 우리의 목표, 에반은, 확보했으니, 얼른, 돌아가자.'

칼리오스는 쯧, 혀를 찼다.

그 말대로 에반을 탈환 당했다. 갑자기 생겨나 병사들을 집어삼키는 검은 무언가 탓에 그들에게 닿지 않고 마력으로 공중에 띄어 격리시키는 동안 에반을 빼갔다.

에반을 저들에게 사지를 치료받고 눈을 떴다. 칼리오스는 나빠진 상황에 한숨을 내쉬며 옆을 바라보았다.

황금빛이 날뛰는 마을이 보인다. 칼리오스는 에반을 잡고도 마왕 교단까지 동시 소탕하기 위해 마을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러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이렇게 됐고.

변명하자면 적은 마왕 교단의 마족만이 아니었다. 어찌 된 일인지 신성력을 다루는 기묘한 사제들이 마족을 돕고 있었다.

여태까지 받아보지 못한 새로운 자들의 등장과 그들의 신성 마법에 상황이 여기까지 몰려버렸다.

"이제, 그만 퇴각하자, 병사들이 남아있을 때 가야 한다, 병사가 전부 죽으면 그때 우리도 죽는다."

눈치는 더럽게 빠르다. 자신들이 칼리오스 보다 약하다는 것을 아는 마족들은 에반을 챙겨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에반이 누구인가! 겁도 없니 자신이 소속된 조직에 여자가 없고 즐길 게 없다고 금화를 훔쳐 달아난 희대의 트롤러가 아니던가!

에반의 트롤러 로서의 진가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유진!!!"

에반은 울부짖으며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마족들은 기겁하며 에반의 뒤를 따르려 했다.

촤아악!

검기가 날아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어디를 가나. 우리는 여기서 승부를 봐야지."

쿠구구구...

칼리오스의 몸에서 막대한 마력이 요동쳤다. 그것은 압도적인 힘. 마족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들이 적들이 모르던 것을 이용해 우위를 챙겼든 이제 칼리오스가 트롤러에 도움으로 생긴 기회를 잡아 우위를 챙길 차례다.

그는 자신이 왜 제 1기사단 소속인지 증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틀렸다.

이새끼들 마왕 교단이 아니잖아!

콰앙!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마치 미사일을 때려 박은 듯한 모양새. 하지만 이는 나와 싸우는 사제 단 한 명이 벌인 짓이다.

"아니, 사제가 아니라 성기사라고 해야 하나!"

손에 응축된 번개가 쏘아져 나간다. 그저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친 번개는 신속의 속도로 나아갔다.

종소리가 울렸다. 밝은 빛과 함께 번개를 빛의 방패가 막아버렸다. 저것은 신성 마법. 비록 기운은 묘하나 저건 분명 신앙을 기반으로 한 신의 힘이다.

그렇다는 건 저들은 마왕 교단이 아니다. 내가 저들을 보고 마왕 교단이라 츠측한 이유는 저들이 가진 신성력이 마신에게서 비롯된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빛의 신성 마법을 쓰는 걸 봐선 그 추측은 틀렸다. 놈들은 마왕 교단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죽어라. 이단자여!"

거대한 메이스가 날아온다. 내 창은 춤추며 사내의 메이스와 갑옷을 쉴 새 없이 두들겼다. 신성력과 신성 마법이 듬뿍 발라진 갑옷은 내 창을 맞고도 끄떡없었다.

"쯧. 존나 거슬리네."

지금도 내 주위에서 다른 사제들이 이놈을 서포트 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아리스와 유벨을 기대하긴 힘들다. 게네들은 사제 몇 명을 상대하는 걸로도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주변 사정 생각 안 하고 제대로 날뛰어야 하나. 마을 사람들은 진작에 전부 죽어 시체가 된 지 오래다.

그나마 집은 결계를 친 덕에 아직 무사했지만, 저기도 무너지기까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뭘 그리 생각하지? 설마 도망칠 셈인가. 그렇다면 포기해라. 이곳 일대에는 우리 성스러운 전사들이 점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망할 황제의 개한테서 에반 님을 되찾았겠지."

"나도 알아. 그래서 일부러 너희 상대하며 기다려 준거 아니야."

"...뭐?"

내 말에 사내가 놀란 듯이 반문한다. 뭐야, 설마 내가 지들 작전에 넘어왔다 생각한 건가?

"내가 병신도 아니고 이걸 속았겠냐? 갑자기 쳐들어와서 나를 노리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을 싸그리 죽이면서 마을을 파괴한다? 대놓고 나를 잡아두기 위한 도발이잖아."

"......"

"덫을 만들 거면 좀 잘 만들던가. 그래, 얘를 들자면 이렇게 말이야!"

쿠우웅!

바닥에서 기묘한 문자가 떠오른다. 사내는 급히 도망치려 했으나 마치 몸이 바위처럼 딱딱해지기라도 한 듯 움직이질 못했다.

"이건!"

"룬 마법이다! 내가 괜히 너랑 쳐 싸우면서 돌아다녔겠니!"

룬 마법으로 놈의 육체를 공간에 구속했다. 이걸로 끝. 놈이 여기서 벗어날 가능성은 없다.

나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창을 휙휙 저었다. 저놈이 잡힌 이상 거리낄 것 없지.

"자아~ 그러면 짜증 나는 새끼들을 청소 좀 해볼까!"

후웅-!

신속하게 휘두른 창에 뒤에 있던 놈의 머리가 떨어졌다.

커억!

근처에 있던 사제의 목에 창을 박았다. 사제는 컥컥 거리다가 죽었다.

"무, 물러나지 마라! 대장님만 구하면 우위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콰르릉!

콰쾅!

하늘에서 내려친 번개가 지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파직! 파지직!

내 몸을 시작으로 전신에서 번개가 요동친다. 곧 마을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생겼다.

"쳐라."

콰르르릉!

내리치는 번개의 다발.

"어스 스퀘어."

쿠구구구궁!

짧은 주문에 대지가 흔들리며 요동친다. 콰광, 지반이 솟구치며 사제들의 몸을 으깨버렸다.

"이! 이이익! 이 더러운 녀석! 나와 승부를 겨루던 도중에 한눈을 파는 걸 넘어 아예 다른 자들을 죽이다니! 그러고도 네가 전사더냐! 용사더냐!"

"지랄. 니들은 한 명한테 능력이랑 버프도 몰빵 했으면서 그딴 말이 나오니."

물로 활을 만든다. 시위를 당겨 번개의 화살을 생성한다. 그리고 사격.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커다란 화살은 수십 개로 분열하여 하늘을 채웠다. 마치 새처럼 회전하고 날아 사제들을 죽여나갔다.

그야말로 잔혹한 학살이었다.

"후우. 이걸로 대강 정리된 거 같네."

마을에는 더 이상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다. 나랑, 유벨, 아리스, 그리고 저 새끼만 빼면.

아니지, 집안의 두 명을 포함해야지.

"둘을 까먹고 있었네."

집에 들어가 둘이 무사한 걸 확인했다.

"바, 밖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

"너 마침 잘됐다. 일로 나와봐."

엄마라는 년의 목을 붙잡고 질질 끌고 온 다. 이름도 모르고 알 생각도 없는 년이지만 마침 재밌는 게 생각났다.

한 손에 저주를 뭉쳐서 경단을 만들고 그걸 그녀의 입안에 집어넣었다.

"우웁! 내, 내 입에 뭘 넣는!"

"닥치고 삼켜, 안 그러면 죽여버린다."

"히, 히이익!"

내 협박에 그녀는 결국 저주 덩어리를 꿀꺽 삼켰다.

"야. 너네 에반 빼돌렸다고 했지? 그러면 여기서 문제. 그 에반은 어디로 갈 거 같아?"

대장놈 앞에 서서 물어본다. 대장 놈은 입을 꾸욱 닫고 나를 노려보았다.

놈의 대가리를 창으로 후려쳤다.

"어딜 노려봐. 똑바로 말 안 해!"

창을 야구방망이처럼 잡고 스윙 자세를 잡았다.

"어, 유진아?"

뒤에서 다가온 아리스가 가족들을 대동한 채 식은땀을 흘렸다.

"우리 우선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굳이 그 사람을 괴롭힐 필요는 없잖아. 얼른 도망치자."

"아리스 언니의 말에 나도 동의야. 이 마을은 이미 망했어. 포기하고 던전 도시로 가자."

유벨도 가족들을 대동한 채 그리 말했다.

너네 가족은 무사했구나! 다행이네!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봐. 곧 그 새끼가 올 테니까."

"유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진짜 왔네.

"역시 살아 있었네, 너."

"으음! 어, 어째서 저분이 이곳에! 분명 그들과 도망쳐야!"

푸욱!

대장 놈의 심장에 창을 박았다.커헉, 갑옷에서 피가 줄줄 샌다.

"쟤는 바보라서 생각이 짧거든. 풀려나면 씩씩대며 나한테 달려올 거라 생각했어."

창을 꺼냈다. 놈의 허망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에는 절망과 원망이 가득했다.

"유진! 감히 나한테 그딴 짓을 했겠다!"

에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반은 뒤에 이상한 사제를 대동하고 있었다. 뭐야, 생존자가 있었나.

"젠장! 그만! 그만하고 도망칠 생각이나 좀 하라고!"

"닥쳐! 닥치고 이거 놔! 이것도 전부 너희가 무능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억지다. 자기는 저 사제보다 약한 주제에 누구보고 무능이라고 말한단 말인가.

"어쨌든 잘됐네. 너가 도망치기 전에 줄 게 있었거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사제들은 전부 죽었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할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나는 급히 에반한테 엄마라는 년을 넘겼다. 그리고 촬영용 마도구도 넘겨줬다.

"꺄아악!?"

에반은 당황하면서도 둘 다 잘 받았다.

"이, 이건..."

곧 마도구가 작동하며 나와 에바리스의 적나라한 모습이 보였다. 에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니네 엄마 쩔더라. 아, 덤으로 너네 아빠 대가리는 저기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어. 가지고 갈 거면 가지고 가던가."

"이, 이 개새끼가!"

에반이 발작하듯 날뛰려 한다. 그건 안되지.

손을 뻗었다.

푹! 푸부북!

"어...어라?"

내 엄마라는 년의 가슴과 배를 뚫고 나온 수많은 검은 가시들이 에반의 배를 꿰뚫었다.

푸슉!

구멍이서 피가 튄다. 엄마라는 년은 컥컥 거리며 몸을 떨었다.

"예전부터 이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창을 이용해 짜증 나는 연인을 한 번에 뚫기!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에반의 배에 창이 박혀둔다. 창은 에반의 품에 있던 여자의 심장을 정확히 뚫었다.

이걸로 둘한테 커다란 구멍 두 개가 개통되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 행복하게 살아봐."

창을 뽑았다. 진득하게 피가 묻은 창.

에반은 피가 새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사제는 이미 목이 떨어져 죽어버렸다.

"아, 으아..."

"아마 지금 힘이 쪽 빠지고 있을 거야. 배를 찌르면서 폐 부분을 다쳤으니까."

에반한테서 몸을 돌렸다.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특별히 앞에 나랑 에바라스의 섹스를 기록한 수정구를 놔뒀다.

뒤에 아리스와 유벨의 가족들이 나를 보며 덜덜 떠는 게 보인다.

"얘들아 우리는 이제 이 마을을 뜬다. 귀중품만 빨리 챙겨!"

"자, 잠깐만! 이 마을을 뜬다니! 대체 어디로 가려고!"

"그야 당연히 던전 도시죠."

"더, 던전 도시!"

아리스의 어머님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몸을 떠셨다. 다른 가족들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기절한 에바라스를 챙겼다.

이제 여기를 뜰 차례다. 사람들을 재촉해 귀중품만 챙기게 했다.

"저기, 유진아. 에반은 이대로 놓고 갈 거야?"

아리스가 조심스레 묻는다. 보아하니 에반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탐나는 모양이다.

"근데 포기해야 해."

지금 에반을 죽였다간 달려오고 있는 놈들한테 여기 있는 나머지 인원이 죽을 테니까.

설마 인원이 전부 당하자마자 곧바로 추가 인원이 투입될 줄이야.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마도 원래부터 에반을 지켜보던 감시자들이겠지.

어쨌든 쟤한테 적당히 치명상만 입혀뒀으니 치료하느라 우리를 쫓진 않을 것이다.

"유진아. 그분은..."

"어, 에반의 어머니야. 데려가면 포로로 쓸데가 있겠지."

구라다. 그냥 집을 구한 뒤 밥이랑 청소 셔틀로 써먹을 생각이다. 나는 그녀와의 약속(에반을 살려보낸다.)를 지켰다.

그렇다면 그 정도의 대가는 받아야지.

"언니! 유진아! 귀중품은 전부 챙겼어!"

"오냐! 이제 튀자!"

우리는 후다닥 도시 밖으로 도망쳤다. 내 예상대로 추적자는 없었지만, 정신적 피로가 너무 심했다.

천마라는 이계에서 건너온 무협인에 마왕 교단과 다른 별개의 조직이나 왠지 마왕 교단과 함께하는 중인 이상한 종교 집단.

그리고 내 마을은 박살 났다.

하지만 복수를 잘 끝마쳤다. 에반과 교단 탓에 느긋하게 즐기진 못하고 후다닥 끝내야 해서 조금 찝찝하지만, 이걸로 유진도 만족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스와 유벨의 가족들을 이끌고 도시로 돌아갔다.

이렇게 도망치듯 돌아간 이유가 뭐냐고? 추가로 온 인원들도 있지만...저 멀리 있는 공을 놓친 공무원(제 1기사단의 일원)은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거든.

덤으로 주변에 퍼지는 검은 저주인지 포자인지 모를 것도 위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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